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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조빈주 후보, 새정치연합 제종길 후보, 무소속 김철민 후보(왼쪽부터)
 안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조빈주 후보, 새정치연합 제종길 후보, 무소속 김철민 후보(왼쪽부터)
ⓒ 각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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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도시' 안산에서는 딱히 선거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거의 모든 후보자들이 명함 돌리는 일에만 집중할 뿐이다. 로고송이나 후보들 간 거리 유세 대결 역시 사라진 상태다. 유세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선거 운동하는 후보들도 여럿이다.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는 선거운동 기간에도 지속되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전하는 민심도 비슷하다. 지난 28일 저녁 안산 월피동의 택시정류장에 모인 기사들에게 선거 판세를 어떻게 보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대부분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손님들이 선거 이야기 잘 안 해요. (세월호 사고로) 도시 분위기가 가라앉다 보니 다들 (선거에) 관심 갖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누가 될지 모르겠고. 우리야 택시기사들 지원해 주겠다는 후보가 있으면 찍겠는데..."

같은 자리에 있던 5~6명의 택시 기사들 역시 비슷한 답변을 했다. 그래도 "누가 안산시장으로 당선할 것 같으냐"고 묻자 한 택시기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야당 후보가 (당선이) 확실했는데, 지금 구도로 가면 새누리당 후보가 유리할 겁니다."

3파전 안산시장 선거... "누가 승리할지 모르겠다"

안산시장 선거 판세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야권의 낙승을 예상했던 분위기는 전략공천 논란을 거치면서 많이 상쇄된 상태다.

새누리당은 안산시 단원구·상록구청장을 지낸 조빈주 후보를 공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제종길 전 국회의원을 전략공천했다. 새정치연합 공천에서 탈락한 현직 김철민 시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만만치 않은 세를 유지하면서 선거 구도를 3파전으로 만들었다.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보들은 오차범위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경기일보> <기호일보>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안산시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정치연합 제종길 후보 21.3%, 새누리당 조빈주 후보 20.8%, 무소속 김철민 후보 19.3%로 나타났다. 무소속 강성환 후보는 0.8%였다. (RDD방식에 의한 전화면접조사, 오차범위는 95%신뢰수준에 ±4.4%p)

택시정류장 근처 상가 앞에서 만난, 25년째 안산에 거주중이라는 새누리당 지지 성향의 60대 주민은 판세를 이렇게 분석했다.

"충청표가 결집하면 새누리가 이기고, 야당 조직이 당의 말을 잘 들으면 제종길이 이길 것이고, (안산 거주) 호남표가 결집하면 김철민이 이긴다."


새정치연합 제종길-무소속 김철민 후보 연일 '공방'

선거전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새정치연합 제종길 후보와 무소속 김철민 후보 사이에는 연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양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유권자에게 연일 문자로 알리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신경전도 치열하다.

제종길 후보 지원유세를 위해 안산을 찾았다가 김철민 지지자들에게 막힌 손학규 상임고문
 제종길 후보 지원유세를 위해 안산을 찾았다가 김철민 지지자들에게 막힌 손학규 상임고문
ⓒ 제종길 후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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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에는 새정치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안산 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제종길 후보 지원유세를 왔다가, 김철민 후보 지지자들에게 가로막혀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에 제 후보 측은 선거법 위반으로 김 후보 지지자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철민 후보 측은 공천에 실망한 시민들의 반응일 뿐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김 후보 측은 28일 강운태 무소속 광주광역시장 후보와 함께 "밀실공천은 안산과 광주시민이 심판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호남 표심을 공략했다. 안산과 광주에서 동시에 발표한 성명에서 두 후보는 김한길, 안철수 대표를 비난하면서 "시민들이 밀실야합 공천을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김 후보는 무소속 박주원 후보와 단일화도 이뤄냈다. 전직 시장인 박 후보는 새정치연합 공천에 탈락하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으나, 눈에 띄는 지지율이 나오지 않자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김철민 후보를 지지하는 야당 성향 40대 유권자는 "김한길, 안철수 대표가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무리한 공천을 했다"면서 "세월호 참사로 상중에 있는데 갑작스레 상주를 바꾼 것은 야당 대표들의 전횡"이라고 비판했다.

역대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승리한 적 없어

하지만 김철민 후보 측의 이런 기세에도 선거 분위기는 종반으로 갈수록 조빈주-제종길 간 양자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누리당도 같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역대 안산시장 선거에서 정당 후보를 제치고 무소속 후보가 당선하거나 2등을 한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두 정당 후보 간 박빙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측이다.

제종길 후보 측도 3자구도여서 상황이 어렵지만, 김철민 후보에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제 후보 쪽 관계자는 "인물론에서 비교가 안 된다"며 "세월호 참사로 초반 선거운동을 못해 인지도에서 열세였으나 갈수록 탄력이 붙는 중이고, 지역 단체들의 지지선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산 문화광장에서 만난 한 60대 시민은 "광주는 시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무소속 승리 가능성이 높지만 안산은 무소속 후보가 정당지지세를 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사표 방지 심리가 발동해 야당지지 유권자들이 무소속을 지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지역신문 기자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렸다. 그는 "전략공천에 논란이 있다고는 해도 처음에 모두 승복하겠다고 약속했던 것 아니냐. 그런데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당을 뛰쳐나간 것에 새정치연합 당원들의 비판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무소속의 김 후보가) 뒷심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물적인 면에서 (새정치연합) 공천 받은 제 후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선거 막판에는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 후보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후보가 최종 승자를 두고 다툴 것"으로 예상했다. 

비슷한 구도로 치러진 지난 1998년 지방선거 결과도 이런 예상의 근거가 되고 있다. 당시 선거는 시장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의 송진섭 시장이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해 지금처럼 3파전 구도로 치러졌다. 당시 송 후보는 현직 시장으로 인지도가 높았음에도 실제 득표율은 20%에 미치지 못했다. 최종 결과는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100표 차이로 이기고 당선될 만큼 정당 후보들 간 박빙 싸움이었다. 

결국 표의 확장성에서 무소속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정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이들은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부동표 대부분이 정당지지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무소속 후보가 새정치연합 후보를 떨어뜨릴 수는 있을지언정 자신이 당선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조빈주 새누리당 후보 "지역 일꾼 뽑아야""

새누리당 조빈주 안산시장 후보가 유권자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새누리당 조빈주 안산시장 후보가 유권자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조빈주 선거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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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도가 나쁘지 않게 흐르면서 새누리당 조빈주 후보 측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선거운동 시작 전은 어려웠지만, 이제는 해볼 만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조 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내부 분위기가 괜찮다"며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빈주 후보는 한껏 자세를 낮추는 모습이다. 28일 저녁 선거 캠프에서 만난 조 후보는 "가장 강력한 상대는 제종길 후보"라며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어려움이 많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안산에서 구청장을 역임한 조 후보는 "지역 정치가 몇몇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는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지역 공무원들도 우왕좌왕한 측면이 있었다"며 "지난 20년간 (안산시정을) 특정 정치세력이 주도하고 있는데, 지금 이대로 두면 안 된다"고 지역 일꾼론을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로서 이미지가 강한 조 후보는 "같은 돈을 갖고 어느 집은 저축도 하며 사는데 어느 집은 어렵게 산다"며 안산시정의 효율성 문제를 거론한 후 "바탕이 안 된 사람을 뽑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전략공천이 되기는 했지만 탈락한 후보들의 반발도 잘 수습돼 캠프에 결합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송진섭 전 시장이 새정치연합 제종길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에 대해 그는 "송 전 시장이 그간 쌓아온 이미지를 볼 때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송 전 시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많아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은 정당 지지도에서 새정치연합을 앞서는 점과 그동안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지 않은 지역 특성상 지지층의 결집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청 부근에서 만난 한 노년층 유권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한 후 가슴에 달고 다니던 추모 리본을 뗐다"면서 "국정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여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무소속 후보의 3파전 속에 세월호 참사로 도시 전체가 우울증이 빠진 안산 시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성하훈 기자는 2014 < 오마이뉴스 > 시민기자 지방선거특별취재팀에서 활동합니다.



태그:#안산시장, #세월호, #조빈주, #제종길, #김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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