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Western Australian Defence Industry Overview(서호주 국방산업 개요) 중에서.
 Western Australian Defence Industry Overview(서호주 국방산업 개요) 중에서.
ⓒ Western Australia 주정부 제공

관련사진보기

 
"호주는 미국을 제외하고 우리와 유일하게 외교 국방 2+2 회담을 하는 나라입니다. 그만큼 우리 경제와 안보에 깊은 이런 그 관련이 있는 국가입니다. 또 저희 방산 수출과 관련해서 보더라도 우리 K9, K2, 레드백 이런 무기뿐만이 아니라 최근에는 호주 해군에 막대한 규모의 함정 수주 건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해병대 '채 상병 사건'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건과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한국과 호주의 관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2021년 12월, 한국과 호주는 수교 60주년을 맞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이를 통해 양국은 전통적인 우호국가임을 확고히 했으며, 국방·백신·우주 및 청정 기술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때 맞춰 한국은 호주와 K9 자주포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최초로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국가에 주요 전투장비에 속하는 무기체계를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임 정부 때 맺은 결실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평가와 달리, 윤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양국의 국방·우주 분야 협력에 대한 방산 관계자들 평가는 "답보 상태", "막 열매만 따먹고, 새로운 투자를 하거나 끌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박하게 평가했다. 

방산 업체들은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고,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지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성과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현재 방산 수출 관련 구조는 '배가 산으로 가는 구조'라고 비유했다.  

호주, 중국 겨냥 향후 10년간 국방비 지출 45조 3천억 증액 발표 
 
UMS(Universal Motion Simulation)는 한화 공급망 체인 파트너로, 장갑차 등 훈련 군용차량을 모의로 운전해볼 수 있는 첨단기술이 적용된 장치를 개발하는 업체다. UMS는 이 훈련 장치를 향후 레드백이나 K9, k10 등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UMS(Universal Motion Simulation)는 한화 공급망 체인 파트너로, 장갑차 등 훈련 군용차량을 모의로 운전해볼 수 있는 첨단기술이 적용된 장치를 개발하는 업체다. UMS는 이 훈련 장치를 향후 레드백이나 K9, k10 등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 James Gorman

관련사진보기

 
호주 현지 상황은 어떠할까. 4월 13부터 24일까지 '한국-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프로그램의 주제가 첨단과학기술(우주, 국방 등)·경제협력이었다. 이 기회에 만날 수 있었던 호주 주정부(NSW, 빅토리아, 서호주)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한국 방산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길 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더구나 호주 방문 기간 중인 4월 18일 호주 국방부의 '2024 국가 국방 전략' 발표는 한국 방위산업이 호주로 진출할 호기임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호주는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국방 전략으로, 향후 10년간 국방비 지출을 기존 계획보다 500억 호주달러(약 45조3000억 원) 정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리처드 말스 국방부 장관은 "냉전 종식 후 국방 계획의 바탕이 됐던 낙관적인 가정은 오래전에 사라졌다"면서 "호주는 무역을 교란하거나 중요한 항공 및 해상 항로에 대한 접근을 막는 적에게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이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국방 예산을 확대한다는 뜻이었다.

일반적으로 호주 국방 예산은 새로운 능력 습득을 위한 군사 장비, 시설, 인프라 확충과 기존 역량 유지를 위한 비용 확보, 군사력 증진을 위한 군병력 지원 등 3가지 범주로 구성되는 것에서 첨단기술 접목을 가속화 하는 방향으로 적극 나선 것이다.

앞서 호주는 2021년 9월 미국, 영국과 오커스(AUKUS) 동맹을 출범하고, 이후 미국의 핵잠수함(Nnuclear submarine) 기술을 전수받아 애들레이드의 호주 잠수함공사조선소인 ASC(Australian Submarine Corporation)에서 '핵무기는 탑재하지 않은' 8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구축(필러 1)하기로 했다. 동시에 미국산 핵추진잠수함을 최대 5척 인도받기로 했다. 이는 에너지 자원 수출을 위한 통로인 해상 안보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호주는 양자컴퓨터·인공지능·극초음속 미사일 등 8개 첨단군사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필러 2를 병행 추진 중이다. 
 
사이먼 스펜서(Simone Spencer) 서호주 주정부 전략·국제개입 담당 부국장.
 사이먼 스펜서(Simone Spencer) 서호주 주정부 전략·국제개입 담당 부국장.
ⓒ 유창재

관련사진보기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22일 서호주(WS) 주정부 청사에서 만난 사이먼 스펜서(Simone Spencer) 서호주 주정부 전략·국제개입 담당 부국장은 한국 언론인 대상 브리핑에서 "여야가 합심해 핵잠수함 도입이 이뤄졌고, 호주는 2030년 첫 번째 핵잠수함을 갖게 된다"면서 "핵잠수함은 퍼스에서 남쪽으로 30㎞ 떨어진 스털링 해군기지를 기지로 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선 2020년 한화 디펜스(HDA)는 호주 육군 현대화 프로젝트의 일환인 자주포, 장갑차 수주전에 참여했으며,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리고 2021년 12월 13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방문을 계기로 10억 호주달러(9000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헌츠맨)의 호주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또 보병전투장갑차(레드백) 납품 계약도 체결됐다. 
 
잭슨 도거티 한화디펜스오스트레일리아 사업 개발 담당 부사장
 잭슨 도거티 한화디펜스오스트레일리아 사업 개발 담당 부사장
ⓒ 유창재

관련사진보기

 
호주형 자주포 및 레드백 장갑차 생산공장(H-ACE) 현장을 지난 4월 19일 방문했다. 빅토리아주 질롱(Geelong) 애벌론(Avalon) 공항 인근에 3만㎡ 규모로 지어지는 공장은 조만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올해부터 K9시리즈를 생산하게 되는데, 공장 외부에 자주포와 장갑차의 등판 능력을 시험하는 설비는 이미 완성돼 있었다. 

잭슨 도거티 한화디펜스오스트레일리아 사업 개발 담당 부사장은 "공장 건설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면서 호주 정부가 정한 기한에 완성된 품질의 제품을 납품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한화의 투자로 지역 주민들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화디펜스 호주법인 관계자 등이 일할 사무 시설이 들어설 메인 건물은 5월 1일 한-호주 외교·국방장관 참석차 방문하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맞이하기 위해 막바지 단장 중이었다. 신 장관은 회의 전날인 4월 30일 리차드 말스(Richard Marles)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호주의 대규모 건함 계획 발표... 전투함 수출 시험대 오른 한국
 
셰인 터핀(Shane Tuffin) 국방과학센터(Defence Science Centre) 수석 연구관.
 셰인 터핀(Shane Tuffin) 국방과학센터(Defence Science Centre) 수석 연구관.
ⓒ 유창재

관련사진보기

 
특히 호주는 국방력 강화 차원에서 해군의 대규모 건함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1996년부터 10년에 걸쳐 도입한 독일산 안작급 호위함을 대체하는 3000t급 호위함 11척을 건조하는 계획으로, 구매국에서 3척, 호주에서 8척을 만들 예정이다. 

셰인 터핀(Shane Tuffin) 국방과학센터(Defence Science Centre) 수석 연구관은 4월 22일 한국 언론인 대상 브리핑에서 "11대 중 8대는 서호주에서 만들어지는데 단일 프로젝트로는 서호주 역사상 최대 규모"라면서 "4개의 설계안이 검토되는 중인데 하나가 한국이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주전에 한국도 참여했는데, 호주 사업은 한국의 전투함 수출에서 중대한 고비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호주가 밝힌 호위함 사업 후보는 모두 3000t 안팎의 배수량을 지닌 호위함으로, 한국의 대구급(울산급 배치2), 스페인 나반티아의 알파(ALFA)급, 독일 TKMS의 A200급, 일본 미츠비시의 모가미급이 후보다.
 
Western Australian Defence Industry Overview(서호주 국방산업 개요) 중에서.
 Western Australian Defence Industry Overview(서호주 국방산업 개요) 중에서.
ⓒ Western Australia 주정부 제공

관련사진보기

 
후발주자로 참여한 한국은 이 사업을 수주하려면 경쟁자들보다 더 촘촘한 수출 전략을 구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한국과 호주 양국이 지난 5월 1일 약 2년 7개월 만에 '제6차 한-호주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변화하는 전략적 환경에 비춰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2021년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수주 이후 2년 반만에 'K-방산(K-arsenal)'을 널리 알릴 성과가 나올지 주목되는 이유다. 

한국 방산 수출은 2021년에 과거 5년 평균 28억 달러의 2.5배 수준인 72.5억 달러를 달성했으며, 이어 2022년 수주액 기준으로 2021년의 2배가 넘는 15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같은 한국 방산 수출의 놀라운 성장세에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고, 'K-방산'이라 부르고 있다.

 "서로 잘 아는 양국 결합 대단히 중요"
 
호주형 자주포 및 레드백 장갑차 생산공장(H-ACE) 현장. 빅토리아주 질롱(Geelong) 애벌론(Avalon) 공항 인근에 3만㎡ 규모로 지어지는 공장으로, 자주포와 장갑차의 등판 능력을 시험하는 설비는 이미 완성돼 있었다.
 호주형 자주포 및 레드백 장갑차 생산공장(H-ACE) 현장. 빅토리아주 질롱(Geelong) 애벌론(Avalon) 공항 인근에 3만㎡ 규모로 지어지는 공장으로, 자주포와 장갑차의 등판 능력을 시험하는 설비는 이미 완성돼 있었다.
ⓒ 유창재

관련사진보기

 
앞서도 언급했듯 호주 주정부들은 우방인 한국의 방산업체들과의 협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빅토리아 주정부의 경우 한화의 레드백에 납품하는 호주 공급사를 위해 1000만 호주달러의 금융지원을 할 계획이다. 

캘럼 라이트 호주 국방과학연구소 부국장은 지난 4월 19일 멜버른에 있는 빅토리아주 투자센터에서 한국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대규모 생산능력이 있고, 생산 비용도 매우 싸다. 우주통신·전자장비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은 호주가 닮고 싶은 능력"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한화디펜스오스트레일리아도 매력적인 회사지만 다른 자회사도 매력적이고, 이들을 유치하면 우리 주에 혁신적 기술과 정신을 가져올 수 있다"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한편,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전남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호주와의 관계는 발전적이고 협력적이기 때문에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주 그 기능적 역할을 잘 아는  양국이 결합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단순히 하나의 몇몇 무기체제 수출 시장으로만 호주를 바라보고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무엇보다 한국은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위해 호주를 비롯한 AUKUS 국가 및 이스라엘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 청장은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호주 워클리재단(Walkley Foundation)이 공동 주최한 ‘2024년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태그:#호주, #방산수출, #한화디펜스, #K9자주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