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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열흘은 야근을 합니다. 야근할 때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쏟아지는 졸음과의 싸움이죠. 그래서 여러 가지의 방법을 동원하는데 우선 커피입니다. 건강에 안 좋다고 하지만 야근을 마치자면 봉지커피를 넉 잔 이상 마십니다.

다음으로 야근 전 미리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봅니다. 그런데 흥미진진한 내용이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 되레 졸음을 유발하는지라 신중하게 책을 골라야 마땅합니다.

끝으로 건물 밖에 나가 담배를 한 대 피우는 것이죠.

야근을 견디게 만드는 담배... 너무 비싸다

올부터 담뱃값이 일제히 갑 당 2000원이나 오르면서 그 여파가 만만찮은 요즈음입니다. 우선 흡연자들의 거개는 담뱃값을 올려도 너무 올렸다며 정부와 정치권까지를 싸잡아 비난하기 일쑤입니다. 다른 물가를 그렇게나 많이 올렸다면 과연 국민들은 가만히 있었을까요?

아무튼 올해부터 담배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저와 같은 흡연자는 다음의 셋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기로에 섰습니다. 우선 금연하는 것이죠. 그럼 문제는 간단해집니다. 별도의 담배 구입에 필요한 돈이 안 들어가고 역겨운 냄새도 안 나며 건강에도 좋으니 그렇다면 이는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거삼득'까지 되는 셈이니까요.

다음으로 담배를 못 끊겠으면 피우되 값을 고려하여 반으로 줄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끝으로 담배를 계속하여 태우는 것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경비실의 경비원은 주 근무처가 지하 1층의 주차장 사무실과 지상 1층의 안내데스크입니다. 반면 방재실 직원들은 지하 2층에서 상주하죠.

따라서 저의 근무처가 금연건물인 까닭에 방재실의 흡연 직원들은 반드시 저처럼 건물 밖으로 나와 담배를 태워야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마주 보며 흡연하는 경우 요즘 우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이 하나 늘었죠.

그건 바로 "요즘 담배 태우는 사람들은 어쩐지 있어 보인다"는 웃지 못할 농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담배 한 갑에 무려(!) 4500원인데 여기에 불과 500원만 보태도 금세 점심 한 그릇 값이 되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오르기 전 사둔 담배가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저 또한 위에서 열거한 세 가지 중 하나에 봉착하게 되었지요. 작년에 올부터 담뱃값이 오른다는 뉴스를 보면서 가족 앞에서 공언한 바 있었습니다.

"4500원씩이나 주고는 담배 안 피울 껴!"

한데 벌써부터 의지가 흔들리고 있으니 솔직히 걱정입니다. 몇 해 전 한 언론사에서 금연수기 공모전이 있었습니다. 근데 당선작의 상금이 많아서 욕심이 나더군요. 그래서 '나도 이참에 금연하고 수기에 응모해볼까?'라며 마음이 흔들렸습니다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담배를 배운 건 10대 후반 때입니다. 당시에는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어찌나 멋있어 보이던지요! "좋은 배우자를 만나면 백 년 친구이지만 잘못 만나면 백 년 원수이다"는 말이 있다지요?

그래서 말인데 담배는 애초 만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끊느냐, 줄이느냐, 아님 계속하여 피우느냐. 저는 목하 고민의 삼거리에 서 있습니다.


태그:#담배, #야근, #금연, #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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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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