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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헤어지려고 하는데요."
"이혼소송은 어떻게 하는건가요?"
"가정폭력 때문에 살기 힘들어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하루평균 40건씩 부부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여성들의 소리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어떤이는 대화와 타협을 택하고 어떤 이는 그 것을 덮어두려 한다.또 다른 이는 자신의 힘을 무기로 하여 강압의 방법을 사용한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그러하고 단체와 단체,국 가와 국가의 관계가 그러하다.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해법은 대게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을 통해 나타난다. 화를 참지 못하고 쉽게 감정적인 매질을 해대는 무모한 부모들, 아내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폭력을 일삼는 남편들은 모두 세 번째 방법, 즉 강압을 애용하는 사람들이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은 "힘없는 여성을 폭력으로 일삼는 가해자를 법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가해자를 기소하더라도 법을 집행하는 분들도 가부장적인 성향이 강해 우리나라가 넘어가야 할 산이 많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지난 2005년도 상담통계자료를 보면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로 인한 상담이 2002년 25.6%,2003년 28.4%,2004년 30.7% 2005년도에는 35.9%로 나타나 매년 증가추세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박 위원은 "특히 2005년에 이르러 여성들의 이혼상담 중 '배우자의 폭력 등 부당한 대우'가 여성들의 이혼상담의 첫 번째 사유로 올라섰다"며 "그 이유는 어떠한 이유로도 매를 맞으면서까지 혼인생활을 지속할 수는 없다는 여성들의 폭력에 대한 의식이 상당수준 이르렀음을 나타내 주는 것이다"고 밝혔다.

경미한 가정폭력이라도 적절한 법적 제재 있어야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 행위자에게 별도의 법적 조치 없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경미하더라도 적절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경우가 전체 응답자 890명중 595명(66.9%)으로 '피해 정도가 경미하면 처벌을 내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응답한 242명(27.0%)보다 월등히 많다. 상당수 일반인들의 경우 가정폭력 행위자에 대한 법적 제재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남녀를 구분하여 살펴보면, 여성의 경우'피해 정도가 경미하면 처벌을 내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응답이 16.9%(102명), '경미하더라도 적절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78.0%(474명)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

반면, 남성의 경우 '피해 정도가 경미하면 처벌을 내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응답이 49.3%(139명), '경미하더라도 적절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42.9%(121명)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남성이 여성에 비해 가정폭력 행위자 처벌에 대하여 유보적인 입장이 강한데 이는 대부분의 가정폭력 행위자가 남성인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났다.

한국가정 법률상담소에서는 1956년 설립이래 2002년말까지 전국 30개 지부에서 총 173만5082건의 상담건수를 처리하고 있다. 이 중 법률상담이 66만3012건, 화해조정이 5639건, 소송구조가 426건 등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는 부부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한국 가정 법률 상담소측은 가족관계와 가정생활을 규율하는 가족법에서의 부부차별, 남녀차별적 요소를 개정하고 폐지하기 위해 지난 50여년 동안 주도적으로 가족법 개정운동을 벌여 왔다.

그 결과 3차에 걸친 가족법 개정을 이끌어 상당부분 부부평등, 양성평등을 이루었고 특히 지속적으로 호주제 폐지운동을 주도해온 결과 2005년 3월 국회에서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통과되도록 하였다.

또 법률구조활동 및 부부갈등의 해결을 위한 워크숍, 정기강좌를 개최함으로써 부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고 있다.

가정폭력 대부분 피해자는 여성

'북어와 여자는 3일에 한 번 두드려야 한다'는 속담을 전통적인 선인의 지혜라며 옹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이들에게 아내를 향한 폭력의 무자비함과 부당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의심스럽다.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달려간 경찰도 이를 심사하는 검사도 이를 다루는 언론도, 북어와 여자를 동일시 하는 가치관을 완전히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밝고 당당했던 이경실씨를 비참하게 만들었던 남편의 폭력과 몹쓸 색안경,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 또 다른 아내들과 또 다른 여성들이 물리적 폭력과 가치관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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