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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때, 홍익대 앞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주최한 <어바웃북스 :독립출판 마켓>을 간적이 있다. 그곳에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것부터 기상천외한 이름의 잡지까지 가득했다. 최근 들어 독립잡지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 중 자연과 소소한 사람들의 마음을 다루는 <그린 마인드>라는 잡지가 알게 됐다. 잡지를 펼쳐보니 초록색 식물사진이 가득하다. 이 잡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난 3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장혜영 편집인(26)과 김현정 디자인 담당(26)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독립잡지를 창간하고 싶었던 동갑내기 세 친구

<그린마인드>의 세 친구. 오른쪽부터 전지민, 장혜영, 김현정씨다.
 <그린마인드>의 세 친구. 오른쪽부터 전지민, 장혜영, 김현정씨다.
ⓒ 그린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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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씨는 독립잡지를 창간하고 싶다는 생각에 얼마 전, 홍익대 앞 <상상마당>에서 주최한 <마가진 가쎄>라는 수업을 들었다. 잡지창간에 사용할 아이템을 가져오라는 강사의 말에 원예학과 출신인 그녀는 자연에 관한 잡지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쯤 해서, 그녀는 우연히 잡지창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소설가 지망생 전지민(26)씨를 만났고, 그녀가 언론학과 출신인 장혜영씨를 데리고 왔다. 김씨는 학창시절 배 농사를 지은 경험이 있고 장씨와 전씨는 각각 어릴 적 산과 바닷가에서 자랐다. 그래서 자연이라는 주제는 쉽게 나왔다. <그린마인드>는 이렇게 창간되었다.

도시속의 삶은 팍팍하다. 빠르게 돌아가는 시간 속에 일상에서 지친 청춘들이 많다. 그런 청춘들에게  <그린 마인드>는 하나의 휴식처가 될 수 있다. 잡지 이름<green(자연) + mind(마음)> 에서부터 초록색이 느껴진다.

"우리가 지키고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하는 자연에 관한 이야기 더불어 건강한 마인드의 사람들을 만나서 소소하지만 그런 마인드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그린마인드>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건강한 마음에서 실타래를 풀어보는 것이죠"

잡지를 만드는 일에만 몰두하고 싶은 나머지 김씨는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일을 감행(?)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잡지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고 다시 직장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린마인드>만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예전에는 예술만 하는 사람들을 보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는 거죠. 그래서 요즘 조금 어른이 된 느낌도 받는답니다."

최근에 발행된 <그린마인드> 2호의 모습. 옆은 부록으로 나온 재생노트이다.
 최근에 발행된 <그린마인드> 2호의 모습. 옆은 부록으로 나온 재생노트이다.
ⓒ 그린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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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문제 있어도, 봉사단체에 기부까지...

독립잡지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문제다. 어떤 독립잡지라도 항상 고민되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독립'으로 운영되는 잡지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발행된 1, 2호 모두 거의 100%의 사비로 만들어졌다. 장씨는 잡지를 위해 적금까지 깼다.

더불어 잡지에 사용되는 종이는 재생지다. 재생지는 질적으로 우수하나 가격은 더 비싸다. "재생지가 질적으로 우수하나 가격이 비싼 건 참 아이러니하다"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나마 2호 제작비는 1호 때보다는 덜 들었다. 탤런트 김효진씨가 100권을 후원한 덕분이다. 한 지인이 유기견을 보호하는 봉사단체인 '행동하는 동물사랑'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김효진씨를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마침 김효진씨가 그곳에서 데리고 간 유기견 이름이 '그린'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김효진씨는 책을 후원하고 독자사진에도 흔쾌히 응했다. 이후 <그린마인드>는 이 봉사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정기구독자들이 보낸 금액에서 일부를 모아 보내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잡지를 구매자들에게는 별도의 부록이 증정된다. 1호 구독자에게는 동대문 상가에서 구입한 자투리 천으로 만든 에코 팔찌가 증정됐다. 이 자투리 천은 원단을 재단하고 규격에 맞지 않아 버려진 것들이다. 2호 구독자에게는 버려진 벽지로 재생노트를 만들어서 증정했다. 부록도 '자연'적이다.

"각각 200개씩 만들어서 기진맥진했지만 보람찼죠. 독자 분들도 굉장히 좋아하셨고요."

100%의 이르는 사비를 털어 잡지를 만들며, 봉사단체를 후원하고 구독자들에게 기념품까지 증정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인도영화 <세 얼간이>에 비유했다.

"가끔씩 보면 너무 다 퍼주는 거 같아서 바보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웃음)"

수많은 독립잡지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린마인드>만의 차별성이 필요하다. 최근 발행된 2호에서는 '자원순환의 날(9/6)', '재생지를 찾아서!', 동묘 앞 벼룩시장에서 시간여행을' 등 자연과 정겨운 삶의 이야기를 함께 다뤘다. 잡지 후반부는 [Special·주인공] 이라는 주제로 기고자들의 글도 함께 채워진다. '별사탕 왕자님'이라는 만화는 최근 있었던 녹조현상에 대해서 재밌게 풀어냈다.

"보통 환경 잡지는 사람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희는 사람의 감성도 가지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만화도 환경에 관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거고요. 이런 식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 우리 잡지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창간호에 실었던 '채식'에 관한 기사는 의미심장하다.

"베지테리안(채식주의자)이 vegetable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건강한', '완전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라틴어 vegetus에 어원을 두고 있어요. 그러니까 채식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건전하고 건강한 것을 추구해 지구 전체 생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잡지 만들면서 오히려 힐링을 받을 때도 있어요"

이들은 잡지를 만들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도시 속에서 살면서 자연의 삶을 갈망하고 그런 마인드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속에서 힐링을 받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현재 이들은 <그린마인드> 3호 준비 중에 있다. 항상 마감에 쫓기고, 출판과 홍보까지 하려면 힘이 들지만, 정기구독자들을 위해서 열심히 해야 된다며 해맑게 웃는다. "마감에 쫓길 때는 우리가 블랙마인드가 되더라고요. (웃음) 우리가 먼저 그린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잡지 앞 부분에 실려있는 독자들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잡지 앞 부분에 실려있는 독자들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 그린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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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는 이들이 직접 하는 것 이외에도 일반 독자들에게 이메일로 기고를 받고 있다. 이들이 직접 여러 블로그를 찾다가 좋은 글을 발견하면 블로거에게 기고를 부탁하기도 한다. 지난 여름에는 한 학생 독자가 자신의 이번 여름 방학 목표 중에 하나가 그린마인드에 글이 기고하는 것이라며 글을 보내오기도 했단다.

이들의 잡지에 대한 최종목표는 어떤 것일까. 독립잡지의 특성상 1년 이상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통 "몇 년은 살아남자' 라고 목표를 정할 수도 있지만, 저희 목표는 <그린마인드>가 성장하는 만큼 우리 멤버들도 함께 성장하는 거예요.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이 진짜 그린마인드가 되는 날까지 잡지는 계속 될 겁니다."


태그:#그린마인드, #독립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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