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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1주일 가량 앞둔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광주보건소 2층 회의실. "하하하" "호호호" "헤헤헤" 자지러질 듯한 웃음 소리가 그치지 않고 1시간 내내 흘러나왔다. 회의실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실내는 깨끗이 치워진 채 둥그런 원을 그리며 배열된 의자에 할머니들이 20명 정도 앉아 있었다. 그들은 회의가 아니라 웃음치료 강의를 들으며 끊임없이 실습하는 중이었다.

웃음도 연습이 필요해

임정남 소장이 앞사람의 어깨를 주무르게 하며 "시원하게 살아라, 짜릿하게 살아라, 웃으면서 살아라"라고 주문처럼 외게 하고 있다.
▲ 시원하게 살아라 임정남 소장이 앞사람의 어깨를 주무르게 하며 "시원하게 살아라, 짜릿하게 살아라, 웃으면서 살아라"라고 주문처럼 외게 하고 있다.
ⓒ 허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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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회 박수...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 해병대 박수...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하하하, 허허허."

앞에서 분위기를 잡고 있는 강사는 임정남(58·여) 광주보건소장이었다. 조그마한 몸집에 부드러운 율동으로, 때로는 절도있는 제스처와 간드러지게 웃음을 토해내는 것까지 그녀의 웃음 강의는 할머니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이끌었다.

머리끝 정수리부터 얼굴과 가슴 사이 주요한 부위마다 지압하는 방식으로 '기억력이 좋아진다' '돈이 술술 들어온다' '나는 점점 예뻐진다' 등의 말을 주문처럼 외게 하기도 한다. 또 앞 사람의 어깨를 주무르고 두드려주며 반말로 '행복하게 살아라' '시원하게 살아라'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메가톤급 폭발력을 과시하는 웃음이었다.

단순히 웃기는 말로 혼자 개그를 하며 강의하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율동과 옆 사람과의 가벼운 접촉, 댄스 등 그는 1시간 동안 끊임없이 할머니들을 움직이게 하면서 웃음을 토해내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웃음도 연습이 필요해요."

임 소장은 호탕한 웃음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위해 이렇게 하나의 음을 끊어가며 연습을 시켰다.

"하, 하하... 호, 호호... 헤, 헤헤... 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

그는 결국 간드러진 웃음을 이끌어내며 트로트 가요의 녹음된 목소리에 맞춰 신바람을 이어나갔다.

"우리 소장님 귀엽죠?"

김우순(78) 할머니는 임 소장의 노련한 몸놀림에 대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조그만 몸에 축적된 엄청난 에너지가 긍정적인 힘과 웃음으로 발산되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수업의 후반부에는 크리스마스 캐럴 <징글벨>에 맞춰 좌우 앞뒤로 두 걸음씩 간단한 스텝을 밟으면 라인댄스를 췄다. 신나게 춤판이 끝나자 임 소장은 할머니들을 다시 자리에 앉힌 후 <소양강 처녀>로 노래와 율동을 함께 하며 마무리 짓기도 했다. 기자도 틈틈이 취재수첩에 현장을 스케치하며 할머니들 틈에 끼어 앉아 함께 수업을 받았는데, 별로 웃을 일 없이 지내던 중이라 상당한 치유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웃음전도사 가장 행복한 일

임정남 소장의 강의를 한 시간 동안 듣고 함께 노래하며 율동하다 보면 한 시간 동안 우울한 기분과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아가 버린다.
▲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웃음 에너지 임정남 소장의 강의를 한 시간 동안 듣고 함께 노래하며 율동하다 보면 한 시간 동안 우울한 기분과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아가 버린다.
ⓒ 허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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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치료사가 된 게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일이에요."

웃음치료사 임정남 소장은 함박 웃음이 떠나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웃음 치료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1990년대부터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웃으면 불안과 우울, 통증이 없어져요. 뇌에서 천연 모르핀이라 할 수 있는 엔도르핀이 생성되기 때문에 진통제 역할을 하죠. 웃음은 통증을 없애줄 뿐만 아니라 치매도 막아줍니다."

그래서 광주보건소에서는 치매예방사업으로 매주 월요일 한 시간 동안 웃음치료교실을 열고 있다며 굉장히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에 40주간 웃음치료를 받은 사람이 스트레스가 감소된다는 사실을 제가 확인하고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어요. 행복하지 않아도 마구 웃다보면 뇌에서 기분 좋은 호르몬을 내보내기 때문에 좋아집니다."

임 소장은 앞으로 고령화 사회가 되면 치매와 우울증이 제일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전망하면서 특히 할아버지들이 웃음치료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할 수 있기를 당부했다.


태그:#임정남, #경기 광주보건소, #웃음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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