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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명 '막장 드라마'라고 불린다는 것이다. 특히 2009년 화제의 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시청률 40%대를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소재가 자극적이고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내용 전개가 극단적인 드라마 내용을 질타하면서도 보게 되는 이유는 뭘까. 지난 12일, 드라마 작가 지망생인 전현정(22)씨를 만나, <아내의 유혹>을 비롯한 막장드라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 요즘 <아내의 유혹>이 '막장 드라마'라는 이유로 인해 논란이 많은데요.

"저는 <아내의 유혹>을 막장드라마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이 드라마는 '막장'이라고 불리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불륜, 출생의 비밀 등과 같이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드라마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드라마니까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막장' 드라마라고 하길 꺼리나? 

"옛날 문학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기능을 중요시했습니다. 해당 시대의 문학작품을 살펴보더라도 리얼리즘 문학이 주를 이루었고요. 이러한 소설들이 드라마로 나오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드라마는 책으로 출판되는 일반 문학과 차이가 있습니다. 책으로 출판되는 문학들은 주인공의 감정, 배경 등을 글로 표현해야 하지만, 드라마는 대사와 영상, 배우들이 보여주기 때문이죠. 물론 과거에도 그래왔지만 미디어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과거보다 더 풍부한 색감과 기술들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는 '수용미학'이라는 점입니다. 수용미학이란 문학작품의 이해와 평가를 독자의 입장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수용미학의 입장에서 볼 때 문학작품은 작가·작품·독자 간의 소통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작품으로 탄생됩니다. 따라서 예술작품이란 하나의 고정된 의미를 전달하는 양식이 아니라 수용자의 작품 경험에서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입니다.

 

요즘 시청자 의견으로 인해 주인공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되는 기능이라고 볼 수 있죠. 요즘 드라마는 과거와 같이 제작자나 작가의 독단만으로 작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항상 시청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려고 노력하죠. 각 드라마마다 홈페이지를 열고 게시판을 만들어 놓는 이유도 거기에 있어요.

 

다시 말하자면, 현 시대에는 삶이 윤택하게 살면서 우리들에게는 의식주 이외의 새로운 고민들이 발생하게 되죠. 이로 인해 드라마는 문학작품이기 보다는 우리의 지친 몸을 달래주는 쉼터와도 같은 위치에 있다는 것입니다.

 

<아내의 유혹>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주인공의 삶을 동일시하며, 자신을 괴롭힌 누군가를 대신 복수해주는 주인공에게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입니다.

 

시청자들은 힘든 현실 속에서 철학을 담은 내용이나 거대담론을 말하는 드라마나 문학작품을 찾기보단 작품을 통해 휴식할 수 있는 가벼운 소재를 찾는 것이죠. 드라마는 시청자 입장을 생각한 문학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 하지만 과거에는 이렇게 '막장' 드라마가 성행하진 않았다.

"초창기 드라마부터 이렇듯 복잡한 구조의 가족 구성원들을 그리진 않았습니다. 텔레비전 드라마는 1962년에 제작된 KBS의 개국 특집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를 시작으로 40여년의 역사를 가졌습니다. 이 드라마는 유치진 선생님의 희곡으로 반공극(反共劇) 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필두로 하여 드라마의 초창기(1962~1975)에는 서민 가족을 중심으로 하여 가정의 단란함, 화목함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가족상을 다루는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중반기(1975~1984)에는 부부 중심의 드라마가 주를 이루며,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죠.

 

후반기(1985~ )에 방영된 드라마는 가정과 가족을 문제 발생의 원인으로 설정하고, 가족법의 모순, 노인문제, 핵가족화, 여성차별, 아들선호사상, 이혼 등 가정이나 가족 관련 사회 문제를 다루는 사회극으로 변모하였습니다.

 

이러한 드라마의 변천은 우리 가정의 변천을 반영하며, 드라마의 이상적 가정신화의 붕괴는 전통적인 가정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드라마의 이러한 변천사는 현실 가족구성원 간의 위계질서 붕괴, 가부장권의 붕괴, 여권의 신장 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 드라마 작가 지망생으로서 요즘 드라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복수나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집안의 원수 등 어떤 소재든지 좋은 드라마 스토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단순한 복수극에서 그치는 드라마가 아니라 주인공의 심리나 갈등이 잘 표현되는 드라마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일본 드라마의 <빙점>과 같은 드라마가 있죠."

 

- 마지막으로, 어떤 드라마를 쓰고 싶나?

"아직 불확실한 미래를 가지고 있는 작가 지망생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 일은 흔치 않은데, 이런 질문을 받으니 기분이 좋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저는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써보고 싶어요. 저는 아직 젊어서 그런지 불륜 소재의 드라마보다는 전문직을 다루는 드라마를 쓰거나 풍자 드라마를 써보고 싶어요. 시트콤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기도 해요. 또한 위에서 언급했던 <빙점>과 같은 드라마를 써보고 싶어요. 주인공의 심리나 갈등이 치밀하게 표현된 드라마 말이에요."


태그:#막장드라마, #아내의 유혹,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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