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국영화는 '속편 전성시대'였다. 지난 2017년에 개봉해 전국 68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범죄도시>는 15세 관람가로 등급을 낮추고 건재한 마동석과 색다른 매력의 빌런 손석구를 앞세운 속편으로 1편의 성적을 훌쩍 뛰어 넘는 12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범죄도시2>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침체된 극장가를 부활시켰다.

9월 초에 찾아온 이른 추석연휴의 승자 역시 2017년에 개봉해 780만 관객을 동원했던 <공조>의 속편이었다. 전편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유해진과 현빈 콤비가 다시 뭉쳤고 1편에서 조연이었던 윤아의 분량이 크게 늘어난 <공조2:인터내셔날>은 전국 69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추석시즌을 지배했다. 이 밖에 박해일이 이순신장군을 연기한 <한산:용의 출연>, 주인공이 김다미에서 신시아로 바뀐 <마녀2>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속편이었다.

<공조2>에서는 유해진과 현빈, 윤아 등 기존 캐릭터들의 활약도 좋았지만 FBI 요원 잭 역을 맡아 유해진, 현빈과 함께 '남북미 공조수사'를 펼쳤던 다니엘 헤니의 활약도 대단히 눈부셨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혼혈배우 다니엘 헤니가 지난 2009년 처음으로 출연했던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는 바로 <엑스맨> 시리즈의 스핀오프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오리지널 포스터에는 다니엘 헤니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오리지널 포스터에는 다니엘 헤니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한국과 미국 오가며 활동하는 혼혈배우

아일랜드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니엘 헤니는 2000년대 초반부터 모델활동을 시작했고 2005년 5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내 이름은 김삼순>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다니엘 헤니는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희진(정려원 분)의 주치의이자 가까운 친구, 그리고 남몰래 희진을 짝사랑하는 입양아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헨리 역을 맡아 신인답지 않은 호연을 선보였다.

2006년 윤석호 감독의 계절시리즈 마지막 편이었던 <봄의 왈츠>에 출연한 헤니는 엄정화와 함께 한 로맨틱 코미디 <미스터 로빈 꼬시기>를 통해 영화에 진출했다. 그리고 헤니는 2007년 훗날 <오징어 게임>을 연출하는 황동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마이 파더>에 출연했다. 그저 잘 생긴 혼혈배우였던 다니엘 헤니는 <마이 파더>를 통해 진중한 연기를 선보이면서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그렇게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의 혼혈배우로 탄탄한 입지를 굳혀가던 헤니는 2009년 여러 번의 오디션 끝에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 캐스팅되며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헤니가 영화의 중간 보스격인 에이전트 제로를 연기했던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세계적으로 3억7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비록 주연은 아니었지만 세계적인 흥행작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셈이다.

헤니는 같은 해 CBS의 메디컬 드라마 <쓰리 리버스>를 통해 미국 드라마에 진출했고 2010년에는 정지훈, 이나영과 함께 국내에서 드라마 < 도망자 PLAN.B >에 출연했다. 2012년 미국과 중국의 합작영화 <상하이 콜링>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주연으로 데뷔한 헤니는 2013년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와 전국 340만 관객을 모은 한국영화 <스파이>에 잇따라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헤니는 2014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에서 성우로 참여했고 2016년에는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국제범죄수사팀>에 출연하면서 한 동안 국내활동이 뜸했다. 하지만  올해 <공조2: 인터내셔날>을 통해 여전히 훈훈한 외모와 뛰어난 액션연기를 선보이며 건재를 알렸다. 헤니는 2018년에 개봉해 제작비(88만 달러)의 80배가 넘는 흥행수익(7500만 달러)을 올리며 대이변을 일으켰던 영화 <서치>의 속편에 출연할 예정이다.

스핀오프 솔로무비가 3부작으로 제작
 
 울버린은 <엑스맨>에 등장하는 수 많은 캐릭터 중 하나임에도 솔로무비 3부작이 제작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울버린은 <엑스맨>에 등장하는 수 많은 캐릭터 중 하나임에도 솔로무비 3부작이 제작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시리즈가 된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를 예로 들어보자. 마블은 먼저 <아이언맨>과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히어로들의 솔로무비를 통해 멤버들을 소개한 후 <어벤져스>라는 '올스타전'을 선보여 관객들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어벤져스>가 나오기 전, 집단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본편을 먼저 소개한 다음 인기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영화가 제작되는 게 일반적인 순서였다.

<엑스맨> 역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3부작으로 구성된 오리지널 트릴로지가 개봉했고 영화 속에 등장했던 많은 캐릭터들 중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울버린을 주인공으로 한 솔로영화가 제작됐다. 당초 <엑스맨>의 판권을 가지고 있던 20세기 폭스에서는 매그니토(이안 맥켈런 분)와 진 그레이(팜케 얀센 분) 등의 솔로무비도 만들 계획이었지만 실제 울버린 이후 솔로무비가 제작된 캐릭터는 <데드풀>이 유일했다.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엄청난 재생능력과 함께 손에서 단단하고 날카로운 클로가 튀어나오는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로건(휴 잭맨 분)이 '웨폰X 프로젝트'를 거쳐 아만다티움 클로를 가진 울버린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비록 평단에서는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국내 N 포털사이트에서 8점이 넘는 관객평점을 얻은 것처럼 오락영화로서는 충분한 재미를 선사했던 작품이다.

한국관객들이 눈 여겨 봤던 다니엘 헤니는 윌리엄 스트라이커(대니 휴스턴 분)가 지휘하는 특수부대의 대원 에이전트 제로 역을 맡아 영화의 중간보스 역할을 담당했다. 에이전트 제로는 엄청나게 빠르고 정확한 사격솜씨를 가진 요원이지만 뮤턴트로서의 능력은 영화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특히 로건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마련해준 노부부를 살해하면서 로건의 분노를 샀고 결국 헬기의 폭발과 함께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엑스맨>의 스핀오프로 제작된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2013년에 개봉해 4억1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더 울버린>과 2017년에 개봉해 6억19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로건>까지 3부작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울버린> 3부작의 대미를 장식했던 <로건>은 역대 <엑스맨> 시리즈들뿐 아니라 마블 코믹스 원작의 실사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작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데드풀' 라이언 레이놀즈가 메인빌런?
 
 영화 초반 멋지게 쌍검을 휘두르던 웨이드 윌슨은 후반 웨폰11로 개조돼 울버린과 대결을 벌인다.

영화 초반 멋지게 쌍검을 휘두르던 웨이드 윌슨은 후반 웨폰11로 개조돼 울버린과 대결을 벌인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 혼혈배우 다니엘 헤니가 출연하는 것은 개봉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실제로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국내 포스터에만 다니엘 헤니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 훗날 <데드풀> 시리즈와 <킬러의 보디가드>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크게 올라간 라이언 레이놀즈가 출연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연기한 웨이드 윌슨은 두 자루의 검으로 사방에서 날아드는 총알을 막아내고 총알을 베어 다른 적에게 공격하는 능력까지 갖춘 뮤턴트다. 하지만 스트라이커에 의해 여러 뮤턴트의 능력이 섞인 '웨폰11'로 개조됐고 울버린과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영화에서는 데드풀의 생사 여부가 정확히 나오지 않지만 2016년에 개봉하는 <데드풀>을 보면 울버린과의 혈투 후 그의 얼굴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윌리엄 스트라이커 대령은 돌연변이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인간 캐릭터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도 스트라이커는 돌연변이들의 DNA를 추출해 강력한 돌연변이 군대를 만들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로건에게 아만다티움을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한 것도, 웨이드 윌슨을 납치해 (본인의 동의 없이) 다른 뮤턴트의 DNA를 이식해 '웨폰11'로 개조(?)한 인물도 바로 스트라이커였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는 <엑스맨> 시리즈에 나왔던 반가운 뮤턴트들도 볼 수 있다. 언제나 색안경을 써야 하는 슬픈 운명을 가진 사이클롭스는 팀 포콕이라는 배우가 연기했고 몸을 다이아몬드로 만들 수 있는 여성 뮤턴트 에마는 2년 후 <엑스맨: 퍼스트클래스>에 등장했다. 다만 제작진은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의 에마 실버폭스와 <엑스맨: 퍼스트클래스>의 에마 포로스트는 같은 인물이 아닌 '동명이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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