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감성의 모던 록밴드 넬(NELL). '소리장인'으로 통할 만큼 사운드에서도 탁월함을 보이며 대한민국 대표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데뷔한 지는 어느덧 18년. 이들은 예능출연 없이 음악만으로 확고한 존재감을 구축했고 국내 다수의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있는 이들의 레이블 '스페이스 보헤미안'을 찾아 넬의 네 멤버 김종완(보컬), 이재경(기타), 이정훈(베이스), 정재원(드럼)을 만났다. 18년의 Full Story를 듣기 위해서였지만, 시간적 서술을 넘어 넬 음악의 본질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넬의 독창적 음악세계가 어떻게 구축되는지, 곡과 사운드의 탁월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알고 싶다면 아래의 대화를 따라와도 좋겠다.

인디신에서 첫 출발, 하고 싶은 음악 할 뿐

넬 지난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있는 넬의 소속사 '스페이스 보헤미안'에서 넬 멤버들을 만나 인터뷰 나눴다.

▲ 넬 지난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있는 넬의 소속사 '스페이스 보헤미안'에서 넬 멤버들을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왼쪽부터 이정훈(베이스), 김종완(보컬), 정재원(드럼), 이재경(기타). ⓒ 스페이스 보헤미안


- 팀 결성과 인디신에서의 첫 걸음은 어떻게 이뤄졌나.
이재경 "우리는 초, 중학교 동창이다. 종완이가 고등학교 때부터 자작곡을 썼는데 밴드를 만들어서 그 자작곡들을 불렀다. 고3때였다. 처음 홍대 클럽에서 공연을 시작했는데 관객도 거의 없이 노래했다. (무명팀이) 관객을 집중시키려면 타가수의 유명한 노래를 부르는 게 좋았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 인디신에서 점점 인기가 높아졌고 이 자리까지 왔다. 비결이 있었다면.
김종완 "그때는 지금보다 인디신이 더 컸다. 당시 하드코어와 펑키가 유행이었고 인디 안에서 그런 팀이 가장 많았는데 우리가 하는 음악은 인디 안에서도 비주류였다. 그런 음악을 하는 팀들은 아쉽게도 오래 가지 못했는데, 제 생각에는 우리가 그런 음악을 '계속'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하고 싶은 걸 하자는 마음이었다.
이정훈 "유행하는 음악을 한 번쯤 해보고 싶을 수도 있는데 우린 그런 게 없었다. 우리가 해왔던 음악이 쌓이면서 지금이 이뤄진 것 같다."

- 18년이란 세월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정훈 "오래된 것 같지 않고 몇 년 된 것 같다." (나머지 멤버 이하동문)

- 18년 동안 넬의 음악 색깔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나.
김종완 "제 생각에 팀이든 개별 뮤지션이든 음악을 하는 주체가 음악을 관두기까지는 '색깔'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어려운 것 같다. 색깔이 변하기보다는 사람이 변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이정훈 "기본적인 감성은 어느 정도 그대로인 것 같다. 음악도 인성 같은 거라 나이가 들면서 가지치기를 해가는 것 같다."

- 그렇다면 색깔이 아니라 넬 음악의 기본 베이스, 본질 같은 건 무엇인지.
김종완 "불신과 회의감? 이게 베이스다. 그래서 낙천적인 것 같다. 낙관적이진 않은데 낙천적이다."

- 낙천과 낙관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는지.
김종완 "망해도 괜찮아, 망해도 어쩌겠어 그런 식이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편이다. 이게 낙천인 것 같다."
이정훈 "우리 안에서 분위기가 숨 막히거나 한 적은 없다. 뭐가 잘 안 된다고 해서 '휴... 먼저 갈게' 그런 분위기는 한 번도 없었다."

서태지와의 만남

넬 데뷔 18년차인 넬은 독창적인 음악색깔을 만들어가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 넬 보컬 김종완 ⓒ 스페이스 보헤미안


- 2002년 초 서태지컴퍼니에 영입되며 '서태지의 첫 뮤지션'으로 주목받았다. 그때 이야기를 들려달라.
이정훈 "클럽신에서 음악하고 있을 때 서태지 형이 음악 잘 하는 밴드를 찾는다면서 먼저 컨택이 왔다. 비현실적이었다. 호텔에서 만났는데, 우리가 먼저 와서 앉아있는데 서태지 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리 회사로 들어와라' 해서 '당연히 들어가야죠' 이렇게 됐다."
김종완 "녹음실도 그렇고 모든 게 전문적이었다. 서태지컴퍼니에 들어가서 우리가 생각했던 음악을 현실로 이뤄주는 전문가들을 처음 만났다. 운이 좋았다."

- 서태지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나.
김종완 "서태지 형은 디테일한 조언보다는 큰 조언을 주로 해주셨다. 제3자의 입장에서 내 음악을 들어야하는구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프로듀서가 되어야겠구나 하고 처음 느꼈다. 우리에게 높은 스탠다드를 제시해준 분이다."

'기억을 걷는 시간'과 오래 남는 음악

넬 데뷔 18년차인 넬은 독창적인 음악색깔을 만들어가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 넬 기타 이재경 ⓒ 스페이스 보헤미안


- 넬의 대표곡 '기억을 걷는 시간'은 발표한 지 10년이 됐지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는지.
김종완 "타이틀곡이란 개념이 있긴 하지만 10곡을 만들면 10곡 똑같이 에너지를 들여서 만든다. 다 소중한 곡들이고, 그 노래도 그 중 하나인데 다만 넬이란 팀을 사람들로부터 인지하게끔 만든 곡이다. 우리한테는 '오래 남는 음악'이 중요한 것 같다. 한 달, 1년이 아니라 5년, 10년이 지나서도 사람들에게 와 닿는 게 중요하다. 이 곡이 그런 행보를 걷고 있단 점에서 저희한테는 뿌듯한 일이다."
이정훈 "앨범을 다 만들어놓고 막바지에 타이틀곡을 결정한다. '기억을 걷는 시간'은 노래가 길어서 타이틀로 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가사라든지 그런 감성이 사람들에게 잘 전달될 거라 생각해서 이 곡으로 가자했다. 결과적으로 잘 됐다."
이재경 "태어나서 밴드가 1위한 건 처음 본다며 주변에서 오히려 놀라더라."

레이블 '스페이스 보헤미안' 설립

- 지난해, 울림 엔터테인먼트와 10년의 동행을 마무리하고 '스페이스 보헤미안'이란 레이블을 설립했다. 독립의 계기가 있었는지. 
김종완 "작년 4월 울림과의 계약도 마무리될 때였고 시기가 맞아떨어졌다. 1~2년 재계약 할 수 있었지만 우리끼리 더 재미있게 해보고 싶었다. 울림 엔터는 자유롭게 음악할 수 있는 좋은 회사였지만 독립 레이블 설립을 오랫동안 생각해온 터였다.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단 생각에 하게 됐다."

- 작년 8월 발매한 일곱 번째 앨범 < C >는 레이블 설립 후 처음 발표한 신보였다. 부담은 없었나. 
김종완 "음악을 만들 때는 똑같았다. 오히려 앨범이 나오고 나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는 전과 똑같이 했다."
이정훈 "종완이는 스스로 100%까지 싸우는 사람이다. 끝까지 완성시키는 사람이다."
정재원 "(새 레이블을 차리고) 녹음실을 만들면서 시간적 제약이 없어서 좋았다."
이재경 "시간제약이 있다면 못했을 실험들을 우리의 녹음실이 있으니 마음껏 할 수 있다."

다양한 음악시도, '로컬식당'이라 가능해

넬 데뷔 18년차인 넬은 독창적인 음악색깔을 만들어가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 넬 베이스 이정훈 ⓒ 스페이스 보헤미안


- 음악적 변화를 계속 시도한다. 이 때문에 때로는 '넬이 색깔을 잃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김종완 "'예전과 똑같네, 너무 좋다' 이런 반응보단 '새로운 걸 했네' 이런 반응이 더 좋다. 음반은 시간이 지나서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당장은 모른다. (제대로 평가가 가능한 건) 발매하고 적어도 4~5년 이후인 것 같다."

- 다양한 음악을 계속 시도하는 이유는.
김종완 "우리가 갖고 있는 많은 재료들이 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니까 절대 스시를 팔면 안 돼, 그런 게 아니라 우리는 로컬식당이기 때문에 데일리 메뉴처럼 재료가 신선한 음식을 만드는 거다. 당시에 느끼거나 생각한 것을 바로 표현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서 표현한다면 그건 그때 당시를 카피하여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같다. 신선한 재료로. 근데 어설프게 하면 안 된다."

- 넬이 로컬식당인가.
김종완 "나는 프랜차이즈보다 로컬에서 소문난 맛집을 더 좋아한다. 우린 로컬식당 같은 팀이다. 내가 빵을 너무 좋아해서 빵가게를 냈을 때 내 빵을 사람들에게도 맛보여주고 싶은 마음인 것처럼 우리 음악도 그렇다. 우리끼리 좋아하는 걸 만들었을 때 사람들도 좋아하면 좋겠다."

- 넬이 음악적으로 가장 크게 변화한 앨범 하나를 꼽자면.
김종완 "'기억을 걷는 시간'이 수록된 4집 < Separation Anxiety >가 가장 변화의 격차가 큰 앨범이다."

'소리' 그 자체에서 영감 얻어

넬 데뷔 18년차인 넬은 독창적인 음악색깔을 만들어가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 넬 드럼 정재원 ⓒ 스페이스 보헤미안


- 곡을 만들 때 영감을 어디에서 받는지.
김종완 "결국은 '소리'다. 셰프에게 신선한 음식재료가 있으면 되는 것처럼 음악에서 소리 자체가 재료이기 때문에 소리가 주는 영감이 가장 큰 것 같다. 소리에도 하나의 생명이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걔네들이 이야기하는 게 있다. 소리들이 그때 당시에 이야기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껴지는데, 음악 하는 사람은 그 소리들이 하는 이야기를 단지 전하는 사람 같다. 그래서 음악에는 자아가 많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리가 이야기하는 그것이 더 중요하다. 음악을 시작하게 하는 소리가 있다. 드럼의 '쿵' 하는 하나의 소리를 들어도 노래로 이어질 때가 있다."

- 가사 영감은 어디에서 받나.
김종완 "가사를 만들 때도 '이 소리들이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거지?' 하고 소리 자체에서 영감을 받는다. 평소에 써 놓은 메모를 활용하기도 하고."

- 어떤 메모를 어떻게 하는지.
김종완 "어제 첫눈이 왔지 않나. 그런 걸 보고 떠오르는 걸 메모한다."

- 어제 눈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김종완 "음... 삶 같네?"

-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김종완 "눈이 왔는데, 쌓이지가 않더라. 꼭 삶 같더라. 살다보면 추억으로 남기기 싫어도 추억이 되는 시기가 있고, 추억으로 만들고 싶어도 추억이 되지 않는 때도 있는 것 같다. 추억 같은 것도 어른이 되어서는 잘 쌓이지 않는 것 같다."  

유명해지는 것, 욕심 없어

- 예능 프로그램 등 방송을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텐데, '유명해짐'에 대한 욕심이 없나.
김종완 "어렸을 때부터 한 말이, '우리는 음악은 많이 알려지고, 사람은 많이 안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유명해지면 사생활도 없어지고 잃는 것도 많으니까."
정재원 "저희가 잘하는 걸로 유명해지는 게 제일 좋다."

- 최근 프로듀싱팀 그루비룸과 싱글 '오늘은'을 발표했다. 다른 팀과 협업을 잘 안하는 편인데 어떤 계기였는지.
김종완 "에픽하이와는 친해서 같이 작업한 적 있지만, 팀으로서 다른 뮤지션과 콜래버레이션을 한 적은 없었다. 해보고 싶은 생각은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루비룸 친구들도 우리처럼 다양한 음악을 한다. 그들처럼 프로듀싱 잘 하는 팀과 함께 해보고 싶었다."

현실과 비현실 경계 허물어

넬 데뷔 18년차인 넬은 독창적인 음악색깔을 만들어가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 넬 데뷔 18년차인 넬은 독창적인 음악색깔을 만들어가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 스페이스 보헤미안


- 매년 열리는 넬의 브랜드 공연 '크리스마스 인 넬스 룸'을 1년 내내 구상한다고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는지.
김종완 "아이디어는 너무 많다. 영화나 책을 봐도 시각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직업병처럼 '우리 공연에서 하면 좋겠다' 생각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나씩 공연에서 실행한다."
이재경 "그것 때문에 세트리스트가 바뀌기도 한다."

- 콘서트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한 가지는?
김종완 "관객이 공연을 보는 동안 현실감이 없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2시간 남짓의 공연을 보고 밖으로 나올 때, 내가 비현실적인 경험을 했구나 하는 기분이 들면 좋겠다. 현실은 뭣 같으니까."

- 넬의 뮤직비디오들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듯하더라. 뮤비 아이디어도 직접 구상하는지.
김종완 "그렇다. 소리의 시각화는 1순위는 아니더라도 2순위 정도로 생각한다. 음악을 만들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공연 무대세트나 뮤직비디오 등 음반 이외의 것들을 통해서 음악을 극대화 시키는 작업은 중요하다."

열정 있는 한 계속 할 것

- 지난 18년을 돌아보면서 넬의 행보에 대해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종완 "넬은 운이 정말 좋은 팀 같다. 좋은 시기에 좋은 사람을 만나 좋아하는 일을 충분히 잘 하면서 지냈다. 음악적으로 보면 이제 한 두 계단 걸어간 것 같다. 음악이 정말 좋아서 하는 거다 우리는. 열정이 사라지면 바보가 될 것이다. 폴 매카트니도 그렇고 계속 음악 하는 사람들을 보면 열정이 안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옛날이랑 똑같다. 아니, 오히려 열정이 더 커진 것도 같다. 그런 뮤지션들은 우리의 꿈 그 자체다."

- 넬도 늙을 때까지 음악을 할 것인가.
김종완 "열정이 있는 한 계속 할 거다. 안 그러면 늙어가는 사람이다."

-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앞으로 넬은 어떻게 나아가고 싶나.
김종완 "세 번째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다. 한 계단씩 올라가면 되는데, 퇴보만 안하면 괜찮다. 저번 앨범보다 더 나은 앨범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정재원 "한 계단, 한 계단이 항상 목표였다. Step by Step. 앞으로 '한 계단'을 또 올라갈 것이다."

넬 지난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있는 넬의 소속사 '스페이스 보헤미안'에서 넬 멤버들을 만나 인터뷰 나눴다.

▲ 넬 ⓒ 스페이스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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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모델 홍종현이 배우가 되는 데 걸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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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그저 '멋있어 보여' 모델이 되고 싶었던 18살 고등학생 홍종현은, 어느새 절절한 순애보 연기로 팬심을 흔드는 배우 홍종현으로 성장했다. 사실 '데뷔 10년'을 따로 기념하는 배우는 많지 않다. 가수들이야 10주년 콘서트나 기념 앨범 발매 등을 통해 지난 10년을 추억하곤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홍종현의 '데뷔 10주년 인터뷰'는 신선했다. 지난 9월 종영한 MBC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아래 왕사) 왕린으로는 만날 수 없었기에 반갑기도 했다. 왕요-왕린, 연달아 연기한 고려 왕자 종영한 지 몇 달이나 지났지만, <왕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작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도 고려 왕건의 아들 왕요 역을 맡았던 터라, 연이어 고려 왕자 역을 맡은 그의 선택에 의아함이 들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고려'라는 배경과 '왕족'이라는 신분만 비슷했을 뿐, <달의 연인>의 왕요와 <왕사>의 왕린은 완벽하게 다른 인물이었다.왕린은 벗이자 주군인 왕원(임시완 분)과는 은산(윤아 분)을 사이에 둔 연적이자, 왕위쟁탈전을 벌어야 하는 경쟁 관계였다. 하지만 왕린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왕원에 대한 우정, 충심을 버리지 않는다. 기존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순애보와 충정에, 여심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은산의 마음이 왕린을 향해 기울 듯, 시청자들의 마음도 홍종현에게 기울었다.'멋있어 보여' 꿈꾼 모델, 배우... 다 이뤄냈다 중학교 때는 멋진 옷을 입은 모델이 멋있어 보여 모델을 꿈꾸고, 고등학교 때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배우에게 반해 배우를 꿈꿨다. 그냥 어릴 때 하루에도 열두 번씩 변하는 장래희망 정도로 지나갈 수도 있었던 목표들. 홍종현은 이 둘을 모두 이뤄냈다. 그렇게 홍종현은 2007년 S/S 서울 컬렉션을 통해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여러 패션쇼 무대에 오르며 모델로서 두각을 나타낼 때쯤, 단편 영화 제의가 들어왔다. 막연히 모델로 활동하다, 연기로 영역을 확대하고 싶다는 나름의 플랜을 세워뒀던 그에게, 예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온 것이다. 대사도 없는 단편 영화 단역. 부모님도 못 알아볼 정도로 적은 비중의 역할이었다. 부담도 적었고,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 도전했다고. 그렇게 시작한 연기는 '아무도 못 알아보는 단역'에서 '알아는 볼 수 있는 단역'으로, 대사 한 마디에서 세 마디·네 마디로, 점점 비중을 키워나갔다. <왕사>는 그렇게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린 끝에 만난 작품인 셈이다. 더디지만 쉬지 않고 자라온 홍종현의 10년. 기념하고 싶을 만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족한 연기 탓에 혹평을 받기도 했고, 날카로운 말에 상처받던 날도 있었다. 머리로는 '약이 되는 비판'도 있다는 걸 알지만, 안다고 상처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던 시절이라 더 아팠다.슬럼프 딛고 만난 <달의 연인> <왕사> 슬럼프를 겪으며, 연기에 대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고민이 시작됐다. 그사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해야 하는데, 나는 왜 이러고 있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고. 어딘지 겉도는 듯한 예능 속 그의 모습을 지적하는 대중도 있었다. 홍종현의 고민이 브라운관을 넘어 고스란히 대중에게 전달된 탓이다.이런 시간을 겪은 뒤 만난 작품이 <달의 연인>과 <왕사>였다. 조금 더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했고, 더 많이 고민하고 연기했다. 홍종현이 달라지니 대중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불안하고 초조하던 마음에 조금씩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홍종현에게는 아직 끝내지 못한 숙제가 있다. 바로 군대다. 배우로서 막 상승세를 타야 하는 시기의 2년 공백은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군대 이야기에 "빨리 다녀올 걸 그랬다"며 아쉬운 표정을 짓다가도, "하지만 그때 갔다면 지금의 저도 없을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후회는 안 하려고요"하며 웃었다. 아직 입대 시기가 결정되진 않았지만, "언제든 미련 없이 입대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올해 나이 스물여덟. 막연함과 초조함으로 20대 초중반을 보냈다는 홍종현은 이제 막 연기의 재미에 푹 빠졌다. 그래서 자신의 30대가 기다려진다고, 30대에 만날 작품과 연기 활동이 기대되고 궁금하다고 했다. 홍종현이 그리는 38살의 홍종현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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