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독 이진욱의 목소리를 듣다 지난 20일, 서울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음악감독 이진욱을 만났다. <보도지침> <금란방> <라흐마니노프> <존 도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등 연극과 뮤지컬을 가리지 않고 공연 음악을 만들어온 그가 오는 30일 피아노 콘서트를 연다. 이진욱 감독은 작품의 내러티브와 어우러지는 음악만이 아니라, 이진욱이 경험한 순간의 느낌들을 담은 음악도 관객에게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음악감독 이진욱의 목소리를 듣다지난 20일, 서울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음악감독 이진욱을 만났다. <보도지침> <금란방> <라흐마니노프> <존 도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등 연극과 뮤지컬을 가리지 않고 공연 음악을 만들어온 그가 오는 30일 피아노 콘서트를 연다. 이진욱 감독은 작품의 내러티브와 어우러지는 음악만이 아니라, 이진욱이 경험한 순간의 느낌들을 담은 음악도 관객에게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곽우신

 
특별히 그의 작품을 찾아서 보러 다녔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음악이 좋았다고 기억하는 작품들 중에 '어? 이 작품도 이진욱 음악감독이었어?'하고 돌아보는 공연들이 곳곳에 있었다.
 
뮤지컬 <살리에르>나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에서 그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음악들을 선보였다. 실제 안토니오 살리에리나 세르게이 바실리예비치 라흐마니노프 같은 고전 음악가의 선율을 출발점으로 삼아 자신의 창의력을 접붙였다. 뮤지컬 <존 도우>에서는 재즈 빅 밴드의 매력을 풍성하게 살려냈고, 창작가무극 <금란방>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퓨전을 맛깔스럽게 해냈다. 뮤지컬 <아보카토>의 사근거리는 말랑함도, 연극 <만추>의 밀도 있는 무게감도 모두 그가 써 내려간 음표들이었다.
 
그런 그가 개인 콘서트를 연다. 어떤 공연 작품의 음악감독 이진욱이 아니라 그저 작곡가 혹은 피아니스트 이진욱의 모습을 들려주는 자리이다. 그는 피아니스트로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연 것을 2016년으로 기억했다. 이진욱 피아노 콘서트 < The Piano Room >은 공연을 통해 관객과 소통해 온 이진욱 뿐만 아니라 공연을 통해 그의 음악을 접해 온 관객에게도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지난 20일 밤, 서울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카메라 앞에서 세상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다 본인이 거쳐 온 작품과 음악 세계를 이야기할 때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자기 속에서 길어 올렸다.
 
음악의 재미
 

음악감독 이진욱의 목소리를 듣다 지난 20일, 서울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음악감독 이진욱을 만났다. <보도지침> <금란방> <라흐마니노프> <존 도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등 연극과 뮤지컬을 가리지 않고 공연 음악을 만들어온 그가 오는 30일 피아노 콘서트를 연다. 이진욱 감독은 작품의 내러티브와 어우러지는 음악만이 아니라, 이진욱이 경험한 순간의 느낌들을 담은 음악도 관객에게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곽우신

음악감독 이진욱의 목소리를 듣다 지난 20일, 서울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음악감독 이진욱을 만났다. <보도지침> <금란방> <라흐마니노프> <존 도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등 연극과 뮤지컬을 가리지 않고 공연 음악을 만들어온 그가 오는 30일 피아노 콘서트를 연다. 이진욱 감독은 작품의 내러티브와 어우러지는 음악만이 아니라, 이진욱이 경험한 순간의 느낌들을 담은 음악도 관객에게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음악적 소통"관객과 어떻게 음악으로 소통할 것인지 염두하고 써야 하는 것 같아요. 뮤지컬을 포함해서 모든 음악이 그런 식의, 일종의 SNS 활동을 잘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억지로 뭔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음악의 색깔이 분명하다면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시는 분들도 꽤 계실 테니 분명히 들어주실 거라 믿어요. 그렇게 소통을 염두한 음악들이 유행이 될 테고요."ⓒ 곽우신

 
"작품 하고 나면 항상 아쉬워요. 제 마음대로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관객들과의 소통을 전제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프로덕션과 합을 같이 맞춰갈 때 좋은 시너지가 나오기도 하지만, 다 같이 얘기할 때 더 좋을 것 같은 방향으로 완성해서 올려봤는데 그게 관객들과 잘 만나지지 않는 지점도 나오거든요."
 
떠올려보니 그에게 "작품의 음악이 참 좋았다"라고 말을 건넬 때마다, 그는 언제나 고개를 숙이며 "더 잘했어야 했다"라며 미안해했다. 그의 겸손은 단순한 겸양의 표현이 아니라, 그가 표현해서 닿고 싶어 하는 음악세계와 실제 자신이 작업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의 차이에서 나오는 아쉬움이었다. 2012년 <커피 프린스 1호점>을 시작으로 공연계에 발을 내디뎠을 때만해도 지금까지 공연 음악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예전에는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멜로디나 화음을 갖고 있는 음악을 쓰고 싶었어요. 요즘은 그런 생각보다는…. 가장 최근에 한 <아서 새빌의 범죄> 이야기를 하자면, 처음에는 '이렇게 만들어도 되나' 싶었어요. 그 정도로 중간에 소음을 넣었죠. 악기들이 비명소리를 지르고, 사람들은 그걸 한 번도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던 소리들을 썼죠. 그런데 그게 강렬한 경험이 되면, 누군가에게 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번 쇼케이스 때 그런 소음들이 나와도 사람들이 열심히 들어주시고 봐주시는 느낌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가 지금까지 음악감독을 계속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재미'였다. 본인이 재미있는 작업을 중시해왔고, 그 재미를 바탕으로 다른 창작진과, 배우와, 관객과 소통하고자 했다. 그런 시도들이 매번 성공했던 건 아니었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를 준비한 뒤, 너무 힘들어서 뮤지컬을 접을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 작품이 동시에 다른 재미와 희열도 줬다. 그렇게 그는 고통과 기쁨을 동시에 만끽하며 창작자로서 이 자리에 서 있다.
 
"저는 음악을 만들 때 제가 재미 있어야 남들에게도 그 재미가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음악하는 사람은 요리하는 사람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본인이 만드는 요리가 본인의 음식 취향과 좀 맞아야 하는 것처럼? 우선 음악적으로 저한테 즐겁고, 이런 감정과 대본과 음악이 가장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희열이 오는 지점이 있거든요. 동시에 다음에 더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고, 그래서 만날 때 굉장히 좋았던 작품들이 있죠. 살아오면서 그런 작품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라흐마니노프> 하고 뮤지컬을 접을 생각이었어요. 너무 힘들었고…. 계속 수정한다고 더 좋아지지 않는 걸 알면서도 계속 수정하는 나를 보며 '내가 너무 못하는구나' 싶었어요. 내가 이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신도 없었고요. 그런데 동시에 재밌었어요. 제가 대학원까지는 음악분석을 전공했거든요.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펼쳐놓고 다 쪼갰어요. 마디마다 다 분석했죠. '라흐마니노프 선생님께서 지금 현재의 뮤지컬 작곡가라면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에 집중하면서 마치 옛날 미술 작품을 복원하듯이 임했어요. 저에게 공부도 되고 재밌게 했던 작업이었죠."
 

좋은 음악이란
 

음악감독 이진욱의 목소리를 듣다 지난 20일, 서울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음악감독 이진욱을 만났다. <보도지침> <금란방> <라흐마니노프> <존 도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등 연극과 뮤지컬을 가리지 않고 공연 음악을 만들어온 그가 오는 30일 피아노 콘서트를 연다. 이진욱 감독은 작품의 내러티브와 어우러지는 음악만이 아니라, 이진욱이 경험한 순간의 느낌들을 담은 음악도 관객에게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그가 느꼈던 재미"<라흐마니노프>나 <살리에르>를 했을 때도, 저라는 사람이 모차르트, 살리에리나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가지고 새롭게 구성한다는 게 우선 저에게 재미있었어요. 클래식 어법과 뮤지컬이 만나는 지점들을 찾고 그게 관객들의 마음에 울림을 만든다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관객들도 작품을 재밌게 많이 봐주셨던 게 그런 이유 때문 아니었을까요?"ⓒ 곽우신

 
그런 그에게 여전히 관객은 참 감사하고 동시에 어려운 존재이다. 작품 속 음악이 좋았다고 평해주는 관객들이 고맙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피드백해주는 데서 많은 걸 배우기도 한다. 본인이 의도했던 혹은 전달하고자 했던 게 객석까지 잘 닿지 않으면 힘들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계속 노력하는 건 '관객은 좋은 음악을 알아봐주신다'라는 믿음 때문이다.
 
"좋은 음악이면, 매력이 있으면, 관객들은 한 번씩 더 들어봐주셔요. 그건 전문 지식과는 관계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내가 관객들께 드릴 수 있는 좋은 음악은, 지금까지 있었던 음악이나 많은 사람이 뮤지컬 어법으로 쓰는 지점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그런 지점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안 하는 짓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웃음)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미사 전례곡들 쓰려고 노력했죠. 15세기 중세유럽 음악도 좀 가져왔고요. 원래 가톨릭 성가는 목소리 중심의 음악이 많은데, 옛날 교회 어법에 맞는 음악들을 뮤지컬로 가지고 오면 또 새롭고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이런 짓을 해도 괜찮을까' 싶다가도 그런 시도가 괜찮게 나오면 그렇게 좋아요.
 
배우들도 그런 시도를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서 신나게 하고 있을 때면, 배우들도 다르거든요. 묘하게 계속해서 배우들이 음악에 대해 질문할 때가 있어요. 배우들도 그 작품이 마음에 들면 많이 질문할 수밖에 없죠. 본인들이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계속해서 많이 질문하는 배우들은 노래도 더 잘 불러주고 연기도 더 잘해줘요. 그리고 그런 질문과 대답, 토론들이 어떤 차원을 넘어서서 되게 많은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잘 전달된다면,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신선함을 줄 수 있다면 최고죠."


그가 지금껏 추구해온 '새로움'은 아예 제로베이스에서 세상에 없던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기존에 있었지만 시도해보지 않은 여러 종류의 통섭과 교집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게 스스로 특별하지 않다고, 대단한 사람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평하는 이진욱이 음악을 하는 방법이었다.

피아니스트 이진욱
 

음악감독 이진욱의 목소리를 듣다 지난 20일, 서울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음악감독 이진욱을 만났다. <보도지침> <금란방> <라흐마니노프> <존 도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등 연극과 뮤지컬을 가리지 않고 공연 음악을 만들어온 그가 오는 30일 피아노 콘서트를 연다. 이진욱 감독은 작품의 내러티브와 어우러지는 음악만이 아니라, 이진욱이 경험한 순간의 느낌들을 담은 음악도 관객에게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이진욱의 취미음악감독 이진욱은 본인의 작품 세계를 넓히는 방법으로 인문·사회과학도서를 읽는다. 억지로 읽는 건 아니다. 작품들을 마주하면서 신과 인간의 관계를 고민하게 되자 니체를 읽는 데 도전하는 식이다.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차근차근 고민하고 쌓아가고 또 토론하는 건, 그 모든 독서가 자신이 세계를 더 풍성하게 인식하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풍성한 세계는 이진욱의 음악세계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곽우신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뮤지컬 작곡가'의 콘서트로 국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이미 훌륭한 뮤지컬 작곡가님들의 공연이 많은데, 나까지 그러기에는…. 지금까지 했던 뮤지컬 음악들로 세팅해서 해야 할지 고민을 좀 하다가, 그것보다는 그냥 작은 극단이지만, 내가 만들엇던 정서와 감정을 담은 음악을 담으려고 했어요. '꼭 뮤지컬 음악감독 이진욱만이 아니라 인간 이진욱이 하는 작은 음악극을 누가 봐줬으면 좋겠다. 그 색깔을 누군가에게 내보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었죠."
 
이번 피아노 콘서트는 '뮤지컬 작곡가' '공연 음악 감독' 이진욱 보다는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어떤 작품의 서사 안에서,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전달하는 음악만이 아니라 그런 이야기가 배제된 음악도 들려주고 싶었다.
 
"내러티브가 없는, 공연 대본이나 서사들을 제외했을 때 그 음악에서 느껴지는 상실감이 있어요. 아니면 봄밤 산책길에 겪는 애틋함이라든가요. 공연을 보면서 그 서사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위로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만, 모든 예술이 반드시 다 그렇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서사 없이 그 순간만으로도 묘하게 위로되는 지점들이 있어요.
 
그런 지점에서, 그 음악을 들었을 때, 그 사람들에게 순간의 감정들이 공유된다면 되게 좋을 것 같았어요. 한 곡의 음악이 한 편의 그림을 보는 느낌으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어떤 풍경을 보면서, 너무 외롭고 힘든 감정이 들었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던 느낌들 같은 것들…. 관객들에게 평소에는 전달하지 못한, 제게만 남아있는 그 순간들이 있어요.
 
이 음악을 들으면서 제가 본 풍경이나 제가 가진 느낌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런 순간들을 음악으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이런 음악들을 만들 때는 좀 더 자유롭게 써내려갔죠. 하나의 음악 속에서 이야기를 구성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순간의 감정들이 좀 더 곡 안에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요. 순간에 닿아 있는 음악들…."


그의 '순간'이 닿아있는 음악들은 30일 오후 5시, 서울 마리아칼라스홀에서 감상할 수 있다. 그의 지난 10년을 반추하고, 앞으로의 10년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 큰 극장이 아니어도, 대단히 많은 것들을 긴 시간 동안 보여주는 자리는 못 되어도, 이진욱이 해왔고 앞으로 해나갈 음악세계의 단편을 엿들을 수 있는 자리. 스스로 여전히 한계를 느끼면서도 '반(半) 발자국'만큼 걸어왔다는 그. 그가 남긴 그 발걸음은 관객에게 어떤 발자국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피아노 음반들을 작곡하고 만들고, 제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재구성해서 만들고…. 그러기를 올해가 벌써 10주년이네요. 옛날에는 데모 만들고 엄청 까였어요. 음악이 너무 후지다고 욕을 먹었죠. 올해는 이 콘서트 계기로 바로 직전에 앨범도 하나 냈고, 내가 2009년도에 발표했던 음악들부터 쭉 들어보면서, '10년 동안 부족하지만 이렇게 걸어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악기를 더 많이 쓰게 됐고, 편곡 실력도 조금 늘었고, 부족한 것도 더 깨닫고…. 그러면서 콘서트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10년 동안 공연음악을 포함한 여러 음악을 해오면서, 참 쉽지는 않았지만, 반 발자국은 걸어온 것 같아요. '나는 그래도 끊임없이, 이 구석에서 이런 걸 하는 사람으로서 그 자리를 지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한 거거든요. 저에게 이런 음악은 마치 극단과 같은 개념이랄까요? 마치 내 극단을 꾸리듯이, 열심히 곡을 쓰고, 투자해나가면서 내 음악세계를 일궈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콘서트가 특별한 것도 그 때문이고요."

 

이진욱 피아노 콘서트 < The Piano Room >  30일 열리는 이진욱 음악감독의 피아노 콘서트 < The Piano Room >의 포스터. 공연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해왔던 그에게, 이번 콘서트는 오랜만에 그의 다른 음악세계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 이진욱 피아노 콘서트 < The Piano Room > 30일 열리는 이진욱 음악감독의 피아노 콘서트 < The Piano Room >의 포스터. 공연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해왔던 그에게, 이번 콘서트는 오랜만에 그의 다른 음악세계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주)알피 제이아트 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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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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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아버지를 둔 작가... 그의 고독을 이해한 배우

[인터뷰] 뮤지컬 <명동로망스>의 전혜린으로 돌아온 조윤영... 그의 앞날을 축복하며

전혜린은 집시를 꿈꿨다. 폐허와도 같은 세상이지만, '친일파' 아버지 밑에서 전혜린의 삶은 부족하지 않았다. 유복한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난 그의 물질적 토대는 바깥세상의 폐허와 비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그의 내면에 폐허를 지닌 이였다. 자기 안의 세상을 마음껏 토해내고 싶었던 그를 제약하는 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예술가로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전혜린이 서 있는 자리는 다종다양한 요소들이 그를 얽매는 거미줄 위였다. 어쩌면 그래서 전혜린은 집시처럼 자유롭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만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전혜린은 불꽃같은 사람이었다. 그 안에 품고 있던 세상을 온전히 다 표현하기에는, 그가 지내온 시간도, 그가 남긴 작품도 너무 부족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자기 자신을 모두 태워가며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직조해냈다. 그런 시대였다. 전혜린만이 아니라, 많은 예술가들이 모순으로 가득 찬 이 폐허 위에 자유와 낭만을 꿈꿨다. 자기 목숨을 장작삼아 혼을 불태워가며 빛나던 때였다. 그렇게 많은 이가, 죽음에 가까워지며 자기 삶을 증명했다. 인생의 증거로 세상에 작품을 남겼다. 1956년 서울 명동, 알코올과 카페인, 자유와 억압, 이상과 현실, 예술과 정치가 뒤범벅이었던 그때 그곳. 뮤지컬 <명동로망스>는 작은 상상력을 발휘해, 지금과 그때를 만나게 한다. 주변의 조롱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펜을 놓지 않던 전혜린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며 흘러가는 시간대로 삶을 살아가는 9급 공무원 장선호를 만난다. 전혜린 안의 자유로운 불꽃이 미래에서 왔다는 그에게 옮겨 붙는다. 이 글은 뮤지컬 <명동로망스>의 종연을 얼마 남기지 않았던 지난 겨울, 전혜린을 연기한 배우 조윤영 안의 세상을 기록한 것이다. 조윤영, 전혜린을 만나다 2015년 초연에 이어 오랜만에 다시 <명동로망스>로 돌아왔다. 2013년에 연기를 시작했고, 2015년 <명동로망스>를 거쳐 2016년 <삼총사>와 <올슉업>을 소화했다. 기지개를 펴는 듯했던 그를 다시 무대 위에서 보는 데는 2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오디션도 열심히 봤고, 이런저런 다른 일들도 하며 보낸 시간이었다. 열심히 했지만, 뚜렷한 결실이 눈에 보이지 않았던 시간들을 지나 조윤영은 다시 이 작품의 전혜린을 마주했다. 쌓아온 연기 경험보다는 앞으로 쌓아갈 연기 경험이 많은 그에게, 이 작품과 캐릭터는 분명 큰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다. 그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웠고, 또 그만큼 그를 성숙하게 만들고 얻은 게 많은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배우가 '언제 이렇게 컸느냐'라고 평할 정도로 조윤영이라는 배우에게 희열과 아픔을 동시에 줬다. 그래서 후회한 적은 없다. 다시 이 작품이 본인 앞에 돌아왔을 때, 조윤영은 주저 없이 다시 전혜린이라는 인물을 입기로 결심했다. 조윤영이 본 전혜린 수많은 모던보이와 모던걸이 거리를 메우던 때였지만, 그 중에서도 전혜린은 독특한 인물이었다. 독일 뮌헨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검은색으로 온몸을 치장했다. 번역을 하고, 글을 쓰고, 술을 마셨다. 그와 관련된 일화는 여럿 있지만, 그의 짧은 인생 탓에 직접 남긴 저서는 얼마 되지 않는다. 실제인물 전혜린의 삶을 정확하게 추론해 낼 단서가 그리 많지 않을지 모르지만, 작품 속 전혜린이 되기 위해 조윤영은 전혜린이 번역한, 그가 즐겨 읽던, 혹은 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작품들을 섭렵해나갔다. <생의 한가운데> <데미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을 독파하며 그를 완성해갔다. 삶을 위한 삶 뮤지컬 <명동로망스>는 '내 안의 세상'에 대해 노래한다. 우리 각자에게는 꿈꾸고 있고, 품고 있는 세계가 있다. 그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심지어 그런 세계가 있는지도 모른 채 혹은 모른 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있다. 전혜린에게도 있었다. 조윤영의 표현대로라면 "거친 황야" 같은, "엄청 시커멓고 헤집어져 있는" 세상이. 혹자는 그저 우울한 단색의 세계라고 매도할지 모르지만, 그 세계 안에도 "보라빛 오랑캐꽃"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세계였다. 우울과 고독을 양식 삼았던 전혜린의 눈동자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듯이. 그래서 전혜린의 검은 세계는, 검지만 충분히 아름답고, 뜨거웠다. 다 타버린 재만이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는 세계이기 때문에. 조윤영이 팬으로부터 받은 보랏빛 꽃다발에서 느낀 아름다움처럼. 그래서 그 세계가 꿈이 없던 장선호의 세계를 일깨운다. 장선호는 자신이 몰랐던 세계를 발견하다. 그리고 돌아간다. 예정된 각자의 죽음을 바꿔내고 싶었지만, 전혜린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장선호의 제안을 전혜린은 거절한다. 대신 각자의 세계에서, 각자의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내기로 결심한다. 각자의 가슴 속 휴화산이, 깨어난다. <명동로망스>에서 전혜린을 노래한 배우 조윤영의 목소리는 오늘(2일) 발매된 <명동로망스> OS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불꽃처럼 자신을 태우며 글을 쓴 전혜린처럼, 지금 이 순간 '삶을 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불꽃을 태우고 있는 조윤영의 목소리. 조윤영은, 전혜린을 점점 닮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나 역시 "그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나는 축복한다"는 문장으로 매조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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