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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벚꽃과 함께 4월이 시작되었다. 주변 지인들은 따사로운 봄날을 즐겨야 한다며 주말 일정을 잡느라 바쁘다. 봄이 왔으니 즐겨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기후변화'로 짧아진 봄을 이때 아니면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도 은연중에 있다.

이제 기후변화는 매일 듣는 일기예보부터 먹을거리 원산지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의 범위를 넓히며 우리 일상과 밀접한 이슈가 되었다. 아마도 전 국민에게 오일 부족과 같은 익숙한 현상으로 인지될지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 지난 달 31일, 유엔 산하 국제협의체인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기후변화의 영향, 적응 그리고 취약성에 관한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5~6년 단위로 공개되는 이 보고서는 이전 보고서보다 체계적으로 기후변화 위기를 전망한다. 특히 미적지근한 그동안의 대응들을 꾸짖기라도 하듯 이대로 가면 큰일이라고 강조한다. 어느 누가 보아도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크게 완화(mitigation)와 적응(adaptation)이라는 두 개의 방식을 논한다. 완화라는 대응책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온실가스 흡수원을 늘리는 방법이고, 적응이라는 대응책은 온실가스 다배출로 변화하는 기후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한 다각도의 행동을 의미한다. 완화와 적응 둘 중에 비용대비 효과가 뛰어난 대응책을 판단하여 우선순위를 두자는 혹자들이 있지만 이 두 방식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기후변화 적응 노력하려는 대한민국, 반갑다

'광화문 견인차들이 도착해 물에 잠긴 차들을 한 대씩 견인하는 중' (3755님이 엄지뉴스에 전송해주신 사진입니다)
 '광화문 견인차들이 도착해 물에 잠긴 차들을 한 대씩 견인하는 중' (3755님이 엄지뉴스에 전송해주신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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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어젠다를 논하기 시작한 수십 년 전부터 두 방식 중에 완화 방식, 즉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미국은 뻣뻣했던 고개를 숙여 자신들이 뿜어내는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위인 중국도 자체적으로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려고 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이런 감축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지역과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한 '적응'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영국을 비롯한 여러 주요 국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경험을 바탕으로 적응 계획과 정책을 개발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00년 들어 기후변화 적응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길어지는 장마, 심해지는 폭염, 해수면 상승 등은 국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개개인이 직면하게 될 문제다. 세계 7번째 온실가스 배출국으로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더불어 기후변화 적응 노력을 보이는 것은 반가운 행보다. 하지만 좀 더 바란다면 적응 관련 제도만 수립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보통의 사람들도 적응 정책을 인지하고 생활화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실행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내가 사는 곳은 무엇에 취약하고 어떤 문제가 예상되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정확한 매뉴얼이 수립되어 생활화되어야 한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도서 지역에서도 적용되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번 보고서의 강한 어조의 우려와 위기의 경고를 기억한다면 정책결정자들은 이를 염두에 두었으리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신주운 기자는 환경연합 국제·정책팀 간사입니다.



태그:#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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