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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무궁무진한, 스물 여덟 '젊은전설' 아이유가 걸어갈 길

[TV 리뷰] 데뷔 12년 맞은 아이유 미니 콘서트로 꾸며진 <유희열의 스케치북>

20.09.19 09:38최종업데이트20.09.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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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한 장면 ⓒ KBS2

 
2008년 중학생 가수 아이유가 '미아'라는 곡으로 데뷔했던 날을 기억한다. 나와 동갑내기인 가수가 나와서 절창을 하는 모습이 매우 흥미로웠다. 훗날 부르게 될 '팔레트'의 가사처럼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를 동경했던 소녀는 'BOO'와 '마시멜로우', '있잖아' 같은 댄스곡을 부르며 무대 위를 누비곤 했다. 콘셉트가 확실해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자신의 음악적 지향과 달리 아이돌 가수처럼 짜여져 있는 동작과 콘셉트가 돋보였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그 중심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데뷔 2년차를 맞는 2010년, 아이유는 '좋은 날'과 함께 톱스타로 우뚝 서게 되었다. '3단 고음'으로 대표되는 가창력과 표현력, 앳된 캐릭터는 아이유를 또래 세대의 얼굴로 만들었다. 이후 아이유는 팬층의 기대를 성실히 따르는 듯했다. 특히 두 번째 정규 앨범의 수록곡 '삼촌'은 당시 아이유에게 기대되었던 일련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그러나 정규 3집 < Modern Times >와 < 꽃갈피 > 시리즈를 거치면서 아이유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 더 나아가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스물셋'과 '팔레트', '에잇'으로 이어지는 '나이 시리즈'와 '삐삐'는 그 단적인 예다. 그것은 때로는 혼란이기도 했고, 긍정이기도 했으며, 우울이기도 했다. 매번 모습은 달랐지만, 이것은 언제나 아이유의 이야기였다.

"여우인 척, 하는 곰인 척하는 여우 아니면 아예 다른 거
어느 쪽이게? 뭐든 한쪽을 골라
색안경 안에 비춰지는 거 뭐 이제 익숙하거든"
- '스물셋' 중


'스물셋'의 가사처럼 아이유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자유 의지를 관철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은 대중들을 열광시켰다. 그 결과, 스물여덟의 아이유는 한국 가요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정국, 세정, 청하 등 아이유를 자신의 스타로 꼽은 스타들도 많다.

아이유의 12년
 

18일 오후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한 장면 ⓒ KBS2


<팔레트> 앨범 이후로 음악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아이유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다. 방송 날짜는 2020년 9월 18일, 정확히 아이유의 데뷔 12년이 되는 날이었다. < 아이유, 좋은 날 >이라는 이름의 100분 특집 방송이 편성되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아이유인만큼, 이 무대가 더욱 더 뜻깊었을 것이다.

당초 아이유는 이날 잠실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5만 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주경기장은 한국 공연계의 성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지금까지 한국 여성 솔로 가수 중 잠실주경기장에서 공연한 가수는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과 함께 이 계획은 좌절되었다. 아이유는 그 대신 자신과 인연이 깊은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자신이 펼칠 계획의 일부를 공개했다.  

이날 방송에서 아이유는 자신이 <꽃갈피 2>에서 리메이크했던 '가을 아침'을 부르면서 등장했다. 아무런 반주 없이 무대를 채우는 아이유의 목소리에 유희열과 밴드 멤버들의 연주가 더해졌다. '삐삐', '에잇', 'Blueming' 등 최근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TV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노래들의 라이브도 이어졌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노래 역시 전파를 탔다. 8년의 시간 차를 두고 발표된 '너랑 나'의 후속작 '시간의 저편'과 '너랑 나'를 연이어 부르는 장면에서는 극적인 연출을 통해 곡과 곡의 서사를 표현했다.

우리 시대의 젊은 전설, 아이유
 

18일 오후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한 장면 ⓒ KBS2

 
첫곡 '가을 아침'부터 '앵앵콜'곡인 '자장가'에 이르기까지, 이 방송은 아이유가 자신의 팬들에게 보내는 선물이자,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아이유의 12년에 바치는 헌사이기도 했다. 유희열과 함께 호흡을 맞춘 '너의 의미'를 듣다가, 군생활을 하던 시절 CD 플레이어로 듣던 <꽃갈피>의 감동이 떠올랐다. 이처럼 반드시 아이유의 팬이 아니더라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20대를 보낸 사람들에겐 각자 기억 속에 아이유 하나 쯤은 있을 것이다.

아이유는 데뷔 초의 노래인 '마쉬멜로우'를 부를 때 마쉬멜로우 인형탈을 쓴 댄서들과 함께 익살스러운 춤을 췄고, '좋은 날'의 3단 고음을 선보이면서 추억을 노골적으로 자극하기도 했다. 최근 곡인 'Love Poem'의 라이브에서는 동시대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의지가 묻어났다. 아이유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여러 차례 변화를 시도해왔다. 아이유는 이날 자신이 대중과 팬들에게 보여주었던 다양한 면모를 충실히 집약하고자 노력했다.

"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날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곳에 있을게"
- 'Love Poem' 중


아이유는 '아이유가 한 곡으로 기억되어야 한다면 어떤 곡이 좋겠는가'라는 유희열의 질문에 다른 히트곡 대신 '무릎(작사/작곡 아이유)'을 꺼냈다. "그냥 이 곡이 자신 같다. 그래서 부를 때마다 몰입이 되고 만다"고 설명했다. 아이유가 오랫동안 받아온 박수의 근거는, 히트곡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다움을 담아내고자 하는 아티스트 정신이었다.
 

18일 오후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한 장면 ⓒ KBS2

 
방송 말미 작사가 김이나, 각각 <최고다 이순신>과 <나의 아저씨>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 고두심과 이선균 등 아이유의 선배 동료들이 보낸 격려와 축하의 메시지가 흘러 나왔다.

'너의 의미'를 협연했던 원곡자 김창완은 "너에게도 가지 않은 길이 있을 텐데, 가끔은 그 길을 떠올려봐"라며 아이유를 격려했다. 그의 말처럼, 앞으로 아이유가 걸어갈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감이 채워지는 무대였다. '아이유의 팔레트'가 그릴 그림은 무궁무진하지 않겠는가.

스물 여덟의 젊은 전설이 걸어가는 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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