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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서 생후 4개월 된 영아가 모유를 먹은 후 모유가 식도를 통해 역류해 기도가 막혀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어린이집 원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북 완주군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A(45)씨는 방 3개와 거실로 이뤄진 아파트 공간을 이용해 보육교사들과 함께 18명의 영유아를 맡아 보육해왔다.

그런데 지난 2007년 9월13일 보육교사가 생후 4개월 된 영아에게 모친이 가져온 160cc 정도의 모유를 먹인 후 원장방에 눕혀 혼자 잠을 자도록 했다. 다른 아이들의 소음으로 잠에서 깨거나 다른 아이들이 영아를 건드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영아가 잠이 들고 15분 정도가 지나 A씨가 방안에 들어갔을 때 영아는 엎드린 상태에서 숨을 쉬지 않고 피부색도 변해 있었다. 먹은 모유가 역류해 기도를 막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A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한 다음 인공호흡 등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에 후송해 치료를 받게 했으나 다음날 숨지고 말았다.

이로 인해 A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전주지법은 지난 2월 "생후 4개월에 불과한 영아는 매순간 각별한 보살핌에 필요하기 때문에 모유를 먹고 잠이 든 피해자를 면밀히 살폈더라면 자다가 뒤집거나 모유가 역류하는 등으로 호흡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더 빨리 목격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며 A씨에게 금고 10월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피해자에게 우유병으로 모유를 먹인 후 트림을 시켜 얼굴을 위로 해 재웠고, 피해자를 방에 홀로 둔 시간이 15분으로 매우 짧으며, 피해자의 이상을 발견한 즉시 적절한 응급조치를 했으므로 우리나라의 보육여건상 과실이 없음에도 피고인에게 과도한 주의의무를 요구해 과실은 인정한 원심의 판결은 위법하고, 비록 죄가 되더라도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인 전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A씨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형량이 무겁다는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깨고,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막 뒤집기를 시작한 피해자에게 모유를 먹여 재우는 경우 수면 중 구토를 해 기도폐색 가능성도 있고, 그 경우 4~5분 정도만 방치되더라도 사망 등 치명적인 위험을 야기하며, 특히 피해자의 경우 감기로 인해 코로 숨쉬기도 불편했기에 그 가능성이 더 높은 상태였으므로 보육시설 책임자인 피고인은 직접 또는 다른 보육교사들로 하여금 모유를 먹인 후 재운 피해자의 동태를 지속적으로 관찰시켜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즉시 구호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평소 영아를 재우는 것과 같이 피해자를 원장방에 눕히고 방문을 닫은 채 15분 가량 홀로 방치하도록 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를 보육함에 있어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며 "따라서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은 판단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양형부당과 관련,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 생후 4개월 영아가 사망하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자녀를 잃은 부모의 슬픔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인 점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 인정되나, 피고인의 보육시설 규모나 환경에 비춰 볼 때 과실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이상 증세를 보인 피해자를 발견한 직후 적절한 구호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점, 피해자의 부모에게 애도하는 마음으로 20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1심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어린이집, #영아, #업무상과실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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