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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봉부터 김연아까지... 이들이 '꽃'을 노래한 까닭

[이끼녀 리뷰] 심수봉 '백만송이 장미', 조동진, '제비꽃', 아이유-김연아, '얼음꽃'

19.08.17 14:50최종업데이트19.08.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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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꽃은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참 아름다운 창조물이다. 아름답기 위해서 태어난 것처럼, 이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처럼, 꽃은 존재 자체로 제 소명을 다한다. 노래라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이 완벽하고 순수한 피조물을 노래하지 않을 재간은 없을 것이다. '꽃'을 소재로 한 수많은 노래 중 세 곡을 골라 추천해본다.       

심수봉, '백만송이 장미'
 

심수봉 '백만송이 장미' 앨범 재킷ⓒ Universal Music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 송이 피어오라는/ 진실한 사랑을 할 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 나라로/ 갈 수 있다네"


사실 이 곡은 '추천'이라는 말을 쓰기에 무척 민망할 만큼 널리 알려진 곡이다. 외국곡에 가수 심수봉이 가사를 쓴 '백만송이 장미'는 곱씹을수록 가사가 명작이다. 동화적이면서 신성한 느낌도 나고, 진실한 사랑을 하며 살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세련되게 녹아 있다.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을 백만 송이 피워내면, 그러면 다시 자기의 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 이야기에서, '사랑'은 단지 애끓는 연인간의 사랑만을 떠올리게 하진 않는다.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긴 시간, 별과 지구 사이의 거리와 같은 그 시간 동안 주변의 사람을, 나를 둘러싼 세상을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는 맘을 백만 번도 더 넘게 가지라는 노랫말을 듣고 있으면 살면서 쪼그라든 인류애가 샘솟는 기분이다.    

조동진, '제비꽃'
 

조동진 <제비꽃> 앨범 재킷ⓒ RIAK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면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가사 전체를 모두 옮겨와 보았다.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이야기의 흐름이 있어서 도저히 발췌로써 가공할 수 없는 그런 노랫말이었기 때문이다. 가사는 무척 단순하면서도 많은 이야기와 감정을 담고 있어서 깊은 느낌을 준다. 이렇게 짧은 전체 가사는 그러나, 처음 그 소녀를 만났을 때부터 그 여린 생명이 쓰러지기까지의 시간을 모두 담아낸다. 

개인적으로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란 대목이 무척 낭만적이고 아련하게 다가온다. 작고 소박한 보라색 제비꽃을 머리에 얹은 소녀의 미소를 떠올려볼 때, 잠깐의 그 시간이 복잡한 마음을 맑게 닦아주는 것만 같다.   

아이유-김연아, '얼음꽃'
 

아이유-김연아, <얼음꽃> 앨범 재킷ⓒ (주)카카오 M

  
"난 그런 꿈을 꾸어요/ 빛날 필요 없이 아름다운 나를/ Dream 나 울어도/ 슬픈 게 아니죠/ 아픈 마음이 다 녹아내릴 뿐/ 나를 눈이 아닌 맘으로 봐요/ 그 안에서 또 피어날 나를 

눈길이 없는 곳/ 박수갈채 없는 곳/ 그 곳에 홀로 서 있을 때/ 나만이 오롯이 나를 바라보는 곳/ 거기서 웃을 수 있을 때/ 난 그런 나를 믿어요/ 날 사랑해줄 수 있는 내 모습을" 


빙판에 피어나는 꽃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 곡은 아이유와 김연아가 함께 부른 노래로, 얼음판 위에 선 김연아 선수의 화려하고도 고독한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특히 '빛날 필요 없이 아름다운 나를'이란 가사가 와 닿았다. 세상엔 빛나는 것들만 아름다운 건 아닐 것이다.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아픈 마음이 다 녹아내려서 흐르는 눈물'은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함께 눈물 흘렸던 김연아 선수의 울음도 그런 종류의 눈물이기 때문에 얼음꽃처럼 더 반짝였던 것이다. 누구든 박수갈채 없는 외로운 그곳에서 홀로 고군분투할 때, 그럴 때 겉으로 빛날 필요도 없이 이미 그 사람이 아름다운 건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해주는 그 빛이 마음 안에 간직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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