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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돌아온 터틀맨과 김현식이 남긴 질문들

[주장] AI와 홀로그램, 그리고 예술의 결합에 '망자'의 의사는 없다

20.12.18 10:55최종업데이트20.12.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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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중, 복원된 터틀맨의 모습. ⓒ 엠넷

 
'거북이'는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친구였다. 그들의 데뷔곡 '사계(노찾사 원곡)', 'Come On'은 나의 노래방 애창곡이었다. '비행기'가 처음으로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을 때, 이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생방송으로 보고 감격했던 기억도 있다.

쉬운 가사와 잘 들리는 멜로디, 전체관람가라고 할 만큼 익살스럽고 편안한 이미지는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 중심에 터틀맨이 있었다. 2008년 4월, 터틀맨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거북이의 노래는 트럭 운전사들의 카 오디오를 가득 채운 '노동요'였고, 누군가에게는 동심을 상징하는 노래였다.  누구도 터틀맨의 로우 톤을 대체할 수 없었고, 그렇게 거북이는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전, 엠넷 <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 >에서 터틀맨이 돌아왔다. 홀로그램을 통해 무대에 나타난 터틀맨은 거북이의 멤버 지이, 금비와 함께 가호의 '시작'을 불렀다. 2008년에 세상을 떠난 그가 생전의 목소리로 2020년 발매곡을 부르고 있는 풍경이었다. 제작진은 터틀맨의 과거 영상, 사진 등의 자료를 쭉 취합한 후 GAN(생성적 적대 신경망)을 활용해 이질감이 덜한 모습을 만들었다.

함께 무대에 선 거북이의 멤버들, 그리고 터틀맨의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를 맞이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방영분에서는 AI 기술로 복원된 김현식이 작곡가 김형석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너의 뒤에서(박진영)'를 불렀다. 2000년대에 활동한 터틀맨에 비해 자료가 부족했던 탓에, 말년의 거친 목소리를 재현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추억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홀로그램을 통해 세상을 떠난 뮤지션을 재현하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다. 대표적으로는 2012년 코첼라 페스티벌 당시 투팍(2PAC)을 재현했던 것을 뽑을 수 있다. 스눕독의 무대에 친구 투팍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두 전설이 생사의 경계 사이에서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은 힙합 팬들에게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올해에는 휘트니 휴스턴의 사후 홀로그램 콘서트 'An Evening with Whitney'가 펼쳐지기도 했다. 홀로그램 기술은 케이팝 콘텐츠에서도 여러 차례 적용이 되어 왔다. 2017년에는 고(故) 신해철을 재현하는 추모 콘서트도 열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낯선 일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SBS는 내년 1월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故) 김광석의 목소리를 재현할 예정이다. 이처럼 A.I와 예술이 결합하는 것은 앞으로 더욱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기술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홀로그램에 인공지능이 결합되면서,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렸다.

말하자면 '망자'를 통해 더욱 많은 것을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령의 음악 전설들이 훗날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그들의 실제 모습을 재현하는 공연이 열리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다시 한번>에서 뮤지션들의 가족이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망자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AI 공연은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치유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우리는 이 공연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의문 부호를 던지게 된다.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지 1년 째 되는 해였던 2010년, 마이클 잭슨의 사후 앨범 < Michael >이 발매되었다. 이 앨범은 마이클 잭슨이 미처 다 작업하지 못한 미공개 음원들을 후배 뮤지션들이 프로듀싱, 믹싱한 것으로 채워졌다. 마이클 잭슨 생전에 함께 작업했던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윌아이엠(will.i.am)은 '완벽주의자인 잭슨이 이러한 앨범을 받아들일 수 있었겠느냐'며 의구심을 제기했던 인물 중 하나다. 윌아이엠의 질문은 A.I 홀로그램 공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즉, 이것은 '당위'에 대한 문제다. 망자의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망자의 예술이 재현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은가. 제작진 역시 기획 과정에서 가장 고려한 것은 유족과 지인들의 의사였으며, 복원된 터틀맨의 음성이 담긴 음원을 발매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 사려 깊은 무대에도 터틀맨과 김현식의 의사는 없었다.

우리는 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물음에 직면해야 한다. 우리는 망자를 존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 아니면 망자를 불러 와 '남은 이'들을 다독이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 기술이 인간의 행위에 따라 결정되는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가정한다면, 질문거리는 더욱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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