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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김좌진 장군 묘소 앞 묘비
 백야 김좌진 장군 묘소 앞 묘비
ⓒ 제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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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김좌진 장군의 묘소 앞 생애비 내용을 친일문학가로 이름을 떨친 팔봉(八峰) 김기진(金基鎭·1903~1985)이 지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 독립애국지사의 생애를 대표적 친일문학인이 정리해 소개한 셈이다.

지난 22일 백야 김좌진 장군(1889∼1930)의 청산리전투 승전 90주년을 맞아 묘역이 있는 충남 보령시 청소면 재정리 장군의 묘역에서 추모제향 행사가 열렸다. 이날 제향에는 이시우 보령시장을 비롯 손녀 김을동 씨 등 유족 및 주민 500여 명이 참석했다.

1957년 이장하면서 '친일 묘비' 세워져

제향제가 열린 비슷한 시기, <오마이뉴스>에 김좌진 장군의 묘비를 친일문학가로 활동했던 팔봉 김기진이 썼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었다.

팔봉 김기진은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를 만들었으나, 1940년 무렵부터 수필·시·시조·평론 등 친일작품을 발표했다. 1944년 조선문인부국회 상무이사 겸 평론수필부 회장, 1945년 조선언론보국회 이사에 선출되는 등 친일 문예조직의 중추적 인사로 활동했다.

백야 김좌진 장군 묘소 앞 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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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김좌진 장군의 묘소는 홍성군 서부면 이호리에 있었다. 하지만 1957년 장군의 부인이 타계하면서 현재 장소로 합장·이장했다. 바로 이때, 팔봉 김기진이 장군의 생애를 소개하는 글을 작문했다.

비문 앞면에는 "대한독립군총사령관 백야 김좌진 장군"이라고 썼고, 뒷면에는 약 300여 자 남짓(세로 7행)으로 장군의 생애를 정리했다. 묘비에는 팔봉 김기진이 글을 썼다는 사실도 새겨져 있다.

이와 관련 묘소를 관리하고 있는 보령시청 관계자는 "묘비 글을 누가 지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야 김좌진 장군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미래희망연대 김을동(김좌진 장군의 손녀)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께서도 묘비에 새겨진 글을 유심히 보지 않아 친일문학가인 팔봉 김기진이 지은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며 "친일 문학인의 독립애국지사의 묘비를 쓴 것 자체가 맞지 않는 만큼 현지에 내려가 사실여부를 확인한 후 시정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묘비를 새길 당시에는 김기진의 친일행각이 드러나지 않아 관계자들이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좌진 장군의 묘소는 충청남도 기념물 제73호로 지정돼 있으며 보령시에서 1974년부터 장군묘역 성역화사업을 추진, 청산리대첩일 시기인 10월 22일에 매년 추모 제향 행사를 열고 있다.


태그:#김좌진, #팔봉, #김기진, #묘비, #김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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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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