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2월 통계청이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고 언론들은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새해 들어 저출생 대책에 관련된 공약 발표했다. 여야 공약을 보면, 국민의힘은 일과 양육을 같이 할 수 있는 데 초점 두었고 민주당은 주거와 자산에 대한 공약이 주를 이룬다. 과연 이들의 공약만 잘 이행되면, 저출생 문제가 완화될 수 있을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저출생 관련 공약에 대해 평가해 보고자 지난 1일 저출생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여야가 총선 앞두고 저출생 공약을 내놓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예전에 봤던 익숙한 공약들이 많았어요. 저출생에 대한 대책으로 보이지만, 또 청년들의 힘든 상황을 완화해 주는 보편적 정책으로도 보여요. 그런 정책에 저출생 공약 딱지 붙여서 그냥 묶어 놓은 느낌이 들었어요."

- 저출생 관련 새로운 정책은 전혀 안 보이나요?

"대출 정책을 보자고요. 이거는 저출생 완화 정책으로 나오긴 했었는데 예전부터 나왔던 거잖아요.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도 계속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공약이고요.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 우선 공급하는 건 지금 국토부 정책으로 강력하게 활용되는 정책 중 하나에요. 그리고 새로운 정부 부처 만드는 것도 새롭지는 않았어요."

- 그럼, 교수님이 중요하게 본 게 있을까요?

"이번에 나온 공약이 무용하단 건 아니에요. 발표된 대안들 모두 소중한 것 같아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근본적인 대안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의 낮은 출생율은 청년들이 결혼을 덜 하거나, 늦게 결혼하거나,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아이 낳는 걸 기피하는 현상과 관련이 되어 있잖아요. 각종 설문조사를 보면 이런 현상에서 '결혼 비용' 문제가 가장 주요한 걸로 나타나고 있어요. '고용 불안' 문제도 빠지지 않는데요, 둘 다 경제적 문제인 거죠. 근데 이런 경제적 어려움의 이면에는 '높은 집값'이 자리 잡고 있어요. 높은 집값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받는 이들은 수도권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겠죠."

-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지 않나요?

"비수도권에서는 일자리의 질이 자꾸 낮아지고 일자리가 사라져서 미래를 그릴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어요. 근데 일자리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직결되니 출생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죠. 아주 근본적인 문제는 수도권 쏠림 현상이에요. 최근 한국은행에서도 저출산에 제일 큰 영향 요인은 수도권 쏠림 현상이라는 보고서까지 내놓았잖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는 대증적인 치료 방법이 아니라 '근본적인 치유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근데 이 얘기는 최근에 나온 게 아니잖아요. 작년에 교수님이 저와 저출생 관련 인터뷰할 때도 이 말씀 하셨던 거로 기억하거든요. 그럼, 정치권도 모르지 않을 것 같은데요. 왜 공약엔 이런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울까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집값이 폭등했을 때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잖아요. 근데 정부가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집값을 잡지 못했어요. 집값을 잡으려 부동산 정책에만 집중하면 안 돼요. 저출생 문제도 비슷해요. 인구에만 집중하거나, 인구에 영향을 주는 바로 그 직전의 요인에 집중해서 뭔가를 해결하려 하면 문제를 풀 수가 없어요. 이번에 나온 인구 정책으로는 너무나 큰 한계가 있는 거예요."

- 저출생 문제는 인구 정책으로 풀 수가 없다고요?

"수도권으로 청년들이 몰리니 집값이 폭등했어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가 6억 정도예요. 3% 정도의 이자를 복리로 받는다는 가정하에, 신혼부부가 이 6억을 마련하려면은 한 달에 100만 원씩 30년을 저축해야 해요. 청년들도 그걸 잘 알고 있죠. 이들이 어떻게 밝은 미래를 그릴 수가 있겠습니까?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결혼하는 건, 본인한테 해가 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지요. 거기에 아이까지 낳으면 마이너스 알파예요.

높아지는 양육비, 사교육비까지 생각하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망하는 시나리오가 눈앞에 보일 거예요. 이럴 바에야 아예 혼자 살겠다고 결정하는 거죠.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대출 부담을 완화해 주고, 임대주택에 우선권을 주는 건 모두 정책이라 생각해요. 근데 이걸로 출생율을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더 근본적인 대안에 집중해야 해요.

대안에는 위계가 있어요. 위계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근본적인 걸 건드려야 해요. 근본적인 문제는 수도권 쏠림이에요. 쏠림으로 인해, 집값이 오르고 낭비적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자꾸 끄트머리에 있는 대안을 해결하겠다고 하니 문제를 영원히 풀 수 없는 거죠."

- 그걸 정치권이 모르는 걸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하는 걸까요?

"정치권에서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선거 때문인 것 같아요. 표가 되는 정책들만 고민하다 보니 지금의 어려움을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끄트머리 대안들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근본적인 원인을 얘기해도 표가 되지 않으니, 눈을 감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되게 답답해요."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마강래 제공

관련사진보기

 
- 그럼, 이번에 내놓은 공약들이 실현돼도 출생율에 영향을 주지 못할까요?

"저는 저출생 기조를 바꾸는데 그리 큰 영향은 없을 거로 생각해요. 이제 출생율이 바닥을 쳤어요. 통계청은 수년 내 출생율이 바닥을 찍고 약간 올라갈 거로 전망하고 있어요. 인구학 전공하시는 분들의 말씀도 그렇더라고요. 우리나라 출생율을 OECD 평균 수준(1.5명 정도)으로 높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공약에 나온 정책으론 불가능해 보여요."

- 공약을 보면, 국민의힘은 일과 양육을 같이 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둔 것 같고 민주당은 주거와 자산에 대한 공약인 듯한데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저출생 원인을 다른 각도에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국민의힘은 저출생 원인을 '일과 가정이 조화롭지 않은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고 이에 맞는 대안을 낸 것 같고요. 민주당은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 문제를 저출생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둘 다 틀린 진단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양당에서 낸 정책들 모두 좋아 보여요.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듯이 왜 일과 양육이 조화롭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는지, 세대 간 자산 불평등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국민의힘은 아빠 육아휴직 할 수 있게 한다는 거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봐요. 이런 정책은 빨리 도입되어야 해요. 제가 말씀드린 건요, 근본적인 대안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안을 치유하지 않으면은 이런 공약들은 효과가 없을 거라는 겁니다. 저희가 쏠림 현상을 치유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집값이 높아지고 수도권은 더욱 경쟁이 치열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육아휴직은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어요. 아빠는 휴직 기간에 육아 대신 집중적으로 자기 계발을 하려 할 거예요."

- 민주당은 돌봄 서비스 지원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돌봄 서비스 확대해야죠. 청년들은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고, 그래서 맞벌이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혼자 벌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맞벌이하는 이들이 많아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든 상황이 된 거죠. 그런 상황에선 육아를 잘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이건 사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기에, 돌봄 서비스는 적극적일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근본적인 게 바뀌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수도 있는 거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근본적인 게 치유가 안 되면, 이런 정책들은 단기적 진통제 같은 효과만 낼 뿐이죠. 지금 우리 사회는 아주 큰 병에 걸렸는데, 주기적 진통제로 버티고 있어요. 근본적인 치유를 하지 않으면 병은 계속 깊어질 거예요. 나중에 진통제도 듣지 않겠죠. 지금 저는 그 상황이라고 봐요. 그리고 지금 나온 공약들이 진통제성 치료요법 같아요."

- 여야가 정부 부처 신설한다고 하는 것 같아요, 담당 정부 부처가 필요할까요?

"국민의힘은 '인구부'를 민주당에선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추진한다고 밝혔잖아요. 이런 부처를 만들면 저출생이 해결될까요? 이 또한 효과가 없을 거라 봅니다. 저출생은 주택, 보육 양육, 일자리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주택은 국토부가, 보육과 양육은 보건복지부가, 일자리 문제는 산업부, 고용노동부가 맡고 있잖아요. 이민자 정책은 법무부가 담당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인구부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다른 부처의 인구 관련 업무를 조금씩 가져온 새로운 부처가 만들어진다고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저출생 문제는 산업, 고용, 주택, 교육, 복지 등 여러 문제가 짬뽕이 되어 불거진 거예요. '범부처' 조직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풀 수가 없어요. 그러니 지금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잘 활용해야 할 것 같아요. 위원회를 예산권과 집행권을 가진 강력한 컨트롤타워로 격상하고, 비전을 만들고, 부처 간 업무를 조율하는 것이 새 정부 부처를 만드는 것보다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했다고 자축했을 때가 1996년이에요. 이때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했죠. 1996년 OECD 국가 평균 출생율이 1.75명이었고, 우리나라는 1.58명이었어요. 그렇게 큰 차이가 안 났어요. 이후 OECD 국가도 출생율이 서서히 내려가 지금은 1.58명 수준이 되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요. OECD 평균의 반토막도 안 돼요. 

우리는 심각하게 질문을 해야 해요. 우리는 이웃 나라에 비해 왜 압도적으로 출생율이 낮은가? 우리나라의 어떤 특수한 상황이 이 지경을 만들었나?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봐요. 가장 큰 원인은 수도권 쏠림이죠. 쏠림으로 인해 수도권은 집값이 높아졌고, 지방은 일자리가 사라졌어요. 결혼하지 않는 것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것도 수도권 쏠림으로 발생한 여러 현상으로부터 파생된 문제 때문이에요. 그래서 청년들은 머릿속에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어요. 우리가 수도권 쏠림을 치유하지 않으면 지금 나오는 여러 공약은 먹히지 않을 거예요. 이 점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게재 합니다.


태그:#마강래, #저출생, #인구집중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