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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주요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주요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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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18일 오후 6시 45분]
최수현 금감원장 마지막 인사 "공직, 사적관계에 남용 안돼"

오후 4시 50분께 금융감독원 3층 기자실. 이임식이 시작되기 10분 전, 최 원장은 기자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영제 부원장, 박세춘 부원장보 등 실무진 10여 명과 함께 온 최 원장은 "수고했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하며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원장으로서 마지막 인사였다.

곧장 2층 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긴 최 원장은 "물러날 때는 깨끗하게 처신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금감원장으로서 제 소임은 오늘 여기까지인 것 같다"며 준비한 이임사를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다. 강당에 모인 200여 명에 가까운 직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일부 직원은 "적자생존인가"라고 수군거리며 최 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씁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최 원장은 "오늘 이임사는 오래 전에 써놓았던 것을 일부 수정한 것"이라며 "그간 연이은 금융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운을 뗐다.

또 "다시는 후진적인 금융사고가 없어야 할 것"이라며 "부족한 저에게 금융감독원장이라는 영예스러운 자리에서 소신껏 일할 기회를 주신 박근혜 대통령님께 깊이 감사드린다"고도 전했다.

그는 "그간 감독당국에 대한 따가운 눈총,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 등 파열음이 많이 났다"며 "그러나 요란한 소리가 난다는 것은 시장이 살아있고 제도가 움직인다는 뜻이다, 금융시장과 산업이 법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들고,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필연의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시종일관 담담하게 이임사를 읽던 최 원장은 "공직이 사적 관계나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 원장은 "공직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존귀한 자리"라며 "사적 관계나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이어 "주말과 명절도 반납하고 일과 휴식의 경계가 없는 힘든 업무 여건 속에서 꿋꿋이 책임을 다해 온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며 "그동안 공직자로서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돌려드려야 하는지 앞으로 많은 고민을 할 것"이라며 말을 마쳤다.

이임사를 마친 최 원장을 환송하기 위해 많은 직원이 1층 로비로 내려가 잠시 혼잡을 빚기도 했다. 최 원장은 직원들의 인사를 뒤로 하고 급히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1신: 18일 오후 5시]
갑작스러운 원장 사임에 직원들 "적자생존인가" 씁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9월부터 청와대에서 경질설이 계속 흘러나왔지만 최 원장은 지금까지 "사퇴할 의사가 없다"며 단호하게 맞섰다. 그러나 돌연 사의 표명과 동시에 후임 내정자까지 발표되면서 청와대의 준비된 교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8일 오전 8시 30분께 금감원은 최 원장이 일신상의 사유를 들어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의 첫 금융감독 수장으로 임명된 최 원장은 2013년 3월 취임해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1년 8개월 만에 중도하차하게 됐다.

사의 표명과 동시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 원장의 후임으로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을 임명 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내정자는 행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대변인, 자본시장국장, 새누리당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을 역임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최 원장의 사임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돌았다"며 "(최 원장이) KB 사태와 관련한 징계건과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등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것이 (경질의)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웅섭 내정자가 금융위에서 경력도 풍부하고 업무 전문성이 뛰어나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금감원 직원들 '인사 태풍' 불까 노심초사

그러나 금감원 내부는 기대보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금감원 한 국장급 인사는 "어제(17일) 저녁 원장 사임설에 대한 '찌라시'가 돌았다, 그래도 원장은 불사조처럼 이번에도 그냥 지나가겠거니 했는데 정말 사의를 표명해 당황스럽다"며 "내부 직원들은 (최 원장의)사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고 아직 직원들도 입장 정리가 안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 경질설은 2개월 전부터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지난 9월 12일 <조선일보>는 "(청와대는) 국민은행 내분사태 처리 과정 등 최 원장의 대형 금융사고·비리 사전 감독과 사후 수습에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조만간 경질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인선 작업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청와대와 최 원장이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경질설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언론에서 원장 경질이라는 기사가 많이 나와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다"며 "송년회 등 연말 행사들이 있는데 너무 급하게 바뀌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어 "2년도 안돼서 또 새로운 원장에게 업무 스타일을 맞춰야 하는 게 부담"이라면서 "대대적인 인사 태풍이 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태그:#금융감독원, #최수현, #진웅섭, #청와대,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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