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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이 발전하면서 사회는 큰 영향을 받았지만, 사회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영역의 IT역량은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IT 주 사용세대인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게임 중독, 인터넷 중독 등의 부정적인 측면으로만 부각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기획기사를 통해 IT기술을 잘 활용하고 있는 청소년 관련 단체들의 생생한 사례를 소개하고 IT를 잘 활용하기 위한 노하우를 모색합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와 비영리 IT지원센터 '2013 사춘기 프로젝트' 팀과 함께 합니다. [편집자말]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레 미제라블>이 인기를 얻으면서 공군이 제작한 패러디물 <레 밀리터리블>이 화제가 됐다. 이에 영감을 받은 고등학생 미디어단체 '다올미디어'도 우리 교육의 현실을 담아 지난 3월 <레 스쿨제라블>을 만들었다.

고등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레 스쿨제라블>은 동영상 공개 사흘 만에 유튜브 조회수가 20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상은 '타율'이 된 지 오래된 야간 '자율'학습을 풍자했다.

다올미디어는 영상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 SNS로 모이면서 2011년 12월에 시작됐다. 소속된 학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면서, 남는 시간을 쪼개 기획부터 출연까지 직접 도맡아서 활동한다. 일반계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외국어고등학교, 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 애니메이션고등학교 등 서울·경기권 40여 명의 학생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 폭력의 원인을 다룬 단편영화 <더갭>을 제작하기도 했다.

SNS 소통을 통한 레스쿨제라블의 제작 과정

다올미디어는 서로 다른 지역의 학생들로 구성된다. 때문에 시간을 맞춰서 모이기가 어렵다. 때문에 SNS를 통해 소통하며 업무를 분담했다.

다올미디어 대표 겸 기획자를 맡고 있는 김동현씨(18.보인고 2년)
 다올미디어 대표 겸 기획자를 맡고 있는 김동현씨(18.보인고 2년)
ⓒ 민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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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단계에서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통해 수시로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그 아이디어는 한 명이 맡아 정리했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모이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로 했지만 불가피할 때는 카페에 모여 회의를 했다. 이후에는 촬영, 편집, 배포 등으로 업무 순서를 정하고 단계별로 SNS회의를 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다올미디어 김동현 대표의 말이다.

"업무 영역을 촬영, 편집, 조명, 음향 등으로 세분화해서 명확히 나눴어요. 고등학교에서 영상을 배우는 학생들이 있었거든요. 각자 분야에 맞춰 할 일을 나누고 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대여받아 사용했죠."

하지만 노래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 연기를 하는 것은 SNS 회의만으로 할 수 없었다. 일종의 뮤지컬인 <레 스쿨제라블>은 실제로 모여서 함께 맞추고 리허설을 하는 게 필수였기 때문이다. 결국은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도움을 받아 연습실을 빌리고 노래 연습을 했다.

"촬영기기에 손바닥이 달라 붙을 만큼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몇 번씩이나 리허설을 했어요. 추워서 입이 얼어 붙을 지경이었는데, 사실 저는 대여한 촬영기기가 고장 날까 봐 더 걱정했던 것 같아요."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바로 '예산'이었다. SNS로 회의를 하며 비용을 아꼈지만 기본적으로 필요한 100만 원 가량의 제작비는 학생들에겐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였다. 이들은 기획서를 작성해 도와줄 곳을 수소문한 끝에 청소년 잡지사 <모두매거진>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다올미디어가 경험한 일련의 과정은 영화 제작 방식의 축소판이었다.

트위터 RT를 통해 영상을 홍보하는 <다올미디어>
 트위터 RT를 통해 영상을 홍보하는 <다올미디어>

다올미디어는 영상을 배포하는 일에도 신경을 썼다. 이외수 등 활동이 많은 트위터리안에게 도움을 요청해 홍보하고,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SNS 채널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영상을 알렸다. 김동현씨는 <레 스쿨제라블> 같은 영상을 고등학생이 만들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SNS를 최대한 활용한 덕분에 영상을 함께 만들 친구를 만날 수 있었고, 보다 쉽게 영상을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레 스쿨제라블>이 나올 때는 <레 밀리터리블>의 인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었어요. 만약, 패러디물이 아닌 독립 영상을 만들었다면 이렇게 인기를 못 끌었을 겁니다. 저희처럼 영상을 만들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미디어 이슈와 트렌드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레 스쿨제라블> 이후의 다올미디어

<레 스쿨제라블> 이후 다양한 피드백이 있었다. 재미있고 발랄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청소년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달라는 주문도 많았다고 한다. 이런 피드백을 바탕으로 학교 폭력을 다루는 영화에 대해 논의한 끝에 단편영화 <더갭>을 만들게 됐다.

학교폭력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조명한 단편영화 <더갭>의 촬영 장면
 학교폭력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조명한 단편영화 <더갭>의 촬영 장면
ⓒ 다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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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갭>은 학교 폭력에 대한 근시안적인 해결책에 문제의식을 갖고 고등학생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입시 환경 특유의 소통 부재가 학교 폭력의 원인이 되는 상황을 가감 없이 드러내 학생과 학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의 계기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한다. 김동현씨는 "<더갭>을 만들면서 청소년들, 그리고 나의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올미디어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됐다. 이들은 올해 새롭게 모집한 15명의 3기 멤버와 함께 '다올미디어 컬처프로젝트 NO.1'을 진행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청소년 파티 등을 해 청소년 문화를 직접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다. 이들은 앞으로도 SNS를 통해 더 많은 청소년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다올미디어가 영상이 좋아 모인 학생들을 위해 덤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런 소통 방식을 통해 청소년들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문화를 만들 수 있으니, 생각만 해도 즐겁습니다.

덧붙이는 글 | <2013비영리IT환승센터>는 청소년 비영리단체에 체계적인 맞춤형 ICT자원을 지원하여 단체의 내부역량 강화를 돕는 프로젝트입니다. 행사는 ▲액션컨퍼런스 IT대운동회 ▲IT우수활용사례 IT엄친소 ▲온라인모금액션 IT저금통 ▲IT전문도우미 마니또가간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는 11월 30일 <액션컨퍼런스 IT대운동회>가 하자센터에서 개최됩니다. 청소년과 청소년 비영리 단체에 계신 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참가신청은 itforyouth.org에서 가능합니다.



태그:#다올미디어,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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