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는 자신에게 맞는 작품을 골라 그 속에 생각을 담아내는 배우다. ⓒ 매니지먼트 숲
어떤 역할이든 맡겨진 대로 성실하게 해내는 배우 혹은 자신에게 맞는 작품을 골라 하고자 하는 말을 담는 배우. 어떤 배우가 더 '좋은 배우'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공유는 명백히 후자에 속하는 배우다. 공유가 <부산행>을 택한 이유는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영화라서'다.
"이제 시나리오를 보면 흥행할 영화인지 아닌지 감이 온다. 하지만 흥행을 이유로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무엇이 됐든 관객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영화가 좋다. 내가 찍는 영화를 매번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 게 함정이지만. (웃음) <부산행>은 그런 점에서 흥행과 메시지 두 가지 모두 충족된 영화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굉장히 확고한 말투로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을 택한 이유, 그리고 자신이 맡은 석우라는 캐릭터의 당위성에 대해 말을 쏟았다.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에서 배우 공유를 만났다.
"<부산행>, 밀린 숙제 같아"
▲ 배우 공유는 "한국 관객들에게 빨리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 매니지먼트 숲
그는 <부산행>의 개봉이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럴 것이다. <부산행>은 벌써 지난 5월 제69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해 영화제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던 영화다. 칸 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영화 <곡성>과 <아가씨>는 이미 한국 관객들을 만난 상황. 매도 빨리 맞는 게 좋다고 공유는 "매를 맞든 칭찬을 받든 한국 관객들에게 <부산행>을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유는 <부산행>을 두 번 봤다. 처음 완성된 영화를 본 건 칸 영화제에서였다. 두 번째는 지난 12일 언론시사 때였다. 그가 마음을 놓은 건 언론 시사 이후였다. 생각보다 좋았던 반응에 공유는 안도했다고 한다. 밀린 숙제를 끝마친 것이다. 그는 "연상호 감독이 만든 영화에 광장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처음 시도되는 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단다. 공유 또한 연상호 감독에게 개인적인 우려를 표했다. "'좀비가 시각적으로 엉성하면 관객들은 절대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감독님에게 말씀드렸다, 그런데 감독님은 늘 자신 있어했다. (웃음)"
그는 '<부산행>은 신파 영화 같다'는 비판에는 "만인이 다 좋아하는 영화를 만드는 건 너무 어렵다"고 털어놓었다. 이어 "본 사람들이 이말 저말 하기는 쉽지 않나"며 "결국 결정은 만드는 이들이 하는 거고 내부적으로는 의견 일치가 됐다"고 답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
▲ 공유에게 수안은 너무 어른스러워 어딘지 조금은 모르게 안쓰러운 배우였다. ⓒ 매니지먼트 숲
<부산행>에서 석우에게 주어진 역할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딸 수안의 아빠로서 달려드는 감염자를 피해 그녀를 지키는 일. 다른 하나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을 등쳐먹어 '개미핥기'라 불리는 펀드매니저였지만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과거 어느 인터뷰에서 공유는 "내 자신과 내가 맡은 캐릭터 간의 유사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그랬을까. 공유는 자신이 맡은 석우라는 캐릭터가 "광장히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석우는 감염자들이 무서워 달려오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유리문을 닫아버린다.
"내가 과연 그 상황이라면? 나라도 (문을) 닫았을 것 같다. 과연 저런 상황에 처했을 때 이타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힘들다. 만일 내 자식이랑 같이 탔다면 나는 내 자식이 우선일 것이다. 석우가 '너무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 "석우 이후 아이를 낳는 게 더 두려워졌다." ⓒ 매니지먼트 숲
아버지가 된다는 건 어떤 걸까. 석우라는 캐릭터를 분석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내가 아버지가 된다면' 이라는 가정을 했을 것이다. 공유는 "그래서 애를 낳는 게 두렵다"고 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고 하지만 정말 구더기 무서워서 못 담글 수도 있지 않나? 이번 역할을 하면서 애를 낳는 게 더 무서워졌다."
석우는 영화 초반, 자리를 양보하는 '착한 딸' 수안에게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양보하지 않아도 돼. 다른 사람 신경쓰지마"라고 말한다. 공유는 실제로 <부산행> 속 재난 상황이 일어나면 그런 사람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했단다.
"사실 '그래 (수안이) 네가 맞는 거야'라고 말하고 싶어도 과연 그게 진심일까 싶었다. 내 자식에게 거짓말을 해야하는 순간이 많이 오지 않을까. 지금의 세상에서라면 더 그럴 거다.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입에 발린 소리만 하는 것도 싫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자니 애한테 못할 말 하는 것 같고. 과연 나는 내 아이에게 세상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해줄까. 그런 고민을 했다."
공유는 딸 수안을 붙잡고 "아빠도 무섭다"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가장 슬퍼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갑자기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부딪힌 소시민, 그럼에도 자신의 딸을 지켜야 하는 역할을 맡은 '약한 아빠'로서의 석우.
"사실 석우의 액션신이 지금 나온 영화에서보다 더 후졌으면 했다. 소시민인 석우가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것처럼 보이길 바랐다."
"흥행할 영화 알고 있지만 그걸 택하지는 않는다"
▲ <부산행> 이후 <밀정>이 개봉한다. 공유는 이후 차기작으로 tvN 드라마 <도깨비>를 선택했다. ⓒ 매니지먼트 숲
"작품을 좀 많이 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내 필모그래피를 내가 원하는 그림들로 늘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작년과 올해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의 꿈과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좋다.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상업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그 안에서 균형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적은 예산의 영화더라도 혹 관객이 많이 들지 않을 것 같은 영화더라도 ('상업성'과 '작품성' 사이를) '왔다갔다'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한다."
데뷔 15년 차.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한 공유의 답변이다. 공유는 2016년 하반기를 아주 바삐 보낼 예정이다. <부산행> 일정이 끝나면 곧바로 송강호와 함께 연기한 영화 <밀정>이 개봉하고 이후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가제)를 시작한다.
"일단 <부산행>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힘이 생긴다. 또 <밀정>은 작품이 나오기도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지 않나. 그 뒤 드라마(<도깨비>)가 평소 두려워 하던 SF 판타지 장르라 걱정되는데 오히려 제가 가진 일말의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해서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오글거리는' 게 너무 싫어 김은숙 작가님에게 '너무 오글거리지 않게만 써주세요'라고 부탁드렸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