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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이 '가왕'이라 불리는 이유, 여기에 있다

9년 만의 신곡, 뒤를 돌아보지 않는 조용필

22.11.24 11:48최종업데이트22.11.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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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 조용필이 발표한 싱글 앨범 'Road to 20 - Prelude 1'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조용필이 긴 공백을 깨고 컴백했던 2013년, 많은 음악 팬들이 충격에 빠졌던 것을 기억한다. 오랫동안 '가왕'으로 불리며 존경받은 당대 최고의 가수지만, 당시 젊은 세대에게는 먼 존재로 느껴졌다. 트로트와 민요부터 록, 흑인음악 등 어떤 장르든 시도해온 도전적인 뮤지션이었지만, 그는 세월의 흐름에 가려 '옛날 트로트 가수'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조용필은 보란듯이 트렌디한 팝 록을 들고 나와서, "나의 흔적을 타투처럼 새길게(Hello)"라고 노래했다. 래퍼의 피처링은 덤이었다. 'Bounce'는 그해 최고의 히트곡으로 우뚝 섰고, 2014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노래상까지 수상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18일, 조용필이 싱글 앨범 < Road to 20 - Prelude 1 >을 발표했다. 정규 20집에 수록될 두 곡('찰나', '세렝게티처럼')을 싱글 앨범의 형태로 발표한 것. 싱글 앨범의 이름처럼 신곡들은 조용필의 20집 앨범으로 향하는 서곡을 담당한다. 이 두 곡은 조용필이 9년 만에 발표한 신곡이자, 칠순을 넘긴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신곡이다. 조용필의 음악적 뿌리인 록의 기조를 지켰지만, 2010년대 이후의 트렌드를 좇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창밖의 여자', '꿈',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고추잠자리' 등 숱한 명곡들을 작곡해온 조용필이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작곡을 마틴 한센, 다니엘 무칼라 등의 해외 작곡가들에게 맡겼다. '젊은 음악'에 대한 그의 의지가 돋보인 결정이다. 두 곡의 작사는 모두 작사가 김이나가 맡았다. 2013년 19집 < Hello >의 수록곡 '걷고 싶다'를 작사한 것이 인연이 되었다. 김이나의 가사는 칠순을 넘긴 조용필에게 '다가온 사랑에 설레하는 남자'의 모습을 이끌어냈다. 김이나 작사가는 '이 곡의 무대를 보면서 선생님이 아니라 형, 오빠 소리가 터져나오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용필 ⓒ YPC/유니버설뮤직

 
"재미없기로 소문났었던 내가 썰렁한 말에 실없이 웃고 많이 들뜨네."
- '찰나' 중


'찰나'는 강렬한 일렉 기타와 드럼이 끌고 가는 록 음악이다. '워오오'를 외치는 코러스는 떼창을 유도하는 요즘 록 밴드들의 그것이다. 칠순을 넘긴 거장이 젊은이들의 옷을 입었으나 전혀 어색하지 않아 놀랍다. 오히려 전작보다 트렌디한 록 스타일이 그의 창법과 잘 맞아 떨어졌다는 인상이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뒤를 잇는 '세렝게티처럼'도 못지 않게 인상적이다. '세렝게티처럼'은 1999년 그가 탄자니아로 여행을 떠났을 때 보았던 풍경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다. 아프로 리듬으로 문을 열고, 만돌린 등의 악기를 활용해 이국적인 느낌을 끌어낸다. 신시사이저의 활용, 공간감을 강조한 부분은 영미권의 스타디움 록 밴드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곡을 수만 관중이 자리한 여름 록 페스티벌에서 듣는 순간이 떠오른다.

조용필의 컴백을 기념하며,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다시 꺼내 들었다. 특유의 그 구성진 창법에 감탄했다. 그 뒤를 이어 재생되는 음악은 그가 약 50여 년 후에 발표한 팝 록이었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이 곡을 부른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한 음악이었다. 이 사실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졌다.

조용필은 "음악을 하면서 어떤 장르든 다 해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 동어 반복을 거부하면서 대중의 마음을 관통했기에 조용필은 '가왕'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영광으로 박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가왕이라는 근엄한 이름 대신, 사랑의 설렘을 노래하는 장르 탐험가가 되기를 택했다.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배우고, 항로를 넓혀 나간다. 그의 태도는 후대 뮤지션, 그리고 동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된다. 그야말로 '격정적인 찰나'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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