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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시대, 우리에겐 이 실화 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숨은영화 찾기3] 미국 대학 농구감독 던 해스킨스의 위대한 실화 <글로리 로드>

16.11.11 15:25최종업데이트16.11.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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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개봉 작품 중에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해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식으로 수입된 영화중에 홈 무비로는 손색없는 영화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영화 <글로리 로드>는 국내 정식 개봉하지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꼭 한 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흥행의 귀재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글로리 로드>는 미국 대학 농구 역사상 최초로 흑인 선수들만을 내보내 우승을 차지한 텍사스 웨스턴 대학 농구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대학농구 감독 던 해스킨스의 자서전 <글로리 로드>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2006년 1월에 개봉해 첫 주 북미 오피스 1위에 오른 작품으로 북미 최종 극장수입은 4267만 달러다.

감독은 미국 감독 조합상 광고 부문 최우수 감독상을 두 차례(1989, 1994) 수상한 유명 CF 감독 제임스 가트너인데, 영화 <글로리 로드>로 ESPY 어워드 최우수 스포츠 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는 그의 유일한 영화이다. 주인공은 <포세이돈>의 '조쉬 루카스'이며 <본즈> 시리즈로 유명한 '에밀리 디샤넬'이 그의 아내로 출연했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60년대 텍사스 웨스턴대학교의 농구 선수들은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만년 꼴찌, 대학농구팀이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1962년 미국 남부 텍사스주에 만년 하위 팀인 텍사스 웨스턴 대학농구팀 '마이너스'에 여자고교농구팀을 이끌었던 젊은 감독 '던 해스킨스'(조쉬 루카스)가 부임한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전력보강을 위해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려 했지만, 유망주들의 대답은 거절뿐이다.

던 감독은 당시 사회 분위기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학교 측을 설득해 흑인 선수 7명을 스카우트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산 넘어 산이라고, 던 감독은 이들을 스카우트한 뒤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기존 백인 선수들과 새로 영입한 흑인 선수들을 하나로 융합시키는 것에서부터 화려한 개인기에 익숙한 흑인 선수들에게 착실한 기본기를 연습시키는 것까지 무엇 하나 결코 만만한 것이 없다. 게다가 농구팀은 백인우월주의자들로부터 멸시와 살해 위협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던 해스킨스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과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하나가 되어 마침내 1966년 미국대학농구 토너먼트에 진출해서 당시 대학 농구의 명문 팀이자 오직 백인선수들로만 구성된 켄터기 대학과 결승전에서 맞붙게 된다.

던 해스킨스 감독은 결승전에 오로지 흑인 선수들만 내보내 최초로 "흑과 백"의 대결을 만들었고, 켄터키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다. 만년 하위 팀 텍사스 웨스턴 대학의 우승은 이변을 넘어 미국 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기로 손꼽히고 있다. <글로리 로드>는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기에 사회의 편견과 질시를 이겨낸 농구코트 위 혁명가들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처음으로 흑과 백이 하나 됐던 텍사스 웨스턴 대학교의 마이너스팀. ⓒ 월트디즈니컴퍼니


"모든 사람은 동일하다"

영화를 보며 너무 뻔하다고 볼멘소리를 해도 할 말이 없다. 그 자체가 실화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던 해스킨스'라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며, 기본기에 충실한 하드트레이닝 속에서 강력한 팀워크의 수비 농구를 지향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한다. 기본을 강조하는 그의 철학은 사람에게도 그대로 투영된다. 바로 '모든 사람은 같다.'라는 기본 원칙이다.

자신은 물론, 가족에 대한 살해 위협 속에서도 그는 절대로 흑인 선수들을 선발에서 제외하지 않으며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 한편, 그는 결승전에서 백인 선수들을 의도적으로 출전시키지 않으며 자신의 원칙을 깨뜨린다. "너희는 여태 운이 좋았을 뿐이야 원숭이같이 멍청한 흑인들론 절대 우승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미국 백인 사회에 그는, 다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게 한다.

그는 결승전 하루 전날 밤, 선수들을 체육관에 모아놓고 결승전에는 오직 7명의 흑인 선수만을 출전시키겠다고 공표를 한다. 백인 선수들도 결승전을 누비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들은 조용히 감독의 결정에 동의하며 흑인 동료들을 기꺼이 응원하게 된다. 흑인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깨부수기 위한 한 감독의 신념이 주는 경건함과, 동료애를 느낄 수 있는 이 장면은 <글로리 로드>의 백미이기도 하다. 이 사건이 혁명이라고 불리는 건 실제로 이후 1985년까지 각 팀이 보유한 평균 흑인 선수의 숫자는 2.9명에서 5.7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한 남자의 뜨거운 신념이 주는 감동에만 치우쳐 있지 않다. 뜨거운 동료애 가족애를 전달하고 있으며, 실화의 감동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배우들은 혹독한 훈련 속에 실제 농구 선수 같은 뛰어난 테크닉들을 구사했다. 또 실감 나는 경기 장면들을 연출해 스포츠영화로서도 충분한 매력을 발산한다. 한편 다문화 시대에 접어드는 한국인들도 당시 미국의 백인과 같은 시선을 가진 건 아닌지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실제 던 해스킨스 감독과 글로리로드의 조쉬 루카스. ⓒ 월트디즈니컴퍼니


실존 인물 '던 해스킨스' 감독은 1930년생으로 농구선수생활을 일찍 접고 아내의 권유로 23세 젊은 나이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1962년부터 1999년까지 무려 37년간 텍사스 웨스턴 대학농구팀을 맡아 1966년의 1회 우승을 포함 NCAA 대학농구 토너먼트에 14회 진출했으며 통산 719승을 기록하며 97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인물이다. 그의 제자로는 '네이트 아치발드', '팀 하더웨이', 안토니오 데이비스' 같은 NBA 스타들도 있다.

그는 영화 제작 당시 고문은 물론 실제 출연 배우들을 훈련하기도 했다. 개봉 당시 젊은 시절 그가 흑인인 친구와 일대일을 하던 장면이 삭제된 걸 많이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는 텍사스 웨스턴 대학교가 위치한 '엘 파소'에서만 40년 넘게 살았으며, 2008년 그곳에서 사망했다.

영화는 국내에 정식 개봉하지 못했고, 파일다운로드 서비스와 DVD로만 출시됐다. DVD에는 4개의 삭제 신과 1966년 우승 멤버들의 인터뷰, 던 해스키스 감독에 대한 짧은 다큐먼터리가 수록돼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사무엘 잭슨 주연의 <코치 카터> 같은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이나, 농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글로리로드 조쉬루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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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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