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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자자했습니다. 맛집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먹어본 사람들은 다 맛있다고 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그 집에서 밥 한 끼 먹어보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문전에서 한두 시간쯤 기다리는 것도 예삿일이었습니다. 분위기가 그랬습니다.

어떤 사람이 맛집 음식이 맛있는 이유를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재료, 깊은 정성, 독특한 비법 등도 있었지만 각각의 음식을 분석한 공통점은 집에서 하는 음식보다 조금 더 들어있는 소금기가 내주는 간간한 맛, 갖은 양념들이 내주는 감칠맛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사람들을 더 모여들게 하는 숨은 이유는 맛집이라고 하는 소문이 만들어 내는 막연한 기대감이었습니다.

조금 더 들어있는 염분이 간간한 맛을 내 당장 입으로 느끼는 맛은 좋을지 모르지만 소금이 건강에는 나쁘다는 걸 알면 맛집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입니다. 맛집을 찾는 이유도 달라질 것입니다.

어쩌면 오늘날, 대개의 사람들이 아무런 비판 없이 수용하고 있는 인문학이 맛집과 같은 허명일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 별다른 비판 없이 덩달아 좋은 인문학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어떤 고전이나 인문서에 소금처럼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시대·사상적 배경이 배어있다는 걸 알면, 고전을 읽고 인문학을 받아들이는 가치가 좀 더 건강해질 거라 기대됩니다. 

뒤집어보고 비틀어보는 <인문학의 거짓말>

<인문학의 거짓말> / 지은이 박홍규 / 펴낸곳 인물과사상사 / 2017년 5월 19일 / 값 19,000원
 <인문학의 거짓말> / 지은이 박홍규 / 펴낸곳 인물과사상사 / 2017년 5월 19일 / 값 19,000원
ⓒ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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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거짓말>(지은이 박홍규, 펴낸곳 인물과사상사)은 대개의 사람들이 별다른 생각 없이 덩달아 호평하는 인문학, 왜 좋은지도 모르고 그냥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답습하듯 읽고 있는 인문학을 제대로 새길 수 있도록 뒤집어 살피고, 비틀어 새기는 내용입니다.  

'인문학'이나 '철학'하면 상징처럼 인식되는 공자와 <논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론 그들이 남긴 작품에 드리운 시대적 배경과 가치가 어떻게 왜곡되거나 미화되고 있는지를 까발리듯이 살피고, 고발하듯이 분석, 제시하고 있습니다.

공자를 부처나 예수의 비할 만한 성인이라고 하지만, 민중을 타도하고자 한 그를 그렇게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공자는 살인을 했으니 최소한 살인자라를 성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러면 철학자인가? 철학자라고 한다면 그때 말하는 철학이란 과연 무엇일까?

옛사람의 말을 전하고자 했을 뿐, 어떤 새로운 것도 말한 적이 없이 옛날로 돌아가자고 했을 뿐이라면 철학자, 아니 학자라고도 할 수 있을까? 하기야 지금도 공자의 말을 비롯해 남의 말을 전하는 이들을 학자니 교수니 하니 2,500년 전의 그를 학자나 철학자라고 못할 것도 없다. - <인문학의 거짓말> 174쪽.

세계 4대 성인으로 추앙 받고 있는 공자가 사실은 출세를 위해 주유한 첫 폴리페서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이들의 실상 뿐만이 아니라 이들이 남긴 글들을 후대에 번역한 글들조차 오역이고 엉터리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인(人)'은 지배계급, '민(民)'은 피지배계급

논어에 나오는 인(人)은 지배계급이고, 민(民)은 피지배계급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을 '인'과 '민'으로 구분하고 있음에도 김용옥을 비롯한 수많은 학자들이 지금껏 번역한 대부분의 글들은 이를 구분하지 않고, 이 둘 모두를 '백성'이나 '사람'으로 번역함으로 공자를 민주시대에도 비판받지 않는 영원한 성자로 둔갑시키기 위해 곡학아세를 일삼고 있다고 일침을 놓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논어>에 나오는 '군자'라는 말 또한 '도덕적이고 훌륭한 남자'를 일컫는 뜻이 아니라 대부 이상의 고급관직을 말하는 것으로, <논어>는 지금껏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수양 인문서가 아니라 출세를 위한 자기개발용 수험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제국주의 국가라고 부를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사상 중에는 제국주의나 인종차별주의를 방불케 하는 왜곡된 자민족 중심주의와 국수주의 같은 것이 분명히 있다. 그 기초가 되는 경쟁주의, 승자독식주의, 독재주의, 초인주의, 불평등주의, 반사회주의, 이기주의 같은 것이 도사리고 있다. - <인문학의 거짓말> 316쪽.

그동안 무분별하게, 남들이 좋은 인문학이라고 하니 덩달아 좋은 인문학으로 인식하며 읽은 대개의 인문학 관련 글들이 사실은 왜곡 되거나 필요에 의해 조작된 선동을 좇는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책에서 저자는 한국 인문학이 추구해야 할 것은 선비 정신이 아니라 자유로운 인간들이 자치하는 사회를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어 인문학은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어디까지나 개인이 중심이어야 하기 때문에 인문은 휴머니즘이라는 말로 갈무리하고 있습니다.

역사와 철학, 그동안 고전을 통해 접했던 수많은 인물과 내용들을 좀 더 있는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안목, 건강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흠칫 배양시켜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인문학의 거짓말> / 지은이 박홍규 / 펴낸곳 인물과사상사 / 2017년 5월 19일 / 값 19,000원



인문학의 거짓말 - 인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박홍규 지음, 인물과사상사(2017)


태그:#인문학의 거짓말, #박홍규,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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