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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의 카리스마 있는 '클로디어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클로디어스' 왕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오는 2018년 1월 28일 폐막할 예정이다.

▲ 양준모의 카리스마 있는 '클로디어스'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클로디어스' 왕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난 2017년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오는 28일 폐막할 예정이다.ⓒ 로네뜨


뮤지컬 <명동로망스>에서, 1956년으로 타임 리프한 장선호에게 이해랑은 묻는다. 미래에는 어떤 연극을 하느냐고, 설마 그때도 셰익스피어를 하고 있는 건 아닐 거라 기대하면서. 하지만 선호는 얼떨떨하게 대답한다. 셰익스피어는 한다고. 그렇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죽은 지 400년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불멸'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은 여전히 다종다양한 형태로 무대 위에 올라온다. 연극, 뮤지컬, 오페라를 막론하고 우리는 수만 가지 종류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맥베스> <한 여름 밤의 꿈> 등을 알고 있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햄릿>이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의 하나. 현대적 관점에서 봤을 때 여러 한계가 보이는 텍스트이며, 동시에 여전히 창작자들에게 풍부한 영감을 주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원작에 충실하기도, 새로운 해석을 덧대기도, 완전히 현대적으로 변용하기도 하면서 무수한 버전의 <햄릿>이 무대에 올라오는 이유이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또 <햄릿>인가', '아직도 <햄릿>으로 할 말이 남아있단 말인가' 하는 피로감이 들기도 한다. 그 무수했던 <햄릿> 중에는 원작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수준미달의 작품들도 껴 있었다. 동시에 기대하게 된다. 아무리 그래도 <햄릿>은 <햄릿>이니까. '아, 여전히 <햄릿>은 위대하구나' '아, <햄릿>으로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구나'하고 기립박수하게 만든 <햄릿>들의 이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여기 '또' 하나의 <햄릿>이 관객을 맞이했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상연될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이다. 지난 2017년 11월 23일, 기대와 우려 속에 개막하여 엇갈린 평을 듣고 있다.

<햄릿: 얼라이브>에는 당연히 주인공 '햄릿'이 있다. 그리고 이 '햄릿'과 대립하며 그를 돋보이게 하는 반동인물 '클로디어스'가 있다. 형을 암살하고 왕좌를 빼앗은 자, 형의 아내를 탐한 자, 진실을 알게 된 햄릿을 제거하려고 한 자 그리고 종국에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은 채 살아남은 자. 전형적인 악인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웬걸, 객석에서 바라본 클로디어스에게는 이전의 다른 <햄릿>의 클로디어스에게선 느낄 수 없었던 묘한 연민이 들었다.

지난 2017년 12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CJ라운지에서 공연을 앞둔 배우 양준모를 잠깐 만난 이유이다.

강하지만은 않은 강한 캐릭터

양준모의 카리스마 있는 '클로디어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클로디어스' 왕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오는 2018년 1월 28일 폐막할 예정이다.

▲ 강한 캐릭터 전문 배우"어지간한 작품은 다 해서, 이제 해보고 싶은 작품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요. 좀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동네 옆집 아저씨처럼,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연기가 사실 제일 힘들거든요. 그런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어요. 누가 봐도 가슴 따뜻한 작품, ‘드라마가 강한 작품’이요. 소소한 사건이 일어나는 그런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로네뜨


배우 양준모는 선이 굵은 배우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Confrontation'을 그가 어떻게 소화했는지, 그의 하이드가 얼마나 관객의 심장을 조여 왔는지 기억하는 이라면 안다. 그가 어떻게 진중한 위압감으로 무대를 장악하는지. 뮤지컬 <드라큘라>의 반 헬싱을 본 사람이라면, 주연 배우와 'It's Over'에서 충돌했을 때를 본 사람이라면 안다. 그는 조연을 맡았을 때도, 자신이 맡은 바의 120%를 소화하는 카리스마를 지녔다.

그의 필모그래피와 소화해 온 캐릭터를 보면 선역과 악역이 고루 섞여있다. 하지만 그 중 가벼운 인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난쟁이들>의 보여드림데이에서 난쟁이 분장을 하고 <레미제라블>의 'Look Down'을 부르며 등장했을 때나, 지난 서울뮤지컬페스티벌에서 '섹시동안클럽'으로 등장했을 때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클로디어스도 그 '무거운' 인물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이다. 배우는 비슷한 분위기의 다른 인물을 표현함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강한 캐릭터를 많이 하다 보니까, 강한 캐릭터를 강하게만 표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들었어요. 저는 역할을 잘 안 가려요. 주연이든 조연이든, 제가 하고 싶은 작품,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상관 안 해요. 이 작품을 처음 선택한 것도, 맨 처음 <햄릿>이라는 큰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저는 <햄릿>을 '장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이 큰 작품을 할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연습을 하면 할수록 '하고 싶다고 무턱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클로디어스의 내면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공감 가는 인물', '인간적인 인물'로 만들려고요.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관객이 이해가 가게 해야 해요. 그래야 캐릭터가 입체적이 되죠. 1차원적으로만 악역을 표현하면 너무 쉽고, 공감도 안 가요. 제가 흥미를 둘 이유를 거기서 찾았죠.

그런데 이 대본은 클로디어스의 깊은 내면까지 건드려주지는 못하고 있어요. 이 작품의 결은 '햄릿'에게 맞춰져 있죠. 그게 당연하고, 또 맞는 거지만요. 처음 연습하면서 어떻게 하면 햄릿의 결을 잘 도와주면서도, 클로디어스를 잘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배우들과도 상의를 많이 했죠. 전체적인 흐름에 방해 안 되는 선에서, 대사 하나, 가사 하나에 신경을 썼어요. 그런 것들을 찾아서, 최대한 주어진 역할 안에서 클로디어스의 전사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클로디어스가 어떤 감정을 갖고 있었는지를 관객 분들이 느낄 수 있을지 없을지, 내가 무대 위에서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연민을 느껴주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공감이 가는 클로디어스를 위해

양준모의 카리스마 있는 '클로디어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클로디어스' 왕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오는 2018년 1월 28일 폐막할 예정이다.

▲ 그가 노력하는 이유"항상 노력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잘 나눠주고 싶어서요. 제가 다른 배우들보다 잘났기 때문이 결코 아니고요. 다만 기회가 될 때마다, 보이스 트레이닝이든, 연기 아카데미든, 다른 사람에게 나누면서 함께 가고 싶어요."ⓒ 로네뜨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완성도로 봤을 때 사실 아쉬운 면이 여럿 있는 작품이다. 킬링 넘버라고 할 수 있는 '죽느냐 사느냐' 등 개별 곡들의 음악적 쾌감은 크다. 하지만 귀에 남을 만한 멜로디 하나를 꼽기는 약간 망설여진다. 거울과 조명 등 감각적으로 빛을 활용한 점은 돋보이지만, 동시에 무대 구성에서의 공허함이 조금 느껴진다.

무엇보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가 <햄릿> 원작의 비극미를 충실히 재현하려다 생긴 단점이 있다. 하나, 장르 특성상 노래로 상황 설명이나 감정 표현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대사에 비해 가사로 전달하다 보면 내용 전달에 한계가 생긴다는 점. 둘, 결과적으로 수많은 <햄릿>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왜 대한민국 관객이 지금 '창작'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를 봐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

"저는 인정합니다. 우리 작품, 부족한 점들이 분명 있지요. 하지만 더 나아질 수 있고, 더 나아져야만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서는 안 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믿어요. 클래식은 변형이 불가능한 장르잖아요. 똑같은 감정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시대를 넘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비춰주는 거울이랄까요. 지금을 비춰볼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400년이 지나도 관객들이 <햄릿>을 흥미로워하는 것 같아요.

물론 노래로 표현하다보니 단점이 있지요. 대사를 통해서 표현했으면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내용도 가사로 하다 보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음악의 결과 내용의 결이 같이 정말 잘 가야만 그 조화가 잘 이루어지죠. 하지만 <햄릿: 얼라이브>만의 특별한 스타일도 관객들에게 확실히 보여드리고 있다고 봐요. 노래를 통해서만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한 감정선이 있고, 뮤지컬만이 가진 것들이 또 분명 있잖아요.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단점들을 뛰어넘어서 그런 장점들은 확실히 잘 나타낸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햄릿: 얼라이브>가 단점이 장점을 덮어버리는 극은 결코 아니다. 취향은 갈릴 수밖에 없지만, 원작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서사의 힘이 묵직하다. 햄릿의 고뇌도, 햄릿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갈등도 적절하게 잘 배분됐다. 무엇보다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작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한 점이 박수 받을 만하다. 오필리어와 거트루드를 기존의 성녀/창녀 프레임에 가두지 않고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고자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지금 관점에서 낡을 수 있는 햄릿의 대사들을, 상황적 맥락을 잘 풀어냄으로서 덜 불편하게 다가가고자 했던 것도 그렇다. 그리고, 다시, 클로디어스에게 '연민'이 느껴지게 한 점도 그렇다.

양준모의 카리스마 있는 '클로디어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클로디어스' 왕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오는 2018년 1월 28일 폐막할 예정이다.

▲ 한국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다른 배우 분들하고도 그런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진짜 잘해야 한다'고요.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앞으로 한국 뮤지컬의 20~30년 결이 달라진다고 봤어요. 지금 주요한 역을 맡고 있는 우리가 더 잘해서, 오랫동안 무대에 남아야죠. 진짜 할아버지가 되어서 노인 역도 하고, 더 다양한 역할을 해내야 후배들에게 길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로네뜨


"관객 분들이 '잘 죽었어!'라고 하고 끝나면, 딱 거기까지인 것 같아요. 여운이라도 남길 수 있도록, 주어진 텍스트 안에서 최대한 잘 해내는 게 배우의 역할이죠. 클로디어스의 욕망이 '악의'인 건 맞아요. 하지만, 그걸 단순히 사악한 욕망으로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클로디어스는 2인자로서 평생을 살았던 사람이에요. 계속 선왕에게 눌려있던 사람이죠. 정말 착하거나 조용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잖아요?

선왕을 죽인 건 잘못한 일이지만, 그 후에는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이 나라를 잘 다스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연회가 있을 때, 오디오가 나가지는 않지만 신하 역을 맡은 앙상블 배우들하고 '복지를 확대해라' '백성을 잘 살펴라'와 같은 말들을 주고 받아요. '선왕은 과연 성군이었나?' 그 부분을 일부러 애매모호하게 표현했어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인물로 평가되도록 말이죠. 만약 선왕이 모두에게 진정한 성군이었다면, 거트루드가 그렇게 빨리 클로디어스와 결혼했을까요? 나름의 이유가 있겠죠. 햄릿에게는 위대한 아버지이지만, 햄릿의 앞에 나타나서도 선왕이 나라의 안위나 백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잖아요.

다수의 누군가에게는 성군이었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닐 수도 있는 인물. 그런 사람에게 오랫동안 억눌려있었던 클로디어스가, 결국 폭발해서 선왕을 암살했죠. 후회는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최대한 잘해보려고 하는 거고요. 클로디어스가 악인이라는 건 변함이 없고, 그 욕심도 방법도 잘못된 거지만, 잘하고 싶어서 했던 선택들이 운명에 의해 엉키면서 더 그렇게 된 게 아닐까…."

공연계의 큰 배우, 양준모

양준모의 카리스마 있는 '클로디어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클로디어스' 왕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오는 2018년 1월 28일 폐막할 예정이다.

▲ 배우 양준모가 생각하는 '배우'"배우로서의 도전을 멈추면 안 된다고 봐요. 배우는 '배우는 사람'이고, 무엇이든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몇 년 전부터, 제2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다들 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배우죠."ⓒ 로네뜨


캐릭터의 전사를 보다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치열하게 공부하면서도, 작품 전체의 결을 해치지 않고 정해진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배우. 양준모가 왜 창작진과 관객에게 '신뢰' 받는 배우인지, 왜 그가 중요한 작품의 주요한 역할을 도맡아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는 중량감 있는 '중진'이 된 배우, 불혹을 앞두고 계속 의욕적으로 공연계에 뭔가 기여하려는 배우. 그런 배우도 <햄릿: 얼라이브>를 하면서 배운 게 있을까.

"좋은 배우는 연출의 마인드를 가져야 하더라고요. 배우들은 사실 어쩔 수 없이 자기 캐릭터 중심으로 극을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연출은 그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니까요. 그런 점에서, <햄릿: 얼라이브>는 저한테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주어진 이 클로디어스를 잘 살리고, 그 안에서 햄릿의 결도 잘 도와주고, 주위에 있는 사람도 잘 도와주고…. 정말 큰 경험이었어요. 이 작품은 '집착'에 몰려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거트루드에게 몰려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배우에게 각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잘 배분한 것 같아요.

창작 초연이라서 아주 좋았던 경험이죠. 사실 초연이 힘들긴 엄청 힘들어요. 하지만 힘들면서도 보람이 되죠. 작품 자체를 배우들과 창작진이 함께 '디벨롭(Develop)'하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었어요. 배우들과 얘기도 진짜 많이 했고요. 재연이라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제가 이해가 안 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이미 정해진 디렉션이 있으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있는데, <햄릿: 얼라이브>는 그런 게 없었어요. 초연 창작만의 매력이랄까요. (웃음)"

양준모의 카리스마 있는 '클로디어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클로디어스' 왕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오는 2018년 1월 28일 폐막할 예정이다.

▲ 배우 양준모가 바쁜 이유한참 공연을 올리고 있으면서, 자원봉사도 하고, 재능기부도 하고, 콘서트 준비도 한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처럼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지만, 그런 일정 중 본인에게 당장의 이득을 가져오는 건 별로 없다. 그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쓰임새를 찾아서 움직이는 사람이고, '바쁜' 만큼 많은 걸 돌려주고 하는 배우이다.ⓒ 로네뜨


2013년 <지킬 앤 하이드>에서 처음 양준모라는 배우를 만나 충격을 받은 이후로 그가 맡은 작품은 빠지지 않고 챙겨봤다. 작은 역도, 큰 역도 있었다. 창작극도, 라이선스도 있었다. 부족한 작품도 있고, 마스터피스라 칭송받는 대작도 있었다. 빵을 훔친 가석방 죄인일 때나, 아내를 연모하는 남자에게 총을 전달하는 사람이거나, 복수를 위해 칼을 가는 이발사일 때나 항상 양준모는 양준모였다. 작품이 배라면, 풍랑을 만났을 때는 너무 크게 요동치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닻과 같은 역할을 해냈고, 순풍이 불 때는 메인마스트의 돛처럼 배가 힘껏 나아가도록 자기 자리를 지켰다.

"<햄릿: 얼라이브>는 사실 보면 볼수록 매력이 더해져요. 한 번 보고 나서 '어, 이게 뭐지?'라고 하면서,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 있잖아요. 그 '이게 뭐지?'가 작품 자체가 주는 큰 매력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고, 처음 봤을 때 해결이 안 되는 궁금증일 수도 있는데, <햄릿: 얼라이브>는 그게 무엇이 되었든 또 보면 더 큰 재미와 감동으로 돌아오는 작품이에요. 배우마다 지향하는 해석이 다 달라요. 누구로 보시느냐에 따라 또 완전히 달라져요. 물론 다르라고 더블 캐스팅을 하는 것이겠지만, 그날 그날에 따라 이렇게 베리에이션이 가능한 작품이라서 좋은 작품이에요. 많이 보러 와주세요."

물리적인 크기와 관계 없이, 그는 정말로 '큰' 배우였다.



송강호가 극찬한 배우의 연기법 "열심히 하지 마라"

[inter:view]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의 배우 김소희

"참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영화에서도 활동한다면 대단한 여배우의 발견이 될 것이다. 영화팬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쪽으로 오기만 한다면 우리야 반갑지." - 송강호(씨네21) "왜 이제야 영화판이 그녀의 이름을 호명하는지 좀 늦은 감이 있다. 영화가 그녀의 매력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다. 지금 영화를 시작해도 앞으로 20년 동안 모든 남성 관객의 마음을 설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 김윤석(씨네21)최근 서울 혜화에 위치한 연희단거리패 소유의 카페 30스튜디오에서 만난 배우 김소희는 긴 갈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큰 키의 배우는 기자를 보더니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는 막 필리핀에서 귀국하는 길이었다.김소희는 자리에 앉더니 한참 동안 필리핀에서 보고 들은 걸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생기와 에너지가 감도는 얼굴이었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 만드는 VR 영화의 촬영을 필리핀에서 진행했다고. 김소희는 VR 영화가 '연극적'이라고 했다. 가장 최신의 (혹은 근미래의) 매체를 두고 가장 오래된 예술인 연극을 떠올리다니? "이게 360도가 다 찍히는 VR 카메라니까 모니터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어떻게 찍는 건지 확인할 수가 없는데 감독님도 '나도 어떻게 찍히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웃음) 정말 실험 단계다. 비나 눈이 올 때는 찍을 수가 없다. 카메라에 우산을 씌울 수가 없으니까. (360도 카메라로 촬영이 되니 우산을 씌우면 윗부분이 막혀 시야가 가려진다 -기자 말) 감독님들도 카메라를 세팅해놓고 촬영 시작하자마자 주변에 막 숨는다. 그리고 나 혼자 연기를 한다. (관객들이 원하는 곳을 볼 수 있다는) 그런 점이 약간 연극적이다." 전통 있는 극단 중 하나인 연희단거리패의 대표라는 '명함' 때문일까. 스크린 너머로 본 연극 배우 김소희는 굉장히 고전적인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 그가 영화도 찍고 VR 영화까지 도전하는 모습이 낯설어 보였다. VR영화에서는 수중 촬영까지 감행했다. 그는 웃으며 "모험심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김소희는 지난달 28일 개봉한 <나의 연기 워크샵>에서 연극 배우이자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의 선생인 '미래' 역할을 맡았다. <파스카>와 <나의 연기 워크샵>을 연출한 안선경 감독과는 20년 전 연희단거리패에서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선경이는 20년 전 처음으로 극단에 들어와서 3년만에 나갔다. 선경이가 나가고 영화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가 2013년 연극 <미스 줄리> 마지막 공연 때 선경이가 앉아 있는 거다. 그런데 너무 안 변하고 옛날 느낌 그대로여서 놀랐다. 영화를 한다는 게 잘은 몰라도 기약이 없는 일이라고 들었다. 배우에게 아무리 허름한 옷을 입혀도 기본 제작비가 있어야 하고 감독이 직접 펀딩도 해와야 하더라. 연극도 물론 연출가들이 가끔 집 팔고 그렇지만. (웃음) 연극은 영화처럼 제작비 단위가 크지 않으니까. 영화가 사람을 굉장히 불안하게 만들겠구나 사람을 상하게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당시 본 선경이는 상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힘들면 찌들거나 뻔뻔스러워지거나 안쓰러워지는데 그런 게 없었다. 날 보더니 무슨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그랬다. 얘가 돈도 있고 그러면 '야 나보다 좋은 배우 찾아봐' 하겠는데 돈도 별로 없는 것 같고 돈 없이도 찍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았다. (웃음) 그런데 나는 감독이 원하는대로 갈 수 있고 영화배우로 성공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까 이 감독이 원하는대로 날 던질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했던 거다." 그렇게 배우 김소희는 안선경 감독과 함께 영화 <파스카>를 찍었고 그로부터 4년 뒤 다시 <나의 연기 워크샵>을 한 편 더 찍었다. 옆에 앉아 있던 안선경 감독은 "되게 많은 걸 파악하고 계셨네"라며 거들었다. 그리고 영화 <파스카>는 그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받았다. "한 여자 심사위원이 와서 '너희가 1등이야'라고 이야기했다. '너희 걸 먼저 정해놓고 다른 작품을 하나 더 뽑았어'라고. '아니 내가 그렇게 대단한 작품을 했어?' (웃음) 싶었다. 그게 되게 큰 용기가 됐던 것 같다. 이렇게 큰 결과를 바란 게 아니었고 안선경이라는 친구가 그저 한 문턱을 넘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넘은 느낌이었지. 그리고 <나의 연기 워크샵>까지 같이 하게 된 거다." "상업적인 연기를 거부하진 않지만" - 김소희 배우는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서 그런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상업적인 걸 거부하나? 그런 생각도 들었는데."상업 영화나 상업적인 프로젝트 자체를 거부한다기 보다 상업적인 연기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한정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영화를 하자고 연락이 오는데 대부분 어떤 느낌이냐면 내가 아니어도 할 사람 많을 것 같은 느낌의 배역들? 그리고 실제로 할 사람도 많다. (웃음) 오달수 선배님이랑 몇 주 전에 군산에서 만났는데 달수 선배님이 '이제 상업도 해야지' 말씀하시더라. '상업도 나쁘지 않다'고.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숫기가 없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내가 이런 것까지 할 수 있다'고 보여줄 만한 사람이 못 된다. 시장에 나를 내놓는다는 느낌? '내가 누구누구보다 더 적당하지 않나요' 이렇게 내보이는 성격이 못 된다. 약간 자본주의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나는 영화도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작업을 같이 한다는 건 한 인생과 다른 인생이 중요한 지점에서 만나는 거라고."- 어쨌든 유명해지면 수월해지는 측면이 있지 않나? "그렇다. 걱정은 된다. 후배들이나 제자들 중에 '나중에 제가 자리를 잡으면 선생님을 위한 작품을 쓰겠습니다'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웃음) 내가 60대 정도 됐을 때 누군가 그런 제의를 하면서 한 400석 정도 되는 대극장에서 연극을 하자고 제의를 한다면 내가 선뜻 하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루에 400석을 어떻게 채우려고 해? 하지 말자'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그럴 때 알려진 배우라면 선뜻 하겠다고 하겠지. 내 성격상 '망해도 하자'고 못 한다. 아무리 그래도 남이 망하는 이야긴데. 연극을 계속 했을 때 작은 극장은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더 큰 극장에서 연기를 하면 객석을 채울 수 있을까. 그건 쉽지 않겠구나 그런 생각도 한다. 좀 더 인지도를 쌓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다 싶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하지 않는다." - 주로 연극 배우로 활동을 하기는 하지만 교수로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출도 가끔 하고 연희단거리패 대표이기도 하다. 어떤 역할이 가장 흥미로운가."배우다. 연기를 하면 좀 더 안에 있는 숨이 확 토해져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고통스러운 연기를 해도 마찬가지로 순환이 되는 느낌을 받아서 배우를 하면 건강해진다. 몸관리도 훨씬 더 잘하는 것 같고."- 배우를 하면서 특별히 도달하고 싶은 지점이 있나? "미지의 뭔가 몰랐던 것, 내가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걸 매일 알아가고 싶다. 새롭게 느끼고 발견하고."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 안선경 감독이 김소희 배우를 두고 감독이 지시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다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감독과 마찰이 있거나 그러진 않나?"바쁠 땐 묻지 않고 따라간다. 해가 지겠다 싶으면 묻지 않고 따라가고. 제작 상황이라는 게 있으니까 이 상황에서 최고의 것이 나와야 하니까. 언제 편집될지도 모르는 연기의 최고봉을 위해 모든 걸 멈추고 '내 이야길 들어봐 나는 이거라고 생각해' 하지 않는 편이다. 연극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입은 옷이 불편해도 그대로 하는 편이다. 전체적인 방향에서는 분명 연출이 하는 이야기가 맞는 편이 많았다. 그래서 연기의 형태에 대해 크게 고집이 없는 편이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엄청난 배우도 아니잖나? (웃음) 언제나 좋은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연출이 무얼 원하니까 이렇게 해줄까? 이걸 원해? 그래 해줄게' 이런 자세가 나는 약간 배우의 멋이라고 본다. (웃음)" - <나의 연기 워크샵>에서는 배우 지망생들의 선생으로 분했다. 학생들에게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마음가짐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실제로도 연기를 가르칠 때 그런 식으로 내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나? "그런 편이다. 사실 기술만 가르쳐도 연기는 는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늘지 않더라. 훈련이 많은 부분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연기는 그 사람의 삶이 보이는 거기 때문에 트레이너가 다 해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게 연기를 가르치면서 항상 드는 나의 고민이다. 나랑 관계를 맺은 후배나 제자가 어떤 연기를 적용해 배우로서 삶을 바꿀 수 있는가? 그건 인생이 바뀌는 문제니까. 내가 아무리 가르쳐줘도 생각처럼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워크숍이나 연기 훈련도 결국 감동이 있어야 한다. 그럼 받는 사람들에게 남더라. 감동 없이 단순히 지식만 있으면 그 정보는 다 머리를 통과한다. 그래서 배우가 선생과 제자로서 만날 때 지식이나 기술을 전달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 선배 배우들이 후배 배우들에게 주로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라'는 것이다. 김소희 배우 역시 후배나 제자들에게 그런 조언을 해주나?"사실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한 편은 아니다. 부모님의 큰 반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엄청난 가난을 뚫고 밥벌이를 하면서 연기한 것도 아니고 너무 평범하고 순탄하고 재미없는 나 같은 사람도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경험을 못 해도 간접 경험을 할 만한 삶의 경험을 하면 좋다. 경험을 다 하고 연기를 할 수는 없으니까. 뭔가 봤다거나 읽는다거나." - 연기를 배우고 싶어 오는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어떤 말인가?"왜 너만 바라봐? 왜 너만 생각해? 그런 것? 기술적으로 호흡을 어떻게 하는지도 이야기하고 몸의 상태에 대해서도 많이 말한다. 연기는 결국 몸으로 하는 거라. 태도에 대한 이야기라면... '집중하지 말라'고 한다. 집중하지마! 이러면 애들이 황당해 한다. '차라리 딴 생각을 하라고. '너 살면서 계속 집중하니?' '한 사람을 너무 사랑해도 눈썹 끝을 보면서 '눈썹이 좀 없네' 이런 생각하지 않니?' (웃음) 막연하게 연기를 너무 열심히 하려는 애들이 있다. 혼자서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한다."- 학생들에게 가장 혼을 내는 순간은 언제인가?"자기만 생각할 때. 이기적이거나 관객을 잊을 때. 나는 관객도 그 연기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말을 안 할 뿐이지. 뭔가를... 놓을 수 있는 게 있어야 한다. 준비를 하긴 하지만 언제든 실수할 수 있는 거니까. 그 실수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실수 절대 못 해' 하면 배우 못한다. '어휴 내가 또 실수했네' 이렇게 볼 수 있어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실수를 안 하기 위해서 엄청 준비한다. 창피하니까. 그런데 그러다가 또 실수할 수 있다."

"연기는 '멋진 척'? 불편하더라도 자신을 들여다봐야"

[inter:view]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의 안선경 감독 "경계에 관심 갖고 질문하려 한다"

연기를 배우고 싶어 '미래'(김소희 분)의 연기 워크숍에 찾아온 네 남녀. 그들에게는 연기를 배우고 싶다는 공통된 열망이 있지만 각자 다른 개인사가 있다.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것을 통해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던 그들은 자신을 마주해야 하는 과제 앞에서 당황스럽기만 하다. 연기란 대체 뭘까? 어떻게 해야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이들은 '미래'가 내놓은 몇 가지 과제를 통해 점차 연기의 본질을 마주하게 된다. '미래'의 연기 워크숍을 듣게 된 네 남녀는 실제 안선경 감독의 '영화연기 워크숍'의 제자들이다.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은 마치 연극인 듯 영화인 듯 다큐멘터리인 듯 그 모호한 경계를 넘나들면서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연희단거리패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안선경 감독의 이력이, 그리고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는 걸 선호하는 감독의 취향이 작용했다. 지난 12월 14일 서울 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안선경 감독을 만나 <나의 연기 워크샵>의 좀 더 자세한 제작 과정을 묻고 들었다. "영화 연기와 연극 연기는 명확하게 달라" - 연극을 하다가 영화 연출을 하게 됐다. 배우 중에는 그런 경우가 흔하지만 장진 감독 정도를 제외하고는 연출로는 그런 경우가 많지 않은데 어떻게 하다가 영화 연출을 처음 맡게 됐나? "연극을 하다가 몸이 안 좋아졌다. 극장 사무실이 지하에 있어서 들어가 일을 하는데 숨이 막히더라. 계속 밖으로 나오게 됐다. 그렇게 좋아했는데. 조금 쉬어야겠다 싶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하는 '필름 카메라 워크숍'이 있어 그 강의를 수강하게 됐다. 왜 그 강의를 듣게 됐냐면 주변 연극 배우들이 늘 연극 공연을 하면서도 영화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영화에 관심을 많이 두더라. 그걸 보면서 '왜 연극에 집중하지 않을까' 되게 속상했다. 뭔가를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연극을 잠시 쉬었을 때 '영화를 할 줄 몰라서 연극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 워크숍을 듣다가 16mm 필름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정말 너무너무 못 만들었다. 막 화가 나는 거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한 편 더 만들고 더 만들고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 (웃음)" - 지금은 화가 많이 풀렸나. "많이 풀렸지만 여전히 속상하긴 하다. 시사회를 열어 내가 만든 영화를 거리를 두고 보다 보면 또 나 자신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구나 싶어 화가 난다. 전작인 <파스카>(2015) 때부터 영화에 정을 붙였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버겁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되게 힘든 동거를 하는 관계였다면 <파스카> 때부터 영화를 많이 흡수했다. 지금은 영화를 찍는 게 많이 익숙해졌다."- 연극과 영화 연출은 어떤 점이 다른가? "처음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만났던 감독이 있는데 그분께서 알려주신다고 했던 이야기가 연극은 울타리가 있는 작업이지만 영화는 그냥 길에서 하는 거라고 그랬다. 고생의 문제가 아니라 연극은 극장과 극단이라는 울타리가 있어서 그 안에서 가족처럼 연극 만들어 올리면 된다. 그런데 내가 영화를 찍고 싶다면 길 위를 떠돌면서 구걸을 해야 한다. 공간을 가진 사람한테, 캐스팅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계속 빌고 부탁하고. 또 이 작업이 늘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아야 하는 것처럼 주변의 환경 변화를 체감하면서 그것에 영향을 받으며 만들어내야 하더라. 반영을 하지 않으면 관객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 연극에서 영화로 매체를 바꾸면서 너무 자연스럽게 내 삶의 방식도 바뀐 것 같다." -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 속에 나오는 '미래'는 연극 배우이기도 하고 연극 무대 장면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영향을 받은 건가? "내 영화가 연극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고들 많이 말하더라. 나는 오히려 이건 지극히 영화적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제목도 <나의 영화연기 워크샵>이었다. 영화 속에서 이 친구들이 하는 연기가 거리를 떠돌아다니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극 무대신이 있는 건 미래의 역할이 연극 배우라 그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 불과하다." - 연극 연기가 있고 영화 연기가 따로 있나? "분명하게 차이가 있다. 연극무대에서 배우는 조명과 미술 등의 최소한의 도구에 기대 극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의 영역이 단지 인물을 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연출의 구상까지 담아낸다. 그렇기에 약속이 중요하다. 이에 비해 영화에서 배우의 연기는 주어진 상황과 공간 안에서 생생하게 존재해야 한다. 대부분의 영화가 실제 삶의 공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생활성을 느끼게 해야 하는데 이것이 곧 관객에게 신뢰로 이어진다. 즉 믿을 수 있는 연기냐 아니냐가 영화에서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장르가 불분명한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 - <나의 연기 워크샵>은 안선경 감독의 연기 워크숍의 학생들이 실제 영화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적인 성격도 갖는다. 장르가 굉장히 혼재돼있다. "나는 사실 첫 영화 때부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 멋대로 영화를 만들고 나서 서울독립영화제에 영화를 출품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극영화',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이 중에서 영화 분류를 선택하라는 거다. '내 영화는 이 세 가지가 모두 섞여있는데 어떡하지?' 싶었다. 이미 분명하게 장르화된 영화가 많아서 이 안에서 내가 자리 잡기 어렵겠구나 그런 생각도 뒤늦게 하게 됐다. 하지만 <나의 연기 워크샵>은 나는 '극영화'라고 생각한다." - 부산영화제에서 뉴커런츠 상을 받은 영화 <파스카>도 40대 여성과 10대 남성의 사랑 이야기였고 이번 영화에서도 연기 그 자체를 다룬 도전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이게 현실인지 연기인지 불분명한 장면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감독이 금기를 다루는 걸 선호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파스카>의 경우 반려동물이 죽은 이후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 써보자 싶어 만들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인이 나오다 보니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서 되게 크게 보더라?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말도 안 되는 설정이다'라든지 '이게 가능하기는 하냐'는 격렬한 반응을 받았다. 알게 모르게 내 안에서 세상이 뭔가 늘 선을 쉽게 긋고, 그 안에 안주하려고 하고, 경계에 있는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것 같아 그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굳이 금기에 목적을 두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부분을 항상 건드리게 되는 것 같다. 나는 항상 경계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왜 이러면 안 돼?'라고 질문한다."- 이번 영화는 어떻게 시작됐나? "배우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했다. 그러던 차에 내가 진행하던 연기 워크숍에 (영화에 등장하는) 관헌이가 들어왔고 그의 모습이 흥미로워서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면 영화가 좀 구체적으로 나오겠다 싶어 '너를 모델로 하고 싶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다가 다른 배우들도 줄줄이 들어와 하나씩 인연을 차례대로 맺었고 '4인방'이 완성된 다음 '즉흥적으로 가야겠다'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써보려고 했지만 부질없는 짓인 것 같아서. 물론 내 능력도 딸리지만 이 친구들의 변화하는 생생한 모습들을 잡고 싶은데 이제 막 연기를 배우는 애들에게 대본을 주고 연기를 시키려니 막막하더라. '너희가 영화가 되는 영화를 만들어보자', '모험이지만 해보자' 그렇게 우리끼리 소꿉놀이하듯이 시작했다." - 대사도 대체로 배우들의 '애드립'을 통해 진행된 건가? "미션을 준다. 그야말로 즉흥극이다. '너는 고백해! 너는 거절하고'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리면 오히려 준비를 하기 때문에 경직된다. 반 정도는 카메라 돌아가는 순간에 나온 이야기고 30%는 평소에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녹취를 하거나 교감했던 이야기 중에 섞어서 대본화된 것이다. 나머지는 내가 대본을 썼다. 배우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관찰을 해보니 어떤 역할이 힘든지 어떤 게 불편한지를 잘 알고 있다. 그게 잘 맞아 떨어졌다." - <파스카>에서 함께 연기했던 김소희와 성호준 배우와도 이번 작품을 또 함께했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씩이나 함께한 이유가 있나? "어떤 영화를 만들지 모르기 때문에 역할에 맞지 않으면 같이 못 할 수도 있는데 너무 다행이었다.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어서. 이 두 사람은 단순히 배우로서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 만들기의 힘겨운 과정들을 지탱해주고 도와줬던 무척 귀한 사람들이다. 당연히 어떤 작품을 만들고자 할 때든 같이 가고 싶다. 또 내 작업 방식이나 이야기 자체를 믿을 수 있어야 같이 갈 수 있다. 비슷한 곳을 바라봐야 하고." -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정해진 상태에서 영화를 만든 건가? "처음 영화를 구상할 때 방향을 만들어 놓고도 작업에 들어가면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다. 그건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거다. 몇 번이나 그 생각이 깨지고 나서 남는 생각이 중요한 것이라 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스스로 결말을 짓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삶 역시 그렇다. 모든 삶의 방향이 다르고 알 수 없는데 매듭을 짓는 순간 닫힌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작업을 하면서 최선의 결말을 추구하고 작업의 끝의 끝으로 가서 결말을 낸다. 단지 '아 이런 이야기는, 이 질문은 던질 가치가 있겠다' 싶은 것만 갖고서 시작한다." - 그게 어떤 질문인가? "이번 작품 같은 경우 연기에 대한 기존의 생각에 불만이 있어서 시작을 하게 된 거다. (웃음) 연기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면 계속 그런 친구들을 만난다. '연기니까 나 말고 더 멋있는 걸 할 수 있겠지', '더 강한 척 예쁜 척 너그러운 척 할 수 있겠지'라는. 지금 자기를 감당하기 어렵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게 불편하니까 그러고 싶진 않고 행복해지기 위해 그 수단으로 연기를 꿈꾸는 친구들. 연기를 하면 가면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거울을 반대로 돌려 자기 자신을 보게 하는 과정을 겪게 한다. 영화 속에서 '미래'가 계속 이야기한다. 너를 드러내지 않고는 연기를 할 수 없다고. 결국 자기 마음의 거울이 투명해야 어떤 인물이든 받아들일 때 온전히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의 상처를 받다 보면 그 거울이 일그러져 있단 말이다. 그러면 연기를 할 때도 과장되고 공허하다.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 겉으로만 표현할 방법을 찾으니까. 그러니까 자기 시각이나 역량에 따라 수만 가지 인물을 만들어낼 수 있고 각자 다른 길로 그 결론에 도달하고 싶었다. 다들 막 근육 기르고 발성하고 피부 관리하고 물론 연예인들은 그렇게 예뻐야 자기 입지를 굳히니까 그런 걸로 경쟁할지 모르겠지만 배우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 앞으로 어떤 화두를 갖고 영화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인가?"다음 영화는 자폐아를 둔 부부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설정이 바뀔 수도 있지만. (웃음) 연기 워크숍에서 만난 많은 친구들이 자기 내면의 것을 풀어내면 좋을 텐데 풀어내지 못하고 가둬놓는다. 그렇게는 소통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거기에 자꾸 애정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만 지속적으로 보이는 게 있는 것 같다. 자꾸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닫고 혼자 괴로워하고 다른 곳으로 분출이 되는 것 같다. 극단적으로는 더 약한 존재를 학대하기도 하고 강박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불행하게 보여서 그런지 관심을 갖게 된다. 사실 즐거운 영화를 만들면 좋은데 나에게는 그게 잘 안 보인다. 처음 한국영화아카데미 들어갔을 때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 사랑을 많이 받았고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는데... (웃음)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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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7기 입사(2014.5). 사회부 수습을 거친 후 편집부에서 정기자 시작(2014.8). 오마이스타(2015.10)에서 편집과 공연 취재를 병행. 지금은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는 기동팀 기자(2018.1). 국회 파견 중(2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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