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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녹지공간이 얼마나 있을까요?

 

'세계 보건기구'라는 데가요. 사람들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서는 도시에도 최소 일인당 3평 정도의 생활녹지가 필요하다고 권장하고 있대요. 근데 서울에는 과연 그만한 녹지 공간이 있을까요? 있을리 없죠. 권장치의 딱 절반수준이래요. 도심내 일인당 녹지 넓이가 세계 122위래나 뭐래나….

 

덕분에 주말에 흙을 밟으면서 꽃과 풀이라도 보려면 몇 시간씩이나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야만 하는데, 시간이나 비용이나 얼마나 큰 낭비예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막 답답해지면서, 내가 얼마나 호강을 하려고 이 서울에까지 올라와있나 하는 회의를 하곤 해요. 새마을 운동 이후로 허리띠 질끈 졸라매고 줄곧 개발 개발만 외쳐 온 결과죠 뭐.

 

하긴 덕분에 오늘 우리가 등 따숩고 배부르게 잘 살고 있으니 과거 세대를 원망만 할 건 아니죠. 대신에 다음 세대를 위해서 풀이랑 나무가 많은 휴식공간을 마련해야 하는게 우리 몫이 아닌가 싶어요.

 

도심속 자연, 상암동 월드컵공원

 

오늘 찾아간 상암동 난지도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서울에서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공간 중 하나예요. 300개 가까이 되는 나무계단을 끙끙대면서 올라와 보면요. 하늘공원이라는 그 이름 그대로 하늘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져요. 그 듣기 싫던 자동차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고, 도심의 빌딩 숲도 저 멀리 아스라하게 보일 뿐인게 과연 여기가 서울 맞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하늘공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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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현

지금은 그냥 억새풀로 무성한 동산으로 보이겠지만, 여기는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산이 아니에요.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곳 난지도는 서울시에서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가 모이는 쓰레기 매립장이었어요. 1970년대 이후로 급격하게 휘몰아치던 산업화, 도시화의 물결만큼 늘어난 쓰레기들이 지층처럼 꾸역꾸역 쌓여간 곳이라 할 수 있죠.

 

사실 말이 좋아 매립이지, 흙을 파서 쓰레기를 덮어 묻은 것도 아니고 생활쓰레기부터 산업폐기물, 건설폐자재까지 세상의 쓰레기란 쓰레기는 구분 없이 그냥 죄다 쌓아놓은 것에 불과해요.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규모의 거대한 쓰레기산이었다네요.

 

쓰레기산이 생태공원으로

 

얼마나 비위생적이었겠어요. 태산 같은 쓰레기가 썩어 들어가면서 악취가 진동을 하죠. 유해가스 때문에 걸핏하면 화재가 발생해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소방차가 출동해야 했었대요. 그뿐인가요. 쓰레기가 썩으면서 흘러나온 침출수 때문에 한강물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될 지경에 이르렀다네요.

 

그러던 90년대 말, 2002년 월드컵 개최가 확정되었어요. 이 죽어가는 땅에다 월드컵 주경기장을 짓고 공원을 조성한다는 참 가당치도 않은 개발 계획이 발표되더니, 정말로 이렇게 친환경적인 생태 공원이 생겨난 거예요.

 

쓰레기산 위에다 흙을 덮고, 풀과 나무를 심어 공원을 꾸몄구요. 오염된 침출수를 받아다 정화하는 장치도 세우고, 쓰레기가 썩으면서 배출되는 가스를 연료로 인근 주택과 사무실에 난방열을 공급할 수 있게끔 만들기도 했어요. 멀쩡한 땅을 세계 최악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다 죽여 놨다가, 또 몇 년만에 쓰레기의 쓰자도 찾을 수 없는 생태공원으로 되살려 놨으니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다이나믹하군요.

 

노을공원은 뭐하다 이제서야 문을 열었나요?

 

제가 아까 난지도의 쓰레기산이 두 개라고 했었잖아요. 그 중 한 개가 이미 널리 알려진 이 하늘공원이구요. 나머지 하나는 지금 올라가 볼 노을공원이에요. 날씨가 좋았던 탓이 크겠지만, 제가 여태껏 서울에서 보아온 노을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더군요. 하늘공원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노을공원이라는 이름은 어찌나 잘 들어맞는지 이 이름 지은 사람은 정말 상 줘야 돼요. 여기가 지난 11월 1일 뒤늦게 개장했는데요.

 

함께 개발된 하늘공원이 문을 연 지 6년이 넘었는데, 노을공원은 뭐하느라 이제야 개장된 걸 까요? 노을공원은요. 지난 몇 년 동안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가족공원이 아니라 제한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골프장이었어요.

 

하늘공원이 주말이면 하루에 수 만명의 사람들이 찾는 명소였는 데 반해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아봐야 하루에 300명가량. 1천만 서울시민 모두가 한 번씩만 이용하려고 해도 7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와요. 서울시민들 한 명 한 명의 세금으로 복원된 공원이랑 골프장은 성격이 좀 맞지 않았죠.

 

게다가 여기는 자연의 중요성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환경공원인데, 골프장을 운영하려면 우리 생태랑 맞지 않는 잔디를 심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비료랑 농약은 또 좀 많이 들어가나요.

 

그렇게 여러 반대에도 만들어진 골프장을, 낮에는 바리케이트로 일반시민의 입장을 막아버리지를 않나, 일부 특권층에게 몰래 심야골프를 제공하던 게 MBC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었어요.

 

다시 찾은 노을공원

 

그렇지만 여기는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 되었던 곳이 다시 인간의 노력으로 되살아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곳 아니겠어요? 마찬가지로 서울환경연합과 서울그린트러스트 같은 여러 시민단체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결국 노을공원의 골프장은 이렇게 대중에게 개방될 수 있었어요. 저녁 무렵 잔잔히 부서지는 석양이 끝내주고요. 높은 곳에 있는 평지이다 보니 바람이 세서 연날리기도 아주 좋아요.

 

노을공원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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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현

 

서울시에서는 앞으로 노을공원에 조각작품에 전망 좋은 카페를 만들고, 2010년에는 세계 정원박람회를 열 거래요. 쓰레기산 내부를 볼 수 있는 투명 엘레베이터도 설치하겠다고도 하네요. 과연 서울시의 공언처럼 자연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일깨워줄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지켜볼 일이에요.

 

이곳을 되살리는데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잖아요. 우리 인간의 이기심이 또 얼마나 어리석은 일을 벌일지 모르니까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다시 더럽혀지지 않도록,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가져 가고, 혹여나 못난짓하는 사람이 없도록 모두가 감시하고 노력해 나가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www.prettynim.com, www.slrclub.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짜시인, #노을공원, #하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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