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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업체인 에이미트(박창규, 57)가 지난 10일 영화배우 김민선 씨와 MBC 엄기영 사장, 그리고 'PD수첩' 제작진 5명(조능희 CP,송일준 PD,김보슬 PD,이춘근 PD,김은희 작가)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에이미트 측은 "김민선의 악의적 발언과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의 왜곡 보도로 매출액이 크게 떨어진 데 대해 3억 원을 배상하라"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소비자 김민선... 가만 놔둬라

 

김민선 씨는 지난해 5월 광우병 파동으로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자신의 미니홈피에 "잠복기 역시 예측할 수 없어서 일이 불거졌을 때는 이미 늦었다"며, "광우병 소를 뼈째 수입하느니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다"는 글을 올렸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는 탤런트 이준기씨나 박용하씨 등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 시위를 지지하는 의사를 표현하는 등, 연예인이나 정치인, 학자 등 수많은 소비자들이 반대 의견을 피력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1년이 훨씬 지난 사안에 대하여 배우 김민선 씨만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의도가 미심쩍다. 그 당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알리고, 수입반대에 뛰어든 많은 국민들이 있었다. 미니홈피만이 아니라 '다음 아고라' 등의 열린 공간들을 통하여 자신의 반대 의사를 피력했던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를 대며 안전을 담보한다고 주장하는 어떤 견해들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반대는 계속되었다. 그것은 작은 것이라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는 쇠고기를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별히 어린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광우병 인자로부터 우리나라의 미래를 안전하게 지켜내자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움직임의 한 귀퉁이에 영화배우 김민선씨가 있다. 에이미트 측이 "김민선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선동을 했다"고 소장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한 소비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진솔하게 피력한 것뿐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한, 특히 뼈째 수입하는 것을 반대한, 연예인들이나 정치인들, 사회지도층 인사, 학자 등은 그들의 유명세를 힘입어 그런 의견을 낸 것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 반대 의견을 냈던 것이다. 특히 김민선 씨의 경우 미니홈피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낸 것이니 더욱 소비자 개인의 의견인 게 맞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부진 원흉?

 

우파단체와 우파인사들은 이번 소송을 제기한 에이미트를 적극 거들고 나섰다.

 

'자유주의진보연합'(이하 '자유진보')은 11일 논평을 내고 "무분별한 허위사실 유포로 한 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가 이제까지 없었다"며 김민선 씨를 상대로 한 에이미트의 손해배상소송을 환영하고 나섰다.

 

'자유진보'는 이어 "이번 소송은 무분별한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해 한 기업이 얼마나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라며 "김 씨는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분명히 보여야 할 것"이라며 거들고 나섰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역시 1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이제 악의적인 한마디에 책임을 져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이어 "지난 광우병 파동 때 연예인의 한마디가 마치 화약고에 성냥불을 긋듯이 가공할 만한 쓰나미를 몰고 온 것을 기억한다"면서 '한마디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전 의원은 "연예인 김 모씨의 ´악의적인 한마디´에, PD수첩의 왜곡보도에 미국산 수입업체가 무려 15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사실에 기초하는지 매우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 과학적인 사실을 근거로 하지 않은 주장이기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반대를 하려면 과학적인 사실인지 아닌지부터 증명하라는 것인데,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반대와 찬성이 다 과학적인 근거 아래 이뤄지고 있는가 반문하고 싶다. 법대로(과학대로) 한다면 어째서 국회에서는 그리 싸움판이 벌어지는 게 다반사인가 묻고 싶다.

 

배우 김민선 씨의 미니홈피 의견은 그야말로 배우라는 공인으로 한 것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나서 한 것도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 말한 의견일 뿐이다. 그것이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발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의견개진을 미국산 쇠고기 판매부진을 야기한 원흉쯤으로 모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기업의 횡포... "터무니없는 폭력"

 

에이미트 측은 "자신의 잘못됐음을 시인할 수 있어 1년을 기다렸지만 현재까지 다른 발언은 없어 소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2007년 63개였던 가맹점이 PD수첩 방송과 김 씨의 발언 이후 현재까지 16개로 줄었다는 주장 또한 덧붙였다.

 

'미디어행동'은 이번 소송에 대하여 11일 성명을 내고, "이제 '소비자 불매운동'에 대한 탄압을 넘어, 소비자가 '상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아도 소송의 위협에 시달려야 하는가"라며 "참으로 어이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미디어행동'은 이어 "누구나 소비자로서 상품에 대한 불만을, 시민으로서 정부에 대한 비판을 토로할 권리가 있다"며 "영업 손실을 김민선 씨에게 지우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김민선씨에 대한 에이미트 측의 소송을 계기로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정부나 기업에 의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이나 인터넷 등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 되면서 기업도 이에 힘을 입어 이런 유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김민선 씨가 지난해 미니홈피에 글을 올린 게 5월이고 같은 해 7월 <조선>과 <중앙>은 일제히 미국산 LA갈비가 없어서 못 판다고 설레발을 떨었었다. <동아>도 "부산, 美 LA 갈비 '없어서 못판다'는 제하의 기사를 같은 해 9월에 실었었다. 그러더니 요즘 들어 미국산 쇠고기 소비가 주니까 이런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정부의 인터넷규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에이미트 측의 배우 김민선 씨 상대 소송은 그야말로 원인과 결과가 불분명한 법적 소송에 기업이 소비자 개인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전례가 될까 염려된다. 또 다른 김민선이 제이제삼 나오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이 소송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 세종뉴스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민선, #에이미트, #손해배상소송,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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