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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우 교사의 TEE수업에 대한 보고회
 정영우 교사의 TEE수업에 대한 보고회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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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 오후 2시부터 4시 반까지 여수 여도중학교 2학년 7반에서는 전라남도 내 30여명의 영어 교사가 참여한 가운데, TV교육방송으로 중계된 가운데 여도중학교 정영우 선생님의 다중지능이론을 도입한 TEE(Teaching English in English) 수업 공개 행사가 있었다.

TEE란 영어 수업을 영어로만 하는 것을 말한다. 전라남도 교육청에서 도입한 이유는 점차적으로 원어민교사수를 줄여서, 그 예산을 일선의 영어교사들의 연수에 투입하고 결국은 모든 영어교사들이 원어민처럼 교실에서 수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중지능이론은 모든 아이들에게는 타고난 각자의 흥미와 호기심이 있고, 이를 마음껏 추구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한 곳에 몰입하게 되고, 몰입하게 되면 능력이 쌓이면서 학습에 성공을 경험하게 되고, 몇 차례 성공을 경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겨 공부에 대한 의욕이 높아진다는 교육철학이다.

창안자인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ener)에 의하면 인간의 지적활동에는 다음과 같은 8개의 지능이 있다.

첫째, 말과 글로 언어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언어적 지능. 둘째, 숫자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추론하는 논리 수학적 지능. 셋째, 시공간적 세계를 지각하고 형태를 바꾸는 공간적 지능. 넷째, 신체를 이용해서 감정을 표현하는 신체 운동적 지능. 다섯째, 음에 대해 지각하는 음악적 지능. 여섯째, 상대방의 감정과 기분을 읽을 수 있는 대인관계 지능. 일곱째, 자아를 이해할 수 있는 개인이해 지능. 마지막으로, 주변 사물을 구별하고 분류하는 자연관찰적 지능을 말한다. 

이는 특정교과를 잘 가르쳐 이와 연관된 특정한 지능을 개발한다는 말이 아니라, 각 교과를 가르치되 교과의 내용을 각 학생의 탁월한 지능을 활용하여 제시한다는 것이다. 가령 국어시간일지라도 음악적 지능이 높은 학생에게는 음악적 방법을, 공간적 지능이 높은 학생에게는 공간적 지능을 활용한 수업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정영우 교사는 다중지능검사결과에 따라 학생들을 8개(학급정원 32명) 그룹으로 나누어,  교탁을 중심으로 둥글게 배치했다. 네 명중에는 모든 그룹 활동을 총괄하는 리더(leader), 화이트보드와 스티커 판을 관리하는 키퍼(keeper), 그룹 활동의 결과물을 발표하는 서기(writer), 각종 과제물을 점검 관리하는 체커(checker)로 나눠 역할 분담을 시켰다.

그룹별로 작성한 내용을 작은 화이트보드에 기록해 발표하고 있다
 그룹별로 작성한 내용을 작은 화이트보드에 기록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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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교재 내용을 TV를 통해 들은 학생들은 각 조별로 교재내용에 대해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음악적 지능 팀은 음악을 이용해 내용을 발표하고, 공간적 지능 팀은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재구성한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신체운동지능 팀은 역할극이나 연극을, 개인이해지능 팀은 보고서 형태로 내용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조별로 주어진 임무를 해결하고 TV카메라가 3대나 촬영하는 데도 스스럼없이 웃으며 발표에 열중했다. 간혹 틀린 학생도 있었지만 45분이라는 짧은 시간인데도 전 학생이 빠짐없이 발표를 하여 참석한 교사들을 흡족케 했다. 정 교사의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수업이 엄청 재미있다”고 이구동성이다.  

아무리 좋은 수업도 학생들의 참여가 없으면 별 의미가 없다. 그가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스티커 제도다. 과제를 잘 수행했거나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면 조별 및 개인별로 스티커를 주고, 스티커의 수에 따라 수행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기를 쓰고 하게 되고 결과는 대성공을 거뒀다.


수업시간에 발표를 했을 때 주는 스티커들로 결과를 수행평가에 반영한다
 수업시간에 발표를 했을 때 주는 스티커들로 결과를 수행평가에 반영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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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학생들에게 제시됐던 수업목표를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대부분 학생들은 별로 의미 없이 받아들였다. ‘본문을 읽고 질문에 답할 수 있다’가 아닌 ‘왜 제과점 주인이 화를 냈는가에 대해 말할 수 있다’와 같은 유의미한 수업목표가 제시되어야 학생들이 확실히 인식할 수 있다.

영어 회화 능력을 기르기 위해 그가 고안해 낸 방법 중 하나는 3/2/1 Free Talking 방법이다. 전 시간에 미리 주어진 주제를 파트너와 3분, 파트너를 바꿔 2분, 다른 파트너와 1분 동안 대화하는 방법으로 ‘컴퓨터 게임’ 같은 흥미 있고 쉬운 주제는 효과 만점이다.

학생들을 영어의 바다에 빠지게 하는 수업은 재미있고 쉽게 가르치는 것이다. 수업이 재미있어야 아이들이 반응하고, 빨리 받아들일 수 있다. 각자에게 영어이름을 짓게 하고, 조별로 발표할 때는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에서 사용된 소규모 하얀 칠판을 사용하여 발표케 하여 다른 학생이 볼 수 있도록 했다.

공간적 지능이 높은 그룹이 작성한 그림과 내용 설명
 공간적 지능이 높은 그룹이 작성한 그림과 내용 설명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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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마다 쓰게 하는 미니 저널은 학생들의 영작문 실력을 배가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예를 들면 1과에서는 ‘새 학년이 시작됐습니다. 올해는 무엇을 계획하고 있습니까?’와 같은 주제를 주어 최소한 5줄 이상의 문장을  쓰게 했다.

그가 강조하는 영어 교육으로는 독서를 들 수 있다. 어린이 신문인 'The Kids Times'나 ‘Teen Times' 등을 제시하거나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어린이용으로 발간한 ’세계명작시리즈‘를 준비하여 스토리를 간단히 요약하게 한다.

학생들이 책을 읽은 후 점검받으러 왔을 때는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질문을 통하여 확인한다. 도서를 선정할 때 주의할 점은 절대 자신의 실력보다 높은 책을 고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독서 실력이 향상됨에 따라 수준도 올려야 하며 끊임없는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다.

진도 나가랴 학급 관리하랴 정신이 없는데도 굳이 마다하지 않고 교육실험을 하느라 쉬는 시간에도 가만히 쉴 틈이 없는 정 교사는 “획일적이고 구태의연한 수업으로 학생들이 사육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강평회에 참가한 김수진 교사는 “다중지능이론에 입각한 모둠활동이 상당히 참신하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공유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한편, 곽경화 교사는 “교사주도 수업이 아닌 학생 참여 수업으로 이끌어 다양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하고 영어에 대한 재미를 높였지만, 영어 수준이 낮은 학생들에게는 적용하기가 힘들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해룡 연구사는 “영어교사는 이중으로 힘들다. 하지만 TEE수업은 글로벌 인재육성책의 하나이며, 2010년 중반까지는 원어민을 현장에서 배제할 수 있을 만큼 유창한 영어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전라남도 교육청의 목표”라고 말했다. TEE제도는 서울시 교육청에서도 우수사례로 벤치마킹했다. 

“교육의 방향이 개개인의 특성을 계발한다면 그것이 곧 자아실현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정영우 교사에게서 영어 교육의 희망을 본다.  

덧붙이는 글 | SBS와 남해안신문 및 뉴스365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영어수업, #전남교육청, #다중지능이론, #TEE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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