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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제르디 저택
 브루제르디 저택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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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샨에는 교역으로 해 돈을 번 상인들이 많다. 이들은 번 돈으로 저택을 지었다. 브루제르디 고택, 타바타베이(Tabatabei) 고택, 술탄 아미르 공중목욕탕, 압바스 고택, 아메리하(Ameriha) 고택 등이다. 이 저택들은 카샨의 옛 도시 알라비(Alavi)의 도로 주변에 있다. 카샨의 유명 관광지여서 그런지 노점상들이 보인다.

이중 가장 유명한 브루제르디 고택을 보러 갔다. 카샨에서 카펫 무역으로 큰돈을 번 브루제르디는 대상(大商)인 타바타베이의 딸과 결혼하고 싶었다. 타바타베이는 브루제르디의 집이 자신의 집에 미치지 못하는 걸 알고, 자신의 집보다 더 큰 집을 지으면 딸을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이에 브루제르디는 저택 건설에 나섰고, 1893년 완성했다.

문간채
 문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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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제르디 저택은 카자르 시대 건축으로,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저택이 사업용의 사랑채(Biruni)와 생활용의 안채(Andaruni)로 나뉜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안채 출입이 엄격히 제한됐다. 정문을 통해 안마당으로 들어가는 통로에는 현관과 복도를 설치해 일정한 시간이 걸리도록 했다. 건물의 모양은 사면이 벽으로 둘러싸인 사합원 양식이다.

건조하고 뜨거운 여름 날씨를 고려해 건축 자재로 흙벽돌을 사용했다. 지하층을 만들어 시원한 공간을 늘렸다. 지하로는 물이 흐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바람의 탑'을 통해 들어온 더운 공기를 찬 공기로 바꾸기 위해서다. 안마당에는 연못을 만들어 공기를 시원하게 하고, 정원을 만들어 식물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사업상 마당 쪽에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었다.    

현관 벽의 동물 그림
 현관 벽의 동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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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의 정문은 이완 형식으로 문이 아주 작은 편이다.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문간채가 나온다. 문간채는 현관, 통로, 테라스로 구성됐다. 현관 벽에는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다. 사자, 사슴, 토끼, 여우, 소 같은 동물과 공작, 앵무 같은 새다. 특이한 것은 날개 달린 천사와 사람의 얼굴을 한 새다. 이슬람 세계에서 보기 어려운 모티브다.

그림 가운데 나스탈릭체를 조형적으로 표현한 문구가 있다. 내용을 모르는 것이 아쉽다. 통로를 거쳐 테라스로 나오면 안마당과 사랑채가 보인다. 안마당에는 페르시아 양식 정원이 있다. 정원을 사등분하고 가운데 연못을 설치한 형태다. 저택에 사람이 살지 않아선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듯하다. 정원이 황량하다. 연못에는 물이 없고 초목은 건조하다.

이란 저택 속 숨은 유럽... 역사 담긴 그림

접견실의 장식과 그림
 접견실의 장식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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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지나면 사랑채에 이르게 된다. 문간채와 정원, 사랑채가 건물의 바깥채를 이루는 것이다. 사랑채는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물이다. 가운데 2층을 통층으로 만든 접견실이 있고, 양쪽에 2층으로 사무실이 있다. 접견실의 입구는 이완 형식으로 만들어 상층부에 화려한 장식을 달았다. 접견실 내부도 이완 형식에 무까르나스 장식을 했고, 지붕에는 바람이 통하는 탑을 만들어 공기순환을 가능케 했다.

바람의 탑은 세 개로 가운데는 둥글고 크게 만들어 예술성을 더했고, 가장자리 두 개는 원통형으로 실용성을 더했다. 접견실 천정에도 무까르나스 장식을 했고, 벽에는 인물화와 정물화로 장식했다. 그림에서는 페르시아적인 요소 외에 유럽적인 요소가 보인다. 카자르 시대이 이미 유럽의 문화와 예술이 이란에 많이 수용됐기 때문이다. 

접견실 벽은 2층으로 이뤄졌다. 1층에는 5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가운데에 집주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의자에 앉아 있다. 좌우에 호위무사로 보이는 제복 입은 군인이 서 있다. 그 밖으로는 화분에 심진 꽃 그림이 있다. 카자르 시대의 대표적인 프레스코 화가인 사니 알 몰크(Sani al-Molk)와 카말 알 몰크(Kamal al-Molk)가 그렸다고 한다.

접견실 2층 무까르나스 장식이 있는 벽, 상단과 하단에도 2중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단 가운데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타고 달린다. 좌우에 두 개씩 그림이 있는데, 자연풍경과 꽃 그림이다. 그리고 상단에는 주인이 사냥하는 모습이 다섯 장면으로 그려져 있다. 총과 칼 그리고 창으로 사자, 표범, 사슴을 사냥하는 모습이다. 페르시아 민족이 사냥을 즐기는 유목민임을 알 수 있다.

왕관형 바람의 탑
 왕관형 바람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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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제르디 하우스를 보면서 우리는 페르시아 상인의 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실내장식과 그림이 최고수준이고, 천정을 통해 바람의 탑으로 이어지는 내부 공간도 왕관형으로 만들었다. 마스지드에 나타나는 돔형과 비교된다. 이것은 바람의 탑이어서 공기가 외부와 통하고 빛까지 들어와 신비한 느낌을 준다. 왕관형인 바람의 탑을 감싸고 있는 다른 두 개의 탑을 통해서는 파란 하늘이 보인다.

접견실을 보고 나서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시원한 기운이 느껴진다. 입구의 격자무늬 문을 지나면 비교적 단순한 벽을 한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지하실이다. 이곳

벽에도 장식이 있었을 테지만 낡아 더 손을 보지 않은 것 같다. 천정도 단순한 장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도 켜지를 않으니 내부가 어두운 편이다. 접견실에 비해 크기가 작고 단순하다.  

'전쟁=숙명'인 페르시아, 예술작품에도 영향 미쳐

벽토 장식: 사냥
 벽토 장식: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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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제르디 고택을 지은 사람은 상인이다. 그러나 이곳에 그려진 그림과 새겨진 조각은 동물과 사람의 사냥장면이다. 사냥은 생존의 한 방식으로, 동물의 본능이다. 이곳 벽토장식의 조각은 두드러진 돋을새김으로, 동물의 사냥과 싸움장면이 대부분이다. 사자가 소의 등을 물고 공격한다. 페르세폴리스에서 볼 수 있는 황소를 공격하는 사자상과 같은 모티브다. 사자는 또 사슴의 등을 공격한다.

매가 오리의 목을 공격하는 부조도 있다. 사자와 용이 뒤엉켜 싸우는 부조도 있다. 그리고 전사가 말을 타고 긴 창으로 사자를 찌르는 부조도 있다. 이들 모두가 싸움과 관련 있다. 지리적으로 페르시아는 아라비아와 인도라는 거대한 대륙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전쟁을 통한 생존은 숙명이었다. 그러한 역사가 그들을 싸움에 익숙한 민족으로 만든 건 아닐까.

압바스 1세
 압바스 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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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샨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건축물로는 하비브 이븐 무사(Habib ibn Musa)와 압바스 1세 영묘다다. 하비브 이븐 무사는 셀주크시대 살았던 사파비 왕가의 조상이다. 그는 동시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서 성인으로 추대돼 이곳에 묻혔다. 압바스 1세 역시 그를 존경했고, 그 때문에 죽은 후 그의 곁에 묻히고 싶어 했다. 압바스 1세는 1629년 카스피해 연안의 파라아바드(Farahabad)에서 죽어 카샨에 묻혔다.

그동안 이슬람 성직자, 시인의 영묘, 아케메네스제국 황제의 영묘는 몇 군데 가 보았지만, 사파비제국 이후 근현대 위대한 인물의 영묘에는 가 보질 못했다. 압바스 대제의 영묘가 멀지 않음에도 가보질 못했다. 또 카샨에서 테헤란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맘 호메이니 영묘를 지나는데도 그곳 역시 가보질 못했다. 이번 여행에서 아쉬움으로 남는 점이다.

카샨 카펫
 카샨 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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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샨의 카펫은 셀주크시대부터 유명해졌다. 사파비시대에 이르러서는 최상의 카펫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압바스 1세 때는 압바스 문양이라는 게 만들어질 정도로 양식화됐다. 압바스 문양이란 카샨, 이스파한, 나인 지역에서 만들어진 카펫의 특징을 말한다. 카펫 가장자리를 장미꽃과 넝쿨로 장식하고, 내부의 직사각형에 다양한 꽃무늬를 넣어 화려하게 만들었다. 카펫이 세밀하고 구상적이어서 그림을 보는 느낌이 든다.

카샨 출신 카펫 장인으로는 16세기 활동한 막수드(Maqsud)가 있다. 1539~1540년에 그가 만든 카펫이 현재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와 앨버트 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17세기에는 카샨 카펫이 폴란드에 수출되기도 했다. 19세기 후반 카샨 카펫은 디자인, 색깔, 재질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유럽으로 수출됐다. 카샨 카펫은 빨간색, 진청색, 노란색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태그:#카샨, #브루제르디 저택, #카펫 상인, #접견실, #벽화와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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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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