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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노조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력연구원이 나서서 부당해고 철회하고, 비정규직노조와의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노조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력연구원이 나서서 부당해고 철회하고, 비정규직노조와의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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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연 연구소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만든 노조까지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지어 노조에 가입한 한 비정규직 조합원은 '해고통보'까지 받은 상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대전충남본부 대전일반지부 한국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지회(지회장 임철홍, 이하 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노조)는 10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력연구원이 나서서 부당해고 철회하고, 비정규직노조와의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노조는 6개월여의 준비모임 끝에 지난 8월 말 설립된 신생노조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는 8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들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직접 고용하거나 사내 도급을 통한 용역회사에 소속되어 일을 하고 있다.

노조설립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원자력연구원 내에서 NTD반도체생산, 하나로 원자로의 안전에 밀접한 계통관리, 핵연료 생산, 방사선 계측기 검·교정 등 원자력연구원과 하나로원자로의 핵심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있는 노동자들이다.

즉, 청소와 시설관리 등 일반적인 개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다른, 정규직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일할 때는 방사선 업무 종사자, 고용과 임금에서는 현장 잡부

지난 2011년 2월 20일 오후 1시 발생한 '하나로 원자로 백색비상사태발령' 당시,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 원자로 내에 남아 있던 노동자들도 모두 이러한 중요 업무를 담당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는 것. 이들은 길게는 15년 동안이나 원자력연구원에서 일을 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일할 때에는 방사선 업무 종사자로서 엄격한 자세를 요구받지만, 고용과 임금에 있어서는 현장 잡부와 같은 대접을 받아왔다. 매년 수십억의 매출을 올리는 반도체 생산에 참여하여 원자력연구원의 재정에 이바지해 왔지만 이들의 임금은 제자리였고,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희망 속에 버텨왔지만 다시 용역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올 초에는 공공연하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높아 '잘라야 한다'는 말을 하고, 일방적으로 근무체제를 24시간 변형근로형태로 시행하는가 하면, 엄연히 원자력노임단가가 존재함에도 경력과 자격조건을 무시한 채 임금을 초급기능사 등급에 맞추어 대폭 삭감하려고까지 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차별'을 참다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조설립에 나서게 된 것. 하지만 노조설립이 가시화되자 원자력연구원 실·부장들은 '노조설립은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며 압박하고, 체육행사와 회식자리에서 이들을 제외하는 등 노조활동을 탄압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원자력연구원장과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연구원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고, 급기야는 한 노조원이 자신이 소속된 도급회사인 한신엔지니어링(주)으로부터 노조설립 1주일 만에 '해고통보'를 받고야 말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도급 회사인 한신엔지니어링(주)이 노조에 가입한 직원에게 보낸 '해고통보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도급 회사인 한신엔지니어링(주)이 노조에 가입한 직원에게 보낸 '해고통보서'.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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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하나로원자로 관련 용역계약을 맺은 A회사는 직원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갑자기 주B라는 이름의 법인을 분리하기도 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용역회사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노조탄압'의 결과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을 때는 원자력연구원의 한 식구처럼 대하고 조금만 불만을 이야기하고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찾으려고 하며 온갖 탄압을 가하면서 해고까지 서슴지 않는 것이 진정 국민과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원자력연구원의 모습이란 말이냐"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는 큰 용기를 갖고 이 자리에 섰지만 여전히 두렵다"면서 "그러나 원자력연구원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수천여 명의 출연 연구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차별받지 않고 제대로 대우 받을 수 있다면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당당하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하지 말고 대화에 나설 것 ▲노조가입을 이유로 조합원을 해고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 ▲노조를 인정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날 임철홍 지회장은 "우리는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10년이 넘게 해왔어도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온갖 차별을 받아왔다"며 "이러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해 보고자 노조를 설립하고 대화를 요구했으나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노조탈퇴 종용과 '해고통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상의 '대리사장'을 내세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즉각 대화의 장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고통보를 받은 강아무개씨는 "사장이 노조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말했고, 탈퇴할 수 없다고 하자 '해고통보서'가 날아왔다"며 "헌법에서도 보장된 노조활동이 어떻게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도급회사 사이 기계적 중립 불가피"

한편, 이 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설립과 활동 등에 대해서는 원자력연구원이 직접 고용한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개입할 근거가 전혀 없다"며 "따라서 비정규직 노조의 대화 요구에도 나설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 노조가 주장하는 '처우개선'은 현재에도 여러 채널과 대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연구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도급회사 사이에서 기계적 중립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조탄압 주장에 대해서도 "확인한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에 대해 그 어떤 압박이나 압력이 가해질 만한 언행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해고통보'와 관련 (주)한신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해당 직원을 해고하게 된 이유는 그 직원은 다른 직원들을 관리하는 현장소장으로서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노조에 가입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 탈퇴를 권했으나 이에 불응해 불가피하게 해고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일 이러한 회사의 조치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하다고 판단이 내려진다면 그대로 수용하겠다"며 "지금까지 직원들의 복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왔는데,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그:#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 #노조탄압, #비정규직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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