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C.I.E 테마 기행에서는 비정기적으로(원래 여행은 계획없이 무작정 떠나는 것이 제 맛이므로) 테마가 있는 C.I.E.(Cultural heritage In Education 문화유산활용교육)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각 여행지마다 다른 테마로 만나게 될 문화유산들은 항상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에 있지만 우리가 너무도 멀리 느끼는 주제들이다. 어릴 때 들었던 옛날 이야기 속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내가 읽고 있는 책에 늘 함께 있었던 문화유산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그 첫 여행의 테마는 망부석이다. 망부석이 첫 테마로 선정된 이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이 많이 좌우하였을 것이나, 다른 한편으론 그 상징하는 바가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다림을 상징하는, 자연환경인 바위에 얽힌, 그리고 오랜 옛날부터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전설이라는 점, 그로인해 다양한 장르에서 그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자체심사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다. 

아내가 멀리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가 죽어서 화석이 되었다는 전설의 돌, 망부석. 망부석 전설은 한국의 여러 지방에 전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신라 눌지왕(訥祗王) 때 박제상(朴堤上)의 아내에 대한 전설인 치술령의 망부석 설화다.

박제상이 일본에 볼모로 있는 왕자를 구출하고 자신은 체포되어 죽음을 당하여 돌아오지 않자, 그의 아내는 수릿재[鵄述嶺]에 올라가 높은 바위 위에서 멀리 왜국을 바라보며 통곡하다가 그대로 돌부처가 되어 수릿재 신모(神母)가 되었고, 그 바위를 뒷날 사람들이 망부석이라 불렀다고 한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일본 쓰시마(對馬)섬에는 신라 충신 박제상의 순국비가 세워져 있다.

박제상 유적
 박제상 유적
ⓒ 문화재청

관련사진보기


망부석과 관련된 문학작품은 고대가요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 가요이며, 한글로 기록되어 전하는 가요 중 가장 오래 된 정읍사(井邑詞)가 바로 그것이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데를 드데 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데 졈그를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출전 <악학궤범(樂學軌範)>
                                             * 고어 입력이 안되는 관계로 일부글자 임의 수정함

그 배경설화는 다음과 같다. 정읍은 전주의 속현이다. 정읍현의 어떤 사람이 행상을 하는데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아 그 아내가 산 위의 바위 위에 올라 멀리 바라보며 남편이 밤에 다니다가 해를 입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스런 마음으로 노래하였다. 세상에 전하기를 산 위에 오르면 망부석(望夫石)이 있다 하였다.
<출전 : [고려사] 악지(樂志) 삼국속악 ‘백제’ (현재는 그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망부석을 세워 이를 기념하고 있다.>  

정읍사 [井邑詞] 
작자·연대 미상의 백제가요.

통일신라 경덕왕(景德王) 이후 구백제(舊百濟) 지방의 노래로 짐작된다.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 가요이며, 한글로 기록되어 전하는 가요 중 가장 오래 된 것이다. 내용은 정읍현(井邑縣)에 사는 행상의 아내가 남편이 돌아오지 않으므로, 높은 산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며 남편이 혹시 밤길에 위해(危害)를 입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나타낸 노래이다.
형식은 3연 6행이며, 조선시대에 궁중음악으로 쓰였다. 《악학궤범(樂學軌範)》 권5에 실려 전한다.

망부석은 이러한 전설에 따라 현대 문학작품에서도 많은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김소월의 시 '초혼'이 그 대표적이다.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중략 >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이처럼 고대가요에서부터 현대의 문학작품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망부석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은 대표적으로 치술령 정상부근의 망부석과 부산의 태종대가 있으며, 춘천 오봉산에서 청평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망부석 등이 있다.

그 외에 각 지역의 명산과 해안가에는 비슷한 전설을 간직한 망부석들이 분포되어 있다. 이처럼 망부석들은 높은 산 정상이나 바닷가 등에 주로 위치해 있다. 이는 오랜 세월동안 물과 바람에 의해 침식작용과 풍화작용을 거쳐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형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밖에 망부석은 한국적인 색채인 기다림이라는 의미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영화나 노래, 그밖에 문학작품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바로 우리 고유의 문화코드를 찾아 거기에 담긴 내용들을 하나씩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견해 가는 것이 현재 학교 교육에서 지향하는 통합교과 수업방식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나의 주제로 여러 가지의 생각들을 얻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교육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 C.I.E 테마기행이 제안하는 토론 ․ 과제
1. 망부석과 관련된 문학작품을 찾아보고 문학작품에서 망부석이 상징하는 의미를 알아본다.
2. 우리 가까이에 위치한 산과 물가에 위치한 바위 중 망부석 설화와 관련된 바위를 찾아본다.
3. 치술령의 망부석 설화를 통해 신라시대의 상황을 알아본다.
4. 망부석을 주제로 글짓기를 해본다.
5. 망부석이 위치한 자연환경을 고려하여 오랜 시간 동안 망부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토론해 본다.
6. 망부석 설화와 관련된 문화재를 찾아본다.
관련문화재 : 강원시지정유형문화재 제59호 경양사 (鏡陽祠) 울주군 기념물 제1호 박제상유적(朴堤上遺蹟)  명승 제17호 부산태종대

부산 태종대 망부석 바위
 부산 태종대 망부석 바위
ⓒ 문화재청

관련사진보기



태그:#문화유산, #교육, #CIE,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