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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한 문화자원을 갖고 있는 곳이다. 용인시청 청사 내를 비롯해, 수지 등 곳곳에 있는 공연장은 여느 지역과 비교해 봐도 우수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용인시에 소재한 문화재가 방치되는 모습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문화재 주변에 가득한 말라버린 덤불이며 누군가 갖다 놓은 농기구 등, 이렇게 문화재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에 울화가 치민다. 많은 문화재를 보았지만, 이렇게 황당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264번지에 가면,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42호로 지정된 공세리 오층석탑이 있다. 탑안마을이라고 하는 곳에 서 있는 이 공세리 탑은 내가 몇 년 전부터 찾아다닌 것이다. 몇 년 전 이 탑을 보기 위해 여러모로 힘을 썼지만 찾지를 못했다. 그러다 지난 26일 답사 길에서 만난 공세리 탑은 혼자 독야청청하게 서 있었다.

 

 

백제계열의 고려 석탑인 '공세리 오층석탑'

 

공세리 오층석탑은 백제탑을 모방한 고려시대의 탑으로 보인다. 높이 2.5m의 이 석탑은 절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옛 절터였을 것으로 추정하는 곳에 서 있다. 그 옆에는 목이 잘린 석불 한 기가 마른 덤불 속에 방치되어 있다. 탑 앞에 서 있는 문화재 안내판에 이 석불의 머리가 없다는 얘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석불이 지금처럼 머리가 사라진 형태는 아니었나 보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

 

'높이 2.5m의 이 탑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옛 절터에 불상과 함께 보존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백제계 석탑을 계승한 고려시대 석탑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탑은 지대석에는 연꽃문양이 조각되어 있고 윗면에는 낮은 받침이 있다…(하략)'

 

이와 같은 설명을 볼 때 무너져가고 있는 담장 밑에 방치되어 있는 목 없는 석불 한기가 같은 절터에서 발견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공세리 오층석탑과 불상이 있는 곳 가까이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몇 년 전 이 탑을 찾으려고 왔을 때, 아파트를 짓느라 부산했다. 일설에는 이곳이 예전에 안양사라고 하는 절터였다고 하는데, 공세동 오층석탑이 아파트 공사를 하기 이전부터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아파트를 지을 당시 예전에 있었다는 절터에 대한 조사를 좀 더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또 도로정비 등 다른 곳에는 많은 예산을 쓰고 있는 지자체에서 이렇게 문화재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름 섬세한 고려시대의 석탑

 

이 공세리 오층석탑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면 고려시대의 석탑으로는 상당히 정교하게 조성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기단부는 네모나게 조성을 해 연꽃문양을 둘렀는데, 상면만 땅 위에 보일뿐, 나머지는 흙에 묻혀 있어 제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주변을 정리하고 흙이라도 좀 파냈다면 한결 보기가 좋았을 것을. 상층 기단부는 앞뒤의 판석이 떨어져 나갔다. 기단의 각 면에는 우주가 새겨져 있다. 탱주가 없는 것은 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몸돌은 모두 오층으로 조성이 되었는데, 일층의 몸돌은 크고 이층부터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일층은 탑 몸돌과 덮개석을 따로 제작했는데, 이층부터는 몸돌과 덮개석이 한 장의 돌로 꾸며졌다. 지붕돌은 3단의 받침을 두었으며, 그 위에 추녀를 두었는데 처마꼬리가 약간 위로 치켜 올려졌다. 비록 일부가 사라지기는 했지만, 약간 치켜 올라간 처마 등 나름 멋진 석탑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륜부는 모두 사라져 어떠한 형태였는가를 알 수가 없음이 아쉽다. 이제라도 공세리 오층석탑 주변을 정리하고, 문화재다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인근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이 이런 모습을 본다면, 우리 소중한 문화재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갖게 될지 걱정스럽다. 가뜩이나 문화재가 홀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요즘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공세동, #오층석탑, #용인, #문화재자료, #고려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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