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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로 시작하는 제목만 보고 흔한 자기경영서나 노후설계서라고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친다. 고리타분한 할머니의 이야기일 거라 짐작하고 지나쳤다면 그것도 큰 오산이다. 올해 아흔여섯이라는 이 할머니는 스물 한 살인 본 기자의 사고방식에 비춰보아도 전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도대체 이 재미있는 할머니는 누구일까.

50세에 갑작스레 찾아온 남편의 죽음

당신이 스무 살이라도, 쉰 살이라도 좋다. 쿨해지라!
▲ 50세에 발견한 쿨한 인생 당신이 스무 살이라도, 쉰 살이라도 좋다. 쿨해지라!
ⓒ 기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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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에 발견한 쿨한 인생>의 저자 미쓰다 후사코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어머니의 소개로 고급 공무원과 결혼했다.

딸 하나를 두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누리던 그녀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남편의 죽음. 기댈 곳 없이 딸 하나만 덩그러이 남겨진 당시 그녀의 나이는 50세였다.

전업주부로 남편에게 헌신하며 살아왔던 삶의 궤도에서 떨어져 나와 그녀가 선택한 것은 '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익히는 일이다. 절망과 슬픔에 파묻혀있거나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보다는 혼자서도 즐거워지길 택하면서 그녀는 '유쾌한 독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독하다고 해서 외로운 것은 아니다. 무턱대고 남에게서 위로받으려고 하지 말고, 혼자 생활하든, 가족과 생활하든, 자신에게서 위안을 찾는 방법을 하루 빨리 익히는 것이 좋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자신을 잃어버린 '외로운' 인생이 되어 버린다. -138쪽

사실 후사코 할머니는 참 괴팍한 사람이다. 자기가 하고싶은 말은 곧바로 해버리며, 사람
사귀기를 별로 안 좋아하고, 딸에게도 '편벽한 고집쟁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후사코
할머니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그녀가 자기 삶을 정말로 사랑할 줄 하는 '행복한 이기주
의자'기 때문이다.

50세 이후부터 '쿨'한 삶을 살아오던 이 할머니는 함께 살자는 딸의 만류도 뿌리쳐가며 혼
자만의 생활을 즐긴다. 고전 공부, 사교춤 연습, 신문기고, 목욕 등 그녀의 삶을 채우는 소
소한 즐거움들은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 보내는 연민의 눈길은 이제 그만!

이 책은 혼자 사는 노인에게 연민의 눈길을 보내는 일을 그만두라고 말한다. 당당하고 자
유롭게 도시의 활력을 즐기기에 독신 생활은 충분하다. 최근 젊은이들에게 많이 퍼진 독신주의지만, 유구한 경험을 축적한 옛 세대에서 외칠 때 그 울림은 새롭게 다가온다.

후사코 할머니는 "늘 내일이 기다려진다!"고 소녀처럼 마음을 설렌다. 50대인 부모님에게도, 20대인 친구에게도 모두 이 책을 권하고 싶은 것은 이 설렘을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이다.

온갖 일에 마음이 움직이는 덕분에 매일 신선한 기분으로 살아가게 된다. 내일은 어떤 날
일까 하며 늘 내일을 기대하는 것도 소녀다운 마음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다. - 147쪽

인생을 하루라도 더 산 사람일수록 더욱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이가 드는 것은 멋진 일이다. 나 역시 내일은 오늘보다 더욱 현명한 사람이 되어 있으리라는 사실에 즐거움을 느낀다. -152쪽

이 책은 판에 박힌 듯 현학적인 문체가 아니라 그녀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듯 발랄하고 생
기 있는 문체로 쓰였다. 그러나 자신과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 활자를 크게 하고 행간을 넓혔다. 세월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늙음을 긍정하고 싶은 귀여운 할머니의 배려가 책 곳곳에 배여 있다.

덧붙이는 글 | - <50세에 발견한 쿨한 인생>, 미쓰다 후사코, 박정임 옮김, 기파랑, 8500원

- 이기사는 여성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50세에 발견한 쿨한 인생

미쓰다 후사코 지음, 박정임 옮김, 기파랑(기파랑에크리)(2008)


태그:#5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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