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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고, 조합원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 발언하는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고, 조합원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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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알바노조 제2기 집행부 출범총회가 열렸다. 출범총회를 마친 후 조합원 70여 명은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민원실에 찾아갔다. 우리가 찾아간 이유는 근로감독관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단체항의민원을 접수하기 위함이었다.

민원실 안에서는 근로감독관의 직무유기로 자신의 생활에 위협을 받고 있는 알바노동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사장편만 드는 근로감독관 out"이라는 피켓을 든 조합원도 있었다. 민원을 접수하는 알바노동자도 있었다.

그렇게 우리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동안 서울고용노동청은 우리에게 무단으로 청사를 점거했으니 자진퇴거를 해달라는 청장명의의 공문을 보냈다. 우리는 점거가 아니라 항의민원을 접수하기 위함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서울고용노동청은 우리를 퇴거시키기 위해 경찰을 불렀다.

경찰들은 모든 입구를 막아섰다. 민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민원인을 막았다. 화장실을 가겠다는 조합원의 통행도 막았다. 밖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안에서 나가지도 못하는 사실상 감금상태가 이어졌다.

그리고 몇분 뒤 출입구 쪽에서는 비명소리와 함께 경찰의 연행 작전이 시작되었다. 안경이 부러지고, 가방끈이 찢어지고, 남성 경찰들은 여성조합원들의 몸에 손을 댔다. 폭력적으로 연행이 되던 조합원은 실신하고,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연행과정에서는 반말, 욕설 등의 인권침해가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권침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폭력적 연행... 유치장은 더 끔찍했다

차상우 알바노조 조합원이 연행되고 있다.
▲ 연행되는 알바노조 조합원 차상우 알바노조 조합원이 연행되고 있다.
ⓒ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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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로 이송된 후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는 다양했다.

조사 중에 어떤 수사관은 "다 아들, 딸 같아서 그래"라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또 어떤 수사관은 주말에 일을 하게 되었다고 조합원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다. 허리가 아파서 비스듬하게 앉은 조합원에게 바르게 앉으라며 혼을 내기도 했다. 조사 중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간다고 하면 경찰이 코앞까지 따라왔다. 매우 부담스럽게 말이다.

유치장 안에서의 40여 시간은 더 끔찍했다.

샤워를 하고 싶다고 하면, 경찰은 귀찮은 표정으로 지금은 곤란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유치인은 생활시간에 샤워를 할 시간이 보장되어 있다. 청문감사실에 민원을 넣겠다고 이야기를 하면 그제야 마지못해 샤워장에 보내준다. 경찰들은 샤워장에도 따라왔다. 그곳에서 경찰은 우리가 샤워를 하는 모습을 그대로 본다. 너무 수치심이 느껴져서, 다음부터는 씻고 싶어도 잘 씻으려고 하지 않았다.

유치장안의 화장실은 삼면이 개방되어 있는 구조이다. 변기에 앉으면 바로 앞 유치관리계에서 일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보인다. 같은 유치장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 곳에서 볼일을 보기 부끄러워, 밖에 있는 화장실을 쓰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유치인들은 유치장 안에 있는 화장실만 이용해야 한다며 절대 보내주지 않는다. 삼면이 훤히 보이는 화장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이용하고 싶지 않는 화장실이다.

유치장은 천장이 높다. 아무리 방바닥의 온도를 높여준다 해도, 위쪽의 공기는 차기 때문에 춥다. 마침 우리가 유치장에 있을 때는 한파경보가 발령된 상태라 더 추웠다. 너무 추워서 입감될 때 보관함에 넣어둔 점퍼를 요구했다. 점퍼에는 끈이 달려있어서 자해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못준다고 한다. 모포를 달라고 요구했다. 모포는 정해진 시간에만 지급된다고 한다. 우리는 몸을 덮을 만한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유치장 안에서 벌벌 떨었다.

오후 9시. 취침시간에는 소등과 동시에 모포가 지급된다. 하지만 밖에서 떠드는 경찰들의 목소리 때문에 쉽사리 잠을 잘 수 없다.

오전 6시 50분. 일어나라는 소리와 함께 아침식사가 지급된다. 잠에서 덜 깨어 느릿느릿하게 굴면 경찰은 "치워야 하니까 안 먹을 거면 빨리 줘"라고 한다.

아침에 먹은 것이 잘못되었는지 같은 방에 있던 한 조합원은 손에 두드러기가 생겼다. 병원에 데려다 줄 것을 요구하면, 경찰은 수갑을 차고 포승줄로 몸을 감으면 가능하다고 한다. 마치 우리를 엄청난 죄를 지은 범죄자 취급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 모습으로 병원에 갈 수 없었던 조합원은 온 몸을 긁으며 하루를 지낼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은 경찰서 밖에서 목소리를 내면 범죄자 취급을 당하며, 폭력적으로 연행을 당한다. 경찰서 안에서 목소리를 내면 별 것도 아닌 것에 짜증을 내는 민감한 사람이 된다. 그렇게 치욕스러운 40여 시간을 보내고 나오면, 끝일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었다.

48시간 채우고 석방, 끝인 줄 알았는데...

유치장에서 석방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유치장에서 석방되면 끝인 줄 알았는데...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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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확히 48시간을 채우고 석방이 되었다. 석방되자마자 집에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 3통이 찍혀있었다.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주소지 관할 경찰서 형사가 집에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아직 000의 범죄경력이 없다, 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정신 차리고 공부를 하면 취직을 할 수 있다. 가정에서 잘 지도를 부탁 드린다' 등의 담임선생님이 할 법한 말들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우리를 폭력적으로 연행하고, 집에 전화를 걸어 협박을 하면 우리가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요즘 한 알바구인사이트에서 만든 광고가 이슈다. 그 광고의 주요한 내용은 '알바도 뭉치면 갑이다'라는 것이다. 아직은 멀었다. 뭉쳐서 우리의 요구를 외쳤더니, 얻은 것은 경찰서로 연행이었다. 유치장에 갈 사람들은 알바노동자가 아니라 직무를 유기한 근로감독관이다. 57명이 연행되었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도주와 사고 방지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
이와 관련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의 한 관계자는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체포된 상태이기에 도주와 사고 방지를 위해 부득이 성별이 같은 경찰이 샤워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유치장 밖 화장실 사용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선 "역시 사고와 도주를 방지하기 위함이었으며, 가급적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서 용변을 볼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 중이다"라고 밝혔다.

수갑을 차고 포승줄로 몸을 묶은 상태에서만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 것에 대해선 "병원에 갈 수 있다고 고지했다"라고 설명한 뒤 "다만 법 규정 상 체포 상태에서 외부로 나갈 때는 수갑과 포승줄을 착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사과정에서 경찰이 반말을 사용했다는 주장에는 "해당 경찰서에 사실관계를 물었으나 확인하지 못했다"라며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는 부적절한 행위이며 사실로 확인되면 조치하겠다"라고 전했다. 집에 전화해 연행 사실을 전한 이유에 대해선 "통상적으로 직계 가족에게 체포 사실을 통지한다"라고 말했다.   



태그:#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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