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취재를 통해 얻어낸 작은 실마리가 진실의 조각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현장을 직접 조사한 경찰부터, 프로파일러, 범죄심리학자, 소리분석전문가 등 각 분야에서 모인 전문가들. 이들은 자신의 전문 지식을 아낌없이 <그알>에 제공하며, <그알>의 진실 추적을 돕고 있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교수(경기대)도 그중 한 사람이다. 냉철한 표정과 말투로 범죄자의 심리상태를 분석하는 그의 모습은 '프로파일러'의 표상이나 다름없다. 여러 드라마 속 프로파일러나 범죄심리학자 캐릭터의 모티브가 됐을 정도다.

지난 7월 26일 경기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그알>의 자문 교수이자 1세대 프로파일러인 이수정 교수를 만났다. 학자로서, 프로파일러로서,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이 교수에게 매우 기초적인 질문부터 건넸다.

범죄심리학자? 프로파일러?

 SBS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자문을 맡고 있는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충정로 경기대학교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26일, 경기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자문 교수이자 1세대 프로파일러인 이수정 교수를 만났다.ⓒ 이정민


- 범죄심리학자와 프로파일러, 어떤 차이가 있나?
"하는 일은 같다. 다만 우리는 학교에 적을 두고 있으니 범죄심리학 교수인 거고, 프로파일러는 경찰에 소속돼 있으면서 현장 수사관들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거다."

- 드라마에서는 프로파일러나 범죄심리학자가 내는 의견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되거나 실마리가 된다. 실제 사건에서는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현장 수사관들이 질의하면 어떤 방향으로 더 조사를 해보시라고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 하지만 초동 단계에서 프로파일링으로 지리적 범위나, 용의자 범위를 좁혀주면, 적은 인원으로도 범인 검거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예전에는 경찰에 전문 인력이 없어 우리에게 자문 요청이 왔지만, 지금은 경찰이 자체적으로 프로파일러들을 양성하고 있다. 민간 교수들은 관심 있는 교수들이 조언을 해주고 있다." 

- 심리학의 분야가 다양하지 않나. 특별히 '범죄심리학'을 택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내 의지는 아니었다. 취업한 곳이 경기대고, 경기대는 당시 유일하게 교정학과가 있는 곳이었다. 교정은 교도소 행정이고, 그 대상이 범죄자들이지 않나. 학교에서 수감자 분류심사 절차를 만드는 과제에 나를 투입했고, 그렇게 범죄자 자료 분류를 시작했다."

- 처음 범죄 자료를 맞닥뜨렸을 때, 두려움은 없었나.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다. 범죄자들은 지능은 멀쩡한데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사람의 기능이라는 게 이렇게 불균형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언어 지능이 뛰어나면 운동능력도 꽤 있고, 정서적 능력도 있다. 이런 걸 '일반 지능이론'이라고 한다. 하지만 범죄자들은 이 밸런스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더라. 그게 나의 흥미를 끌었다. 이런 사람들을 연구하다 보니, 평생 해도 재밌겠다 싶었다."

- 처음 범죄심리학을 택했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프로파일러나 범죄심리학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을 때 아닌가. 선구자라 겪어야 했던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범죄자들을 직접 만날 기회 보장이 안 됐다. 연구자는 민간인이다 보니, 기껏해야 가뭄에 콩 나듯, 경찰청에서 자문 요청하는 일에만 접근이 가능했다. 수천 명에 대한 데이터는 있지만, 그들을 직접 만날 수가 없었다. 어떤 심리학자도, 대상을 만나지 않고 교과서만 보고 연구하지 않는다. 그건 환자 임상 경험 없이 의사가 되는 것과 같다. 연구대상을 만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범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학생들을 데리고 간다. 그조차도 내겐 너무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 <그알>이 도움이 됐나.
"<그알>이 범죄자를 직접 만날 기회를 주지는 않지만, 수많은 사건 기록을 보는 것도 많은 공부가 된다. 범죄학 교과서에도 그렇게 많은 수사기록이 나오지는 않거든. 작가들이 건네주는 자료들은 일종의 임상 케이스다. 무엇보다 내가 <그알>을 통해 자문해준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이나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의 재심 판정이 도움이 됐다. 공영성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생긴 파워가, 출연자인 내게도 일종의 혜택을 줬다."

"얼굴도 모르는 <그알> 작가진, 늘 감사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이수정 교수.

이수정 교수는 "연구자로서, <그알>을 통해 얻은 명성을 이용하려는 것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 곳곳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었다.ⓒ SBS


- 언급한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은 모두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한 것들이다.
"박준영 변호사와는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으로 처음 만났다. 허름한 양복을 입고 밑도 끝도 없이 나타났다. (웃음) 이미 소녀 살해혐의로 검거돼 유죄 판결받은 애들이 있었는데, 박 변호사는 그 아이들을 무료로 돕고 있었다.

방송의 힘이 대단하더라. 소녀의 신원조차 알 수 없었는데, <그알>이 소녀의 옷과 안경만을 찍어 내보내며 제보를 부탁하자 소녀의 부모가 나타났다. 방송 이후에는 내가 아는 애들인 것 같다면서 피해 소녀의 블로그를 누군가 제보했는데, '너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겠지?' 이런 댓글이 달려있는 거다. 당시에는 소녀가 죽었다는 걸 아무도 몰랐는데. 이 댓글로 인해 사건은 소용돌이쳤고, 결국 재심, 무죄판결까지 이끌어냈다."

- 학자의 연구나 지식이, 사회를 직접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은데, <그알>을 통해 그 일을 행하는 셈이다. 보람이 남다를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자꾸 TV에 나오니까 유명해지고 싶은 거 아니냐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돈도 안 되는 일을 한다고 나를 추켜세운다. 하지만 나는 연구자로서, 방송을 통해 얻은 명성을 이용하려는 것뿐이다. 미리 계획한 건 아니지만, 제작진과 나의 니즈(Needs)가 딱 맞아떨어진 거다. <그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경험과 보람을 공유하고 있다. 돈으로 연결된 팀이 아니다."

- <그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감사하지. 무엇보다 <그알> 작가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동안 <그알>을 거쳐 간 많은 작가들이 여러 탐사 프로그램으로 뻗어 나가 있다. 가끔 다른 프로그램에 나가면 예전에 <그알>에서 통화 많이 했다며 인사하는 작가들이 있다. 그렇게 많은 통화를 하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정작 <그알>을 하면서는 얼굴도 몰랐던 이들이다.

사실 <그알>에서 진짜 힘든 일은 작가들이 한다. 제보를 받고 걸러내는 일, 여러 판결문이나 수사기록들을 정리하는 것도 모두 작가들이다. 시청자들은 전문가들의 코멘트가 날카롭다고 느끼겠지만, 우리는 잘 정리된 자료를 읽어보고, 분석해 코멘트를 줄 뿐이다. 작가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나는 그들의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 하지만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SBS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자문을 맡고 있는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충정로 경기대학교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근 수사극이 대세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살인사건 해결을 주요 소재로한 드라마가 늘었다. 하지만 이수정 교수는 "한국 수사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정민


드라마 속 연쇄살인범? "다 판타지" 

- 최근 수사극이 대세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연쇄살인사건이 드라마의 중요한 소재가 됐다. 범죄심리학자가 보는 드라마 속 연쇄살인범이나 프로파일링은 어떤지 궁금하다.
"사실 나는 한국 수사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범죄 재연을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드라마는 범죄 현장을 너무 많이 보여주니까. 또, 감정이 너무 많이 실려 있다. 가치 판단을 계속 집어넣고, 피해자의 고통을 계속 전해주지 않나. 그걸 보는 게 너무 힘들다."

- 가장 현실성 떨어지는 부분을 꼽자면?
"너무 드라마틱하다는 점? 연쇄살인범들을 너무 신비롭고 완벽한 존재로, 판타지처럼 그린다. 요즘은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가 많이 등장하던데, 거의 없다. 대부분 합리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상식선에서 행동한다. 물론 개중에는 살인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느껴지던 사람도 있었지만 흔하지 않다. 그러니 통계적으로 비슷한 환경과 프로필, 성격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면 이런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라는 프로파일링할 수 있는 거고."

-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범인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지만 어린 나이에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질렀지 않나.
"집이 잘 살고 못 살고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 태어났을 때는 남이라는 존재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기들은 자기밖에 모르지 않나. 하지만 처음에는 부모를 통해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상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마다 발달 속도는 다르지만, 타인과의 갈등을 겪고, 하기 싫은 일도 해보면서 사회화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이런 범죄자들의 경우에는 성장 과정에서 이미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범인의 경우에도, 학교를 그만뒀고 부모는 바빴다. 사회와 단절된 채로 종일 인터넷만 들여다보면서 <한니발> 같은 세계를 탐닉했다.

정남규도 그랬다. 이 사람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안 되는 사람이다. 정신분열증이 있다거나 지적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 정남규에게 '핸드폰 있어요?'라도 물어본다 치자. 정남규는 '네 있어요' 하고 그냥 간다. 왜 물어봤겠나. 빌려달라거나, 뭐 다른 의도가 있어 물었을 것 아닌가. 이건 물은 사람의 입장에서 질문을 생각해봤을 때 알 수 있는 건데, 정남규는 그게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사회적으로 고립됐을 거고, 더 엇나갔겠지."

- 드라마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다. 드라마 속 연쇄살인범들은 어떤 강박을 가지고 있더라. 같은 살인 방식을 반복한다든지, 넘버링을 한다든지, 날씨나 조건에 집착한다든지.
"그것도 다 드라마가 만든 판타지다. 물론 어떤 일관성은 있다. 왜냐면 능수능란하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본 방식, 하던 방식, 제일 성공 가능성이 있는 방식을 반복하는 거다. 어떤 습벽이 생기는 셈인데, 이건 습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다. 도보로 다니며 살인하던 애가 갑자기 차를 끌고 살인을 한다든지, 갑자기 피해자를 집으로 부른다든지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걸 찾아내는 것도 프로파일링 중 하나다."

-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수사 기법은 어느 정도까지 왔나.
"드라마 'CSI'에 등장하는 과학 기술 대부분이 현존 기술이 아니다. 저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지. 하지만 최근 들어 상당 부분 근접한 기술들이 개발됐다. 특히 한국은 IT도 발달해있고, 어떤 걸 캐치하면 금방 구현해 내잖나.

무엇보다 요즘은 초동 수사 단계부터 과학수사대가 투입돼 현장을 확보하고 증거를 수집한다. 과학 수사 덕분에 요즘은 대부분 초동 단계에서 용의자를 특정 짓는다. 진술 분석 시스템도 도입됐고. 요즘 연쇄살인사건이 거의 없는데, 경찰이 연쇄될 때까지 내버려 두지를 않기 때문이다."  

"방송 나가 떠들기로 작정"한 이유

 JTBC 예능프로그램 <잡스>에 출연한 이수정 교수. 그가 최근 방송 출연 등 미디어 노출을 늘린 데는 이유가 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잡스>에 출연한 이수정 교수. 그가 최근 방송 출연 등 미디어 노출을 늘린 데는 이유가 있다.ⓒ JTBC


지난 연말부터 이수정 교수는 <그알> 외에도, 여러 언론 인터뷰나 방송 출연 등 미디어 노출을 늘렸다. 지금까지는 그저 범죄학자로서 필요한 의견을 제시할 뿐이었다면,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마다치 않는다. "선량한 시민들의 위험은 누구 하나 죽어 나자빠지기 전까지는 신경 써주지 않더니, 기껏 낸 세금으로 딴짓이나 해댄" 국가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교수는 "이젠 방송에라도 나가서 떠들기로 작정했다"고 했다. 그가 요즘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는 보호관찰관 확충과 처우 개선에 대한 것이다.

- 전자발찌 도입 당시부터 '보호관찰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들었다.
"초기 전자발찌 제도는 그냥 범죄자에게 전자발찌만 채워 사회에 내보내는 거였다. 전자발찌만으로 억제될 범죄 본능이었다면, 애초에 범죄자가 되지도 않았을 거다. 전자발찌 차고 있는 동안에는 치료든 상담이든, 생활 관리가 필요하고, 이들을 케어할 보호관찰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자발찌 끊고 달아나거나, 찬 채로 성폭행을 저지른다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지금은 개정돼 보호관찰관이 따라다닌다."

- 보호관찰관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유가 뭔가.
"전자발찌를 차게 되면 공중탕 못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일들이 많다. 이런 불만들이 쌓이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거다. 누군가는 이들을 관찰하면서 도와줘야 하는데,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호관찰관이다. 초기에는 보호관찰관들이 목욕탕도 따라다니면서, 베이비시터처럼 케어했다. 보호관찰관들이 이런저런 불편을 지원해주고 지지해주면서, 재범률이 1/6 수준까지 떨어졌다. 상당히 성공한 제도 중 하나다.

웃긴 건, 그나마 가석방하면 남은 형기 동안 보호관찰 할 수 있지만, 만기 출소한 사람에 대해서는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거다. 전과 22범이었던 '트렁크 살인 사건' 범인인 김일곤의 경우, 교도소 안에서도 계속 말썽을 피워 징벌을 받았다. 교도관들이 모두 '출소한 뒤 문제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만기 출소를 했기 때문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결국 나가서 애꿎은 주부를 납치해 죽였다. 뻔히 예고된 것과 다름없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강력 범죄 피해자 85%가 여자... 누군가는 떠들어야 한다

- 우리나라도 우범자 관리제도가 있지 않나.
"우리의 우범자 관리제도는 첩보 수준이다. 경찰이 전과자 대면접촉을 못 한다. 만나서 잘 사냐 어쩌냐 물어볼 수 없다. 만기출소자는 범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범죄를 저지를 때까지 첩보만 수집할 수밖에 없다. 대면 접촉은커녕, 전화해서 잘 사냐고 묻기만 해도 인권위원회에 인권 침해당했다고 달려간다. 평생 남의 인권 침해하고 산 범죄자들이, 자기 인권 침해당하는 데는 무지하게 민감하다."

- 심정적으로는 공감이 가지만, 한 번 범죄를 저질렀다고 계속 감시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문제이지 않을까?
"전과가 누적되고, 재범 위험이 높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고위험도 범죄자는 수감 당시 대부분 파악된다. 영미법 국가는 이런 고위험도 범죄자들을 쉽게 사회로 내보내지 않는다. 형기가 끝났다 해도, 위험하다 싶으면 선고 내용을 바꿔 출소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형법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 선고 당시 내려진 법원의 전지전능한 명령을 집행할 뿐이다. 교도소 안에서 자해하고, 교도관한테 달려들고, 오물 뿌리고... 이 사람이 출소를 앞두고 갑자기 시한폭탄처럼 변해도 방법이 없고, 만기출소하면 관리할 법적 근거도 없다."

- 어려운 문제다.
"인권이라는 절대적 가치에만 얽매이면, 결국 취약한 구성원들의 인권이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 강력 범죄 피해자의 85%가 여자다. 범죄자 인권에 대해서는 침해하지 마라, 대면접촉 하지 마라 하지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인권은 누가 책임질 건가. 이들도 모두 세금 낸 시민들인데, 왜 이들의 위험을 대비해 주지 않나. 누군가는 이들을 위해 떠들어줘야 한다."

- 그 대안이 보호관찰제도인가.
"보호관찰 대상이 성범죄자뿐 아니라 살인범 등 강력범죄자로까지 확대됐다. 성공한 제도라는 증거다. 여기에는 보호관찰관들의 엄청난 희생이 있었다. 하지만 환경이 너무나도 열악하다. 보호관찰관 1명이 평균 200명 정도의 범죄자들을 담당하는데, 선진국의 경우 평균 20명 정도 담당한다. 이만큼 유지되는 게 기적일 정도다.

우리나라는 형기도 얼마 안 되지 않나. 금방 범죄자들이 다시 사회로 쏟아져 나온다. 사회 가장 경계에 있는 방어막인데, 그 중요도를 모른다. 예산도 안 주고, 뽑아주지도 않는다. 잘 모르니 경찰만 잔뜩 뽑는다. 그래서 표창원 의원과 함께 우범자 관리 입법과 보호관찰관 처우 개선, 인력 확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SBS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자문을 맡고 있는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충정로 경기대학교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알>의 출연자이자 범죄학자인 이수정 교수. 그가 생각하는 <그알>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이정민


사회 변화시키는 <그알>의 인연

- 표창원 의원과도 <그알>로 맺은 인연이다. 박준영 변호사와도 그렇고, <그알>로 맺은 인연들이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동지의식 같은 게 있다. 감정이 필요하다는 박준영 변호사 말에, 무작정 기차 타고 전주 가서 도와준 적도 있다. 표창원 선생이나 박준영 변호사나, 피차 돈 때문에 <그알>하는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다들 주어진 과업을 별다른 의심 없이 순응하고 받아들였다. 셋 다 비교적 순진한 것 같다. (웃음)"

- 출연자이기 이전에 범죄학자로서, 우리 사회에서 <그알>의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나.
"<그알>이 다루는 사건들은 잊히거나 미궁에 빠진 사건들이다. 방송을 통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만으로도 <그알>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건, 경찰에서 증인요청하면 도망 다니고 거절하던 사람들이, <그알>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별별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다는 거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이 있으니, 사람들도 <그알>의 공익성을 믿고, 선의를 가지고 협조하는 것 아니겠나. 그게 방송의 파워고, <그알>의 미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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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최승호, MBC가 배출... 정상화되면 JTBC 이긴다"

[inter:view] 해직 언론인 박성제 전 MBC 기자 "찬바람 불기 전에 고영주·김장겸 몰아내야"

"MBC 뉴스가 많이 망가졌잖아요. 바닥까지 추락했잖아요. 어떻게 '만나면 좋은 친구'로 MBC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끌어올릴지 선후배들과 만나면 그 이야기밖에 안 해요. 약간 과장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해방 전 임시정부에 있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금 있으면 전쟁이 끝나고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나라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얼마나 행복하고 고민이 많겠어요." 박성제 기자는 눈을 반짝였다. 5년. 참 오래도 싸웠다. 해직 언론인으로서 질기게 버티고 곡진하게 싸운 그 끝의 끝이 이제야 겨우 보이는 듯하다. MBC 안팎의 언론인들은 2012년 170일 총파업 이후의 큰 패배를 추스르고 다시 총파업 투표를 앞두고 있다. 5년. 긴 시간동안 그가 MBC와 싸우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많이 알려진 대로 그는 그동안 쿠르베오디오라는 수제 스피커 회사를 차렸고 책을 두 권이나 냈다. 한 권은 지난 7월 31일 출판된 <권력과 언론 - 기레기 저널리즘의 시대>(이하 <권력과 언론>)다. <권력과 언론>은 박성제 기자가 최승호 감독과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 민동기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배정훈 SBS <그것이알고싶다> 피디 등을 만나 현재 한국 언론에 산적한 문제들을 묻고 이들의 답변을 담은 인터뷰집이다. '기레기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물으니 박성제 기자는 본인이 만들어낸 말이라며 웃는다. "사람들이 보기에 경멸스럽고 화가 나고 혐오스러운 언론의 행태가 농축된 말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은 언론이 권력과 기득권을 감시하고 사주나 광고주 이익에 관계없이 정도를 걷기를 기대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드러난 거다. 특히 세월호 보도를 거치면서 한국 기자들 문제 있구나 팩트를 왜곡하는구나 오보를 내는구나 사건의 진실을 취재하는데 관심이 없구나 사실을 호도하려 하는구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어뷰징을 하는구나 오보가 드러나도 사과하지 않는구나. 이 모든 행태가 '기레기'로 정리가 된다." 박성제 기자는 "이제 언론이 변하지 않으면 독자들로부터 버림받게 되고 결국 생존하지 못한다"고 했다. 16일 서울 양재동 근처 쿠르베오디오에서 박성제 기자를 만났다. 그는 MBC에 복직해 <권력과 언론>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로 JTBC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MBC가 다시 정상화되면 JTBC보다 좋은 보도가 나올까?'라는 질문에 박성제 기자는 "물론이다"라고 단언했다. "MBC에는 훌륭한 앵커와 사장을 배출해낸 조직문화가 있다. 손석희와 최승호를 배출해낸 곳이다. 여기에 제2의 손석희와 최승호가 있다. 그런 언론인들이 많기 때문에 이명박과 박근혜가 (MBC를) 죽이려 한 것이다. 그런 분들이 현장으로 돌아오면 충분히 복구할 수 있다고 본다." "언론인은 언론인의 싸움을 하면 된다" - 언론이 독자들로부터 버림받으면 망할 거라고 본다고 했다. 지난 5년간 MBC는 꾸준히 독자들로부터 버림받았지만 망하진 않았다. "망하진 않는다. 공영방송은 먹고 사는 구조가 다른 언론사랑 다르지 않나. 방송사는 예능과 드라마를 잘 만들면 살아남을 수 있다. 몇십 년 동안 축적해온 지적재산권도 많고. 부동산도 있고. 그래서 공영방송 개혁이 중요한 거다. 사람들이 KBS나 MBC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고 지금껏 자의든 타의든 이를 저버렸기 때문에 공정방송을 되돌리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인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 박근혜를 탄핵한 게 헌법재판소인가? 아니다 국민이다. 헌법재판소는 어쩔 수 없이 국민의 명령을 따른 것이지. 저 사람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는 걸 여러 차례 확인시켜주었지 않나. 마찬가지다. 공영방송사 이사장이나 사장을 해임시키는 건 마지막 요식 행위다. 이를 만들어가는 건 KBS와 MBC 언론인들의 싸움이다. 그 싸움이 현재 고비에 왔고 잘 되면 방송개혁은 한 단계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그 다음부터 제대로 된 방송을 하면 된다." - <권력과 언론>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박성제 기자가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인터뷰이가 있다면? "책 프롤로그에 손석희 사장의 대담을 실었다. JTBC의 보도 철학은 '합리적인 시민사회의 철학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JTBC는 탄핵을 지지하는 여론과 반대하는 여론을 반반으로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여론조사 등에서 상당히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에. 손석희 사장이 정치인들 출연하면 여든 야든 무섭게 질문을 퍼붓지 않나. 그래서 손석희가 기계적인 중립성을 추구하는 사람인가 물으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거다. '합리적인 시민사회의 철학을 대변한다'는 말은 금방 나온 말이 아니다. 기자들이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 어떤 이슈를 다룰 때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를. 찬반 반반씩 다루는 게 공정한 언론인가? 아니다. 사안에 따라서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 해직하고 참 바쁘게 지냈다. 책도 2권내고 쿠르베스피커도 만들고. "스피커를 만든 게 컸다. '어떻게 하다 보니'. <권력과 언론>보다 이전에 낸 책 제목도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이지 않나. 처음에는 글도 쓰고 <뉴스타파> 일도 조금 도와주고 언론 인터뷰도 하고 그런 삶을 살다가 2016년에 <뉴스타파>에서 시사토크 '뉴스포차'를 진행해보자고 했을 때 그러자고 했다. 해직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후회 없이 해직 생활을 보내고 있다. 물론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열심히 살다 보면 다음 단계의 일이 생겨나는 것 같다. 다른 동료도 마찬가지고. (다른 해직 언론인인) 박성호 기자도 언론학 박사를 땄는데 그 논문이 학계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두고두고 참고해도 좋을 만한 논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최승호 선배 같은 경우는 뭐 영화를 두 편이나 찍었으니까. (웃음) 같은 해직 언론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강의를 열심히 하다가 이용마씨가 암에 걸린 게 제일 안타깝다.""홀가분하게 마지막 투쟁할 것" - 지금 MBC 내부에 남아서 투쟁하는 분들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밖에 나와 있으니 나 위로한다고 후배들이 연락을 해왔다. 그런데 만나면 내가 위로한다. 술 마시다가 '이런 일도 있어요' '누구는 이렇게 쫓겨났어요' '부장하고 싸우다가 어디로 발령 났어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나는 5년 전에 해고당해 책도 쓰고 오디오도 만들고 뉴스타파도 활동하는데 후배들은 매일이 지옥이다. 오늘은 누가 쫓겨나고 내일은 누가 배제당하고 이런 일을 계속 겪고 있다. 오히려 내가 후배들을 위로하고 그랬다. '참 니들 나 위로하려고 만난 거 아니냐? 니들이 울면 어떡하냐?' 하면서 술 따라주고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 YTN 노종면·현덕수·조승호 기자는 이미 복직을 한 상황이다. 노종면 기자가 MBC 해직 언론인들에게 많이 미안해하더라. 그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노종면 기자와 술도 마셨다. 미안해하지 말라고 그랬다. (웃음) 노종면 기자가 우리에게 미안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런데 부럽다. 복직이 돼 부러운 게 아니라 기존 사장이 물러나고 새 사장을 뽑기 위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지 않나. 물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사장 선임 과정에서 복직 문제도 해결되고 이런 과정들이 나름대로 부드럽게 진행되는 것이 부럽다는 거다. 지금 YTN 내부의 언론인들은 해직된 기자들도 돌아오고 사장도 바뀌는 국면에서 긴장감 속에 있을 거다. 보도도 달라져야 하고 얼마나 부담감이 크겠나. 그러나 이마저도 행복한 고민이고 이런 것들이 부럽다. 우리도 올 가을 쯤에는 그런 고민을 하게 됐으면 한다." - 복직을 가을쯤으로 예상하나?"찬바람 불기 전에 고영주 이사장과 김장겸 사장은 몰아내야 한다. 그렇게 본다." - 김장겸 사장을 비롯해 소수 임원들이 아직 MBC 안에서 버티고 있는데?"제정신이 아니다. 자기들이 무슨 말을 하는 줄 모르는 것 같다. 마치 해방을 앞두고 친일파들이 발광하는 수준이다. 범죄자들이 '우리 끝까지 버티겠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 생각까지 든다. 죄를 짓고 궁지에 몰린 범죄자들이 자해공갈을 하는 게 아닌가. 자유한국당을 믿는 것 같은데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이 정말 제대로 된 보수 정당으로 국민들 앞에 다시 서려면 지금 MBC 경영진을 비호해선 안 된다고 본다. 차라리 모두 정리하고 다시 사장을 뽑자고 주장을 해야 한다. 그러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 한마디로 소가 웃을 일이다. 지금 MBC 경영진을 비호하는 건 오히려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을 것이다. 국민들도 다 알지 않나." - 그런 행동이 어떤 국민들에게는 '버티면 되는 거 아냐?'라는 신호를 주기도 하는데? "우리가 딱 10개월 전에 어떤 생각을 했나. 박근혜 탄핵시킬 수 있을까? 버티면 방법이 있나? 헌법재판소 믿을 수 있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얼마나 불안해했나. 하지만 싸워 이겼다. 국민들이. 언론인들도 싸우면 된다. 방송통신위원회 이효성 위원장이나 문재인 대통령을 믿고 가는 게 아니다. 언론인들이 싸워서 몰아내야 한다. 물론 마지막 절차는 정부에서 해야겠지. 법적 해임은 언론인들이 할 수 없지 않나. 탄핵에 도장을 찍을 때가 다가온다. 나는 요즘 후배들에게 이화여대생들을 본받자고 이야기를 한다. 이화여대생들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학교를 상대로 싸우지 않았나. 경찰에 끌려나오고. 그 투쟁이 나중에 탄핵 정국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투쟁이었는지 알려졌다. 결국 총장을 감옥에 가게 만들고 총장 뽑는 시스템을 바꿔내고 자신들을 위해 싸워준 교수를 총장으로 뽑았다. 이 친구들처럼 싸우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난 우리가 이길 거라고 1%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화여대만큼 MBC도 지난 5년동안 열심히 싸워오지 않았나. "싸웠다. 싸웠는데 마지막으로 진짜 한 번 더 힘을 내야 한다." - 사실 박성제 기자를 비롯해 2012년 170일 MBC 총파업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 같다. 내부적으로 상처가 컸고 그럼에도 다시 큰 파업을 준비하고 이길 거라 믿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건지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맞다. 2012년에도 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올림픽 중계도 거부했다는 건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박근혜 후보조차 MBC 정상화시키겠다는 약속을 했기에 이길 거라 믿고 접었다. 근데 속았지. 처절하게 탄압 당했다. 그리고 당시 총파업 싸움을 이끌었던 중견 언론인들이 다 쫓겨났다. 해직당하고 업무에서 배제되고 프로그램은 망가지고. 국민들은 'MBC는 끝났구나' 생각했다. 가장 부담스러운 시선은 역시 '너네 5년 동안 뭐하다가 이제 와서 정권 바뀌니까 이러느냐' '청와대가 해줄 것 같아서 그러는 거지?'다."- 실제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우리 5년 동안 내부에서 싸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싸웠다. 최승호 감독이 만든 영화 <공범자들> 시사회에서 한 관객이 그러더라. 지금까지 뭐하다가 이제 와서 사장 몰아내겠다고 국민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는지 염치가 있느냐는 인터넷 댓글을 단 적이 있다고. 영화를 보고 댓글 단 걸 사과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더라. 주어진 여건 내에서 싸워왔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제 그런 오해들이 많이 희석됐다고 본다. 홀가분하게 마지막 투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투쟁? "만일 여기서 타협하면 국민의 버림을 받을 것이다. 사장도 뉴스도 바꾸라는 게 국민의 명령 아닌가. 그거 못해서 돌 맞고 시민들은 중계차에 침 뱉고 '기레기들' 물러나라고 그러는 건데. 공영방송의 주인이 곧 국민이기 때문에 제대로 하라는 거지." - 복직하면 쿠르베오디오를 어떻게 할지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것 같더라. "그런 질문 많이 하신다. (웃음) 쿠르베오디오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모셔온 사람이 있다. 그 분과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편안하게 일하고 있지만 복직이 되는 순간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MBC 재건에 전념해야 하고 그렇다고 쿠르베오디오를 죽일 수는 없다. 작은 회사이고 소위 소상공인이기 때문에 가치가 엄청난 건 아니지만 4년 동안 정말 힘들게 키워온 브랜드다. 아무런 조건 없이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맡길 계획이다. 브랜드와 디자인 특허는 내 이름으로 돼있기 때문에 (웃음) 은퇴하고 돌아와서 스피커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왜 감독의 만남 요청 거절했나

[inter:view] 원신연 감독이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그리고자 했던 것들

"원작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김영하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하기로 하면서 원신연 감독이 품고 있던 목표이자 방향성이다. 그렇게 탄생한 <살인자의 기억법>이 지난 6일 개봉했다. 감독의 바람대로 원작을 읽은 관객들 사이에선 비슷한 평이 나오고 있다. 치매성 질환을 잃고 있는 연쇄살인마 병수(설경구)가 딸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연쇄살인범 태주(김남길)를 죽이려 하는 이야기가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개봉 첫 날 14만명 동원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순항 중이다.간단히 요약하면 '살인자 대 살인자'다. 여기에 어떤 공권력이 아닌 개인이 개인을 향해 폭력과 분노를 행사한다는 점에서 사적 복수 요소도 있다.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일까, 원작과 다소 다른 지점을 통해 감독은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기억을 잃어가며 자신 앞에 펼쳐진 상황이 현실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병수는 왜 그렇게 처절했을까. 원신연 감독을 직접 만나 물었다.만남을 거부한 작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의 공통점 중 하나가 원작자와 감독 사이 소통이 거의 없다는 것. 창작자에 대한 예의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텍스트로 이미 완성된 세계관을 영화화 한다는 건 또 다른 창조이며, 그 영역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는 걸 서로가 잘 알기 때문이다. <살인자의 기억법>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원신연 감독은 김영하 작가를 한 번 만나고 싶어했으나 김영하 작가가 고사했다고."만남 자체로 작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영화 문법이 따로 있고, 내 소설이 영화화 됐을 때 그 행복감과 고민과 성취감은 오로지 감독의 몫'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철저히 독립적인 작품의 길을 간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원신연 감독이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궁금했다. 즉, 원작에서 가장 멀어지고 싶었던 부분과 가까워져야 했던 지점 말이다."설정이나 캐릭터나 구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원작의 장점을 유지하는 작업을 세밀하게 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원작과 내용이 다소 다르더라도 전체적인 온도나 분위기, 소설의 매력을 느끼신다면 제 말이 반영되는 것이거든. 소설의 매력은 캐릭터나 배경으로 가꿀 수 있는데 캐릭터를 통해 할 부분은 아닌 거 같았다. 영화화를 결정한 뒤 소설을 반복해서 읽었고, 구조를 세워나갔는데 여기에 소설 속 매력을 반영한 셈이다. 반면 병수의 망상은 해체시켰다가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해체된 것들에 소설 속 매력이 박혀있는 것 같다.<용의자>를 개봉하고 3개월 뒤에 소설을 읽었고, 바로 영화화하기로 했다. 투자사에 말씀드렸고, 일사천리로 진행됐지. 큰 부담이긴 하다. 인기 소설일수록 독자들의 애정이 크거든. 애정이 크다는 건 그걸 지키고 싶은 힘이 강하다는 거니까 부담이지. 근데 제가 워낙 징글징글한 도전을 좋아한다(웃음). 오히려 소설을 어떤 식으로 만들든 구조가 깨지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만큼 원작이 튼실했다. 혹시나 소설을 애정하는 분이 영화를 보고 배신감을 느낀다면 그것 또한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윤리적 딜레마 이와 별개로 <살인자의 기억법>을 두고 이런 지적이 가능하다. 앞서 말한 사적 복수 코드, 그리고 살인자가 또 다른 살인자를 응징한다는 지점에서 '과연 영화라도 살인이 옹호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한국영화 내 피해 여성 묘사의 방식에 대한 의문도 제기할 수 있다. 원신연 감독은 이 우려들을 잘 알고 있었다."그 지점을 정확히 느끼게 하고 싶었다. 소설 속 병수는 반성이 없다. 병적인 살인마니까. 이걸 영화로 옮겨오면서 응원할 수 있는 인물로 만든다 해도 연쇄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지. 스스로 쓰레기를 죽인다고는 하지만 살인은 용서가 안 되는 거다. 관객 스스로 '병수를 응원해도 되나?' 이 질문을 하게끔 하고 싶었다. 큰 틀에서 살인과 죄의식에 대해 접근했다. 영화에서 병수는 스스로 반성도 한다. 본인이 죽어야 함을 잘 안다. 죄 값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일을 진행하는데 관객 입장에선 그 죄 값이 합당한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 질문까지 나아가게 하고 싶었다. 태주는 오히려 그 반대지. (소설 속 설정과 달리) 병수는 사이코패스이고 태주는 소시오패스다. 전자는 유전적, 후자는 환경적 요인에 따라 생기는 게 차이다. 둘 다 어렸을 때 학대를 받긴 하지만 (영화에 잠깐 나오는) 병수 아버지를 잘 보면 군복을 입고 있다. 영화에 자세히 묘사하진 않았지만 병수의 아버지는 5.16에 가담한 사람이다. 사람을 집단으로 학살한 그 유전자가 병수에게 이어진 거다. 그가 태생적 한계가 있는 인물이라면 태주는 우리 사회 가정들이 만들어 낸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다. 충분히 통제와 절제로 억누를 수 있는데 죄책감을 쾌감으로 발전시켜 간 거지." 죄의식이 없는 소시오패스(태주)의 질주를 사이코패스(병수)가 멈춘다. 그런데 여기에 치매라는 증상과 죄의식의 문제가 걸려있다. 복잡한 설정이지만 감독의 의도는 분명하다. 바로 관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이었다. 폭력의 감수성피해 여성 묘사에 대해 원 감독은 말을 아꼈다. 다만 원신연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들 때만 해도 그런 사회적 공기가 형성되진 않았었는데 창작자로 하여금 표현법에 대해 고민하게끔 된 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묘사할 것 같다"고 답했다.원신연 감독은 사실 이런 혐의(?)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 그의 전작 <세븐데이즈>와 <가발>을 통해 그는 충분히 여성 주체의 사건 해결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이 질문이 유효해 보인다. 그의 단편 <빵과 우유>에 담은 한국 사회 내 가장이라는 책임과 부채감, <구타유발자들>에 담은 인간의 폭력성 등을 보면 원 감독이 일종의 폭력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을 품고 있다고 의심해볼 수 있다."(웃음) 충분히 그 의심 가능하다! 하지만 100프로 과거 작품을 의식하며 하진 않는다. 과거에서 탈피하려는 게 보통이거든. 다만 본능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한다. 나도 모르게 과거에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이번 작품에 담았을 것이다. 혐의 있음을 인정!"폭력 감수성을 언급한 이유가 다름 아닌 원신연 감독이 본래 무술 배우면서 동시에 무술 감독 출신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상업영화에 스턴트 맨 혹은 대역으로 영화계를 전전했던 그는 이후 <피아노맨>(1996) <넘버3>(1997) <카라>(1999) 등의 무술감독으로 참여했다. 단편 <빵과 우유>(2005)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출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병수와 태주의 결투에 충분히 그의 인장이 담겼을 법했다."오히려 그 부분에서 힘을 뺐다. 캐릭터만 살리려 했지 액션에 무게를 싣진 않았다. 오히려 병수가 사고를 당하며 기억을 잃는 장면에 공을 들였다. 병수가 자신의 과거로 들어가는 계기이기도 하고, 기억 속 기억을 표현하는 지점이기도 해서 매우 중요했다. 일반 영화였다면 사고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했겠지만 전 원신 원컷으로 실제로 촬영했다. 단순히 차가 뒤집히는 장면이 아닌 김병수라는 메인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장면이었으니.<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살인자'를 제외하고 바라보자. 병수가 단순히 기억만 잃는 인물이라면 기억과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볼거리가 많다. 편집에서 빼긴 했지만 '진짜 무서운 건 악이 아니야. 시간이지'라는 대사가 있었다. 소설에도 나오는 명대사지. 이 영화를 깊게 빠져서 보신다면 시간과 기억, 삶과 죽음, 악마성에 대한 은유가 있다. 설경구 배우가 그걸 잘 살려주었다." 이야기가 깊어졌지만 본질은 하나다. '과연 우린 행복한 세상에 살고 있을까?'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원신연 감독이 던진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다. "이 질문을 어렵게 말고, 상업영화로 장르를 즐기며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고 생각"한 원 감독은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기존 영화들이 정치적인 자기 발언이 있고, 실화나 역사를 다룬 게 많았잖나. 그런 영화들의 홍수 속에서 이것처럼 자기검열을 치열하게 하는 영화를 만난다면 일종의 환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도전할만한 일이었다. 제겐."원신연 감독의 차기작? 군 방산 비리를 다룬 <제5열>을 비롯해 로봇이 등장하는 SF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등이 출격 대기 중이다. 이 중 어떤 게 먼저 세상에 나올까. 아마 <제5열>이 가장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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