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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조사에서 인과관계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정황이나 배경을 덧붙여 보고서를 쓰더라도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내부 검토와 승인 절차 등 여러 단계 논의에 따라 인과관계는 최종 보고서에서 삭제될 것이며 사건을 개별적으로 판단한 내용만 발표될 것이다."

 

2개월 넘게 이어진 촛불집회 과정에서 경찰과 시민 사이의 인권침해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4일 방한한 국제앰네스티 노마 강 무이코 동아시아 조사관은 17일 모든 조사를 마치고 18일 영국으로 귀환하기 전 시민들과 만났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http://www.amnesty.or.kr/)는 지난 15일 "14일 이전 한국지부에 가입한 회원 중 각종 인권운동에 적극 참여한 시민 30명을 초청한다"는 공지를 띄웠다. 당초 접수기한을 16일로 정했으나 지원이 폭주해 15일 오후 3시 20분께 마감하였다.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과의 만남'은 이날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광화문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세계인권선언 제 20조 "모든 사람은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갖는다"를 모토로 그간의 촛불시위 과정에서의 부당한 인권탄압은 물론, 표현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이 되는 방법이나 본부 쪽에 일하는 방법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접견 거부 아쉬움 하지만 견해 나눈 유익한 시간

 

이날 모임은 한국지부가 무이코 조사관에게 사전 질의한 내용 설명과 무이코 조사관이 조사하면서 느낀 점을 밝히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어머니가 한국계인이라서일까? 무이코 조사관은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질문에 답했으나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등 복잡한 내용에 대해서는 영어로 답해 통역이 가능한 사람들이 돌아가며 통역하기도 했다.

 

무이코 조사관은 "과격진압으로 인권침해를 당해 조사를 의뢰한 건수가 100여건인데 반해 촛불시위 중 경찰 폭력에 희생된 50여건 사례만 조사했다"며 "지난 11일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이감된 3명의 접견을 요청했으나, 법무부와 구치소 쪽은 '재판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그러면서도 무이코 조사관은 "그들은(청와대 일행) 열심히 우리말을 들으려 했으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서로의 견해를 나눌 수 있는 유익하고 건설적인 시간이었다"며 지난 1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청와대 임삼진 시민사회비서관과의 비공개 면담한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법무부의 접견 불과 방침은 다분히 자의적인 논리일 뿐이다. 불과 2년 전인 2006년 12월 1일 국제앰네스티 라지브 나라얀 조사관이 평택미군기지 확장반대 시위를 벌인 혐의로 안양교도소에 수감된 김지태 전 대추리 이장을 접견한 적이 있다.

 

현장에 나가면 조사관 행방 노출돼 불편

 

한편 무이코 조사관은 "시위자와 경찰을 만나 공정한 조사를 하기 위해 현장에 참관하면 시위에 동참한 시민들이 (나를) 알아보고 호응해주고 격려해 주는 등 과분한 대우를 받았지만 조사관의 행방이 노출되어 조사에 차질을 빚는 불편함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서 무이코 조사관은 "조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민들이 여러 정황 등을 말해 주었지만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인권침해 조사에서도 인과관계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며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개개의 사견별로 판단해 보고서 작성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무이코 조사관은 "서구인들은 직설적인 사고를 중시해 인권침해 조사에서도 직설적으로 드러난 현상과 사건만 조사하여 보고할 뿐 이외의 배경이나 정황 등 인과관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찰과 시위대 간의 불신의 벽이 높은 정황은 충분히 이해하고 보고서 작성 때 첨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이코 조사관 만남에 초청된 한 시민은 "현재의 한국경찰은 나치 치하의 게쉬타포와 같이 시민들을 감시, 분열, 조작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고 또다른 시민은 "우리가 이번 촛불시위에서 인권 침해(불법 시위진압 피해)에 대한 지원과 지지를 받으려면 평소 우리도 다른 나라 인권 및 시민사회의 이슈에 동조하는 국제적이 연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무이코 조사관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설명으로 한국경찰의 문제점을 지적한 대목에 답변을 회피했고 국제동조에 대해서는 "한국으로 촛불 시위 관련 인권 침해를 조사하러 오는 동안 국가 비상사태가 선언되어 수많은 사망자와 부상자를 낸 몽골의 인권 침해는 다른 사람이 조사하러 갔다. 한국의 촛불시위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 국제 인권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2주일간의 조사를 마친 무이코 조사관은 18일 런던으로 돌아가기 전에 오전 10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략적인 조사결과 통보와 조사과정에서 느낀 심정, 시민과의 만남에서 오고간 얘기 등을 발표한다.

 

국제앰네스티에서 사건이 심각하다고 판단하면 보고서 작성에 들어가 9월쯤 최종보고서를 공개할 방침이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보고서가 공개되면 국제적으로 '인권후진국' 오명을 안게 된다.


태그:#국제엠네스티, #노마 강 무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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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강원도 동해시에 살고, 강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휴학중인 노형근이라고 합니다. 주로 글쓸 분야는 제가 사는 강원도내 지역 뉴스 및 칼럼 등 입니다. 모든 분야를 아울려 작성 할 수 있지만, 특히 지역뉴스와 칼럼을 주로 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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