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스터디의 아들 조이 스터디는 17살이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조이는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다. 언제나 휠체어에 앉아있는 조이는 아버지인 제이크나 고모 트와일라, 친구 라우디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영원히 아이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아이는 성장하고, 어른과 싸우고, 그렇게 또 다른 어른이 된다. 사춘기가 된 조이는 태블릿PC로 야한 사진도 보고, 때로는 씻는 와중에 발기하기도 한다. 아버지로부터 독립해서 라우디와 함께 따로 살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성적인 욕망이든 자립을 향한 욕구이든, 조이 역시 무언가를 원하고 꿈꿀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연극 <킬미나우>에서 조이 역의 배우 신성민이 25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잘생긴 신성민배우 신성민에게 따라붙는 여러 평가 중 하나는 '잘생겼다'이다.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니코와 번을 오가면서도 '잘생겼다'는 대사로 재미를 줄 정도.ⓒ 이정민


제이크는 그런 조이를 한편으로는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소설 쓰는 것도 그만두고, 남은 생 전체를 오로지 희생과 헌신으로 채워왔다. 아버지가 보기에 조이는 마냥 자신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니까, 자식을 책임지는 건 부모의 의무니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이의 독립을 반대하던 제이크를 갑자기 병마가 덮친다.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가며 자신을 잃어가는 제이크. 조이는 그렇게 변해가는 아버지를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다.

몸이 굳어가며 조이만큼도 제대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없게 되는 제이크. 조이는 문득 라우디와 함께 즐겨하던 게임 속 캐릭터를 떠올린다. 좀비에게 물려서 좀비로 변해가는 인간. 그 인간은 좀비가 되기 전, 자신의 자아가 남아 있을 때 간절하게 주인공을 향해 외친다.

"킬 미 나우!(Kill me, Now)"

아직 제이크가 제이크일 때, 제이크는 제이크로서 죽고자 한다. 조이는 그런 아버지를 기꺼이 돕는다. 언제나 아버지로부터 도움만 받았던 아들이지만, 마지막 순간만큼은 조이가 아버지를 위해 나선다. 이 선택, 용서받을 수 있을까. 괜찮은 걸까. 남은 자들은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장애인의 성과 안락사라는 묵직한 주제를 던진 연극 <킬 미 나우>가 초연의 호평에 힘입어 올해 재연에 나섰다.

재연에 조이 역으로 새로이 합류한 배우 신성민에게도 <킬 미 나우>는 결코 쉬운 작품이 아니었다. 관객을 울리는 만큼이나 배우들에게도 절절하게 가슴에 남는 작품. 큰 눈과 시원한 입매, 호쾌한 연기 스타일로 주목 받는 이 젊은 배우에게 <킬 미 나우>의 조이는 지금까지와 다른 결의 인물이었을 것 같았다. 지난 5월 2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내 카페에서 배우 신성민을 인터뷰한 이유다.

 연극 <킬미나우>에서 조이 역의 배우 신성민이 25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호평해주는 팬들에게"일단 굉장히 감사드리고. (웃음)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은 가끔 그렇게 말해주시더라고요. 그 눈이 변치 않아 주셨으면 좋겠고…. 한 살, 한 살 나이는 먹어 가는데 이렇게 예쁘게 봐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이정민


섹스 볼란티어, 어떻게 봐야할까

어려운 문제이다. 장애인의 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장애인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행위는 노동인가 아닌가.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는가. 인간답게 살 권리만큼이나 인간답게 죽을 권리도 '권리'로 인정할 수 있는가. 만약 그게 권리라면,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어떠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가. 이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 토론하기도 쉽지 않은데 심지어 연극이 됐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란 자칫 또 다른 종류의 무지나 폭력으로 점철될 수도 있다.

"사실 작품 시작 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예요. 그리고 작품이 끝난 후에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면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주제가 워낙 무겁다 보니까 이걸 풀어내서 전달하기 위해 농담을 하거나 더 강하게 다가가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게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까라는 질문을 연출께 했었죠. 그랬더니 '그분들은 오히려 우리보다 더 밝게 장난치고 웃으며 살아가시는 분들이다. 이렇게 특별히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것 역시 편견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대답을 들었어요.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우리가 오히려 더 선을 긋고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와 모든 게 같기 때문에, 내가·우리가 즐겁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해도 괜찮은 게 아닐까. 그래서 이런 답변을 들은 이후 더 자유로워졌던 것 같아요. 그래도 선을 넘지 않기 위해 항상 조심하고는 있죠. 사실 '장애'라는 말도 좀 조심스러워요. 우리와 그 분들이 다르다고 너무 정의하는 것 같아서. 극에서 나와서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려고 할 때, 오히려 (그런 구분짓는 태도에) 기분 나빠하시지 않을까요."

 연극 <킬미나우>에서 조이 역의 배우 신성민이 25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평범한 신성민?자신만의 장점에 대해 그는 굳이 꼽지 않았다. 오히려 "저는 평범한 사람이죠. 어떤 역할을 맡겨도, 평범하기 때문에 어느 캐릭터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그런 이미지가 아닐까요"라는 망언 아닌 망언으로 답을 대신했다.ⓒ 이정민


<킬 미 나우>는 눈물을 지우개 삼아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를 구분 짓는 선을 지워나간다. 각자 인물들의 이야기에게는 각자의 논리적 설득과 감정적 호소가 있다. 예컨대 제이크를 보낼 수 없다고 우는 트와일라나, 그런 제이크를 보내줘야 한다고 우는 조이의 대립이 그렇다. 이 난제 앞에선 아무도 선뜻 누구 편을 들거나 특정한 선택이 옳다고 강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조이 스터디를 연기하는 배우 신성민이 아니라, 조이의 자리에 신성민이 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제가 조이라면…. 사실 잘 모르겠어요. 막상 닥쳐보지 않으면…. 제가 '조이를 100% 이해하고 행동한다'라면 거짓말이겠죠. 제가 과연 어떤 선택할 수 있을까 하는 건 잘 모르겠어요.

연습 과정에서도 '안락사를 내가 이해하고, 조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100%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가'를 저라는 사람에게 많이 질문했어요. 이때까지 제가 연기했던 모든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왜 이 말을 할까?' '왜 이런 행동을 할까?'라고 질문을 던졌거든요. 이들을 이해하는 과정을 중요시했는데 조이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말하기 좀 어려운데, 이게 사람의 감각적인 부분이어서….

아이러니했던 건, 잘 모르겠음에도 연기 연습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공감이 되는 거예요! 이 아이의 말과 선택과 행동이…. 처음에 머리로는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점점 마음으로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텍스트를 읽다가 공감이 되고, 눈물이 흐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조이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걸,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걸 관객 분들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죠. 한 가지 확실한 건, 다행히도 관객 분들이 같이 공감하고 계시다는 거예요. 관객이 '운다' '안 운다'의 기준이 아니라, 그런 공기가 공연장에서 형성되는 걸 느꼈거든요."

 연극 <킬미나우>에서 조이 역의 배우 신성민이 25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신성민에게 작가 지이선이란?"같이 있으면 항상 재밌고, 코드와 생각이 맞는 사람과 함께하는 작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주는 것 같아요. '지이선=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단호) 제가 그 분의 작품이 어떻고, 각색이 어떻고를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이정민


"마음대로! 하나만 갖고 가셨으면"

중극장을 채우는 그 공기. 손수건을 축축하게 적시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눈물을 쏟는 관객이 상당수다. 이미 아는 이야기, 몇 번 본 공연임에도, 슬픔과 연민으로 부푼 관객의 심장을 연극은 톡하고 건드려 터뜨린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제이크를 맡은 배우 이석준은, 공연이 끝나고 너무나 서럽게 우는 관객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아팠다고 자신의 SNS에 올린 바 있다. 그럼에도 연극 <킬 미 나우>가 '힐 미 나우(Heal me, now)'가 되어준다며 공연장을 여러 번 찾는 관객들이 있다.

"같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다른 가족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함께 아파해 주고, 슬퍼하고…. 공감해주시는 관객들을 보면, 지금 돌아가고 있는 우리 세상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저희가 살면서 남이 하는 일에 크게 잘 관심 안 가지잖아요. 이기주의가 팽배하는 세상 속에서 이렇게 함께 공감해 줄 수 있는 관객 분들이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건 연극이지만, 현실에도 이런 환경에 놓이신 분들 그리고 더 안타까운 분들이 계시잖아요. 공연 관객 분들은 이런 타인의 삶에도 공감하고 같이 아파해 주실 수 있는 분들 같아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죠."

배우 신성민에게 <킬 미 나우>는 참 많은 고민거리와 생각을 던져 준 작품이었다. 그 고민들은 여전히 채 정리되지 않은 채 신성민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그렇다고 그 문제의식에 짓눌리거나 허우적거리는 건 아니다. 신성민은 이 문제를 머릿속의 연산으로 풀려고 하기 보다는 심장으로 내려보냈다. 인터뷰 중에 신성민은 '공감'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여러 번 반복적으로 꺼냈다.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에게 공감하고, 배우로서 관객에게 공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공감을 굳이 관객의 손에 억지로 쥐어주고 싶지는 않다. 그는 관객을 믿고 있었다.

"'이러이러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는 것도 강요처럼 느껴져서 조금 조심스러워요. 제가 관객으로 앉아있을 때 느꼈던 게 있긴 있어요.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이런 걸 가지고 굉장히 치열하게 논쟁을 하고 충분히 얘기를 나눠요. 그래야 더 완벽한 공연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과 관객 분들께 무언가를 가져가시라고 강요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이것도 제 성향이겠죠? 제가 강요당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웃음)

저희가 원래 전하려던 것이 아닌 다른 것들을 보셔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보고 싶은 것만 보셔도 좋고, 무언가를 굳이 가져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희에겐 이게 일이지만, 관객 분들에겐 문화생활이실 거잖아요. 그 안에서 무언가를 느끼거나 느끼지 못하거나, 울거나 웃거나 하는 것은 온전히 관객 분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각자 마음속에 가지고 가시는 건 여러분의 마음대로! 무언가 하나라도 가지고 가신다면 감사하죠. 사실 '이 작품을 보고 어떤 특정한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작품을 저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저는 그냥 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뿐이죠. 그래서 대신 '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것만 진심으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연극 <킬미나우>에서 조이 역의 배우 신성민이 25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기의 어려움신성민은 <킬 미 나우>를 준비하면서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었다고 한다. 재연이었기 때문에 "이미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여기 들어가서 나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초연의 조이로 활약했던 윤나무 배우가 이번 시즌 <킬 미 나우>에 더블 캐스팅되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고 한다. 하지만 어렵지 않았다고 해서 고민의 무게가 가벼운 건 결코 아니었다.ⓒ 이정민


"연기했던 인물들 다시 만나고 싶어"

연극 <킬 미 나우>가 던지는 질문들이 쉽지 않듯이, 연기 자체도 결코 쉽지 않다. 비장애인 배우가 지체장애를 지닌 인물을 연기하는 게 혹여나 과도한 묘사나 불쾌한 표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건조하고 딱딱하게 다가설 수도 없다.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 이상으로 배우에게도 슬픔의 감정이 파도가 되어 몰아친다. <킬 미 나우>의 커튼콜을 보면 그 눈가에 물기가 묻어있지 않은 배우가 없을 정도이다.

"작품을 몇 개 거치면서, 배역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게 제 스스로 정립이 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공연에서는 좀 혼란이 와요. 사실 끝나고 많이 힘들어요. 좀 털어 버리려고 일부러 신나는 노래 듣고, 재밌는 생각도 하는데…. 아직까진 좀 힘든 게 많이 남아요. 해소가 되기보다는 담아두고 끝나는 작품이기 때문에! 커튼콜 끝나고 들어가서도 정리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노력해야죠. 제 일이니까."

지난 4월 2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한 연극 <킬 미 나우>는 오는 7월 16일을 마지막으로 관객과의 두 번째 만남을 정리한다. 배역 자체가 도전이었고 지금도 신중하게 연기를 해나가고 있는 신성민의 조이와도 이별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조이 스터디와 배우 신성민은 잘 이별할 수 있을까. 연극 <킬 미 나우>는 배우 신성민에게 어떤 필모그래피로 남을까. 신성민은 자신의 '두 번째' 조이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다.

 연극 <킬 미 나우>에 출연 중인 배우 신성민의 모습. 조이 스터디는 혼자서 목욕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다. 그의 아버지 제이크는 헌신적으로 아들을 돌본다.

▲ <유도소년> 민욱에서 <킬 미 나우> 조이로<유도소년>을 위해서 몸을 만들었던 신성민은, <킬 미 나우>의 조이를 연기하면서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다. "극 초반에 욕조 신이 있는데, 형들이 몸을 가려야 된다고 조금만 더 들어가라고 했어요. 그래서 얼굴만 보이게 막 수그려서 들어가고 이렇게…. (웃음) 이러면 안 되죠. 관객 분들의 이해를 바라는 건 욕심일 것 같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킬 미 나우>는 놓치기 싫었어요."ⓒ 연극열전

"끝나 봐야 알 것 같아요. 항상 끝나야 알 수 있어요. 바로 깨달음이 오는 것도 아니고요. (웃음) 문득 어느 날 했던 극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제 상황과 맞물릴 때나, 친구와 술 한 잔 하면서 생각날 때도 있고…. '그 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조금 더 갔어야 했는데' '이런 느낌 좋았는데'라면서…. 그렇게 했던 작품들을 가슴에 묻으면서 성장해 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지금 <벙커 트릴로지> <유도소년>을 거쳐서 <킬 미 나우>를 했는데, <벙커 트릴로지> 후에 <유도소년> 없이 <킬 미 나우>를 했다면 조금 달랐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모든 과정을 거쳐서 제가 만든 조이가 지금의 조이죠.

아직 어떤 작품으로 <킬 미 나우>가 제게 남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진 않았죠. 음…. 다만 바람이라면, 나중에 <킬 미 나우>에 대한 제 기억과 추억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은 있어요. 근데 이건 <킬 미 나우>뿐만이 아니라 모든 작품에 대해 가지는 생각라서…. (웃음)

이렇게 한 작품씩 좋은 작품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고 싶어요. 정체되지 않고! 제가 지금 하는 조이가 완벽한 연기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사실 완벽한 연기라는 건 없겠지만? 앞으로 더 해결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요. 그러니 이렇게 차차 성장해 가다가 '그 배우, 좋은 배우더라'라는 말을 듣게 되면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인물을 나중에 다시 한 번씩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다시 만났을 때 느껴지는 다른 생각, 생기는 여유로움 같은 걸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그 때 했던 것 보다 조금이라도 성장한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니까."

언젠가 신성민의 조이 스터디를 다시 만날 날이 오게 될지 모른다. 이미 좋은 배우임에도 스스로 '평범'하다고 겸손해 하는 그. 그의 두 번째 조이와 첫 번째 조이를 비교하는 것도 극을 보는 재미가 될 것이다. 그는 그 스스로 바라는 것처럼 많은 부분에서 성장한 조이가 되어 있을까. 다만 내가 확신하는 건, 지금이나 그 때나 그는 변함없이 좋은 배우일 것이라는 점이다.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완벽한 존재인 것처럼, 조금 불안정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신성민의 조이는 이미, 완벽한 조이니까.

 연극 <킬미나우>에서 조이 역의 배우 신성민이 25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신성민만의 조이"저만의 무언가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고, 그냥 대본 안에 나와 있는 대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조이라는 인물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차별성을 두려고 하지는 않지만,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나라는 사람에 의해서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걸 누군가가 봐 주고 알아줄 때, 비로소 나만의 조이가 되는 거죠."ⓒ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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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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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극찬... 배우와 감독이 말하는 <꿈의 제인>의 모든 것

[inter:view] 뉴월드를 여행하는 '제인팸'을 위한 안내서

작품 속 남녀 주인공이 나란히 남녀주연상을 타는, 없을 것만 같은 행운이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일어났다. 배우 구교환과 이민지, 두 사람은 영화 <꿈의 제인>으로 각각 남녀주연상을 받았다. 화려한 블록버스터 영화도 아니었고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아주 유명한 배우들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독립영화계에서 꾸준한 속도로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배우들이었다. 이 두 사람을 한 카메라 앞에 세운 조현훈 감독은 두 배우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한 세계를 만들어냈다. <꿈의 제인>의 남녀주연상 수상은 두 배우의 '대체 불가능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첫 장편 데뷔를 마친 감독의 역량을 증명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수상 사실은 그저 <꿈의 제인>이라는 규모가 작은 영화를 소개할 하나의 좋은 구실이 될 뿐이다. 남우주연상 수상을 두고 배우 구교환은 "노출될 수 있는 기회"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의 말처럼 '노출' 그 이후는 영화의 몫이다. 행복을 찾아 헤매지만 늘 실패하고 외로움에 몸을 떠는 가출 청소년 소현(이민지)과 그런 소현에게 먼저 다가와 손을 내민 제인(구교환)의 꿈인지 사실인지 모를 만남을 담은 영화 <꿈의 제인>. 볕이 좋은 지난달 26일 오전 주연 배우 구교환과 이민지, 그리고 조현훈 감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제인을 존경한다" '가출팸', 가출과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의 합성어로 가출한 청소년들이 서로 모여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는 뜻의 신조어다. <꿈의 제인> 속에는 다양한 종류의 가출팸이 등장한다. 트랜스젠더인 제인의 집 역시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로 하나의 '가출팸'이다. 소현이 제인의 가출팸 안에 들어가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조현훈 감독은 <꿈의 제인>이 택한 가출 청소년이라는 소재에 대해 "이방인의 정서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애정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현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거나 말할 기회가 없는 인물들에게 입을 빌려줘야 겠다 싶어 작업을 시작했다. 이런 인물들을 보면서 위로나 연대의 감정을 느끼셨으면 한다. 모든 관객들이 이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 세상 도처에 널린 행복과 불행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고 가셨으면 좋겠다." 영화의 주인공 제인은 트랜스젠더다. 그는 이태원에 있는 클럽 '뉴월드'라는 곳에서 노래를 한다. 제인은 소현에게 위로이며 이상향이다. 그리고 뉴월드는 마치 소현의 은신처 같은 기능을 한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제인을 보며 '내게도 제인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꿈의 제인>의 각본을 직접 쓴 감독은 스스로 만든 제인이라는 인물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제인은 개인적으로 제가 존경하는 주변의 친구들의 모습을 투영시킨 인물이다. 영화 전반을 제인에게 의지하고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실제로 제인이 영화를 이끌어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조현훈 감독에게 있어 구교환은 이상적인 제인을 나타내기에 알맞은 배우였다. 조현훈 감독은 구교환을 "웃는 얼굴에도 슬픈 감정이 보이는 인상이 기억에 남았다"고 기억한다. "구교환은 쉽게 감상을 허락하지 않는 얼굴이다. 그의 그런 점들이 처음 구상했던 제인의 모습과 맞다고 생각했다. 제인이 현장에 나타나면 언제나 그의 세계로 빠지는 느낌이 있었다. 제인이 있는 곳은 모두 뉴월드처럼 느껴졌다." 반면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구교환은 <꿈의 제인> 촬영 현장을 "제인으로서 있을 수 있던 현장"으로 회고한다. "시나리오 안에 있는 제인의 행동이나 표정에서 욕심이 많이 났다. 내가 제인을 만난만큼 그를 채워서 관객들에게도 제인을 소개시켜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제인을 가감 없이 관객들에게 전달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역할을 준비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혼자 와서 보셨으면"이민지와 구교환에게 '왜 상을 받은 것 같냐'고 물었다. 곰곰 생각하던 이민지는 "스스로 이야기하는 건 자화자찬 같으니 서로가 왜 상을 받았는지를 말해보는 게 어떤지"를 제안했다. 그러자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배우 이민지는 평소 구교환이라는 배우의 팬이었기에 제인 역할을 구교환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구교환이라는 배우가 제인을 맡으면서 '전형적인 인물'을 넘어섰다고 생각했다. 연기하는 스타일도 독특하고 매력과 유기적인 호흡이 독보적인 배우라서 제인의 이상적인 모습, 위로해주는 사람의 일상적인 모습을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연기도 물론 좋지만 '이런 사람에게 위로받고 싶어'라는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캐릭터이고 마치 꿈에 있는 사람 같기도 하고 현실에 있는 사람 같기도 하다." "구교환이라는 배우의 팬"이라는 말을 듣자 구교환은 민망한지 옆에서 웃다가 "나도 이민지라는 배우를 오랫동안 지켜본 팬, 내가 '더더' 팬이다"라고 말했다. "이민지에게는 제인이라는 인물을 소현을 통해서 알게 될 정도의 에너지가 있다. 그런 사람이 있지 않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주는. 그 신을 진짜처럼 만들어주는, 상대 배우로서 정말 훌륭한 파트너다." 이민지는 이 말을 듣자 이를 살짝 보이며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였다. 배우 이민지는 <꿈의 제인>을 두고 "되게 울타리가 낮은 담장이라 쉽게 넘을 수 있는데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비유했다. "혼자 영화를 보고 가시면 어떨까. 영화관이라는 게 같이 와도 결국 영화가 시작하면 개인적인 공간이 되는 느낌이 있다. 누군가 옆에서 토닥이는 위로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위로를 받고 싶은 분들이 와서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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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언론장악 방지법은 제2의 김재철 만들 것이다...의연하게 다시 싸워야"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한미 FTA반대 촛불시위, 스폰서 검사, 4대강 사업 관련 의혹...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를 흔든 굵직한 이슈의 중심에는 언제나 MBC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과 탄핵. 우리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중요한 국면에, MBC는 무슨 역할을 했을까. 지난 2월,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앞에는 친박 단체들이 몰려들었다. MBC를 향해 '힘내라', '고맙다'고 인사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과, MBC 기자들을 향해 '엠빙신', '짖어봐'라고 소리치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 2017년 MBC의 모습이다. 오랜 시간 언론인 지망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언론사,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언론사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우리들의 마봉춘, MBC. 하지만 2012년, 유례없던 170일 파업의 패배 이후, 10명이 해고됐고, 노조는 195억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여전히 5명의 기자와 1명의 PD가 MBC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으며, 자기 업무에서 쫓겨난 노조원만 200여 명에 이른다. 가장 치열하게 싸운 MBC는, 이후 가장 처절하게 짓밟혔다.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2012년 파업 당시 언론노조 MBC본부의 홍보국장을 맡았던 이용마 기자다. 가장 치열하게 '공정방송 사수'를 외친 그는, 파업이 끝난 직후, '사내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리고 지금은 복막암 진단을 받고 전라북도 진안에서 투병 중이다.지난 1일, 전주에서 차로 1시간여 달려 도착한 만덕산 인근 요양원에서 이용마 기자를 만났다. 그는 수술이나 방사능 치료 등의 항암 치료 없이, 이곳에서 자연요법으로 치료 중이다. 산책과 명상, 독서, 글쓰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그는, "요즘 내 약"이라면서 요양원 이곳저곳에 자란 개똥쑥을 가리켰다. 새소리와 개울물 소리가 맑던 그곳에서, 이용마 기자에게 복잡한 세상 이야기를 꺼냈다.MBC의 봄, 방송장악방지법으론 찾아 올 수 없다 "세월호가 올라오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YTN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고... 세상이 바뀐 것이 확실하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제 봄이 오나 보다. 이 봄이 멀리멀리 퍼지고,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 (5월 19일 이용마 MBC 해직 기자 페이스북)- SNS에 올린 '이제 봄이 오나 보다'라는 글을 봤다. 대통령이 바뀌고 이곳저곳에서 봄날 같은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MBC에는 언제쯤 봄이 올까?"MBC에 봄이 오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거다. 지금 MBC의 구조로는 정권이 바뀌어도 당장 변화가 어렵거든. 그래도 지금은 정치적 환경이나 조건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전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내부에서 아무리 소리를 내도 반향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충분히 스스로 쟁취할 수 있는 여건은 된 것 같다. 적어도 정치 권력이 나서서 경영진을 일방적으로 지원하고, 구성원들을 억누르는 환경은 아닐 테니까. 우리가 노력하면 스스로 봄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언론장악 방지법'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최근 인터뷰를 봤다. 현재 많은 이들이 언론장악방지법 통과를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제1 선결과제로 꼽고 있지 않나. 의외였다."'언론장악 방지법'은 쉽게 말해, MBC 방송문화진흥회, KBS 이사회의 이사진 숫자를 현 3대2 구조에서 7대6으로 만들자는 거다. 여기에 사장 선임은 '특별다수제'라고 해서, 적어도 야당 측에서 한 명은 동의를 해줘야 한다, 이런 내용인데, 그렇게 되면 양쪽 모두에게 지지받는 사람이 사장이 될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가 찬성하는 공영방송 사장...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 양쪽에서 줄타기하는 기회주의적인 사람이 사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그게 바로 김재철(전 MBC 사장)이었다.김재철은 민주당 출입 기자였고, 동교동계를 담당했다. 그래서 권노갑 전 대표를 비롯해 동교동계와 친분이 깊다. 경남 사천 출신이라,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잘 알던 사이였고, 양 정당, 영호남 모두와 친분이 있었다. 우리가 김재철을 겪어봐서 아는데, 그 사람은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그쪽에 항상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과연 이런 사람들이 사장이 되면, 공영방송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지금의 언론장악 방지법은 제2의 김재철을 사장으로 만드는 구조다."- 자유한국당이 야당이 된 지금 상황에서, 그들의 동의까지 얻어야 하는 구조로 개혁한다면, 오히려 공영방송의 적폐청산이 더 어려울 것 같긴 하다. "방송을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하는데, 언론장악방지법은 또다시 결정권을 정치권에 맡기는 것이다. 비율이 어떻든 여야가 추천하는 인사들로 이사진을 채우는 거니까. 대안으로 시민사회단체를 쿠션용으로 넣자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럼 어떤 시민단체를 넣어야 할까? 예를 들어 참여연대나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을 넣으면, 바르게살기연합이나 자유총연맹 이런 데서도 끼워 달라 할 거 아닌가. 그럼 그것도 여야 균형을 맞춰야 하고, 결국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끊임없이 진영논리로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떤 대안이 있을까?"사장 선임을 여야에 맡기면 결국 당리당략에 의해 결정된다. 단적인 예로, 이번 총리 청문회를 봐라. 경미하든, 심각하든, 후보자의 여러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현시점에서 이 사람이 국무총리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여당은 무조건 옹호하려고 하고, 야당은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 했지. 찬성한 국민의당도, 한때 같은 당에 있었고, 호남 출신이라는 판단 때문 아니었나. 결국, 각자 자기 당 입장에서 뭐가 유리한지만 생각한다는 거다. 거기다 이낙연 총리 인준이 통과된 이유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한 딜이란 소리까지 나오던데, 웃기는 이야기 아닌가. 강경화든 누구든, 장관 할만한 사람이면 하는 거고, 안 되는 사람이면 안 돼야 하는 거다. 여기에 딜하고 말고가 어디 있나.내가 생각한 대안은 국민대리인단이다. 배심원처럼 컴퓨터로 추첨해서, 일반적인 사람들의 상식으로 투표하게 하는 거다. 방문진이든, 여야든, 자천타천 올라온 사장 후보들을 두고 청문회 등을 통해 공방전을 하는 거다. 그리고 국민대리인의 가/부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거지. 그게 가장 현명하고 상식적인 방법이 아닐까 한다. 사장 직선제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구성원 간의 분열, 계파 간 줄서기 문화를 발생시킬 거다."'공정방송 사수' 외치던 김재철, 언론 탄압 선봉에 선 까닭 국민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방송국이었고, 신뢰받는 언론인이 가장 많았던 언론사였다. 가장 강력하고 용감하게,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며 싸움을 이끈 노조도 있었다. 이런 MBC는 김재철 사정 취임 이후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MBC의 황금기를 '황폐기'로 만든 주역인 김재철 전 사장과 이진숙 현 대전MBC 사장(파업 당시 홍보국장)은 물론, 지금도 열심히 MBC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이들 모두, MBC 황금기에 기자 생활을 했던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 역시, 한때는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며 권력의 언론장악에 반발하던, MBC 노조의 일원이었다.- 현재 MBC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간부들 대부분이 과거 공정방송 투쟁이 참여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노조 행사에 참석했던 거지,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2012년 파업에 참여했던 이들 중 일부는 파업이 끝나고 현 경영진에게 충성하고 있다. 소용없는 이야기다."- 어쨌든 그들도 MBC 황금기에 기자 생활을 했고, 노조 활동도 하지 않았나. 그때는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생각을 바꾼 걸까?"그건 당사자들한테 물어봐야겠지. 다만 전 정권에서도 가끔 자기들 속내를 이야기하긴 했다. 하지만 그걸 뉴스나 방송에 드러내진 않았다. 감히 그럴 수 없는 분위기였다. 전반적인 회사 문화라는 게 있지 않나. 예전엔 그들도 그 문화에 휩쓸려 도드라질 수 없었던 거다. 그러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들어 본색을 숨김없이 드러내기 시작했지. 그 정도(극우적 성향)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 사실 MBC 노조가 사측과 싸움을 벌인 게, 2012년이 처음이 아니지 않나. 진보 정권 아래에서도 투쟁은 있었고. 그래도 그때는 노조가 사측에 어느 정도 믿음은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외침이 옳다면, 받아들이진 못하더라도 탄압은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하지만 2012년 파업 이후 벌어진 '인사 학살'로, 사측에 대한 믿음도, 기대도 완전히 무너진 느낌이다. "정치 환경하고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는 박근혜 정부를 '일베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행태를 보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서슴없이 하지 않았나. 전체 국민의 10%도 안 되는 극소수를 대변하는 정권이었고, 지금의 MBC 경영진은 바로 그들이 임명했다. 그러니 나머지 90%와는 완전히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 정상적인 사람들을 '비정상'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쫓아내고, 그렇게 자기들 세를 확장했다. 해고는 기본이고, 수백 명을 보직에서 쫓아냈고, 다른 미디어와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징계했다. '소셜테이너 방침'이라는 블랙리스트 명단 만들어서 조금이라도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 내면 다 잘라버리고... 쉽게 말해, 일베 집단이 MBC를 장악한 거다." - 그럼 지금 MBC 안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어떤 이들인가. 현업에 있을 때, 동료로서 어떤 기자들이었는지 궁금하다. "진보든, 보수든, 별로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들. 쉽게 말해, 보수 집권 기간에도 대우받지 못하던 이들이 갑자기 완장을 차고 덤벼든 거다. 능력으로 보나, 그동안의 모습으로 보나, 절대 보직 부장이나 국장 자리에는 올라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완장을 주니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이는 거지. 극소수가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가지고 나머지 사람들을 전부 비정상적이고 무능한 사람들로 몰아붙였다. 그들이 지금 MBC에 있는 이들이다." - 파업 전후 각종 '문제적 발언'을 쏟아낸 이진숙 사장은 한때 전쟁터를 누비는 '종군기자'로, 기자를 꿈꾸는 많은 여대생의 롤모델로 꼽히기도 했다."대한민국에서 전쟁터를 누빈 기자가 누가 있나. 이진숙 사장이 전쟁터를 누볐다고? 이게 다 TV가 만든 허상이다.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났을 때 그 화면들, 전부 미국이나 영국 기자들이 찍은 거다. 전부 AP나 CNN에서 사 온 영상들이다. 한국 기자들은 전쟁 분위기 나는 곳에서 잠깐 얼굴 찍는 게 다다. 시청자들은 그거 보고 '전쟁터 갔구나' 하고 착각하는 거다. 대국민 사기극이다."- 이용마 기자는 직접 빈 라덴 은신처에 갔지 않나. "그땐 르포라 현장에 직접 갔지만, 이미 전쟁이 끝난 뒤였다. 전쟁 중에는 파키스탄에 있었지. 대한민국 기자들 전부 파키스탄에 있었다. 전쟁터 근처도 못 가보고는 종군기자인 양 보도했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터다. 그 안에 들어가려면 미국이나 이라크가 허락해야 하는데, 한국 기자에게 오라고 하겠나. 이진숙이 전쟁터를 누볐다? 개뿔. 바그다드에 있었고, 전쟁 심해지니 바로 나왔다."'삼성 저격수' 이용마, 이재용 부회장 구속 보며 든 생각 이용마 기자는 현역 시절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를 끈질기게 보도했다. 그는 "경제부와 금융팀에 있어서 썼고, 불법 상속 문제가 검찰 고발됐을 땐 검찰 출입 기자라 보도한 거다. 내가 삼성 문제에 매달린 게 아니라, 삼성이 나를 따라다닌 것"이라며 웃었다.- 끈질긴 취재에도 끄떡없던 삼성과 삼성의 황태자 이재용이, 최순실에게 돈 뜯기고 정유라에게 말 사줬다는 우스운 이유로 감옥에 갔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이재용이 감옥에 간 건, 모두 이건희 회장 때문이다. 내가 처음 불법 상속 문제를 보도했을 때, 그때 이건희 회장이 제대로 처벌받았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굳이 저렇게까지 했을까? 당시 법대로 했다면, 승계를 확정 짓기 위해 권력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을 거고, 그랬다면 최순실에게 돈 주고, 정유라에게 말 사줄 필요도 없었겠지. 무엇보다 편법이나 불법을 써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으니, 무의식중에 '아 이 나라는 돈과 힘이면 다 되는구나' 이런 사고도 생겼을 거다. 그 결과로 이재용이 감옥에 간 거다. 결국 아버지 이건희가 아들 이재용을 감옥에 보낸 셈이다." -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시작으로 촛불, 탄핵, 조기 대선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이 역사적인 국면에서, 지상파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기자로서 피가 끓진 않았나. "하하하. 요즘은 그런 생각 잘 안 한다. 하지만 만약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MBC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면, JTBC로 간 태블릿은 MBC로 오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은 해봤다. 제대로 돌아갔다면 분명 MBC로 왔을 거고, 어떤 회사보다 열심히 취재해서 보도 잘했을 거다. 그게 MBC다." - 촛불 집회에서 MBC 기자들은 마이크와 카메라에 방송국 로고를 붙이고는 취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촛불 집회 현장에서 수모당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어떤 마음이 들었나."후배들이 기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현실이 가장 참담했다. 그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선배라 더 가슴 아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언론인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언론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서는 일단 다시 싸워야 한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서글프지만 이게 현실이다." - MBC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 영상을 봤나. MBC 구성원들이 전투 의지를 상실했다는 시각도 있었는데, 이후 선배 기자들의 경위서, 전국MBC기자들의 연대 성명까지, 다시 싸움이 시작된 느낌이다. (MBC는 지난 19일, '반성문 동영상'을 올린 기자들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장하다. 선배들이 못하던 걸 막내 기자들이 해줬다. 새로운 싸움의 물꼬를 터줬다는 측면에서,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다. 이젠 선배들이 받아서 말 그대로 더 열심히 싸워야지. 언론자유 쟁취를 위해 더 싸워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12월, 문재인 대통령(당시 후보)이 직접 찾아왔지 않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 때 MBC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도 했고.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어떤 변화는 있지 않겠나."솔직히 큰 기대는 없다. 우리 사회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중시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대통령 한 사람으로 인해 언론 환경을 확 바뀔 수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도 안 되고.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처럼, 권력으로 언론을 장악하려 하지 않을 거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긍정적이다."후회?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귓속말>의 한 장면. 주인공인 신영주(이보영 분)의 아버지 신창호(강신일 분)는 해직 기자다. 해직된 뒤에도 후배 기자와 함께 방산 비리를 추적하다 살인 누명을 쓰고, 이후 폐암 진단까지 받는다. 그런 그는 "세상을 바꾸려고 애쓰지 마라. 있는 세상에서 잘 살아라"라는 말로, 정의를 위해 싸운 자신의 지난날을 후회한다.이용마는 어떨까. 현직에 있을 때, 모두가 꺼리던 삼성 취재를 끈질기게 이어갔을 만큼, 좋은 기자였다. 노조의 핵심 간부로, 가장 치사한 정권과 경영진에 맞서, 가장 앞장서 치열하게 싸웠다. '기자 이용마'는 두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 언론인이다. 하지만 '인간 이용마'로서는 어떨까.- '해직 언론인의 아이콘', '언론 탄압의 상징'이 됐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쌍둥이 형제의 아버지로서, 부담스럽거나 후회된 적은 없나."요즘 사람 운명이라는 게 참 알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잖나. 사람 죽고 사는 문제는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 열심히 사는 게 최선 아닌가 싶다. 그때도 지금도 마찬가지다. 물론 가족들은 많이 힘들어했고, 지금도 힘들어한다. 하지만 그 또한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지."- 기자로서, 언론투사로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기자로서의 아쉬움은 분명하다. 돌이켜보면 권력에 대한 날 세운 비판은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약자를 위한 대변은 많이 부족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흔히 '센 놈을 조져야 센 기자'라고 한다. 스스로 '센 기자'가 되기 위해서 더 강한 권력을 비판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도 권력을 쫓아다니는 행태를 자주 보였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많이 잊혔지. 굉장한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그리고 언론투사.... 하하하. 2012년 파업할 때, 우리는 '옥쇄파업'이라고 생각했다. 지도부 중 핵심, 많으면 다섯 명 정도는 구속이나 해고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다섯 명에게 영장이 청구되기도 했고. 하지만 경영진이 파업 간부뿐 아니라 평조합원들까지 해고하고, 칼날을 휘두르는 걸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엉뚱한 유탄이 평조합원들에게 튀었을 때 가슴이 많이 아팠다. 그들을 보호해줄 힘도,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도 없었다."KBS·MBC, 정말 없어도 될까? '태블릿 PC 보도'로 탄핵 열풍을 주도한 JTBC의 손석희 보도 담당 사장, 대안 언론 <뉴스타파>를 이끌며 영화 <자백>을 만든 최승호 PD, tbs의 변화를 만들고 있는 정찬형 사장, 세월호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았던 박혜진 아나운서, <썰전>을 만든 여운혁 CP... 현재 언론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MBC 출신이다. 자의로 타의로 회사를 떠난 이들은 MBC 밖에서 새로운 언론 지형을 만들고 있다.- MBC 추락의 순기능이라고 해야 할까? MBC의 인재들이 밖으로 퍼져나가자, 역설적으로 다양한 언론이 풍성해졌다. 회사 밖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과거의 동료들을 보며 어떤 마음이 드나. 해직 언론인들끼리 교류는 잦은지."한 번씩 만날 때도 있고, 통화도 하고 그런다. 이젠 내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이심전심 다 통한다. 동료들의 활약을 보면, '역시 MBC다'라는 생각이 든다. MBC 상황이 어려워 제 목소리를 못 내니, 밖으로 나가 언론인의 역할을 하잖나. MBC의 영광을 이끌었던 이들 아닌가. 과거 MBC에 대한 자부심도 생긴다. 회사 안에 있는 후배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러움도 느끼고, 다시 싸워서 과거의 영광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할 거다."- 언론 환경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JTBC의 급부상과 SNS, 팟캐스트를 통한 뉴스 등, 시민들은 더 이상 지상파에 의존해 뉴스를 접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시민들이 MBC의 정상화를 응원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MBC 없어도 돼', 'KBS 안 봐도 돼' 하고 쉽게 말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공영방송은 그렇게 보면 안 된다. 지금 JTBC가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만, 홍석현 회장이 언제까지 저 스탠스를 유지해줄 수 있을까? 언론사 소유자의 선의에 모든 걸 맡기는 건데, 그걸로 어떻게 버티나. 만약 홍석현 회장이 마음을 바꿔먹으면? 손석희 사장이 JTBC를 떠나면? 그래도 JTBC가 지금의 스탠스를 유지해줄까?민영방송에 너무 의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지 않나. 그래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은 정권에 따라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이를 바로 잡는다면, 공영방송이 제대로 굴러간다면, 이거야말로 바람직한 것 아닌가.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다. 비싼 자산 들여 만들어놓은 국민의 방송국을 왜 포기하나.무엇보다, 좋으나 싫으나, 여전히 가장 영향력이 센 건 공영방송이다. SNS, 팟캐스트만 있으면 될까? 그건 이미 뜻을 함께하는, 자기들 그룹 안에서만 해당되는 거다. 여기(진안) 다녀봐라. 시골에서 팟캐스트 듣는 어르신이 계실까? SNS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전부 지상파만 본다. 전체 국민이 하나 되어 가야한다. 공영방송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이용마 기자는 MBC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에 대해 "5년이나 지났지 않나. 시민들에게 계속 MBC에만 관심을 가져달라 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분명 있다"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5년. 밖에서 지켜보는 이들마저 지친 시간이다. 싸움이 이토록 길어질 줄 누가 예상했을까. 하지만 MBC 구성원들은 지금도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가장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언론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지켜봐 달라"는 그의 부탁에, 기대를 얹어보는 이유다. - 지난 5년 간 말도 안 되는 인사 조치 등 사측의 탄압이 계속됐다. MBC 구성원들이, 긴 시간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밥줄을 건 싸움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있을까? "MBC 기자들이 타사 기자들보다 뛰어나다든지, 훨씬 똑똑하다든지, 이런 건 전혀 아니다. MBC에 모인 기자들은 상식적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 황당무계한 일들이 벌어졌는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나. 저항은 당연한 일이었고, 평범한 일이었다. 다만 우리는 다른 매체보다 훨씬 자유로운 문화 속에서 의사소통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게 과거 MBC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었고, 끝까지 저항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다. 남들보다 우리의 의지가 강한 게 아니라, 구성원들끼리 소통을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고, 함께하기 때문에 이어갈 수 있었다." MBC에 다시 봉화가 올랐다 이용마 기자가 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게 2015년이다. 1심에 이어 2심까지 승소했지만, MBC의 상고로 대법원 판결이 진행 중이다. 2년째 대법원 판결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 그에게 다시 MBC로 돌아갈 날을 꿈꾸는지 물었더니, "꿈꾸지 않는다. 당연히 돌아갈 거기 때문에"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당당하게 복귀할 것"이라는 그에게, 질문을 바꿔 다시 물었다.- 돌아가면 제일 먼저 뭘 취재하고 싶나. "복귀하더라도 우선은 경영진이 바뀌어야 제대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차가 좀 돼서 리포팅할 짬밥은 지난 것 같지만(웃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지난날 내가 부족했던 부분,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고 싶다. 우리 언론 전체가 부족했던 부분이다. 그동안 우리가 비정규직이나 정리 해고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나. 쌍용처럼 여럿이 한꺼번에 자살하는 상황이나 벌어져야 겨우 관심 갖는 수준이었다. 끔찍한 사건으로 번지기 전에, 언론이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제대로 된 언론 환경에서, 작은 목소리까지 품고 싶다."- MBC 동료들에게, 변화를 기다리고 있을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우리의 젊음이 많이 소진됐다. 30대였던 후배들은 40대가 됐고, 40대였던 나는 50이 됐다. 우리의 지난 시간이 결코 헛된 것만은 아니었을 거라 믿는다. 우리가 소모한 시간 속에서 각자 얻은 것들이 분명 있을 거다. 그게 뭔지, 다시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언론의 자유는 누가 주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MBC에 다시 봉화가 오르고 있다. 의연하게 다시 맞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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