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끝끝내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는 없었습니다.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은 또 다시 닥칠지 모르는 국가 재난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열쇠가 될 것이며, 따라서 그 비밀은 대통령 스스로가 밝혀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제 대통령은 답해야 합니다. 그 7시간 동안 왜 대통령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는가 말입니다."

진행자 김상중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것은 결국 '대통령의 7시간'에 관한 괄목할 만한 '그것'을 제시하지 못한데 대한 제작진의 자책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 <그알>)는 반대로 그 '대통령의 7시간'을 꽁꽁 숨기는 것에 청와대가, 정부여당이 얼마만큼 합세해 국민들을 기만해 왔는지에 대한 지상파식 정리였다. 동시에 그간 국가를 뒤흔든 이 희대의 사안에 대해 철저하지 못했던 '방송이라는 공기'의 자기반성과도 같았다.

예고된 관심

또다시 전국적으로 100만에 육박하는 촛불이 밝혀진 19일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 편은 국민적 관심 속에 방영됐다. 근 10년 들어 최고 시청률인 19.0%(닐슨코리아 기준)라는 기록적인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그알>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제보를 공지했을 때부터 이미 예고된 관심이기도 했다.

더욱이 청와대는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오보·괴담 바로잡기' 코너를 홈페이지에 신설, 박근혜 대통령 관련 10가지 의혹에 대해 제 논에 물대기식 같은 어쭙잖은 자료를 내놓았다. 특히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를 선두에 배치했는데 블로그 글보다 조악하고 흡사 일베(일간베스트) 게시 글을 연상시키는 동어반복에 가까운 해명뿐이었다. 언론의 오보로 책임을 돌리는 무책임한 태도도 보였다. 토요일(19일)에 열린 대규모 촛불과 <그알>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일찍 경내 불이 꺼졌다는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그알> '대통령의 시크릿' 편을 두고 안도했을까, 경악했을까. 걱정은 붙들어 매시라. 새로운 팩트도 없지 않았고, 국민적 분노를 재확인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한 트위터 사용자의 소감이 이를 잘 정리한다.

"트위터만 보는 분들이야 이전부터 정부 비판적이고 인터넷 통해 정보 많이 알고 있지만, 이번에 광장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 특히 중장년층 중엔 JTBC 뉴스도 첨 본 사람이 많다. 공중파가 정말 중요하고 <그알>에서 이런 식의 접근으로 총정리 하는 거 잘했다고 본다." ( ‏@to********)

2010년부터 '불법' 줄기세포 시술 받았던 박근혜 대통령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인터뷰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인터뷰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SBS


"어쩌면 이 모든 일을 밝힐 수 있는 기회는 2년 전에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2014년 12월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 자살한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경위의 죽음을 '타살'로 규정하며 출발한 이날 <그알>은 대통령 취임식에 급작스럽게 등장한 '오방낭'과 정윤회 게이트 등을 추적하며 최순실이란 존재를 등장시킨다. 그리고 바로 본론으로 돌진했다. 결론부터 꺼내자면 이러하다.  

"대통령이 고가의 안티에이징 시술을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 따지려는 게 아닙니다. 그 동안 줄기세포 관련 규제완화에 유독 애정을 쏟아온 대통령의 행보가 줄기세포 시술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을까. 혹 불법을 합법화 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했고, 또 그 시술이 불법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시술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세월호 7시간'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일지 모른다는 또 다른 의심을 낳았기 때문입니다."

'최순실 의료 게이트'는 가장 말석일 줄 알았다. 한 달 전만 해도, '대통령 연설문'에서 비롯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국정 전반을 농단했을 것이라 짐작한 일반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미 JTBC가 특종 보도한 차움 관련 박 대통령의 대리처방과 차병원 특혜 의혹을 정리하기에 앞서, 과거 한 바이오 기업에 근무했던 제보자를 통해 2010년 국회의원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줄기세포' 사랑에 대해 파헤친다.

제보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시절이던 2010년도부터 한 바이오 업체를 이용, 최순실씨와 함께 파괴된 세포를 재생시켜 준다는 정맥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일명 '자가 지방 줄기세포 주사'. 이미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정맥주사 혹은 얼굴에 맞는 리프팅과 같은 시술과 보톡스와 같이 얼굴에 맞는 동안주사를 최순실씨와 함께 VIP로 대접받으며 무료로 수차례 받았다는 것이다.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문제는 줄기세포를 임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시술받는 것 자체가 국내에서는 불법이었다는 점이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 학회장은 이를 두고 "허가받지 않은 배양줄기세포 시술은 불법"이고, "돈을 안 받았어도 불법, 돈을 받았으면 더 불법"이라고 분노한다. 제보자에 따르면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1억이 드는 이 시술을 국회의원 박근혜가 받았고, 최순실씨가 이 모든 걸 조종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제보자는 "이 시술 자체가 로비를 목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더 심각한 사안은 박 대통령의 '줄기세포' 사랑이 황우석 박사 사건 이후 11년 동안 문제시 됐던 줄기세포 분야 규제를 푸는 정책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5선으로 일한 지난 14년간 대표발의가 15건에 그쳤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줄기세포 분야와 관련된 '제대혈 관리법'이었다. 올해 5월에는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직접 바이오 분야 규제완화를 지시한다. 전형적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패턴 그대로다.

극적인 장면은 차움이 제공했다. 지난 12일 제작진과 직접 인터뷰한 이동모 차움 병원장은 20일 현재 각종 특혜나 부정과 관련 까발려질 대로 까발려진 의혹에 대해 "저희 차움도 피해자"라고 했다. 김춘모 차병원그룹 이사장은 "(이런 논란이) 우리만 손실이 아니라 국가적 손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터뷰 후 차움 내부 직원들은 병원 측이 박 대통령이나 최순실씨 관련 자료들을 삭제나 폐기하고 있다고 후속 제보를 해 왔다. "내부 기록을 삭제하지도 않았고, 삭제 할 수도 없다"는 이동모 원장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들이다. 아마도 이 장면에서 고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이자 박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현재는 보직 해임된)백선하 서울대교수의 얼굴을 떠올린 이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차움 병원장의 이 한 마디는 특히 결정타였다.

"기본적으로 의료인들이란 정치나 이런 식으로 해서 일부러 거짓말하고 이러지 않아요."

'세월호 7시간', 이대로 묻힐 것인가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하지만 결국 <그알> 제작진도 이 의료게이트와 '세월호 7시간'의 마지막 퍼즐은 맞추지 못했다. 대신, '세월호 7시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그를 위해 누가, 무엇을 감추려고 했는지에 대한 정황을 샅샅이 되짚었다. 김상중의 이러한 질문과 같이 말이다.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은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가 아닙니다. 그 7시간 동안 대한민국 호의 선장으로서, 대통령으로서 왜 역할을 안 했는지 입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 소속 조사관과 변호사도, 청와대에 세월호 기록 공개 요구 행정소송 제기한 녹색당의 입장과 현 재판 상황도, 특조위 소위원장인 권영빈 변호사까지. 그들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세월호 7시간'에 관한 기록을 꽁꽁 감추려는 청와대와 정부의 비상식과 무책임에 대한 한탄과 분노다.

"국정농단 이것 역시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던 김동환 조사관은 그러나 결국 "세월호 7시간을 풀어줄 능력이 (특조위에는) 없었다"고 안타까워한다. 녹색당이 제기한 행정소송 역시, 올해 3월 법원은 참사 당일 작성한 문서 목록만을 공개하도록 했지만 청와대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권영빈 변호사 역시 "'세월호 7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약 13개 정부 부처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실, 국정원, 국무조정실 등에 13번 공문을 보냈다"며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조사는 하나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그래서 더더욱, 2014년 7월 '세월호 7시간'이 언급된 국회운영회원회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 공개와 박 대통령의 일정 공개'를 비교하며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공개하는 게 맞냐"고 되물었던 이완구 전 총리내정자의 발언은 무책임하고 심지어 무식하기까지 해 보였다. <그알> 제작진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9/11 테러 당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아이들을 놀래지 않게 하기 위해 사태 수습에 늦게 나섰다가 국민적 지탄을 받은 '부시의 7분'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공개된 '(총리)관저의 100시간' 등을 비교했다.

2014년 8월 산케이 신문의 보도 이후 금기어가 깨졌던 '세월호 7시간'. 제작진은 참사 당일 "구명조끼" 운운했던 대통령의 황당한 발언과 함께 직무유기에 가까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청와대 인사들의 '모르쇠'도 도마에 올렸다. 특히나 김기춘 비서실장의 "대통령 기록물이라 자료를 내줄 수 없다"는 과거 변명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 및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 관리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은 청와대는 명백히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제7조 1항을 위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대통령 기록물은 퇴임하면서 지정하기에, 활동 중에 지정돼 공개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논리적으로, 법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지적한다. 제작진과의 인터뷰 중 "얘기하려니 울컥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한 김유승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에 (청와대가) 너무나 떳떳한 거죠. 사실은 기록을 남기지 못했으면 그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고치려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관행이야' 하고 넘어가는 겁니다."

자기 반성 그리고 재조준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인터뷰한 이동모 차움 병원장.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인터뷰한 이동모 차움 병원장.ⓒ SBS


"당사자들이 진정성 있게 그날에 대해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면 영원히 묻혀 버릴 수 있는 사안입니다."

억울함이 많을 수밖에 없을 김동환 조사관의 결론이다. 결국 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 사안에 관련된 관계자들이 공모를 풀고 "자기고백"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어제 청와대의 해명을 보면 그 길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20일 박 대통령의 피의자 신분을 명확히 했다. 어쩌면, '세월호 7시간'이 세월호와 함께 묻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 또 다른 공모자들의 '자기고백'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한 권력자가 등장해서 완전히 뭉갤 수 있는 사회라는 거예요. 뭉개도 그것을 처벌받지 않는 사회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겁니다. (여태껏) 전혀 변하지 않은 집단 세 개 때문입니다. 재벌, 언론, 검찰입니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그알>의 결론도 이 세 집단의 중요성으로 귀결된다. <그알> 역시 '자기반성'에 가까운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의 인터뷰를 담으며, 언론이 이 사안에 대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지금 안 바뀌면 지금 내가 뭔가를 안 하면 우리 아이가, 내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이 앞으로의 현실을 견디기가 힘들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제작진이 이렇게 "그 동안은 두려워서, 사실을 얘기해서 거짓말쟁이로 몰릴 게 뻔해서 침묵했던", 하지만 앞으로의 현실을 고민하며 제보에 나선 이들의 용기를 높게 산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끝을 우리는 아직 보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처절하게 자기 권좌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와중에 국민들이 연일 촛불을 들고 나서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퍼즐을 풀지 못한 <그알>은 분노 뒤에 오는 희망을 보고자 독려하기 까지 했다. 그러면서 앞선 최태민 목사 관련 제보 공지와 더불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관련 제보를 공지하며 말이다. 언제나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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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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