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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기다려지는 금요일 오후입니다. 직장인에게는 현실의 엄격함과 좌절의 고통이 잠시나마 숨을 죽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일은 어느덧 '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더 넓은 집, 더 좋은 차, 더 맛있는 음식, 더 비싼 옷…. '고액 연봉'과 '유급휴가가 많은' 직장이 요즘 직장인들에게 신이 내린 일터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는 일찍이 '욕구의 5단계설'이라는 것을 주장했습니다. 인간의 욕구는 5단계로 나눠지고, 1단계부터 실현이 가능해야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1단계 '생존의 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제3단계 '귀속의 욕구', 제4단계 '존경의 욕구', 그리고 5단계 '자기실현의 욕구'. 매일매일 직장이 '서바이벌'인 요즘 직장인들에게 1단계 '생존의 욕구'조차 충족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하면 얻는 10가지 행복>(다사키 히로시 지음, 거름)이라는 다소 '범생이'스러운 책을 읽었습니다. '도대체 일에 왜 철학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지은이는 "거센 파도가 닥치고 조류가 무섭게 밀려와도 무기력하게 떠밀리지 않기 위해 '일에 관한 철학'이라는 무겁고 튼튼한 닻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일벌레였던 이전 시대에 비하면 직장인 가운데 '마니아'가 많아졌습니다. 재즈, 클래식 음악감상부터 자전거타기, 마라톤, 요가, 꽃꽂이에 이르기까지 그 분야가 다양합니다. 취미 마니아들은 급여의 상당액을 취미를 업그레이드(?)하는데 기본 배정합니다. 취미야말로 직장생활의 활력소이자, 살아가는 행복이라고 강변하기도 합니다.

▲ 지난해 '차없는 날' 행사인 자전거 행진을 위해 올림픽공원에 모인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일의 대가는 '임금'이 아니라 '인간성장'

이 책의 저자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취미 마니아'들은 아직 '일의 대가는 임금'이라는 낮은 단계의 수준에 머물러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지속하기 위한 임금을 얻기 위해 직장에 다닌다고 생각합니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일의 대가는 능력'이라는 수준으로 올라섭니다. 즉 일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더한층 성장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을 깊이 바라볼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일의 대가로서의 '임금'이나 '지위'는 임금을 사용하고 지위에서 물러나면 사라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성장의 방법론'은 이렇습니다. 그것은 활기차게 '꿈'을 이야기하고 '목표'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꿈은 '긍정 사고'를 가지고 진심으로 얘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 힘을 쏟아 붓는 에너지'는 이렇게 했을 때만이 생성됩니다. 이상가와 몽상가의 차이도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이상가는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력 질주하지만 몽상가는 단지 소망차원에서 그치고 맙니다.

무조건 고객과 공감하라

직장인에게 '성장의 거울'은 무엇일까요? 직장상사가 대표적인 거울이겠지요. 그보다 더 큰 거울은 바로 '고객'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말 없는 고객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고객이며 무언의 메시지를 읽는 역량이야말로 집중력과 지속력을 요하는 엄격한 수련의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고객과 공감하는 것은 '마음의 성장'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고객에 대해 기대하거나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려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모두 비운 채 상대방의 진실을 깊이 느끼려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객에게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서만이 우리 마음이 성장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큰 깨달음을 얻은 자는 속세에 은둔한다

'인간으로서의 성장'의 궁극은 '인간학'에 바탕을 둔 '인간력'입니다. '인간학'이란 '인간 관찰하기'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인간 깊이 바라보기'를 의미합니다. 마치 진검승부를 할 때처럼 '마음의 고통'과 '격렬한 감정의 움직임'을 두려움 없이 맞설 수 있어야 '인간력'의 내공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직장인들에게 대부분 '업무 스트레스'보다 힘든 것은 '직장 내 대인관계'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다른 사람이 지옥이다"라고 했답니다. 인간들끼리 서로 자아가 부딪혀 '지옥'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인간을 마주보고 인간의 정신과 격투하는 것을 생략하고는 인간력을 체득할 수 없다고 합니다.

책임을 기쁨으로 승화하는 사람들

직장 내 관리자급들은 '샌드위치' 신세라고 합니다. 임원진의 과도한 업무지시와 부하직원들의 불평불만 사이에서 이 눈치 저 눈치 보기 바쁘다고 신세 한탄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말합니다. 책임의 무게야말로 일하는 보람과 기쁨이라는 것을.

더 나아가 부하의 성장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조건이 '관리자'라고 해석합니다. 자기 자신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자의 지위에 오른 것이 아니라 관리자의 지위에 올랐기 때문에 성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인생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가장 성장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적자생존의 법칙'을 연상케 합니다. 바늘 하나의 무게로 쓰러지는 낙타처럼 지금도 수많은 직장인들은 가족 부양과 내 집 마련을 위해 야근과 잔업수당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무게조차 버거운데, 더 많은 타인의 인생을 책임져야 성장한다니….

▲ 경기도 분당의 한 판교 견본주택 전시장에서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 일가족이 자신들이 살게될 아파트의 구조도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초심을 잊지 마라! 그때마다 초심을 잊지 마라! 노후의 초심을 잊지 마라!

일본에도 '학생운동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1970년 안보반대투쟁 때의 일화입니다. 도쿄 대학은 '6월 23일 미국안전보장조약 자동연장에 반대해 동맹휴교을 하느냐 마느냐'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과격파가 주도한 전체분위기가 '동맹휴교'로 기울고 있었지만, M이라는 한 학생이 벌떡 일어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바리케이드를 쌓는다면 대학캠퍼스가 아닌 자신의 마음속에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진정으로 '이 사회를 보다 낫게 하겠다'고 고민한다면 지금 묻고 싶습니다. 앞으로 30년 후에도 여러분은 변함없이 지금의 그 생각을 간직하고 있겠습니까?"

M이라는 친구와의 만남은 오래되었지만, 자신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비단 M뿐 아니라 지향점이 같은 친구들은 어떠한 역경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정상'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칼린 지브란의 <정상에서 만납시다>에서 언급한 것처럼….

꿈이 깨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이 서평을 쓰면서 저 자신조차 제 꿈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음을 재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꿈은 꿈을 꾸는 자의 몫이다'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지만, 그 꿈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복권당첨 등과 같은 대박의 꿈 외에 어떤 꿈이 있을까요?

꿈을 꾸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그러하기에 꿈이 깨졌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지 다음 단계의 도전을 위해 '반성'하고 또다시 전력투구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꿈 자체가 아니라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입니다. 그 자세야말로 일하면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랍니다.

태그:#직장인, #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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