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찌는 듯이 더운 토요일이었던 7월 28일 한낮, 거리를 걷는데 핸드폰에 문자 수신음이 들렸다. 때 마침 기다리던 지인의 소식인가 했는데, '필승카드 기호6번 김두관'이라는 제목의 민주통합당 경선 홍보문자였다. 아마도 올해 초,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 모바일로 참여했던 전화번호가 기록되어 있었나보다. 내가 받은 MMS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필승카드 기호6번 김두관

김두관만이 우리민주당의 정권교체 필승카드입니다.
현재 지지율 1위인 문재인후보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아무런 이변이 없기 때문에 감동이 없습니다.
안철수에게 쉽게 승리를 헌납합니다.
편안하게 지는 길입니다.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누르듯 역전의 드라마가 필요합니다.
안철수 쓰나미를 극복하려면 민주당에서는 김두관 태풍이 필요합니다.
김두관은 중간층이 거부하지 않는 유일한 후보입니다.
박근혜와 달리 거부세력이 없습니다.
김두관, 단 한 장의 필승카드 입니다.
(이하 경력 소개 생략)

그러나 경선후보 김두관에게는 미안하게도 홍보문자를 읽고 난 후 내 마음은 김두관으로부터 더 멀어졌다.

김두관은 한 때 리틀노무현으로 불리며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뚝심있는 사람으로 평가된 사람이다.  나 역시 그가 참여정부 시절에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재임했던 사실과, 시골 이장으로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표본이라고 보았기에 참 믿음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경선에 출마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번보다는 다음 대선을 노리며 좀 더 힘을 비축하고 내공을 키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랬기에 그가 도지사직을 던지면서까지 경선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뭐가 그리 급했을까? 라는 마음이 한구석에서 솟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도 인생은 자기 몫이니 본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이왕 참여하는 경선이라면 선의의 경쟁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사실, 이 정부 내내 민주통합당 내에서 여권의 박근혜만큼 독보적인 대선 후보 주자가 없었기에 김두관 후보로서 그런 마음을 가질만 했다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막상 경선이 진행되자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당혹에 가까웠다. 결선 경선을 강하게 주장할 때부터 살짝 의심스럽긴 했다. 다행히 문재인 후보가 받아들임으로써 큰 문제가 아닌 듯 흘러갔다. 그러나 얼마 후 안철수 원장이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하고 힐링캠프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 중에서도 특정 인물만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건 불공정하다는 볼멘소리가 있었다는 기사가 흘러나왔다(중앙일보 7월23일자 - 손학규 "힐링캠프 우린 거절하더니..." 발끈). 바로 손학규 후보와 김두관 후보였다.

스스로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시스템 탓, 남 탓을 하지 않는다. 설령 불공정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시간이 가면 사람들은 진심을 알아준다. 대선 경선 후보이면서 힐링캠프에 출연 못한 사람이 어디 자기 뿐인가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불만스러울지라도 대선 경선 후보로까지 나온 사람이라면 왜 자기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는지 헤아려 볼 정도의 눈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에 대한 불안함이 확신으로 굳어지는 가운데 민주당 경선이 서로를 할퀴는 난타전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특히 김두관 후보의 문재인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심한 형세더니, 오늘은 나 같은 일반인에게까지 MMS를 보낸 것이다.

본인을 지지해달라는 거야 경선 후보이니까 당연하다고 치자. 그래도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누르듯 역전의 드라마가 필요하니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자기가 경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발상은,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 오히려 10년 전 경선을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구태의연함의 재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대적 흐름에도 오히려 뒤떨어지는 듯한 그런 감각으로 중간층이 거부하지 않는 유일한 후보라는 건 그쪽 캠프만의 생각이 아닐지.

'만사형통'이라는 말을 MB가 듣지 못해서 사태가 지금의 지경으로까지 치달았을까? 아니다. 당연히 들었지만, 그 말을 지극히 자기 식으로 해석했을 뿐이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자기 식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그 해석에 대한 책임 역시 자기 삶으로 감당해야 한다.

김두관, 그는 '리틀 노무현'이라는 호칭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이 아니라 그저 10년 전 별볼일 없던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기적이 자기에게도 적용되리라 믿는 착각 속에 빠진 것은 아닌지 지극히 냉정하게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지금의 모양새로는 그 무엇보다 우선 김두관 후보에게 노무현만한 진정성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러워질 지경이다. 혹자의 말처럼 그는 시골 이장 출신, 뚝심, 많지 않은 재산을 또 하나의 스펙쌓기로 키워왔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태그:#민주통합당 경선, #김두관, #문재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