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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낳고 대충 20일 정도를 품으면 부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한달 정도지나면 몸에 털이 나고  날려고 조금씩 날개 짓도 한다. 사람하고 친하게 하려고 가끔 꺼내어서 안아주고 눈도 맞추곤 한다.
▲ 올 9월12일에 알을 낳았고 10월7일부터 부화한 앵무새새끼들 알을 낳고 대충 20일 정도를 품으면 부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한달 정도지나면 몸에 털이 나고 날려고 조금씩 날개 짓도 한다. 사람하고 친하게 하려고 가끔 꺼내어서 안아주고 눈도 맞추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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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쪽 쪽~."

작은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온다. 부화한 지 20일이 넘은 새끼 앵무새가 밥을 달라고 하는 소리다. 아빠 엄마가 먹이를 주자 이내 조용해진다. 아빠 엄마 새를 새장 밖으로 내보내고 세 마리의 새끼들을 꺼내보니, 통통하게 살이 올랐고 어느새 털이 뽀송뽀송 자리를 잡아간다. 이번 새끼새들은 우리 집 '다산의 여왕'인 새삐가 다섯 번째로 낳은 새끼들이다. 나를 이리저리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쳐다본다. 밖의 세상이 무척이나 신기한가보다.

새끼들을 보니 가히 '다산의 여왕'답다. 다섯 번의 알을 낳는 동안 한 번은 부화에 실패했고, 네 번은 성공을 했다. 네 번의 성공으로 부화한 새끼들은 모두 11마리이다. 한 번의 실패에는 이유가 있었다. 올 여름 너무나 더워 거실에 있던 새장을 베란다로 옮긴 후 알을 낳았는데, 아마도 장소가 낯설어 알을 안 품은 듯하다. 하여 다시 있던 자리인 거실로 옮기자마자 바로 알을 또 낳았다.

첫 번째는 다섯 개의 알을 낳아 세 마리 부화에 성공, 두 번째는 네 개의 알을 낳아 세 마리 부화 성공, 세 번째는 베란다에서 다섯 개의 알을 낳았으나 모두 실패, 네 번째는 세 개의 알을 낳아 두 마리 부화 성공, 이번 다섯 번째는 네 개의 알을 낳아 세 마리 부화에 성공했다. 생각할수록 대견하다.

토토와 미미는 딸아이 집에서 잘 자라고 있다
▲ 올 4월에 부화한 토토, 미미, 쵸코 토토와 미미는 딸아이 집에서 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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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 두 번째 부화한 두 마리는 딸아이와 손자들이 좋아해서 그 집에 분양을 해주었다. 그리고 네 번째 부화한 두 마리는 새집에 분양을 했다. 그 두 마리의 이름은 도도와 레레였다. 분양을 하지 않으려 했으나 '다산의 여왕'인 새삐가 또 알을 낳기 시작하자 도도와 레레를 먹이도 잘 먹이지 않고 귀찮아 했다. 알을 또 낳자 모두 키우기가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도와 레레를 새집으로 데리고 갈 때에는 엄마 아빠 새한테 "얘들하고 산책하고 올게" 하고 나갔다. 아마도 숫자에 약한 새들이라 없어졌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새집으로 가는 도중에도 몇 번이나 도로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었다. 나를 쳐다보는 눈이 어찌나 애처롭던지. 마치 다른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아니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새집 주인하고 약속을 했으니 취소를 해도 새집에 가서 취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집 주인이 새를 보더니 "새가 어리네요. 좀 더 큰 놈으로 데리고 오지 그랬어요. 집에 큰 놈 있으면 바꿔가지고 오세요" 한다. "그래요? 그럼 안 팔래요. 얘네들은 두 달밖에 안 되어서 아직 정이 덜 들어 가지고 왔는데. 오면서도 도로 가려고 몇 번이나 망설였는데요" 하고 난 새를 도로 데리고 가려고 했다.

그러자 주인은 "아이 그럼 그냥 두고 가세요. 다른 집하고 약속을 해놨으니" 한다. 그러면서 새집 주인은 "다른 집들은 새가 알을 안 낳는다고 난리인데 어떻게 그렇게 집에서 부화를 잘 시켜요?" 하며 묻는다.

"그러게요. 새나 다른 짐승도 사람하고 비슷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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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무새들은 높은 곳을 좋아해서 에어컨 위를 아주 좋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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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를 거실에서 키운 뒤로 저녁이 돼도 거실에 불을 켜본 적이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원래 새들은 해가 지기가 무섭게 안식처로 찾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여 잠자리에 든 새들도 곤하게 자라고 불을 꺼주고 새집을 신문지로 모두 가려주었다. 사람이 잘 때 이불을 덮는 것처럼. 그런가 하면 겨울에는 입구만 남겨놓고 비닐로 추위를 막아주기도 한다.

여름에는 물도 하루에 두세 번씩 갈아주고 새집도 자주 청소해주었다. 모이도 해바라기씨, 좁쌀, 귀리, 홍화씨 등에 영양제도 섞어주었다. 또 이빨을 갈기 위해 돌이 필요하니 돌도 넣어준다. 특히 알을 부화할 때에는 먹는 물에 비타민 같은 영양제도 타서 따로 넣어주곤 했다.

새들이 알을 낳으려고 하면 종이나 지푸라기들을 입으로 잘 다듬어 꼬리 부분에 꽂고 제 집으로 들어가 푹신한 이불처럼 알 품을 자리를 만들어 놓는다. 아주 기가 막히게 잘 만들어 놓는다. 아무리 봐도 신기할 따름이다. 사람이 만들어주어도 그렇게 잘 만들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은 대부분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데 앵무새도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 집에 사람이 없으면 겁이 나서 둥지 안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우리 집 새들은 또 사람이 무엇을 먹으면 그것을 달라는 뜻으로 새집의 문을 열어달라고 부리로 새장 문을 들어다 놨다 한다. 새장의 문을 열어주고 어떻게 하나 보려고 주지 않으면 먹고 있는 입으로 와서 살짝 빼앗아 먹기도 한다.

우리 집 새들은 남편을 무척 좋아한다. 야단도 안 치고, 새장 문을 잘 열어주고, 자기들하고 잘 놀아주니 말이다. 남편이 들어와서 자기들을 아는 척하지 않으면 아는 척할 때까지 지저귄다. 아마 안 키워본 사람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새장 문을 열어주면 손 위에 앉아서 놀기도 하고 어깨에 올라와 놀기도 한다. 그렇게 노는 것을 좋아해서 한번 나오면 잘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요즘에는 "새삐야 들어가서 애기들 밥 줘야지" 하면 알아듣는 것처럼 들어가곤 한다.

그런 애교를 떠는 우리 집 앵무새는 거실에 불이 켜지면 끄라는 식으로 짹짹거린다. 그럼 불을 꺼주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도로 조용해진다. 야단을 치면 마치 그 소리도 알아듣는 것처럼 조용해지기도 한다. 예쁘다는 소리도 알아듣는 듯하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현관문의 번호를 누르는 소리를듣고 반갑다고 짹짹 소리를 내며 난리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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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가에 앉아서 망중한을 즐기는 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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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부화한 새끼들을 품고 있을 때였다. 정수기 관리하시는 분이 와서 "어머 새 키우시나 봐요. 새소리가 나네요" 한다. 난 "네, 요즘 새끼 품고 있어요" 하며 새끼들을 품고 있는 앵무새 앞으로 데리고 갔다. 난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서 새장 문을 열고 "새끼들은 저 안에 있는 둥지에 있어요" 하고 그에게 가르쳐주었다. 어미인 새삐가 무척 긴장하는 듯했다.

그는 "정말 저렇게 알도 낳네요. 신기해요" 하곤 돌아갔다. 그때부터 어미가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가끔 새끼들이 얼마나 컸나 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더니 그후부터는 내가 새끼들을 보려고 하면 나를 막 물려고 덤벼들기 시작해서 몇 번이나 물리기도 했다.

그 정수기 관리하시는 분이 새끼들을 빼앗아갈까봐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새삐한데 믿음을 쌓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여 요즘에는 새끼들을 보려면 미리 어미인 새삐한테 "새삐야 아기들이 얼마나 컸나 볼게" 하곤 새끼들을 꺼내보고 어미한테도 보여준다. 그리곤 잠시 안아주곤 제자리에 갖다둔다.

이젠 새삐도 내 노력을 알았는지 많이 믿고 있는 듯하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대충 했다가는 신뢰가 깨지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현재 우리 집에는 여섯 마리의 앵무새와 이번에 부화한 세 마리 새끼까지 모두 아홉 마리의 앵무새가 살고 있다. 여러 마리인지라 누가 누구인지를 알아 보기 위해 꼬리에 색연필로 표시를 해놓기도 한다.

새장문을 열어주면 화분의 흙을 먹기 때문에 화초가 남아 나질 않는다. 앞쪽이 뽀삐(아빠), 뒤쪽이 새삐(엄마).
▲ 이빨을 갈아야 하는 새들은 돌을 좋아한다. 새장문을 열어주면 화분의 흙을 먹기 때문에 화초가 남아 나질 않는다. 앞쪽이 뽀삐(아빠), 뒤쪽이 새삐(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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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놈이 알을 품을 때에는 수놈은 새장 문 앞에서 본능적으로 새끼들을 지키는 것처럼 그 앞을 떠나지 않고, 내가 손이라도 뻗으면 물려고 입을 확 벌려 덤벼들곤 한다. 무척 예민한 시기이기도 하다. 수놈이 먹이를 먹고 알을 품고 있는 암놈에게 가서 먹여준다.

그러다 알이 부화하면 수놈과 암놈이 번갈아가면서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여준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척척 하는 녀석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또 새들이 목욕을 하는 장면을 보면 참으로 깔끔하다는 생각도 든다. 새들이 우리 집에 온 지 3~4년쯤 되어간다. 그래서인가 녀석들은 우리가 자기들한테 무슨말을 하는지 대충 알아 듣는 것 같기도 한다.

아들은 "엄마 저 아홉 마리 다 키울 거예요?" 하며 묻는다. "글쎄 지금은 그럴 생각인데, 왜?" 하고 되묻자 "그래 다 키워봐요" 한다. 아들아이도 새들을 무척 예뻐한다. 집에 돌아오면 녀석들의 이름을 번갈아 불러가며 새장 앞에 가서 들여다보곤 한다. 그러면서 "엄마 이제 얘들도 우리 가족 같아" 한다.

"알을 낳고 부화하고 그 녀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면서 생명의 존귀함을 다시 한번 알게 했는데. 암, 가족이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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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장 안에 있는 엄마 아빠와 얘기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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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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