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정찬형 사장

tbs 정찬형 사장이 취임 후 만 1년이 지났다. 그간 급변한 언론 지형도에 tbs가 선봉에 서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이희훈


취임 후 만 1년이 지났다. 33년을 근속하며 여러 화제 프로를 만드는 등 뼛속까지 'MBC 맨'이었던 정찬형 대표는 지난 2015년 12월 tbs로 적을 옮기며 "공공의 이익만 바라보고 그것에 효율적으로 봉사하면 시민들이 사랑으로 보답해준다"는 믿음을 강조했다.

그의 지난 1년은 그 믿음이 확신으로 바뀌고, 실체로 증명되는 기간이었다. 서울시 산하의 약소지상파 방송사가 이뤘다고 보기엔 스케일이 참 크다. 지난 3일 상암동 tbs 본사에서 만난 정찬형 대표는 "자랑질은 계속돼야 한다"고 웃어 보이며, 그 성과를 읊었다. tbs 모든 프로그램의 평균 청취율 두 배 상승, 0.8% 대였던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5.4%로 약 6배 상승 등.

이 자랑이 의미 있는 건 단순히 수치의 변화라서가 아니다. MBC와 KBS 등이 공영방송사로 제 역할을 못하며 거리에서 시민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동안 tbs는 시민들에게 환영받았다. 정찬형 사장은 "최근까지 <정봉주의 품격시대> 생방송을 광화문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시민들이 비오는 날엔 유리창을 닦으라며 세제까지 사오셨다"는 일화를 전했다.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게 더욱 큰 쾌거 아닐까. 스스로 약소방송사라 칭했던 tbs 입장에선 분명 괄목할만한 변화다.

tbs 저격수, tbs 선장이 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라이브 방송은 타사의 일선 PD들이 휴가까지 내며 구경 왔고, 몇몇 분들은 여론 조사 기관에 tbs 프로 시청률을 먼저 문의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겸연쩍어하면서도 할 만한 자랑은 하던 정 대표는 사실 현직 시절 'tbs 저격수'였다. 2015년 12월 18일 취임사를 보자. 당시 정찬형 대표는 "1990년에 tbs가 출범하면서 저녁 프로의 위협적인 상대로 떠오르자 <이무송·노사연의 특급작전>으로 맞서 다시 순위를 뒤집게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로선 감회가 남다를 만하다.

- MBC, KBS 등 지상파의 위기는 곧 타방송사의 기회의 때다. tbs도 여기에 해당하는데,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취임사가 기억난다. 당시 특별한 복안과 전략이 있었던 건가. 
"우리도 지상파다. 지상파 위기가 대안미디어의 기회라는 시각이 있는데 난 지상파 라디오로 승부할 게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 강연할 때도 지구 종말 때까지 라디오의 역할이 있을 거라 말한다. 간편성과 오디오 중심 미디어라는 장점이 있거든. tbs가 약소방송국이잖나. 약점이 많지. 그걸 극복할 전략이 선택과 집중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년은) 타사의 취약점은 공략하고, 우리 약점은 보완하는 과정이었다. 우리가 왜 존재하고 필요한지 시민들에게 마치 생필품처럼 인식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왔더니 PC용 홈페이지를 연결한 걸 어플로 쓰고 있더라. 일단 모바일 전용 어플리케이션부터 만들었다. MBC에 있을 때 '미니'라는 어플을 개발할 때 라디오본부장이었거든. 여기 와서 일단 어플에 투자했고, 2016년 9월 말 정도에 tbs FM, eFM, tv까지 다 되는 어플을 뿌렸다. 바로 그때 <김어준의 뉴스공장>도 시작했고, 빅뱅이 일어났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시사교양장르, 특히 탐사와 진실 추적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우리가 그 부분을 공략하고 서비스 해주면 청취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일개 (서울시) 커뮤니티 라디오가 강소공영방송으로 거듭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수라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파악한 tbs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었나.
"방금 내가 tbs를 커뮤니티라디오라고 좀 격하시켜 얘기했다. tbs는 직업운전자 분들이 즐겨들을 만한 방송사로 처음에 출발했다. 그러다가 네비게이션 등 여러 기기들이 발달하면서 교통 정보 자체보단 다른 생활 정보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tbs가 아직 거기까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난 그게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방송사에서 잘 안하는 걸 집중해보자 이런 식이었지. 약소 방송사로서 선택할 다른 방도가 없었다. 소수 인력에 저예산이다. 우리 인력 규모 들으면 아마 깜짝 놀랄걸?(웃음) 그래서 몇몇 핵심 장르와 핵심 시간대 프로에 집중 투자를 한 거다."

- 잘한 부분과 동시에 1년이 지난 지금 애초 예상과 달랐던 시행착오는 없었는지.
"뭐든 시작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하잖나. 노력했는데 결과가 잘 안 나온 걸 시행착오라 정의한다면 그런 건 없다. 예상보다 더 큰 빅뱅이 벌어진 건 있지. 오히려 그게 시행착오라면 착오다. <지금은 라디오시대> <손석희의 시선집중>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등 MBC에서 30년 넘게 방송했는데 예측보다 훨씬 더 큰 성과가 일어났다. 물론 <김어준의 뉴스공장>으로 파란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이건 그 자체로 문화적 사건현장이 됐다. 희한한 경우다. 부패한 정권에 시민들이 뭉쳐 저항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 구성원에겐 훈련 과정이었다. 전투를 하면서 총검술, 사격술을 익힌 희한한 상황이었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던진 역동적 상황이라 빅뱅이 나왔다고 본다. 지난 9월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범 전후로 <한겨레>의 미르 재단 보도가 있었는데 해당 기자가 우리 쪽 패널로 나오고 있었다. 다른 언론사가 보도 안 할 때 <뉴스공장>이 한 셈이지. 10월 <정봉주의 품격시대> 출범일엔 박근혜의 개헌 발언과 JTBC의 태블릿 PC 보도가 나오며 본격적인 싸움에 들어갔고. 이런 일들이 두 프로가 자리 잡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한 셈이다."

신의 한 수

 tbs 정찬형 사장

취재 및 제작의 자율성 보장. 정찬형 사장 스스로도 자부하는 부분이었다. "디테일을 많이 얘기하기 보단 언론의 정도, 진실에 대한 능동적이고 적극적 노력을 강조하는 정도"라고 그가 설명했다. 과연 이를 직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설마 간섭이라고 안 느끼겠지?"라며 그가 웃어 보였다. ⓒ 이희훈


정찬형 대표 체제의 tbs 프로그램의 특징은 기존 프로그램의 변주와 과감한 도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스테디셀러였던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에 힘을 실었고, 기존 방송사에서 외면하던 김어준, 정봉주, 김종배 등을 전격 영입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김어준을 섭외하는데 한 달, 회사의 결단을 기다리는 데 세 달 걸렸다. 간부들은 대부분 반대였는데 사장님이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던 <뉴스공장>의 정경훈 PD의 말을 떠올리며 질문을 이어갔다.

- 분명 김어준, 김종배의 섭외 등은 신의 한 수였다. 두 사람 모두 MBC 방송 경험이 있고, 정 대표와도 인연이 있다. 이미 생각해놓은 카드였나.
"음, 솔직히 생각해볼 순 있었지만 깊이 염두에 둔 카드는 아니었다. 여러 다른 분들도 섭외 라인업에 있었다. (이 대목에서 비보도 전제로 몇몇의 이름이 나왔다) 우리 입장에선 일종의  보석 찾기다. 업계에서 손 안대고 있는 분들을 찾아야 했다. 시대의 결핍에 대응하자는 게 큰 틀이었다. 다른 방송사가 못하는 걸 하려 했고, 그러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쫄면 안 되지. MBC가 본래 시사교양, 탐사보도가 강했지 않나. 김재철 사장을 거치며 쭉 언론인 찍어내기를 했왔는데 사실상 언론계 블랙리스트가 시작됐던 때다. 김종배, 김어준 등의 방송 복귀는 우리 입장에선 사실 이 시장에 메기를 풀어놓는 느낌이었다. 잠들어 있거나, 졸거나, 엉터리 가짜 정보를 팔거나, 유용한 정보를 바꿔먹는 이들에게 사기 치지 말라고 강한 압박을 넣는 거지(웃음)."

- 김어준, 정봉주, 김종배씨의 설득과 결정 과정이 궁금하다. 
"그 분들 설득 자체는 금방 됐다. 블랙리스트라 방송사 출연에 제한을 받던 때 아닌가. 팟캐스트에서 활약하시다 오셨는데 우리 입장에선 상업적으로도 필요한 분들이다. 워낙 팬덤이 많기도 하고. 김어준, 정봉주 등은 캐릭터가 거칠고 비속어도 쓰지만 분석력 하난 예술이잖나. 위험한 뇌관만 제거하면 멋진 방송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근데 처음엔 프로그램 진행자가 아니라 코너 출연자로 부를 생각이었다. '금주의 핫캐스트' 뭐 이런 식으로 팟캐스트 계 소식을 전하자는 거였지. 그러다 정경훈 PD가 진행자로 하자고 확 제안했다. 이 이름을 기억해 달라. 배칠수, 전영미를 섭외했고, MBC에서 잘하고 있던 박찬혁 작가를 삼고초려 해 데리고 온 인물이다.

그 아이디어를 듣고 당연히 부담됐지. 살만큼 살아서 아쉬울 게 없는 나이인데도 '와 이건 세다!'고 생각이 들더라. 분명 논란이 될 거고, 김어준이 그때 선거법 재판 중이기도 해서 일단 보류했다. 그러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제청을 인용하면서 '쓰라는 암시구나.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종배는 내가 <손석희의 시선집중> 할 때 검증된 유능한 인물이었고, 정봉주 선수 역시 여러 위험 요소가 해결되는 과정이었다."

- 내부와 외부 반대도 많았을 거고, 자기 검열도 있었을 텐데.
"나 자신이 검열 거부 쪽으로 살아왔다. 언론 통제나 검열은 헌법정신으로 싸워야 한다고 본다. 구성원과 진행자들에게 압력을 가한 건 없다. 다만 법 안에서 하라고 말은 했지. 헌법, 방송법, 심의 규정 등 그런 법과 제도 안에서 무한자유를 보장한다고 했다. 아, 국가보안법도 지키라고 했다. <뉴스공장> 들으면 김어준이 소개하면서 '준법방송' 뭐 이런 말을 하는데 내가 얘기한 걸 비꼰 걸 수도 있다(웃음). 그에게 방송에서 욕설을 한 번이라도 하면 '즉결 조치하겠다'고도 했다(웃음)."

 tbs 대표프로그램.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어준의 뉴스공장>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정봉주의 품격시대><김종배의 색다른 시선>.

tbs 대표프로그램.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어준의 뉴스공장>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정봉주의 품격시대>. ⓒ tbs


- 최근 <다이빙벨> <또 하나의 약속> 등 정권 비판 영화를 공격적으로 상영하기도 한다. 이 역시 하나의 전략인 건지.
"tbs 약점 보완 프로젝트 중 하나다. 우리가 소수인력이라 데일리뉴스까진 가능한데 다큐 제작 쪽이 취약하다. 일종의 탐사 프로 보완을 위한 거지. <다이빙벨>을 틀 당시가 공교롭게 국회 청문회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시의적절 했다고 본다. <또 하나의 약속>도 지금 봐야할 이유가 충분했다. 삼성이 정유라의 말 구입을 위해 400억을 전달하는 동안 자기 회사 노동자의 목숨을 500만원에 흥정한 거 아닌가.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귀향>도 3월 중 틀 예정이다. 우리에겐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게 이런 영화들이다. 저예산 영화 제작자 입장에서도 조금 보탬이 되는 생태계가 되길 기대한다. 하다 보니 시네마달 작품을 많이 틀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지? 흠…. 폐업되면 안 된다."

-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의 변주도 흥미롭다. 앞서 언급한 프로가 신상품을 잘 만든 경우라면 이건 tbs의 스테디셀러를 잘 살린 사례 같다.
"이 프로의 백미는 역시 백반토론이다. 이건 제가 표현의 자유를 좀 더 보장하는 과정이었고. 동시에 SNS 유통되도록 아예 음원 자체를 공개했다. 누리꾼들이 재가공해서 마음껏 놀 수 있도록 말이다. 유투브 등에 애니메이션과 진행자 목소리를 합성한 게 돌고 있잖나. 그거 우리가 한 거 아니다. 청취자들이 재가공하면 우린 거기서 홍보효과를 얻는 거지. 다만 누군가 그걸로 너무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다면 계약서 들고 찾아간다고는 했다. 배철수, 전영미가 워낙 성대모사의 달인이다. 현란한 테크닉도 있고. 정오 시간의 새로운 예능 강자로 등극 중이다. (시사가 아닌) 소재의 폭을 좀 넓혀서 간 예능 프로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 가벼운 질문이다. 손석희와 김어준을 비교해보자면? 
"어유! 둘은 비교할 수 없다. 각자 절정 고수들이지. 손 사장은 <시선집중>을 13년 이상 해오며 쌓은 내공과 학교에서 강의하며 연구한 내공이 있다. 지금은 JTBC 보도본부 사장하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가진 진행자 됐다. 손 사장이 무협지로 칠 때 소림이나 무당 등의 정파라면 김어준은 개방 방주 같은 사파 정도? (웃음) 거친 비유지만 이해해 달라.

<뉴스공장> 장르가 뭐인 거 같나? 시사 맞나? 내용을 보면 시산데 형식은 리얼리티 쇼다. 현실과 묘하게 이어지는 면도 있다. 출연진들이 실제로 안팎에서 투닥거린다. 김성태, 안민석 의원은 방송 마치고 내려가는 승강기 안에서도 논쟁하고 그랬다. 시사리얼다큐? 뭐 이렇게 볼 수도 있겠지. 청취자들에게 김어준이 묻는 거다. 여러분들이 원하는 게 이건가? 그걸로 다퉈주지! 때론 과한 음모론 아니냐고 지적받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언론에 묻는 거다. '안녕? 언론사들. 내 가설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찾아보셔!'라고. 사기와 협잡이 판치는 부조리 시대에 김어준의 추리가 주목받는 이유다."

남은 과제들

 tbs 정찬형 사장

마침 빈 스튜디오를 찾아 정찬형 사장에게 촬영을 요구했다. 어색해하면서도 그는 기자가 원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 이희훈


유쾌한 분위기의 대화에서 짐짓 아픈 질문을 던져야했다. MBC의 망가짐을 몸소 겪고 지켜본 언론인으로서 정찬형 대표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었다. 1992년 당시 손석희 아나운서와 함께 공정보도를 위해 파업하다 수감되기도 했던 그에게 언론의 자유를 물었다. 더불어 서울시 산하 방송이라는 제한된 구조에 대한 의문도 덧붙였다. 시장의 입맛에 따라 tbs 역시 좌우되기 쉬운 상태다. 이를 인지한 듯 정찬형 사장은 최근 몇몇 언론 인터뷰에서 재단법인 형태의 독립 공영방송사 모델로의 전환을 주장하기도 했다.

- MBC 노조의 주요 요직이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공영방송 회복 운동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다른 인터뷰에도 tbs 얘기하기만도 바쁘다고 하는데 사실 안타깝지. MBC, KBS 양 공영방송이 제대로 역할을 했으면 지금 같은 상황은 안 왔을 거다. 부패, 무능, 불통 등 진짜 국격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고,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됐다. MBC는 특히 매년 대학생 선호도 1위 언론사 아니었나. 탐사와 예능, 교양 프로의 조화가 돋보인 곳인데 안타깝다. 유능한 방송인 다 내쫓고…. 국민들이 안 되겠다 싶어서 여소야대를 만들어줬는데 그건 바로 이런 부조리를 없애는 법안을 만들라는 거잖나. 국회가 그걸 제대로 안하고 있다. 이것 또한 부조리라고 본다. 다수 국민의 지상명령을 못 담는 의회는 정말 각성해야 한다.

예전에 김중배 사장이 노조지지연설에서 '저와 선배들이 잘 하지 못해 후배들이 고통받는 거 같아 죄송하다' 말했는데 솔직히 그때 난 약간 거부반응이 있었다. 근데 지금은 제가 그 생각이다. 더 철저하게 못싸워서 MBC 후배들에게 죄송하다. 빨리 바로 잡아서 또 다른 부패권력이 생기지 않게 노조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이런 얘길 하는 게 좀 이상한데 입법기관에서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지. 고장난 시스템은 고쳐야 한다."

- 독립공영방송사에 대한 과제를 언급한 적 있다. 아마 정찬형 대표 체제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서울시는 이에 긍정적인지. 
"시와 같이 고민할 대목이다. tbs가 출범 때에 비해 그 역할이 매우 커졌는데 여전히 서울시 한 과에 소속된 사업소 형태다. 역할에 걸맞게 공영방송 체제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서울시도 지금 이 상태로 두기엔 힘들겠다고 생각한다. 결국 시장의 판단이 중요하겠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모델을 고민할 때가 올 거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tbs를 들은 사람과 듣지 않는 사람 사이 정보의 격차가 생길 것이다. 사회문제, 법률문제 등등을 전달하고 있잖나. 서울시가 제공하는 여러 공공서비스가 있는데 tbs 역시 정보와 분석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가짜 지식인과 거짓에 대한 분별도 돕고 있다고 본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가 전 세계 어디에도 아마 없을 거다. tbs 법인화가 왜 필요한지 공공서비스 의미로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PD 시절과 대표인 지금을 돌아보면 유독 '위험인사'와 함께 일한 느낌이 든다. 고 신해철과도 인연이 깊지 않나. 개인적으로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을 참 좋아했다.
"그런 느낌이 있긴 하다. <고스트 스테이션>에 나오는 경고문구도 내가 만들어 준 거다. (김어준, 신해철 등) 다들 통제가 잘 안 될 거 같은 느낌인데 동시에 굉장히 정교하고 과학적인 사람이다. 사회과학, 철학에 관심이 많다. 신해철씨도 그랬다. 그걸 예술에까지 연결하려 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는 거다. 또 궁금증이 생기면 계속 질문한다. 봉건체제, 왕정을 옹호하는 이들에 대해선 극도의 분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구체제로의 회귀에 대해 철저히 싸워야 한다는 주의다.

신해철씨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부조리였다. 극복하고 타파해야 할 걸로 생각했지. 사실 그 당시 MBC 젊은 PD들이랑 신해철씨가 많이 다투고 했다. 통제할 사람이 없어서 내가 맡은 거였지(웃음). 고 이종환 선배와 <라디오 시대>를 하기도 했는데 이 분도 사고 칠 위험이 있는 분이지 않나. 극우성향이거든. 근데 그런 발언만 잘 통제하면 최고의 엔터테이너기도 하다. 이런 분들 덕에 난 '하이리크스 하이리턴'이런 걸 배운 거 같다."

 tbs 정찬형 사장

그의 메일주소엔 jazz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그만큼 클래식과 재즈에 대한 애정이 크다. 인터뷰 말미 독자를 위해 음악 하나 추천을 부탁했다. 트렘펫 연주로 널리 알려진 쳇 베이커 이름이 나왔다. 정 사장은 "긴장했다가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쭉 이완된다"며 쳇 베이커의 몇몇 면모를 소개했다. ⓒ 이희훈


- 그런 의미에서 tbs가 왠지 방송인의 인큐베이터가 아닌, '뇌관제거전문' 방송사가 될 것 같다.
"(웃음) 지금은 뇌관이 제거된 분들이지만 다시 장착하는 노하우도 갖고 있는 분들이다. <나는 꼼수다> 멤버들은 우리 사회 소중한 자산이라고 본다. 지상파용이 아니었을 뿐이지. 록스타(rock star)에 가까운 진행자들이다. 천재면서 엔터테이너 기질이 있고, 팩트 파이터(fact fighter) 기질이 있다. 또 정의와 민주주의 신봉자다. 이런 사람들이 더 많이 쓰임 받았으면 한다. 지하에서 교주처럼 있지 말고 땅 위로 나와야지!"

인터뷰 중 유독 자주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진실이었다. 역설적으로 여전히 우리 사회에 이 가치가 부족함을 암시한다. "가짜 말고 진짜를 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이고 싶다"는 정찬형 대표의 말이 귓가에 남는다. 대중을 상대로 한 이 짜릿한 도전이 계속 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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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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