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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만 하면 내 역할은 끝났다"... RM의 솔직한 고백

'단체 활동 중단' BTS, 미래를 위한 쉼표 찍다

22.06.19 10:12최종업데이트22.06.1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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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은 유튜브 '찐 방탄회식' 영상에서 단체 활동 중단에 대한 심경을 고백했다. ⓒ BANGTAN TV

 
그룹 방탄소년단이 단체 활동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0일 발표된 < Proof > 앨범 활동을 마지막으로 개별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세계 최고의 보이 밴드가 단체 활동 중단을 선언하자, 팬덤 '아미'는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해체설마저 불거지자, 소속사인 하이브는 '해체는 없다'며 급한 진화에 나섰다.

방탄소년단의 단체 활동 중단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1992년생인 맏형 진처럼 입대가 임박한 멤버들도 있고, 미국 페스티벌(롤라팔루자 시카고)에서 솔로 공연을 앞둔 제이홉처럼 멤버들의 솔로 활동 역시 예정되어 있다. 7명의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모두 무대에 서는 모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단체 활동의 잠정 중단 소식을 유튜브에 게시된 '찐 방탄회식' 영상을 통해 고백했다. RM은 "'다이너마이트(Dynamite)'까지는 우리 팀이 내 손 위에 있었던 느낌인데 그 뒤에 '버터(Butter)'랑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부터는 우리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되게 중요하고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래퍼 슈가 역시 그에 동의하며 "가사를 쥐어 짜서 쓰고 있다.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RM이 언급한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는 모두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올랐던 곡이다. 특히 '버터'는 지난해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0주 1위를 차지하면서 팝 슈퍼스타의 위치를 굳힌 곡이다. 수어 안무를 내세운 '퍼미션 투 댄스'도 팬데믹 시대의 팬들을 위로했다. 이 노래가 전 세계의 팬들을 춤추게 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방탄소년단이 토로한 것은 "우리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다"는 고백이었다.

이 영상 속 내용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계획한 그룹의 1막은 'ON'(2020) 활동 까지였다. 2020년 초 'ON'을 발표한 뒤 대규모 월드 투어를 진행한 뒤, 그룹의 휴지기에 돌입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유행이 시작된 이후, 방탄소년단의 지도는 크게 바뀌었다. 투어를 포기한 대신, 차트 순위와 화제성을 지향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발표한 영어 싱글들은 모두 발표와 동시에 빌보드 차트를 점령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색깔이 흐려진다는 아쉬움도 제기되었다. < 화양연화 > < Love Yourself > < Map Of The Soul > 시리즈 등에서 방탄소년단이 담아냈던 메시지, 멤버들의 개성은 흐려졌다. RM은 "랩을 번안하는 기계가 됐고, 영어를 열심히 하면 내 역할은 끝났다"고 말했다. 영어로 번안된 가사를 부르는 래퍼 멤버들의 존재감이 좁아졌던 것은 모두가 느꼈던 지점이었다. 누군가는 이 솔직한 고백에 놀랐겠지만, 또 누군가는 공감했을 것이다.

1막 마무리하는 BTS, 지속가능성을 논하다
 

방탄소년단의 'Yet To Come' 뮤직비디오 갈무리 ⓒ 빅히트 뮤직

 
35곡이 실린 방탄소년단의 < Proof > 앨범은 지난 9년간 방탄소년단이 쌓아 온 역사를 정리한 '앤솔로지' 앨범이다. 기존의 서른두 곡에 세 개의 신곡을 더했다. 이 앨범의 첫 트랙은 '본 싱어(Born Singer)'다. 이 곡은 데뷔 초 발표한 믹스테이프의 수록곡으로, 정규 앨범에는 실리지 않았던 곡이다. 1막을 마무리하는 앨범에서 이 곡을 첫 트랙으로 삼은 선택은 의미심장하다. '본 싱어'는 미국 래퍼 제이 콜(J.Cole)의 'Born Sinner'를 샘플링한 곡으로, 출사표를 던지는 신인의 자신감이 묻어 나와 있는 습작이다.

이 곡을 시작으로,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방탄소년단이 지난 수년 동안 이뤄낸 일들이 한꺼번에 머리를 스쳐간다. 다듬어지지 않은 힙합 신인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화양연화'와 '윙즈(Wings)' 시리즈를 거치면서 동 시대 최고의 케이팝 그룹으로 거듭났고,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와 '맵 오브 더 서울(MAP OF THE SOUL)' 시리즈를 통해 세계 팝 시장에 이름을 아로새겼다. 그리고 '다이너마이트'와 '버터'를 통해 당대의 팝스타로 올라섰다. UN 총회 연단에 섰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백악관에 갔다.

하지만 이들은 전무후무한 성공 뒤에 있는 그림자 역시 짚어보고자 했다. RM은 음악적인 고민을 이야기하는 한편, "케이팝은 물론, 아이돌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티스트를 도구화시키는 케이팝 산업의 문제점을 짚은 것이다. 케이팝을 넘어 팝 산업의 중심에 있는 아티스트의 지적이기에, 설득력은 더 컸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메시지를 던져왔지만, 정작 자신에게 선사할 시간은 모자랐던 것이다. 이 문제의식은 방탄소년단이 아닌 다른 케이팝 그룹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들 언제부턴가 말하네 우릴 최고라고."
"언젠가부터 붙은 불편한 수식어 최고란 말은 아직까지 낯간지러워."
- 'Yet To Come' 중


신곡 '옛 투 컴(Yet To Come)'에서 방탄소년단은 '최고'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쓴다 .그러나 모두가 그들을 최고라 부르는 순간, 방탄소년단은 쉼표를 찍기로 결심했다. RM은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고 싶다. 오래 하고 싶고,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려면 내가 나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찍은 쉼표는 회피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위한 담대함이다. 돌아온 완전체, 또 멤버들의 개인 활동에서는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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