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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잃은 여성의 공감 받지 못한 파괴적 일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그녀의 조각들>

21.01.18 16:26최종업데이트21.01.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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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그녀의 조각들> 포스터. ⓒ 넷플릭스

 
출산이 임박한 부부 마사와 숀은 병원을 찾지 않고 집에서 조산사와 함께 아기를 낳기로 한다. 마사는 회사에 휴가를 신청하고, 다리를 만드는 현장에서 일하는 숀은 아기를 볼 생각에 들떠 있다. 마사의 엄마는 선물로 부부에게 근사한 차 한 대를 사 줬다. 숀의 말에 가시가 돋힌 걸로 보아 평소에 그리 사이가 좋진 않아 보이지만, 아기가 태어나면 모든 게 잘 봉합될 터였다. 

마사와 숀이 함께 있던 저녁, 양수가 터지고 마사로선 믿을 수 없게 아픈 시간이 시작된다. 조산사 바버라한테 연락하지만, 그녀는 다른 산모의 아기를 받는 중이라 올 수 없다. 하여 다른 조산사 에바가 온다. 부부를 진정시키고 아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를 한다. 정상이다. 이후, 출산이 처음인 부부로선 어리둥절하고 끔찍하게 아프지만 지극히 정상적이고 순조로운 출산 과정이 지나간다. 그런데, 아기 자세가 좋지 않은 듯 심박수가 희미해졌다. 아기를 빨리 꺼내야 한다. 에바는 숀에게 구급차를 부르게 하고, 마사에겐 죽을 힘을 쥐어짜라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태어난 아기, 이상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곧 몸의 색깔이 변하더니 숨을 쉬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마사는 회사로 돌아가고 숀도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아기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있지 못한 것 같다. 부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남편 숀 쪽에서 서서히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마사의 엄마가 격한 반응을 보인다. 유능한 변호사로 있는 친척과 함께 조산사 에바를 고발한 것이다. 세상에 오자마자 떠난 아기를 위해 예쁜 관으로 묘지도 잘 만들어 줄 생각이다. 하지만, 정작 마사의 아픔과 슬픔은 아무도 헤아리려고 하지 않는다. 아기도 마찬가지다. 아기의 넋을 위로하는 게 아니라, 아기의 죽음의 원인을 찾으려 할 뿐이다. 급기야 마사는 아기의 시신을 기증하려 하는데...

비극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그녀의 조각들>은 갓 태어난 아기를 잃은 한 여자의 위로받지도 공감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한 파괴적 일상을 보여 준다. 그건 그 사건 또는 사고를 둘러싼 사람들이 바라보는 방향과 살아온 환경이 제각각이기 때문일 텐데, 그래서 일면 비극을 대처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 이 영화가 풍부하고 다층다각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헝가리 출신이자 배우 출신이기도 한 코르넬 문드럭초의 첫 영어 장편 연출작이기도 한데, 지난 20여 년간 만들었던 작품들 대다수가 전 세계 유수 영화제들에 출품되면서 이른바 헝가리를 대표하는 젊은 감독 중 하나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칸 영화제 단골손님인 바, 2010년대 들어 급속도로 성장 중인 헝가리 영화를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점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랐던 <그녀의 조각들>이다. 

영화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아내 마사, 남편 숀, 마사의 엄마다. 최근 들어 <미션 임파서블> <분노의 질주> 등 역사 있는 액션 블록버스터 시리즈에 출연하며 이름을 날린 바네사 커비가 마사로 분해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할리우드 최악의 악동 샤이아 라보프가 숀으로 분해 좋은 연기를 펼쳤지만 성폭력 피소로 모든 홍보 활동에서 제외되었다. 올해 90세로 지난 수십 년간 연극, 티브이,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골든글로브와 미국·영국 아카데미와 에미상과 토니상까지 휩쓴 '전설' 엘런 버스틴이 마사의 엄마로 분해 중심을 잡았다.

그녀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돌보는 법

영화는 초반 분만 장면 30여 분을 롱테이크로 채우며 강렬하게 시작한다. '롱테이크'라는 기술에 찬사를 보내기에 앞서,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 전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면에 걸맞게 구성한 제작진에 박수를 보낸다. '뭔가'에 대해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혹은 감성적으로 바라보는데, 통념상 이성적인 게 올바른 것이고 감성적인 게 틀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유명을 달리한 이 사건 또는 사고에, 숀과 마사의 엄마는 이성적으로 다가가 원인을 찾으려 했고 마사는 감성적으로 다가가 결과를 끌어안으려 했다. 

숀과 마사의 엄마는 조산사의 패착을 이유로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돌려 보상을 받으려는 것이고, 마사는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아이의 넋을 위로하고 또 무엇보다 자신을 돌보려 하는 것이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고 하기 힘들지만 숀과 마사 엄마의 방법에는 주체에 마사와 아이가 있지 않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픔과 슬픔에 맞딱뜨린 사람을 향한, 마땅한 감성적 위로와 어루만짐과 돌봄이 수반되지 않은 것이다. 그녀로선 죽은 아이를 생각하고 한없이 슬퍼하며 아파하고 싶은데, 간신히 부여잡고 있는 이성의 끈을 소송하는 데 쓰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녀가 택한 방법은, 사과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그녀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돌보는 방법, 먹다가 걸린 사과의 씨앗들을 발아시키며 조용히 응원하고 지켜보고 보살피는 것이다. '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고 할 수 있을까. 에세이 <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유노북스)가 말하길 식물에게서 또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한다. 그녀가 홀로 이편에서 슬픔의 나락과 절망의 어둠을 응시한 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때, 사과가 그녀를 구했다. 제목의 '조각들'엔 슬픔, 아픔, 절망의 부정적인 조각과 더불어 '희망'이라는 조각도 있지 않을까. 아니,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바네사 커비의 진정성 어린 연기

초반 30여 분의 롱테이크와 함께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백미는 마지막 부분의 선고 공판 장면이다. 조산사 에바를 기소한 주 정부 측의 지방검사가 첫 번째 증인으로 마사를 불러 세운다. 마사에 대한 지방검사의 심문은 에바에게 불리하게 흐르지만 에바 쪽 변호사의 심문에서 마사는 감정의 변화를 느낀다. 그리고 그녀는 직접 모두의 앞에서 발언을 시작한다. 

사건의 원인을 찾아 돈을 보상받고 평결하는 것 따위로, 세상을 떠난 아이가 돌아오지도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아이는 그런 목적으로 이 세상에 왔다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자극적인 지방검사와 변호사의 심문과 철저히 대조되며 깊은 인상을 준다. 마사 역으로 분한 바네사 커비의 진정성 어린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세련한 듯 나른하게, 나른한 듯 선명하게, 선명한 듯 흐릿하게 흐르는 이야기 탓에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초반 30여 분 이후에는 몰입할 만하면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툭툭 끊기는 선을 그나마 보기 좋게 이어 주는 게 바로 영화 초반과 종반을 꽉 채운 바네사 커비의 연기다. <그녀의 조각들>은 바네사 커비의 배우 인생에서 큰 분기점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 그녀가 자신의 조각들을 하나둘씩 모아 우리에게 보여 줄 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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