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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에 대해 '젊은 세대들의 뜻을 새기겠다'고 말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MB정권 '불통'의 상징인 어청수씨를 신임 경호처장에 내정해 비판이 쏟아진다.

27일 이명박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의혹'으로 물러난 청와대 경호처장에 어청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내정했다. 어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초대 경찰청장을 지내며 2008년 촛불집회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데 앞장섰으며, 광화문에 컨테이너로 '명박산성'을 쌓아 촛불집회 참석자들을 고립시켰다. '명박산성'은 촛불을 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이명박 정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또한 어 이사장이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이 된 지 2개월여 만에 청와대 경호처장에 내정 돼 '보은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측근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점에서도 문제를 안고 있다. 이날 지식경제부 장관에 임명된 홍석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도 KOTRA 사장에 취임한 지 100일도 채 되지 않아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에 대해 "재보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지만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민심이 이명박 정권의 불통, 무능, 부패 등에 대한 심판이었다.

무엇보다 선거 시기 불거진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는 아직도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의 뜻을 받아들인다면 내곡동 사저 문제부터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진상을 밝히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식 경호처장 인선으로 대충 얼버무리려 하고 있다. 더구나 후임자로 자신의 친위체제 강화에 앞장 설 수 있는 '불통의 상징' 어청수씨를 임명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반성은커녕 최소한의 문제의식조차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27일 방송 3사 보도에서 이에 대한 비판은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방송 3사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주요하게 전하면서도 이율배반적인 '어청수 내정'에 대해 어떤 비판적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방송 3사는 '청와대 감싸기'에 급급했다. KBS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변화를 예고한다"고 국정 운영이 크게 바뀔 것처럼 부각하고 나섰다. MBC와 SBS도 어청수 내정을 "청와대의 선거 후속조치", "내곡동 사저 의혹을 문책인사로 털고 가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나섰다.

<"젊은 세대 뜻 깊이 새겨">(KBS, 이영현)
<임태희 실장 사의 "선거 책임">(MBC, 이주승)
<대통령 실장 사의 시사>(SBS, 최재식)

KBS <"젊은 세대 뜻 깊이 새겨">(이영현 기자)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전하며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 사례로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시간을 두고 있고, 대북정책과 경제정책 등도 "변화된 민심을 고려해 신중한 재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어청수 내정'은 뉴스 말미 간추린 단신 <지경부 장관 홍석우·경호처장 어청수 내정>에서 "신임 경호처장에는 경찰청장 등을 역임한 어청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내정했다"는 언급에 그쳤다.

MBC와 SBS는 '어청수 내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MBC도 <임태희 실장 사의 "선거 책임">(이주승 기자)에서 서울시장 선거 패배에 대해 "이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민생을 챙기겠다고 밝혔다"며 "우선 교체요인이 있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이번 인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사저논란 때문에 물러난 김인종 경호처장 후임에는 어청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명했다"고 단순 전달한 뒤, "선거결과에 따른 후속조치가 청와대에서 먼저 나오면서, 여권의 쇄신 움직임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청와대의 인사를 '선거 후속 조치'로 부각했다.

SBS <대통령 실장 사의 시사>(최대식 기자)는 이 대통령이 경호처장 후임으로 "통상 군이 맡아왔던 경호처장에 경찰 출신인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임명했다"며 "선거 패배의 한 요인으로 지목돼 왔던 사저 의혹 문제를 인책인사로 털고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호처장 인책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내곡동 사저에 대해서는 아직도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보도는 이런 문제점은 일절 따지지 않았다. 이어 "젊은 세대들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선거패배에 대한 반성과 후속 조치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을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방송브리핑 입니다. 기사 내용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어청수, #명박산성, #내곡동 사저, #경호처장,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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