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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락킹 매거진(www.roking-korea.com)
 사회적 기업 락킹 매거진(www.roking-korea.com)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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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마지막 주였던 27일, 핸드폰으로 문자 하나가 띠리링 왔습니다. '락킹 매거진'의 편집장 박상아(29)씨의 문자였습니다.  

"28일 락킹 매거진이 나와요. 사무실 놀러오세요."
"우와. 정말요?"

락킹 매거진 3호가 나왔다는 말에, 괜히 반가웠습니다. 그 연락이 반가운 이유요?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락킹'은 평범한 잡지 회사가 아닌, 해외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사회적 기업이기 때문입니다(관련기사 : 통장 잔고 2100원으로 여자 셋이 뭘 하느냐고요?).

락킹은 20대 여성 3명(상아,사라,정윤)이 의기투합해 대한민국을 알리는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곳입니다. 사람 수가 적다고 'A' 할 일이 아닙니다. 하는 일이 'O' 소리 날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이죠. 그녀들은 해외의 한인들과 연계해, 락킹 잡지를 해외 글로벌 기업과 외국 유수 대학 카페테리아에 배치시키고 있습니다.

락킹 사무실에 걸려있는 사이버외교 사절단 반크(http://www.prkorea.com/start.html) 의 대한민국 'Vision of korea' 지도
 락킹 사무실에 걸려있는 사이버외교 사절단 반크(http://www.prkorea.com/start.html) 의 대한민국 'Vision of korea' 지도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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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하지 못하는 특별한 일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락킹 매거진. 전 지난해 가을, 락킹을 만든 3인방을 인터뷰하며 인연을 쌓았습니다, 당시 이 대단한 젊은이들의 열정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속으로 '진짜, 멋있는 일 하네'라는 감탄사를 계속 연발했을 정도였죠.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됐습니다.

많은 잡지사가 그렇듯, 열악한 경제 사정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얼마 전, 락킹에게 "저희 사무실 이전해요"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괜히 걱정이 됐습니다. '이 여자들, 좋은 일 하다가 망했구나'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좀 더 크고 괜찮은 곳을 찾아간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을 알리는 잡지'에 대한 사회적 반향이 꽤 커서 이곳저곳에서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그런 기분 좋은 일 덕분일까요? 그녀들은 1월 말. 폭풍 마감을 거뜬히 이겨내고 빛나는 락킹 3호를 완성 시켰습니다.

해외로 보내진 내 기사! 마음이 뿌듯해지다

제가 쓴 기사, 락킹 3호에 실려 통해 외국인 독자들을 만난답니다.
 제가 쓴 기사, 락킹 3호에 실려 통해 외국인 독자들을 만난답니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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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락킹 3호는 제게도 특별했습니다. 락킹의 컨트리 뷰터로 참여해 기사 하나를 썼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사냐고요? 기사 제목은 '한국 속 세계를 즐겨라'인데, 기사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남해 독일 마을 등, 한국 속 외국마을을 소개하는 기사입니다.

락킹 편집장에게 기사 하나를 써달라는 부탁받았을 때 대한민국을 알리는 일에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꼭, 쓸게요!"라고 잴 것도 없이 승낙을 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보여줄 기사를 쓰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썼던 기사랑 스타일이 많이 달랐고, 기사가 외국에 보내진다고 사실에 괜한 부담이 들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부탁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쩔쩔매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열정을 쥐어짜낸 끝에 마감시한에 딱 맞춰 기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애착을 갖고 쓴 기사였기에, 이후 잡지가 완성됐다는 소식을 들고 마음이 한없이 들뜰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락킹 편집장님의 의례적인(?) 놀러오라는 말에 '진짜가도 돼요?'라고 되묻고는, '잡지를 받아 볼 겸' 진짜 락킹 사무실로 찾아가게 되었죠. '오셔서 포장 도와 주세요,'라는  편집장님의 말이 살짝 걸리긴 했지만, '설마 진짜 시키겠어?'라고 생각하며 기분좋게 사무실에 들렀죠. 

그런데 이날 락킹 사무실에는 상아, 사라씨 외에도 한 사람이 더 있었습니다. 사회적 기업 콘테스트에 입상한 락킹을 지원하는 엄종환씨(SK텔레콤 사회적기업 사업단)였습니다. 날이 날이다보니, 락킹 3호 완성 기념(?) 저녁 식사를 같이 하며 락킹의 발전방향에 대해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락킹의 박상아, 변사라, 그리고 SK텔레콤 사회적기업 사업단 엄종환씨.
 락킹의 박상아, 변사라, 그리고 SK텔레콤 사회적기업 사업단 엄종환씨.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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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킹의 사라, 상아씨. 그리고 종환씨는 식사를 하며, 대한민국을 알릴 방법을 고민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그런 이들을 보며, 그동안 '취업 고민'에만 빠져 있었던 제가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젊은 날에는, 취업보다 중요한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전 그동안 잊고 있었나 봅니다. 그렇게, 큰 자극을 줬던 식사를 마치고 전 락킹 사무실에 들러 잡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게 이번호 락킹이에요. 보기 어떤가요? 한번 읽어보세요."
"넵. 알겠습니다."

잡지를 찬찬히 펼쳐보니 16- 21P에 멋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기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마, 제가 쓴 기사라 더 관심이 가는 모양입니다. 마음이 뿌듯합니다. 열심히 쓴 기사가 영어로 번역돼 잡지에 실린 것을 보니 감동이 밀려온 것이죠. 그 마음이 식을 새도 없이 10P에 소개된 컨트리 뷰터란을 보고 또 한 번 마음이 따뜻하게 데워졌습니다.

릭킹 컨트리뷰터 소개에 나온 내 소개. 마음이 뿌듯해지는 순간이다
 릭킹 컨트리뷰터 소개에 나온 내 소개. 마음이 뿌듯해지는 순간이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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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짧은 영어실력으로,'계속, 같이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해석한 구절에 괜히 울컥한 것이죠. 그래서 제 기사와 소개하는 글을 계속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진성씨! 왜 다른 기사는 안보고 본인기사만 계속 읽어요?" 라는 물음에 조금 뜨끔했지만, 그래도 좋은 건 어쩔 수 없으니까요.

밤을 잊은 야간 작업! 산업재해(?)에도 기분 좋은 이유

'락킹 매거진을 받겠다'는 소기의 목적(?)을 이룬 전, 잡지를 받아들고 집에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무실 안에 어마어마한 잡지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엄청난 수량의 잡지 포장 작업을 락킹 3인방, 그리고 락킹의 마스코트 개 '뮤직'까지 넷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냥 모른척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포장작업 같이해요!"라고 할 수 밖에 없었죠.

밤늦게 까지 계속된 포장작업
 밤늦게 까지 계속된 포장작업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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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킹 매거진의 마스코트 개 뮤직. 밤늦은 야간작업에 졸린 모습이다.
 락킹 매거진의 마스코트 개 뮤직. 밤늦은 야간작업에 졸린 모습이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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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킹 매거진을 해외로 보내기 위한 야간 포작 작업중
 락킹 매거진을 해외로 보내기 위한 야간 포작 작업중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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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밤을 잊은 야간 포장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이까짓 것, 단번에 끝내겠다고 의욕이 충만했었지만 잡지를 포장 박스 별로 10장, 20장씩 나눠서 넣는 작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포장 박스가 거칠어 손에 상처가 나기 일쑤였습니다. 포장 작업을 했던 정윤씨는 물론, 옆에서 거들던 저까지 종이에 베여 손에 상처가 생겼습니다. 그런 우중충하고, 난감한 상황에서 정윤씨가 한마디 던집니다.

"어머, 괜찮아요? 산업재해네요. 얼른 산재 신청하세요."

"네? 산재요? 하하하"

산업재해란 말에 그만 웃음이 터졌습니다. 듣고보니 정말 산재는 산재였습니다, 하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은, 이상한 산재입니다.

우리들의 고생을 거쳐, 잡지가 외국인들에 큰 사랑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 희망을 안은 포장작업은 밤 늦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됐습니다. 

락킹의 마스코트 뮤직이 의리도 없이 잠이 들어버린 밤, 포장 작업은 늦은 새벽 1시까지 계속됐습니다. 야간 작업에 몸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깔끔하게 포장된 잡지를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 고생을 거쳐 28일 그리고 29일의 포장 작업을 통해, 락킹 3호의 포장 작업은 짜잔 완성됐습니다. 지금 현재, 락킹은 이제 해외로 비행기를 타고 외국인들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설날 연휴를 넘긴 2월 초, 락킹 은 해외로 배송에 성공,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있는 중입니다.

제 기사가 실린, 락킹 3호가 외국인들을 만나러 갑니다
 제 기사가 실린, 락킹 3호가 외국인들을 만나러 갑니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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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제 기사를 본 외국인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내 기사를 보고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인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분명 기사에 감동받은 외국인도 있을거야!' 하는 능청스런 생각도 불쑥불쑥 튀어나옵니다.

유쾌합니다. 작은 노력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뜻있는 일을 했다는 것이 기분을 즐겁게 합니다. 남들에겐 작은 일일지 몰라도, 제게는 해외로 수출된(?) 기사로 인해 정말 행복한 하루가 됐습니다. 대한민국을 알리는 락킹 매거진이 많은 외국인들에게 사랑받길 기원해봅니다.


태그:#락킹 매거진, #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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