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일대 뒤덮은 성난 민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오후 촛불을 든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청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민중총궐기, 촛불을 든 100만 명의 시민ⓒ 사진공동취재단


"하야하라."
"퇴진하라."
"사퇴하라."

지난 12일, 서울 도심에만 100만 명이 모였다. 1987년 6·10 항쟁 이후 최대 인파다. 경찰 추산으로는 26만명이라지만, 이는 '특정 시점의 최대 인원을 세'는 집계 방식을 적용한 탓이다. 12일 광화문 광장과 서울 광장 등 인근 지하철 역에 하차한 사람이 86만 명(지난해 11월 토요일 평균 이용객보다 52만 명이 많은 숫자다)이라는 지하철 이용 통계 등 여러 자료가 그날, 100만 명  이상이 '촛불'을 들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드리운 거대한 암흑을 밝히는 그 '빛'들의 목소리는 하나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물러나라"

스스로 '주권자'임을 깨달은 청명한 목소리, 허수아비에 불과한 '대리인'이 머무는 청와대를 향해 꽂히는 명료한 목소리에는 '나이'가 없었고, '성별'이 없었고, '지역'이 없었고, 또한 '직업'도 없었다. 구분이 필요치 않았다. 오로지 '시민'이 존재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스타'라 불리는 '연예인'들이 그곳에 있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들도 시민의 한 사람이니까. 김제동과 김미화는 마이크를 잡고 시민들과 호흡했고, 이승환·조PD·크라잉넛·정태춘은 '공연'으로 시민들을 독려하고 응원했다.

12일 민중총궐기에 직접 참여한 연예인들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외친이니 내친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오늘 우리가 큰 소리로 외치겠다. 내가 쓰리랑 부부를 할 때 마지막에 외치던 말이 있다. '무조건 방 빼!'" (김미화)

"저는 헌법학자도 아니고 TV에 나오는 정치전문가도 아니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법을 유린하고 헌법의 단 한 개의 조항도 지키지 않은 것이 내란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 정치는 삼류, 국민은 일류입니다. 여러분과 한 곳에 서 있을 수 있어 영광입니다." (김제동)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한, 그래서 마냥 창피한 요즘 더욱 분발하고 있는 이승환이다. ('덩크슛'의 후렴구인 '주문을 외워보자. 야바라바히기야 야발라바히야야'를 개사해 부르며) "하야하라 박근혜, 박근혜는 하야하라 하야하라." (이승환)

한편, 시민의 위치에서 시민들 틈 속에서 촛불을 들었던 스타들도 있었다. 배우 문성근·김여진·김규리("버스 안에서 교대하며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의경들을 봤다. 내 동생 같고 내 아들 같아서 마음이 아렸다")·이엘('독일 검찰과 공조해서 비자금 규모 파악해라. 왜 수사 거꾸로 하냐!' 피켓 촬영해 게시)·오창석("광화문 촛불집회 바른 나라를 위해 바른 소리를 냅시다")을 비롯해 작곡가 윤일상(광화문역 상황 생중계), 가수 지소울·김동완, 래퍼 치타, 코미디언 안소미("다음 주에도 갈 거다. 변화가 있길")도 현장을 함께 했다.

공개 연애 중인 이기우·이청아 커플("광화문 촛불들 함께 합니다", "돌아가는 길. 쓰레기는 쓰레기통에를 외치며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교복입은 학생들. 이들이 우리나라의 빛이다")도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다. 방송인 허지웅("저는 지난주 왔었고 요번주는 철야작업도 있어서 오지 않으려 했는데 지방 사는 엄마가 갑자기 광화문이라고 해서 강제소환 되었다"), 작사가 김이나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 순간을 100만 명과 함께 했다. 한편, (여러가지 이유에서) 현장을 찾을 수 없었던 다른 스타들은 SNS를 통해 '지원'에 나섰다.

SNS를 통해 민중총궐기를 응원한 연예인들

 SNS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힌 스타들

SNS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힌 스타들


"반드시 변할 것이고, 변해야 한다. 응원합니다." (배우 김효진)
"Pray for Korea(한국을 위한 기도)." (남보라)
"오늘 하루, 평소보다 특별히 고된 하루를 보낸 그대들에게.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해, 낸다." (류준열)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는 촛불처럼 우리의 마음들이 모여 다시금 밝고 찬란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 수 있길 바라 본다." (솔비)
"100만 명 애국가 부르니까 소름 돋는다." (샘 해밍턴)
"스페인 출장 중 몬세랏 수도원에서 초를 밝혔다. 몸은 스페인 있지만 마음은 광화문에." (손미나 전 아나운서)
"다치지 않으셨음 좋겠다.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있는 자리에서 함께 외치겠다. 꼭 승리하길." (나르샤)
"나가신 많은 지인 분들과 이름 모를 국민분들. 부디 추운데 사고없이 무사히 깊은 뜻 나누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못간 이 비루한 요리사 반성하고 있습니다." (레이먼 킴)
"지금도 걷기 괜찮은 날씨다. 오늘 오후엔 더 좋은 날씨이기를 바란다." (테이)
"광화문에서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꺼지지 않는 촛불을 켠다." (조민기)
"너무나도 아름다운 불빛." (나인뮤지스 혜미)
"대체 취임 후 촛불집회를 몇 번을 하게 만드는 건지." (써니힐 승아)

 항의의 전등끄기 캠페인에 참여한 김유정.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해당 이미지를 포스팅했다.

항의의 전등끄기 캠페인에 참여한 김유정.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해당 이미지를 포스팅했다.ⓒ @you_r_love


KBS2 <1박2일>에 출연하면서 교복 위에 '노란 리본'을 달아 화제가 됐던 김유정은 '항의의 전등끄기 캠페인'을 하는 것으로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대신했다. "2017.11.12 암흑의 세상 7:00~7:03 #항의의전등끄기 집에서 함께 참여해주세요." 아역배우 출신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는 서신애도 촛불 켠 사진과 함께 '항의의 전등끄기 캠페인'을 소개했다. "이런 #암흑의세상 에서 살고 있는 점을 항의하는 의미에서!" 고소영도 인스타그램에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캠페인 참여를 알렸다.

이처럼 '스타'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상당히 낯선 풍경이다. 그동안 연예계에는 '정치 참여는 금기'라는 암묵적인 불문율이 존재했고, 스타들은 과도한 자기검열(自己檢閱)을 통해 스스로를 억압해 왔다. 물론 '밥줄'이라고 하는 생존의 문제도 결부돼 있는 문제(실제로 검열해야 할 9473명의 명단이 담긴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았던가)이기도 하니, 덮어두고 그들의 자기검열을 타박할 일은 아니다. 게다가 그들은 '공인(公人)'도 아니지 않은가. 그들에게 '말할 책임'은 없을 지라도, '말할 자유'조차 빼앗을 순 없다.

소신 발언 연예인들, 이제는 우리가 지켜줄 차례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한 이승환. 그는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얘기했다.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한 이승환. 그는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얘기했다.ⓒ SBS


정치적 소신을 밝혀도 아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서 마음껏 일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승환이 SBS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모비딕'의 <양세형의 숏터뷰>에 나와서 "미국에선 연예인들이 트럼프 뽑지 말라고 한다. 로버트 드니로가 그런 말하면 멋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런 말하면 선동이라고 한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장면은 우리 사회의 수준이 얼마나 엉망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그들의 '입'을 막고 있었던 건, '대중'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변덕스러웠던 '우리'들이 아니었나 싶다.

벌써부터 '린치'가 시작된 듯 싶다. 타깃이 된 이승환은 "절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깎아내리고 음해하는 분들도 점점 많아지시네요"라며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자신을 향한 비방이 거세다면서 "이 정도에 흔들릴 거라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어요. 언제나 전 정면승부죠"라고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특히 횡령범, 기다려요"라는 뼈있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여전히 단단한 멘탈을 유지하고 있는 그의 당당한 모습이 '작은 거인'을 연상케 한다.

국민들의 분노, '박근혜는 퇴진하라!'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이 타고 있다.

▲ 국민들의 분노, '박근혜는 퇴진하라!'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이 타고 있다.ⓒ 이정민


이제 '우리'들의 차례가 아닌가 싶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소신을 자유롭게 밝혀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따뜻하게 위로해줬던 이승환, 시민으로서의 자각을 통해 '촛불집회'에 참여(參與)했던 많은 스타들을 지켜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되면, 그런 흐름이 마련되면 마음 속으로 촛불을 들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스타들도 이 시국선언에 동참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참여(參與)란 '어떤 일이나 모임에 참가하여 관계하는 것'을 뜻한다. 스스로 관련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주인됨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혹자는 그 힘을 의심하기도 하지만, 보라, 100만 명이 촛불을 들자 그 영향력이 가시적으로 발현되고 있지 않은가. 무엇이든 좋다. 무엇이든 하자. 그리하여 바꿔 나가자. 당신이 들었던 '촛불', 마음 속에서 꺼뜨리지 않았던 '촛불'의 힘을 믿자. 시민과 참여, 그 아름답고 경건한 '조합'이 찬란히 빛나길 기원한다.

"나는 무관심한 사람들을 증오한다. 프리드리히 헤벨이 그랬듯이 나는 "산다는 것은 지지자(혹은 참여자)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라는 말을 믿는다. 세상에 시민만 존재할 수는 없다. 도시에는 이방인도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은 시민일 수밖에 없으며, 무언가를 지지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무관심은 무기력이고 기생적인 것이며 비겁함일 뿐 진정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무관심한 사람들을 증오한다." - 안토니오 그람시,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 중에서


댓글1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광화문 광장에 선 음악인들, 노래의 진정한 힘

[기획] 100만 촛불과 함께 타오른 아름다운 음악인, 그리고 노래들

2016년 11월 12일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페이지로 남게 되었습니다. 국정농단에 대한 대통령의 퇴진과 하야를 요구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100만개 촛불이 서울 한복판을 환하게 밝혔기 때문입니다. 집회에 참여한 분들도 정말 다양했죠. 여러 노조 및 시민 및 농민단체 구성원도 있었지만 가족, 친구, 연인, 노인, 장애인 그리고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수가 압도적 다수였습니다. 게다가 전국 곳곳에서 아침부터 상경한 국민여러분들과 미처 차편을 구하지 못하신 분들은 사시는 곳에서 촛불을 밝혀 주셨고, 해외 10여 개국의 교민들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저항의 목소리, 노래가 되다 무엇보다 미래의 주인이 될 우리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참된 부모, 좋은 어른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교육의 장이 펼쳐지기도 했죠. 뿌듯하고 보람된 면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토요일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없는 현실에 울분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이자 성난 민심이 어떤 양상으로 표출될 지 근심과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역시나 남달랐습니다. 가슴 벅찬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저 역시 여러 곳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인파 속에 파묻혀 내심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먼저 양보하고 배려하는 따뜻함과 평화롭게 집회가 진행되길 바라는 모든 참가자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여러 나라 주요외신기자들을 놀라게 한 감동어린 장이 펼쳐졌습니다.시위하면 떠올리게 되는 고정적 틀을 완전히 깨버린 100만 촛불집회는 민심의 분노를 표출하는 토로의 장이기도 했지만, 웃음과 해학을 통해 모두의 염원을 다지는 화합의 장이었다. 단호하게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을 목소리 높여 외쳤고, 각계 인사들과 시민들의 자유발언은 우리 모든 주권자들의 쌓여있던 울분을 다소나마 씻어주기도 했죠.게다가 현 시국을 풍자한 수많은 패러디물들이 전국 곳곳의 집회 현장에서 전시되었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과 여러 연령층의 일반인들의 퍼포먼스도 '작지만 큰 울림'을 충분히 전해주었습니다.그런 가운데 '음악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죠. 대부분 언론 보도에서도 알 수 있듯 마치 '거대한 축제의 장'을 방불케 했던 3차 촛불집회에 함께 한 100만 국민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같이 노래하며 행진을 펼쳤습니다. 운동경기 응원가로 익숙한 '아리랑 목동'과 남성 듀오 10센치(10cm)의 '아메리카노'를 개사해 만든 대통령 '하야가'는 거리를 가득 메운 수많은 목소리로 서울시내 곳곳에 큰 메아리가 되어 아주 멀리멀리 울려 퍼졌습니다.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감동과 전율이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순간을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국민 모두를 하나로 만든 음악의 진정한 힘 우리 대중음악인들도 무대에서 열정을 다한 공연을 선보이며 '대한민국의 역사현장'에 큰 몫을 맡아주었죠. 문화제 피날레 콘서트를 장식하며 광장에 모인 국민들을 노래로 단결시켜 준 이승환씨, 중견 포크 가수 정태춘씨와 힙합 뮤지션 조PD, 히트곡 '말 달리자'와 '밤이 깊었네'로 무대를 흥겹게 달궜던 펑크밴드 크라잉 넛(Crying Nut), 스카음악을 연주 노래하는 스카웨이커스(Ska Wakers)와 민중가요밴드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노랫말과 선율을 담은 우리 음악인들의 외침은 100만 촛불에 타올랐습니다. 특히 조PD는 작곡가 윤일상이 곡을 만들고 자신이 작사를 한 '시대유감2016'을 12일 공연에서 선보이며 현재 시국을 비판하는 랩 메시지로 환호와 박수를 받기도 했죠. 이미 무료음원으로 배포되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불러 모았던 곡입니다.그리고 또 다른 한 곡,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만들어진 '길가에 버려지다'도 동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이어졌죠. 문화제 끝 무대를 장식한 이승환씨 공연 전 이 노래를 미처 들어보지 못했던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기도 했습니다.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려 하고 고장 난 시계는 눈치로 돌아가려 하네. No way No way and No way. 내 의지에 날개가 돋아서 정의의 비상구라도 찾을 수 있기를. 난 길을 잃고 다시 길을 찾고 없는 길을 뚫다 길가에 버려지다."'길가에 버려지다' 가사 중요 부분을 실어 보았습니다. 이승환씨, 이효리씨, 전인권씨 등 세 뮤지션이 노래한 이 곡은 '길가에 버려지다'는 암담해진 현실에 좌절하고 아파하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는 '위로의 음악'입니다. 2016년 11월 12일 밤, 세 뮤지션들의 담담한 음성으로 전해지는 '길가에 버려지다'는 듣는 이들의 상처와 아픔을 달래주었고, '100만 촛불'은 '숭고하고 찬란한 희망의 불빛'으로 더 없이 빛났습니다.러시아 태생 미국 작곡가 스트라빈스키(Stravinsky)는 '음악은 인간이 현재를 인식하는 유일한 영역이다'란 명언을 남겼죠. 우리가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현재를 살아가고 여러 현실에 직면하는 언제 어디서나 음악은 늘 그래왔듯이 음악은 항상 곁에 있을 것입니다. 지난 토요일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가 숨 쉬었던 그 무대에 존재했던 것처럼 말이죠.

대통령의 길라임 '덕밍아웃', 그게 최순입니까? 확Siri해요?

[하성태의 사이드뷰] 박근혜 대통령의 아이디 '길라임'과 국민들의 자조

"우리 길라임씨는 언제부터 혼이 비정상이었나?"어젯밤부터 이 대사가 머릿속을 계속 맴돌고 있다. 이게 배우 현빈의 목소리인지, 드라마 <시크릿 가든> 속 김주원의 대사인지, 그 조차도 분간이 가지 않을 지경이다. 더욱이, "길라임씨는 언제부터 대통령이었나? 태어났을 때부터?"라는 대사까지 겹쳐 들리는 통에 16일 아침까지도 환청이 들릴 판국이다. 이게 다 JTBC <뉴스룸>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명 혹은 닉네임이 '길라임'으로 밝혀지는 순간,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실시간 검색어 1, 2위는 물론 SNS를 온통 '길라임', '시크릿 가든' 등으로 물들였다. 왜 아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드라마 '덕후'(오타쿠, 마니아를 일컫는 누리꾼 용어)로 밝혀지는 순간, 그리하여 박 대통령이 시쳇말로 '정덕 유착'을 이뤘다는 사실이 온 천하에 까발려지면서 국민들은 과연 외신에서 이 '길라임' 사태를 어떻게 설명하게 될지 걱정해줘야 하는 신세로 전락해 버린 것을. 자, 전말은 이러하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얼마나 얼마나" 길라임이 되고 싶었는지 말이다. 웃음 참은 안나경 앵커, "'길라임'은 <시크릿 가든> 여주인공 이름"지난 15일 오후, 지상파와 종편 메인뉴스들은 모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종에 몰두해 있었다. KBS1 <뉴스9>은 "상위권 2명 낙제점 줘 정유라 합격"을, 채널A는 "'제3의 미르' 2000억 건설재단"을, SBS <8뉴스>는 "청와대 밖 병원서 대통령 피 검사까지"를 단독으로 보도했다. 그래도, 그럼에도 JTBS <뉴스룸>은 이길 수 없었다. 단연코, '길라임'의 힘은 너무 셌다. "차움은 병원과 헬스클럽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의 가격이 1억5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박 대통령의 경우 차움을 이용하면서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썼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억하시겠습니다만 '길라임'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입니다."길라임이란 이름을 발성하면서도 웃음을 참은 <뉴스룸> 안나경 앵커의 결기에 격려가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름도 이름이지만 뉴스 내용 자체가 웬만한 코미디 저리 가라 할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뉴스룸>은 차움 전 의사 '요금 때문에 주사제 대리처방'…부작용까지"라는 리포트를 내보내며 박 대통령의 외부 의료 시설 이용이 국가 안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행위임을 명확히 했다. 이어서 <뉴스룸>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차움 병원 이용 형태를 상세히 밝혔다. 국민들은 물론 개그맨들도 감히 상상하지 못할 개그 수준이었다. "운동을 하면 언제 와서 몇 시간하고, 어떤 운동 어떻게 했는지 기록을 하잖아요. 본명으로 쓰지 말아 달라고 했나 봐요. 뭐로 할까 그러다가 '길라임'으로 했던 것 같아요. (중략) (평균적으로) 30만~40만 원씩 들었던 것 같아요. 수납이 아예, 전혀 안 이뤄졌어요. 그게 가명으로 했거든요. 그 유명한 드라마. 오히려 (차 병원의) 차 회장이 레스토랑에서 식사 대접…. 너무 상반되잖아요. '길라임'이라고 기록에 있길래 물어봤더니 박근혜 대통령 왔다 갔다고…. 대통령 되기 이전에 왔다 갔는지 모르겠고 되고 나서 왔다 간 건 확실해요. (중략) 안봉근 그분이 항상 같이 오셨고 최순실이 항상 반 이상은 와서 매일 만났어요. 최순실씨하고 되게 진짜 정말 친한 정도…."전 차움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러하다. 박 대통령은 2011년 초부터 차움을 이용했고, 헬스클럽과 건강 치료를 주로 이용했다. 그런데, 길라임이란 가명을 썼다. 차움의 VIP 회원권은 1억5000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차순실씨는 "가명으로 각종 VIP 시설을 이용하면서 수납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차움은 박 대통령이 2011년 1월부터 7월까지 가명을 이용한 건 맞지만 그 이후에는 가명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가 밝힌 최순실씨 자매 진료기록부에는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청'이나 '안가', '길라임'이란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차움을 계열사로 둔 차병원은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정황도 있다. 뇌물에 해당될 수 있다. 어찌됐건, "길라임은 박근혜"다. 그게 최선입니까? 꼭 길라임이어야 했어요? 그리하여, 전 국민은 '길라임'이란 이름으로 국민대통합을 이뤘다. 최순실씨와 문고리 3인방이 썼다는 이메일 아이디 'greatpark1918'에 이어 이번엔 길라임이 등장했다. 샤먼에 이어 이번엔 드라마냐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더욱이 'greatpark1918'이 박근혜 대통령이 18대, 19대 대통령을 모두 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비난이 더욱 거셌던 터다. SNS를 포함해 온라인상에서는 즉각 패러디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 또한 '역대급'이다. 포복절도할 만 한 몇 가지만 꼽아 봐도 이러하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길라임'이란 닉네임을 사용한 실제 정황과 그 패러디를 확인하며 폭소를 터트려도 그 끝엔 씁쓸함과 분노가 가시질 않는다는 점이리라. "그게 최순입니까?? 확siri해요???" (@ps*********) "진짜 길라임 역대급이다. 근현대사에 남겨야 한다~2046년~학생1: 야 낼 시험 뭐냐?학생2: 수학이랑 체육, 아 근현대사도 있다학생1: 아 근현대사 셤범위 어디까지더라학생3: 그 뭐야 그거 시크릿가든까지학생1: 길라임? ㄱㅅㄱㅅ" (@fo*****)"그레이트팍에 이어 길라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애 가요가 거북이 노래라며 힐링캠프에 나와서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를 부르던 것까지 어떤 이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취향의 일관성이 보임 ㅋㅋㅋ" (@J0*****)"또 하나의 퍼즐이 맞춰졌다…. 왜 굳이 현충일 추념식 추모 헌시를 예비역 현빈에게 읽게 시켰는지…." (@wo******)박근혜와 길라임 사이에서 갈 길 잃는 국민들 대통령이 드라마 '덕후'라는 사실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넷플릭스의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의 광팬임을 자처하고, NBC의 <SNL>에 직접 출연하는 시대 아닌가. 박 대통령이 배우 현빈씨를 좋아하는 것도 딱히 문제가 될 건 없다. 하지만 지난 2011년 12월, 개국특집으로 MBN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느낌이 다르다. 공군 출신 조인성과 해병대 출신 현빈, 육군 출신 비 중 누가 제일 좋으냐는 질문에 박근혜 당시 전 대표는 "그 세 사람 다 좋아하면 안 돼요? 글쎄, 뭐 다 좋지만 해병대에 가 있는 현빈씨라고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소오름'이 돋는 건 어쩔 수 없다.딱히 <시크릿 가든> 속 길라임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관관계 때문만은 아니다. 길라임은 아버지가 사고로 죽었고, 와이어 연기를 주로 하는 대역 배우이며, 다른 사람과 영혼이 바뀌는 유체이탈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하지원씨를 걱정할지언정, 길라임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묻는 일은 무의미(?)하다. 대신, 배우 현빈과 송중기를 비롯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독한 남배우 그리고 김은숙 작가 사랑을 눈여겨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트위터 수사대에 의해 지난해 제60회 현충일 추념식에 현빈이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더욱이 한류 관련 행사에 <상속자들> 이민호, <태양의 후예> 송중기 등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출연한 남배우들이 연이어 참가했다. 그래서인지, <태양의 후예> 방송 직후인 올해 5월 이란 국빈 방문시 히잡을 쓴 박근혜 대통령이 드라마 속 송혜교의 의상을 따라한 것 아니냐는 때 아닌 의혹까지 나돌고 있다. 이게 다 '드라마 덕후'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 본인 탓이다. 퇴근 후 일체 참모들이나 외부 인사들과 접촉을 끊고 관저에서만 생활하는 걸로 알려진 '히키코모리'형 대통령. 히트한 드라마는 자주 챙겨본다고 고백하는 대통령. 그리하여 국정농단의 주요 문화 사업으로 밝혀진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에 한류와 한류 드라마를 꼬박꼬박 언급하던 그 박 대통령. 그는 사실,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드라마 '덕후'였던 걸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을 넘어, "도저히 이길 재간이 없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외부 병원에 나가서 무신경하게도 길라임이란 가명을 쓴 박 대통령이나 최순실 자매의 행동거지도 그러하거니와, 그러한 (개인적인) 관심이 국정 운영이나 국정 행사에 영향을 줬을지도 모른다는 흔적들 때문에.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변호인이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운운하더니, 박 대통령은 또 한 번 '길라임'으로 자신을 넘어섰다. 국민들은 회한과 한탄 섞인 자조와 조롱을 보내고 있다. '길라임'과 '박근혜' 사이, 대한민국의 상상력이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또 광장행을 결심 중이라고 한다. 2016년 11월이 어떻게 끝이 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