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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살아보니 세상은 예상대로 되는 법이 없고, 원하는 바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이상과 현실은 시간이 갈수록 그 괴리가 커져만 갑니다. 왜 그럴까요?

내 탓이요 하자니 너무 우울해지고, 세상 탓을 하자니 세상이 딱히 나에게만 특별히 잘못한 게 없어 보이네요. 

나이가 들수록 내가 정말 잘하고자 했던 일들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잘하고자 꿈조차 꾸지 않았던 일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잘한다는 칭찬이 쏟아집니다.  

주변에서 저보고 음식을 잘한다네요. 요리를 잘하고 싶은 생각도, 관심도 전혀 없었던 내가 어쩌다 그렇게 됐을까요? 생각해보니 세월이 그렇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20여년 우리집 주방을 지키며 묵묵히 되든 안되는 꾸준히 해 왔더니, 그런 순간이 온 것입니다.   

밥먹듯(?) 차려온 밥상 

밥먹듯이 밥상을 만들어왔고, 잠자고 일어나면 늘 맞이하는 아침처럼, 숨쉬듯이 그렇게 목표도 없이 꾸준히 음식만들기를 해왔더니, 지금은 제 삶에서 제일 잘하는 일이 되었네요. 음식점 사장님도 주방장도 아닌데 말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집 식탁위에서 맛나게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던 그 특별식 몇가지를 올려봅니다. 막걸리 한잔 생각나신다면 제 목표는 일단 성공입니다. 이 요리들 비법이 궁금하시다면, 다음번에 살짝 하나씩 공개해볼까 합니다.
 
 달근한 무생채무침에서 바다향이 솔솔! 김장무가 바다를 품었네.
▲ 굴생채  달근한 무생채무침에서 바다향이 솔솔! 김장무가 바다를 품었네.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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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고, 누가 벌써 김장했다더라고 소식을 전하면 짝꿍처럼 떠오르는 식재료 있죠? 맞아요. 굴이요. 굴! 바다향 물씬 풍기는 그 상큼한 생굴 말이죠.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찍어먹다 조금 질린다 싶으면 이렇게 매꼼한 찜이나, 전으로 만들어 먹으면 색다른 맛에 막걸리가 절로 친구가 되죠.

콩나물과 쪽파나 대파만 있어도 손색없지만, 눈도 즐거운 색감을 위해, 당근이나 파프리카, 버섯등 냉장고속 재료가 허락하는 대로 솜씨껏 추가하면 되요. 양념비법! 그거 별거 없어요. 

굴전은 딸랑 굴만 밀가루에 굴려 계란물 입혀 고소하게 부쳐도 맛나지요. 하지만 파릇한 쪽파위에 부침가루 물에 개어 쪼르르 흩뿌리고 그 위에 생굴 알알이 욕심껏 올려보세요. 거기다 조갯살까지 얹으면 말이 필요없죠. 한쪽 노릇노릇 잘익었다 싶으면 계란 한알 톡 깨서 쫙 펼쳐주고, 재주껏 휘리릭 뒤집어서 기름 짠뜩 뿌려 튀기듯 구어내면 완벽한 굴파전 완성입니다. 

기름진 파전과 함께 굴 듬뿍 들어간 굴생채의 조합! 얼마나 깔끔하게요.
 
  자작한 물기 머금은 굴찜! 탱글탱글 그 싱싱함이 보이시나요
▲ 굴찜  자작한 물기 머금은 굴찜! 탱글탱글 그 싱싱함이 보이시나요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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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릇한 쪽파위에 생굴 넉넉히 올리고, 가리비살은 덤이요
▲ 굴파전  파릇한 쪽파위에 생굴 넉넉히 올리고, 가리비살은 덤이요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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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굴만 제철인줄 알았는데, 꼬막이 자기도 제철 맞았다고 마트서 손짓하데요. 한팩 사와서 씻고 또 씻고, 또 씻어서 알맹이만 쏙 빼서 또 깨끗하게 씻어 물기 쪽 빼 새콤달콤한 꼬막무침 해봤습니다.

아직 철이 이른지 알이 작아도 너무 작아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요 녀석 갯뻘에서 자란티 어찌나 내던지 손질에 애좀 먹었습니다요. 각종 야채 채썰어 빠알간 초고추장 양념에 버무리면, 생야채들은 상큼하게 입맛 돋우고, 꼬막 속살은 짭조름하니, 씹울수록 감칠맛 도는 게 또 순간 입고리가 절로 올라갑니다요.
  
   졸깃한 꼬막살과 싱싱한 야채의 조합! 상큼해요
▲ 꼬막무침  졸깃한 꼬막살과 싱싱한 야채의 조합! 상큼해요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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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가오리찜 한번 맛보실래요?ㅎㅎ

제법 큰 가오리 한마리 사면 한끼에 다 먹기 부담스럽죠? 그럴땐 일단 손질한 가오리를 찜기에 올려 푹 찐 다음에 간장양념장을 솔솔 뿌려 담백하게 드셔 보세요. 그 다음엔 요즘 달큰하게 맛든 무를 큼찍하게 썰어 바닥에 깔고 빠알간 양념을 끼얹어 자박자박하게 졸이고 또 졸여서 매콤한 가오리 조림도 해보자구요. 별미랍니다.

이번 가오리조림은 진간장을 너무 많이 넣어서 때깔이 좀 아쉽네요. 하지만 달작지근하면서 매콤한 게 제법 입맛을 당기네요.
 
    찜기에 올려 푹 찌고, 간장 양념장만 뿌렸어요.
▲ 담백한 가오리찜  찜기에 올려 푹 찌고, 간장 양념장만 뿌렸어요.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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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큰한 가을무가 가오리를 만났을때
▲ 가오리조림  달큰한 가을무가 가오리를 만났을때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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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만만한 식재료. 닭고리 요리 눈으로 맛볼까요?

빠알간 고춧가루 양념이 자작하게 베어든 닭볶음탕은 실로 밥도둑이죠. 빠알간 닭볶음탕 너무 먹어서 가끔은 간장양념에 담백하게 먹고 싶다면, 걱정마세요. 간장찜닭이 있잖아요. 예전에 한때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안동찜닭. 그때는 사먹을 줄만 알았지, 세월지나 내 손으로 내가 직접 만들어먹는 그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안해봤습니다. 

배달앱이나 전화한통으로 해결되는 양념통닭! 하지만 아이들도 엄마손맛에 한번 맛들이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죠. 우리집 아이들이 반한 엄마표 양념통닭, 맛좀 보실래요. 먹음직스러워 침이 절로 고이신다구요. 네 맞아요, 그 맛이에요.
 
매콤한 맛에 반하다!
▲ 닭볶음탕 매콤한 맛에 반하다!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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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게 간장에 조린 찜닭
▲ 간장찜닭 달달하게 간장에 조린 찜닭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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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 양념가득
▲ 마늘양념치킨 건강을 위해 양념가득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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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백하게 구웠어요
▲ 구운 양념치킨  담백하게 구웠어요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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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우리소! 한우불고기 한번 드셔보실까요?

한우야 숯불에 구워 천일염에 콕 찍어먹는 그 맛이 제일이죠! 하지만 온 가족이 허리띠 풀고 맘껏 먹기 시작하면, 아마 우리집 기둥 뿌리가 휘청 할수도. 그래서 우리집은 가끔 한우 불고기감에 야채 듬뿍 넣어 불고기 뚝배기로 즐긴답니다. 야채도 많이 먹어 좋고, 한우도 즐기고 말이죠.

보통은 음식점 한우불고기처럼 그렇게 만들어 먹고, 가끔 음식하기 귀찮은 날은 숙주불고기로 휘리릭 10분안에 준비해서 초스피드로 즐기기도 한답니다. 숙주불고기 만들다 시간여유 부리면 숙주의 아삭한 맛 일도 없어 좀 아쉬워집니다. 이번에 제가 그랬네요. 숙주불고기 만들때 필요한 건 뭐? 네! 스피드! 맞습니다, 맞고요.
  
각종 야채와 함께 달달하게 즐기는 한우불고기
▲ 뚝배기불고기 각종 야채와 함께 달달하게 즐기는 한우불고기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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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유부리다 그만 숙주가 푹 죽어버렸네요.
▲ 숙주불고기 시간여유부리다 그만 숙주가 푹 죽어버렸네요.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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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뭘 먹어볼까요. 해물찜 어때요?

사실 음식점에서 딱하니 한상 차려진 해물이 들어간 찜요리 보면 입이 딱 벌어지죠? 맞아요. 이런 요리는 저도 사먹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몇 번 해보니,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정말 고급지게 폼나는 음식이더라 이겁니다. 

지금은 손에 익어서 놀란만큼 뚝딱 만들어낼수 있는 제 손맛 가득 밴 해물찜 요리 몇개 선보일게요. 들어가는 주재료에 따라, 아귀찜이 되기도 하고, 대하찜이 되기도 하고, 꽃게찜이 되기도 하죠. 가끔은 오징어도 볶지않고 찜으로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낚지와 짝꿍 만들어서요. 술 생각이 간절해지는 비주얼입니다.

즐거울 일 별로 없는 요즘이지만
 
   살이 통통 졸깃졸깃 하네요.
▲ 아귀찜  살이 통통 졸깃졸깃 하네요.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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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대하와 폼나게 멋낸 오징어의 만남
▲ 대하오징어찜 커다란 대하와 폼나게 멋낸 오징어의 만남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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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와 오징어의 만남
▲ 낙지오징어찜 낙지와 오징어의 만남
ⓒ 임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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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왜인지 허기가 집니다. 쓰면서도 신이 났네요. 제가 쓴건지 제 손이 쓴건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껏 제 손끝에서 만들어진 음식들이니, 오늘 이 소개도 역시 제 손끝에서 쏟아져 나오는 듯 합니다. 알게 모르게 신이 났네요. 저도 모르는 사이 제가 음식 만드는 일을 좋아했나봅니다.  

제 생각과는 다르게, 하다보니 잘 하게 되고, 잘하다 보니 손에 익어 좋아하게 됐나봅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제 머리속이 아리송해집니다.

즐거울 일이 별로 없는 요즘입니다. 날은 차고 마음속은 허합니다. 대한민국의 앞날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도 깜깜하기만 합니다. 내 배만 부르면, 이렇게 흘러가도 되는 세상입니까?

뉴스를 보면 답답해집니다. 우연찮게 오마이뉴스의 '사는이야기' 기사를 알게 됐습니다. 읽으면 지식이 되고, 세상과 소통하게 되고, 시사성과 뉴스다운 냉철함으로 나를 깨우게 하는 글들이 넘칩니다. 

이런 뉴스들 가운데 읽지 않아도, 눈으로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질만한 글감이 뭐가 있을까 고민 좀 해봤습니다. 그림만 보고도, 기분좋아지는 소식이 뭐 없을까? 그러다가 이렇게 몇자 끄적이게 되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술상을 차리는 마음으로, 어설프지만 그간 제가 차렸던 음식상을 올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오늘 유난히 한가해서 시작해봤더니 이렇게 어설프게라도 마무리가 되네요.

제가 차린 술안주 한상, 혹시 읽고서 막걸리가 생각나십니까? 그렇다면 저는 일단 성공입니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으로 오늘의 피로를 푸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올라갈 예정입니다.


태그:#요리열전, #맛내기, #술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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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매엄마! 이제 한숨돌려 내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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