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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봄은 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주의·반인권·반환경·반평화를 뼈저리게 경험했지만 4천만 유권자 중 55.6%는 투표소에 아예 나가지 않았습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새누리당 대안으로서 자기 역할을 보여주지 못한 책임이 더 커지만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절대 권리인 투표를 포기한 2000만 유권자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야권연대가 새누리당에게 과반수를 내준 것이 많은 유권자들에게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이런 분노 와중에 안타까운 것 하나는 통합진보당과 함께 진보정당 한 축인 진보신당이 해산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진보신당, 해산 아쉬워...

 

진보신당은 지역구 당선 실패와 비례대표 24만2995표(1.13%)에 머물러 '지역구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2% 이상을 얻지 못한 정당은 등록을 말소한다'는 정당법 때문에 해산 '당'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진보신당이 살아남아 통합진보당과 함께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출했다면 여의도는 더 나은 진보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솔직히 진보신당은 통합진보당과 달리 '종북좌파'에 비켜나가 있어 대선 정국에서 새누리당과 조중동이 붉은 덧칠을 시도할 때 작은 방패막이가 될 수 있어 더 안타깝습니다.

 

사실 진보신당은 지역구에서 원내진출 문턱을 밟을 뻔했습니다. 경남 거제시에 출마한 김한주 후보는 32.96%를 얻어 31.69%를 얻은 진성진 새누리당 후보를 따돌렸으나 35.33%를 얻은 무소속 김한표 후보에 2190표 차이로 패배해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는 12일 "사회당과 통합한 저희 진보신당은 앞으로 노동, 학계 등과 함께 제2창당을 통해 새로운 진보좌파 정당으로 다시 국민들을 만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약속이 20대 총선 때는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친미 그리고 종북좌파 척결을 내세웠던 기독당 1.20%

 

하지만 다시는 국민 앞에 나타나지 말았으면 하는 정당이 있으니 기독자유민주당(이하 기독당·대표 김충립 목사)입니다. 기독당 역시 지역구 당선 실패와 비례대표 25만7164표(1.20%)를 얻어 역시 해체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기독당은 창당 당시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목사가 정치에 뛰어드는 것이 과연 기독교 정신에 맞느냐는 아주 원리적인 질문부터, 친미를 정당 이념으로 삼고, 종북좌파에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당을 창당하겠다는 주장을 비판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 체제로 남북통일을 이룩하려 하였으나 불행하게도 지난 10년 간 친북, 좌경을 옹호하는 정부가 들어서면서 친북, 좌경 세력들이 그 기간 동안 정권과 정부의 비호아래 그 세력을 강화하는 한편, 보안법 폐지, 미군 철수 및 전시 작전권 환수, 북한의 고려연방제 통일 방안을 수용하는 자세 등으로 국민간의 이념 갈등을 증폭시켜 사회를 혼란시키고, 특히 최근에는 각종 선거를 통하여 좌파세력이 정치, 교육, 행정에 깊숙히 파고들어 주도권을 잡기 위하여 혈안이 되고 있는 바, 이를 방치할 경우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 정치체제 존속이 매우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만 것입니다."(기독당 창당 선언문 중)

 

'사랑'을 위해 존재하는 기독교가 '친북' '좌경세력'에서 대한민국 구하겠다는 논리는 기독교 정신과 맞지 않습니다. 사랑은 그 어떤 이념도 안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한 이유는 친북, 좌경 세력때문이 아니라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공권력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1%와 99%로 나뉜 경제양극화, 4대강 삽질, 교육 줄세우기, 언론탄압 따위 입니다. 이게 '장로' 대통령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친북, 좌경세력 척결을 위해 기독당을 창당할 것이 아니라 통렬한 자기 반성부터 먼저였습니다.

 

기독당이 발표한 12대 정책 중에는 '교회가 납부하는 은행이자를 2% 이하로 낮추어 교회 채무를 100% 해결토록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종북좌파 척결도 있을 수 없었지만 이 정책은 쓴웃음이 나올 정도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유는 교회 부채 대부분은 무리한 예배당 건축입니다. 수십억, 수백억, 수천억 원 짜리 예배당을 지어놓고 은행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하는 교회가 생깁니다. 어떤 교회는 예배당 부지를 구입하기 위해 수십억 원을 빚냅니다. 빚을 내놓고 '하나님 영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하나님 영광이 아닙니다. 목사 자신의 영광일 뿐입니다. 한 마디로 교회 이자 2%는 목사의 영광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빌려 예배당을 더 화려하게 짓겠다는 탐욕을 선언한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기독당은 끝내 창당되었고, 일부 대형교회 목사는 기독당을 지지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북한이 장악한다면 일제 치하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될 텐데, 현재 김정일 아들 김정은과 남한 내 좌파세력이 가장 미워하는 것이 미국, 이승만 대통령, 재벌, 그리고 기독교다. 공산주의는 교회를 다 때려 부수고 있으므로 마귀의 사상으로, 우리가 적화통일 시도에 맞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기독자유민주당이 이번에 대거 국회로 들어가 적색당 국회의원 수염이라도 잡고 늘어질 용기를 갖고 사상무장·신앙무장에 힘쓰자."(3월 1일 김홍도 목사 '기독교 범교단 단체 및 애국 단체 연합 3.1절 기념대회' 설교 중)

 

이들이 만약 국회에 들어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기독당 의원들이 이른바 종북좌파 의원들 멱살잡이를 하는 모습이 방송과 사진을 통해 중계되었을 때 기독교는 환영 대상이 아니라 조롱 잔치를 받을 것입니다. 기독당이 원내 진출을 했더라도 교회가 납부하는 은행 이자 2% 이하는 실현 불가능하겠지만 법안을 내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침뱉는 일이 될 것인데 좌절했으니 다행입니다.

 

기독당 원내 진출 실패, 천만다행

 

'묻지마 투표'를 거부한 기독인들은 알았고, 외면했습니다. 한국교회는 자주 말합니다. '천만 성도'라고.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당사자 마저 틀린 숫자임을 잘 압니다. 많게는 800만 명, 적게는 600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십일조를 좋아하는 기독교인데 적게 잡아 600만 명의 십분의 일인 60만 명이 기독당을 지지했다면 원내에 진출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25만 명 만이 지지했을 뿐입니다. 특히 기독당 창당을 주도하거나 지지했던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시무하고 있는 교인수가 30만 명이 넘습니다. 한국교회 특성상 담임목사 영향력이 절대적인데 이들마저 기독당을 외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독당 창당 이념과 정책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자신들 지도자들에게 한 방 제대로 먹인 것입니다.

 

이번 기독당 원내 진출 실패를 보면서 한국교회는 뼈저린 자기 반성부터해야 합니다. 이런 이념으로 뭉친 기독정당이 창당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 친미니, 종북좌파 척결이니 하는 이념과 교회 부채 은행이자 2% 이하 달성 같은 목적으로 창당되는 기독정당이 없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기독당,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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