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식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원장

ⓒ 이희훈


졸업 작품이 그대로 주요 영화제 수상과 동시에 곧바로 개봉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학교. 지난 수년 동안 한국영화아카데미(아래 KAFA)가 이룬 가시적 성과 중 하나다. 영화 <파수꾼> <소셜 포비아> <잉투기> 그리고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뉴 커런츠 상'을 받은 <죄 많은 소녀> 등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세계 영화계 역시 주목했다.

1984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약 700명이 넘는 영화인들을 배출한 KAFA는 이름 그대로 신진 영화인을 양성하면서 동시에 기성 영화인 재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전문 인력' 양성 기관이 최근 국내 영화계의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받고 있다. 부산으로의 이전 문제 때문이다. 유영식 KAFA 원장 역시 이 지점을 크게 고민 중이었다.

눈에 띄는 성과... 하지만

  유영식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원장

유영식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원장 ⓒ 이희훈


지난 2014년 11월부터 3년째 KAFA를 맡은 유영식 감독은 프로듀서와 연출, 영화평론을 두루 경험한 인물. 그래서인지 취임 초기 그는 비즈니스 프로듀서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한동안 KAFA에서 사라졌던 프로듀서 과정을 다시 만들었다. 이에 더해 애니메이션 과정 역시 강화했고, 비 포트폴리오 전형(영화 연출 및 제작 경험이 없어도 KAFA에 지원 가능하게 한 제도)도 만들어 비영화인에 대한 문호를 개방했다.

"솔직히 비 포트폴리오 전형은 KAFA가 부산으로 내려가니 경쟁률이 떨어질 걸 예상한 측면도 있다. 여기에 그간 단편 영화 등의 결과를 가진 학생 중심으로 뽑다 보니 인문학 성향은 깊은데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학생들이 탈락하는 일도 고려했다. 제가 다닐 때 10기까지(현재는 30기를 넘어섰다-기자 주)만 해도 KAFA는 비 포트폴리오였다. 그때는 디지털 시대가 아니었으니까."

이 덕분이었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부산 이전 문제가 걸려있음에도 2018년 KAFA 영화연출 전공 등은 15대 1에서 20대 1 수준으로 예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올랐다. 다만 프로듀서 전공은 경쟁률이 떨어졌다. "인프라가 다 서울에 있기 때문"이라고 유 원장은 분석했다. 그의 말을 받아 바로 부산 이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 가장 첨예한 사안이 한국영화아카데미 부산 이전 문제다. 이에 대한 큰 틀에서 의견을 듣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우리가 보낸 질문지에서도 사실상 이전 방침엔 변함이 없을 거란 입장이었다.
"그렇다. 2009년경에 결정된 거로 알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 때 대통령이 방문하셨고 우리 학생들이 의견을 전했는데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 그간 아카데미가 부산에 못 내려간 이유로는 남양주에 있는 종합촬영소가 매각이 안 됐기 때문이기도 한데 지금은 매각됐잖나. 저 역시 이전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전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내려갈 거면) 잘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카데미가 지켜오고 선도해 온 나름의 것들이 부산에서도 유지돼야 한다. 자칫 부산에 새로 생긴 (그저 그런) 영화학원이 될 위험도 있다고 본다."

- 그 맥락에서 KAFA 재학생 대부분이 서울 경기권이라 부산 이전 이후 교육에 어려움이 있을 거란 지적, 동시에 굳이 잘하고 있는 교육기관을 옮기는 것보단 각 지방 사정에 맞는 기관을 만들거나 기존 기관을 확장해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일단 지역성을 고려하자면 올해도 지역 출신 분들이 꽤 지원했는데 전형을 진행하면서 상당수가 탈락했다. 지역을 위한 쿼터제 얘기도 있는데 좀 비현실적인 게 우린 실력과 가능성을 집중해서 봐야 한다. (지방 사정에 맞는 기관에 대해선) 부산엔 아시아필름스쿨이 있는데 이걸 원래 부산시가 하던 거였다. KAFA가 그 옆 공간으로 가게 됐다. 애초에 KAFA랑 아시아필름스쿨은 노선이 다르다. 그쪽은 프로듀서 전문이고, 아시아 피디 교류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KAFA는 사실 서울 홍대에 있는 게 가장 좋긴 하다. 문화적으로도 그렇고 학생 입장에선 일종의 트렌드를 느낄 수도 있으니. 하지만 나라의 정책이고, 이미 이전 예정지 건물도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이전 반대를 외치시는 분들에겐 감사하다. 근데 KAFA가 잘 내려갈 수 있게 힘을 실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또 다른 한편에선 KAFA가 범용 교육기관이라고 보시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전하는데 왜 기숙사까지 만드냐, 독립영화와 혜택을 나눠야 한다 하신다."

정체성의 문제

  유영식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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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택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상 지역의 고른 성장을 생각해달라는 맥락으로 보인다.
"KAFA는 태생 자체가 소수 정예를 뽑아서 곧바로 나가 일할 수 있게 하자는 주의다. 또 범용 교육뿐만이 아니라 영화인 재교육도 담당한다. 이런 특수성을 인정해줘야 한다. 어떤 특별한 혜택을 받는 기관이라고 생각하시면서 그걸 나누라고 한다면 그래도 KAFA는 운영이 되겠지만 (아까 말했듯) 일종의 학원 같은 곳처럼 될 것이고 교육의 질 역시 낮아질 것이다. 그러면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다. 한예종 같은 전문학교가 있는데 왜 KAFA가 있어야 하냐는 등.

전 우수한 학교의 경쟁력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 기숙사는 결국 서울에 사는 재학생이 90%기에 꼭 필요하다. 이들이 부산에서 많은 작품을 찍을 것이다. 현재 부산엔 상업 영화 제작사가 거의 없다. 이들이 제작사를 만들 수도 있고, 영화제 측과 공조해서 아시아 영화 교육의 허브 역할도 할 수 있다."

- 부산의 아시아필름학교와 기능적으로 겹치는 부분은 없나.
"프로듀서 분야에선 교수진들이 함께 공조하고 있긴 하다. 양 기관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서울에 근거를 두고 부산에 KAFA 분교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중국, 베트남 등에 분교를 내면 더욱 좋겠지. 하지만 결국 예산의 문제다(웃음). 또 KAFA가 아직 영비법상 독립기관이 아니다(KAFA는 검색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상 영화진흥위원회의 인력 양성을 맡은 산하 기관으로 정의되고 있다-기자 주). 근데 마치 독립 기관처럼 알려진 건 순전히 선배들과 동문의 노력 덕이다. KAFA가 국립영화학교로 확실히 인정받고 예산을 받아 서울에 분교를 내는 식이면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혹시나 이전에 대한 정책이 바뀔 여지가 있는지.
"없다고 본다. 차기 영진위원장이 누가 오실지 모르겠으나 의견 수렴은 이미 끝났다. 사실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서울에 있는 게 좋다는 여러 평가가 나왔지만, 기숙사 문제와 커리큘럼 개선, 교수진 문제 등을 점검하면서 지금의 안이 된 것이다."

성과들

  유영식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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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식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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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식 원장은 지난 수년간 KAFA가 이뤄놓은 성과들을 하나씩 열거했다. "영화인 교육에 대한 일종의 시스템이 어느 정도 마련됐고, 이젠 도약을 꿈꾸는 때였는데 이전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며 그는 "이전 이후 아마 조금 적응 기간이 필요할 거 같다"고 내다봤다.

- <죄많은 소녀>의 부산 수상, <연애담>의 청룡영화상 신인 감독상 등 분명 KAFA 출신 영화인들의 작품들이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약진한 게 눈에 띈다. 자평을 부탁한다.
"맞다. 영화 <붉은 바람> 등이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등 눈에 보이는 성과도 많았다. 1년에 장편을 3개씩 선보이자는 목표가 있었는데 그러려면 최소 9팀이 돌아가는 셈이다. 현재도 촬영 중인 영화가 있다. 다들 새로움을 모색하고 있다. 관습에 눌러앉지 말라고 강조하는데 학생들이 그런 면에서 열정이 강하기에 (좋은) 신진 영화인들이 계속 나올 수 있었다고 본다.

학생들에겐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구분은 없다고 얘기하곤 한다. 개인 노력에 따라 영화적 가치가 달라지니까 그 안에서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 우린 다들 어떤 영화가 가치 있고, 좋은 영화인지 알고 있다. 배가 고파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할 때도 분명 있겠지만 그러면서도 영화적 가치를 계속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다만 요즘 나오는 작품의 키워드를 뽑아 보니 10개 중 9개가 좌절, 우울이더라. 안타깝지만 이게 또 우리 사회 현실이니까."

- 또 다른 측면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도 KAFA가 이런 영화적 성과를 냈다는 게 놀랍다. 취임 초엔 영진위의 영화등급분류 면제 추천을 받지 못해 31기 졸업영화제가 취소되는 등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혹시 이것 외에 그간 밝히지 못했던 압력 사례가 있는지.
"되게 당혹스러운 순간이 몇 가지 있었지. 그중 하나가 등급분류 면제 문제이고. 음…. 제가 국회 포럼에 들어갔을 때 국회 교문위원 중 한 분이 'KAFA가 빨갱이 학교로 소문났는데 그런 곳을 운영하시느라 힘들죠?'라고 묻더라. 황당했다. 그땐 그 발언 자체가 이해가 안 됐는데 국정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아 그런 연결고리들이 있었구나' 알게 됐다. 참고로 그분은 지난 선거에서 떨어져 현직 의원은 아니다(웃음)."

- 2년 임기에 1년씩 연장되는 원장직이다. 이대로면 내년 11월까지 임기가 남은 셈인데 혹시 추진하고 싶었는데 못다 한 과제가 있다면?
"영화인 재교육 사업도 의미가 크다. <죽여주는 영화>가 그런 사례였고, 스크린 X, 3D, VR 영화들도 계속 만들고 있다. 그만큼 KAFA의 일이 굉장히 범위가 넓다는 것이지. 직업 훈련 부문도 우리가 맡게 됐는데 이런 사업도 정돈이 필요할 것이다. 나름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생각하는데 부산 이전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최대한 적응 시간을 줄이는 게 숙제다. 또 지금 홍대 부지에 (상암동에 있는) 영화인 재교육 센터가 들어올 건데 여기도 체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임기 이후를 그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유영식 원장은 감독으로서 프로듀서로서 현장에 남겠다는 생각이다. "현장에 있을 때 원 없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기도를 종종 하곤 했는데 지금 정말 그러고 있다"고 웃으며 그는 "이젠 정말 제 작품을 만들어야겠지"라고 답했다.

  유영식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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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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