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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이 복선화 되면서 전철이 개통 되었다기에 눈이 내린 지난 화요일(28일) 지방으로 이사하기 전에(1월말 지방으로 이사예정) 춘천에 한번 다녀오려고 4살(40개월)난 아이와 함께 집을 나셨습니다.

 

7호선에도 인파가 많아

 

7호선을 타고 상봉으로 가는 동안에도 춘천 이야기를 하는 어르신들과 가족들이 꾸준히 전철에 탑승했습니다. 평일 오전 10시가 넘은 시간에 7호선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이었습니다. 아무튼 상봉역에 도착하니 마치 야구장에서 코리안 시즌 결승전이 끝나고 사람들이 몰려 나오듯이 전철에서 내린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경춘선으로 갈아타는 통로는 사람들로 꽉 찬 상태 내가 걷는게 아니고 사람에 밀려서 아이를 안 놓치려고 아이 손을 꼭 잡고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좁은 에스컬레이터 쪽은 사람이 꽉 차서 줄을 서 있는 터라 맞은편 계단으로 올라가는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일단 오르고 나니 승강장에 사람들이 많더군요. 퇴근 시간 사당역 승강장을 보는 듯 했습니다. 5분 정도 지나고 승강장에 춘천행 급행 열차가 들어 왔는데 이미 좌석은 꽉차 있고 중간에 서 있는 사람도 십 여명이 보였습니다.

 

들어오는 열차를 타야 자리에 앉을 수 있어

 

미리 사전에 춘천에서 들어오는 기차를 타고 있어야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라서 조금있다 맞은 편으로 도착하는 당역 종착 열차를 탑승했습니다. 그나마 그렇게 탑승을 해도 많은 사람들이 타서 저희 일행이 탔을 때는 자리가 1-2자리 정도 밖에 없더군요. 간신히 아이와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맘이 편치가 않았습니다. 저희가 탄 칸은 열차 마지막 칸이 었는데 자전거 거치대가 장착되어 있어 그나마 앉을 자리가 적었습니다.

 

 

가는 전철 탑승객의 절반이상이 어르신들

 

기차가 대기구역으로 들어갔다가 10여분이 지나고 다시 승강장으로 들어왔을 때 기다리던 사람들이 몰려 들어 왔지만 이미 자리는 꽉찬 상태 거기에 몰려 들어오신 분들 중엔 젊은 사람들(40대이하)보다 70대 이상으로 보이시는 어르신들이 훨씬 많았습니다(70%이상). 그나마 퇴근 시간 전철처럼 발 디딜 틈이 없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지나가기에는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타고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성탄절 연휴에 춘천을 다녀온 분들의 이야기를 인터넷 동호회에서 보니 숨쉬기 조차 곤란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탔다고 하지만 오늘은 평일이라서 그런지 그정도 까지는 아니었네요.

 

예전에 무궁화 열차 시절에도 연휴나 대학생들 MT철이 되면 기차가 꽉차서 비좁게 가던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래도 내가 자리에 앉을 지 결정할 수가 있었고, 서 있는 사람들 때문에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 엄청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하철과 같은 형식의 의자로 바뀌고 나니 앉아 있는 사람도 불편하고 서 있는 사람도 불편한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기차안에서 사이좋게 간식을 나눠 먹던 것은 생각도 못하는 일이고 바쁜 일상속에서 여유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수도권 만원 전철을 타고 출퇴근 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늘어난 터널 때문에 주변 경치 보는 멋도 사라져 

 

그리고 직선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중간에 10여개 정도로 늘어난 터널은 눈에 거슬렸습니다. 박의 경치를 구경할 만 하면 터널이 나왓고, 여행을 하는건지 고행을 떠나는 건지 모를 정도네요.

 

그나마 출발하고 몇 정거장은 몸을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지만,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니 몸을 돌려 앉을 공간도 없고, 앞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그렇게 할 수도 없어서 여행내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의 가방에 눈을 맞추고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승강장에서 개찰구까지 10분 넘게 걸려

 

아무튼 우여 곡절끝에 한시간 반 만에 춘천역에 도착해서 내렸지만 너무 힘들게 와서 차라리 30분 더 가더라도 편하게 오고 싶다는 마음만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전철에서 내리는 순간 이게 웬일입니까. 12월 31일 재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종각에 내린 인파처럼 엄청난 사람들이 승강장에 모여서 있어서 앞으로 나갈 수 조차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전철에서 내린 사람에 비해서 승강장이 좁았고, 제가 내린 쪽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가 되어 있어서 이걸 타기 위해서 줄선 사람들이 가득메워 앞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간신히 옆에 공간이 생겨서 반대편으로 이동해서 계단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승장장에서 개찰구 까지 나오는 것만 10분 이상 걸렸네요.

 

춘천역 앞도 안내 시설 부족으로 대혼란

 

춘천역에 나와보니 여긴 더 한 난관이네요. 밤새 내린 눈을 모아서 곳곳에 쌓아 놓아서 광장 자체가 비좁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제대로 된 안내판도 눈에 안띄고 내린 사람들은 무작정 버스 정류장 쪽으로 몰려가는데 버스를 타려는 건지 택시를 타려는 건지 알수가 없는 상황에서 택시 정류장과 버스 정류장의 구분 마저 안되어 있어서 먼저 택시 앞에 달려가는 사람이 임자가 되는 무질서한 상황이 었습니다.

 

주변을 찾아봤지만 안내하는 사람이나 문구는 찾을 수가 없네요. (나중에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역사 바깥 구석에 관광안내소가 있는 것을 봤습니다. 누가 위치를 배치했는지 모르겠지만, 역에서 처음 내리는 사람이 뒤를 돌아서 보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는 위치였습니다.) 아무튼 애를 안고 도로로 가까이 가니 마침 택시가 앞에 와서 서네요. 기사님이 애를 안고 있서어 제 앞에 섰다고 하시네요. 역앞에서 정신없이 방황하다가 탄 택시라 너무 반갑더군요.

 

춘천 시내도 늘어난 인파에 혼란 겪고 있다고

 

아무튼 명동쪽으로 가자고 이야기를 했더니 닭갈비를 드시려고 하시냐고 기사님이 묻더군요. 아는 집 이야기를 했더니 지금 명동에 가면 자리가 없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20분 정도 되었지만 지금 역앞의 상황을 보니 그 말이 맞을 것 같아서 강원대 후문에 후평동 쪽으로 가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는 내내 택시기사님은 사람이 엄청 많이 몰려와서 춘천 시내가 대혼란을 겪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명동에 유명한 식당들은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손님이 몰리다보니 음식의 질도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손님들이 많이 한다고 속상해 하셨습니다. 

 

저도 춘천사는 분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명동쪽은 외지인들 대상 장사하는 곳이고, 춘천사람들은 거기 안가고 후평동 쪽이나, 숯불구이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기사님이 추천하는 쪽으로 부담없이 향했습니다. 기사님은 운행내내 너무 준비가 없이 전철을 개통했다고 개탄을 하시더군요.

 

제대로된 지역 안내 책자 하나 없이 주먹 구구식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 주말 지원나온 시청 담당공무원에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거 신경쓰지말고 택시나 잘하라는 대답을 하더라며 격분을 하셨습니다. 아무튼 10분 정도 택시를 타고 후평동에 가서 나름 유명한 닭갈비 집에 들어 갔습니다.

 

오후 3시에도 식당에는 손님이 가득

 

1시 30분이 넘은 시간에도 30개 가까운 테이블 중에 빈 자리가 별로 없더군요. 주문하고 닭을 볶아주는 직원분께 여쭈어 보았더니 11시부터 3시 정도 까지 자리가 빌 틈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전철 뚫리고 손님이 거의 2배 가까이 많아져서 북적거린다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명동쪽은 손님이 3-4배 이상 많아져서 더 힘들 꺼라고 하시더군요. 아무튼 1시 40분이 다 되서야 늦은 점심을 맛나게 먹고 중도나 공지천 쪽으로 가려다가 집에 돌아 가는 길이 걱정이 된다는 집사람 이야기에 그냥 춘천역으로 다시 가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식당에서 나온 시간이 오후 3시 였는데 그 시간에도 식당에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아졌습니다. 계산하면서 주인 분에게 물어보니 전보다 손님이 많아지긴 많아졌다고 하더군요. 춘천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탄 택시 기사님은 전철때문에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있지만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시내에 차들이 50% 이상 늘어 교통체증도 많아지고 아무 곳에나 주차하는 외지차들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하시더군요.

 

군밤 3천 원도 비싸다고 하는 어르신들

 

오후가 되서인지 역 앞은 사람들이 좀 한산해져 있더군요. 택시에서 내려서 할머니 몇분이 앉아서 군밤을 굽고 계시길래 군밤 한봉지를 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는 중에 어르신 들이 오셔서 이거 얼마요 하고 물어보고는 3천원입니다.라고 답변하시니 뭐 이리 비싸 하면서 그냥 가시네요.. 한 3분 정도 그러자 군밤파는 한 분께서 밤 값이 너무 올라서 12개에 3천원팔아도 품삭도 안나온다고 화를 내시더군요.

 

그러면서 제게 하시는 말씀이 주로 나이많은 어르신들이 오셔서 가격만 물어보고도 돈이 없어서 못사고 간다고 하시면서 식당들도 여럿이 와서 적게 시키고 자리만 차지해서 곤란하다더라고 이야기를 하시는데 참 마음이 안 되었습니다.

 

어르신들 공짜라서 춘천온다고 하심

 

상봉역으로 돌아오는 전철도 이미 사람이 꽉차서 역시 상봉에서 춘천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탔는데 아예 남 춘천역에서 타고 들어오셔서 서울로 향하신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열차가 대기선에 있다가 다시 승강장에 들어 섰는데 정말 이번에는 90% 이상이 70대 이상되는 분들이 타셨습니다.

 

제 옆에 앉은 어르신이 노선을 물어보셔서 대답해 드리면서 말문을 트게되어 여쭤보니 경로당에서 관광차 대절해서 다른 곳으로 놀러가려고 했는데 다른 분들이 춘천은 공짜(전철 무료 탑승)니까 여기로 가자고 그러셔서 버스 취소하고 전철 타셨다고 말씀을 하시네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 사람도 많고 밥먹는 곳도 전철역에서 멀어서(식당가가 모여 있는 명동시내까지는 택시로 기본요금 정도,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 그냥 역앞에 식당에서 밥만먹고 가노라고 하셨습니다. 사람으로 가득한 전철에서 할머니 한 분이 귤이며 고구마며 녹차며 부지런히 들고 나르시는데 기차도 아니고 전철안에서 그런걸 나눠 먹는 모습이 참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서가시는 어르신들 때문에 앉은 사람도 불편

 

늦게 뛰어와서 자리가 없는 것을 보고 한숨 쉬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애를 안고 1시간 반을 서서 갈 엄두가 안나서 자리 양보를 할 수가 없었네요. 경춘선 안에서는 70세도 젊은 축이라 경로석에 못앉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이번에 탄 전철은 급행이라 1시간 남짓해서 상봉역에 도착했는데 역시 상봉역 승강장에서 엄청난 인파로 10여분 동안 지체를 하고 간신히 집에 오는 전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동 시간을 짧아졌지만 여행의 멋은 사라져 

 

춘천은 8번 강촌과 대성리는 10번 넘게 다녔는데 이번 춘천 여행만큼 재미없고 답답한 여행은 전에 없었습니다. 경춘선 복선 전철이 개통되고 나서 출퇴근이나 업무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겠지만 춘천으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길이 될 것 같네요. 30분 빨리 도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객을 위한 열차형 전동차를 운행했더라면 더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 2011년 말에는 열차식 고속전철을 투입한다고 하는데 개통과 동시에 투입하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아마 그전에 진짜 여행을 목적으로 춘천에 가는 것은 포기해야 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벌써 여행 관련 인터넷 동호회들에서는 전철에 어르신들 가득해서 서서 가게 되서 교통이 더 나빠졌고 식당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손님 대접을 못 받는 다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도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춘천에는 가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경춘선 전철 개통이 춘천과 서울을 오가며 업무를 하거나 출퇴근을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일이긴 하겠지만 여행을 다니는 사람에게는 여행의 낭만이나 멋도 사라져 버리고 추억마저 집어 삼킨 결과가 되었네요. 혹시 춘천에 전철로 가시려고 하시는 분들 계시면 출근길 전철 같은 상황을 대비하시고 가시길 바랍니다. 무궁화호의 낭만은 절대 없고요. 자리 안 비켜 주냐는 어르신들의 거친 눈빛과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난무하고 3분 이상 밖의 풍경을 보기가 힘들어서 그냥 자게 됩니다.

 

경춘선 전철 개통으로 춘천 집값도 오르고 수도권으로 편입효과가 있다고 하는 긍정적 효과들도 있겠지만, 여행객들에게는 또 하나의 여행코스가 사라져 버리는 안타까움만 남을 것 같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코레일과 춘천시에서 좀 더 신경 써서 대응책을 마련해 주십사하는 바람입니다. 

 

이렇게 2010년 우리 가족의 마지막 여행은 춘천여행이 아니라 춘천고행으로 기억에 남게 되겠네요. 함께 다녀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투정하나 안부리고 잘 참아준 아들에게 오늘 저녁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줘야 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경춘선 전철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인파가 몰리는 주말을 피하시면 좀 낫습니다. 그리고 오후 시간에 출발하셔서 춘천시내에서 1박 하시고 다음날 오시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오후 4시 반경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전철에는 그나마 자리가 있더군요.


태그:#춘천여행, #경춘선, #닭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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